별안간 초월급 회귀자 헌터로 착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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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빛
작품등록일 :
2024.08.27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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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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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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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에 영웅(1)

DUMMY

게이트 내부에 발을 들이자마자 명섭은 완전히 다른 세계에 온 느낌을 받았다.


앞서 느껴졌던 뜨거운 열기와는 차원이 다른, 숨이 턱 막힐 정도로 강렬한 열기가 온몸을 감쌌다.


‘여기가 게이트 내부인가..’


명섭은 잠시 주변을 살펴보았다. 하늘은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었고, 낮과 밤의 구분이 없는 세상이었다.


‘건물이 상당하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수많은 건물들이었다. 크고 작은 빌딩들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었다. 이런 곳에서 정확히 168시간을 버텨야만 했다.


‘지금도 시간은 흐르는 군..’


때마침 헌터들이 줄지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나무처럼 늘어선 마천루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와... 엄청 높잖아.”

“세상에 이런 곳이 있었어?”


두려움과 공포가 엄습할 때, 한 지원자가 말했다.


“팀을 이루자, 우리끼리 팀을 이루면 생존이 더 수월할 거야!”


사내의 말에 다들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그렇듯, 오직 생존만이 목적이니 지원자들끼리 뭉칠수록 더 수월할 것이다.


“여기 원거리 마법사 구합니다!”

“탱커 있나요? 몸빵!”

“저는 도끼를 씁니다. 저와 팀으로 다니실 분!”

“힐러 대기 중!”


수많은 지원자가 각자의 힘을 과시하며 빠르게 팀을 이루고 있었다.


탱커에게는 딜러가, 딜러에게는 힐러가.


하지만 어느 누구도 명섭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무기도 없고, 갑옷도 없으며, 심지어 반팔에 반바지 차림인 평범한 아저씨라는 인상만 주었기 때문이다.


오직 명섭과 흑발의 여인만이 팀을 이루지 못한 채 남아 있었다.


“거기, 나랑 팀 할래?”


흑발의 여인이 명섭의 말에 아무런 반응 없이 냉정한 눈빛을 쏘아댔다.


“아니. 팀 따위는 필요 없어.”

“응?”

“나약한 이들만 팀을 이루지.”


그녀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듯 혼자서 걸어 나아갔다.


명섭의 표정이 잠시 벙쪘지만, 이내 냉정을 되찾았다.


어쩌면, 저 여자의 판단이 현명할 수도.


‘시험은 혼자서 쳐야만 해.’


팀을 이루는 건 좋지 않은 선택이다. 생존에 필요한 건 식량이니까. 사람이 많을수록 식량을 분배해야겠지.


그리고 명섭은 따지고 보면 혼자가 아니잖아?


‘이제 때가 온 건가?’


언젠가 꼭 소환해보고 싶은 소환수가 있었다.


과거 전쟁터에서 항상 명섭과 함께했던 전우와 같은 녀석.


그 녀석만 있다면, 시험이 한결 수월하고 편하리라.


‘곧 보겠구나, 벨코르. 또다시 나와 함께 전장을 누비자구나.’


벨코르는 전쟁터에서 매우 뛰어난 소환수였다.


그의 피부는 어떤 합금보다 두꺼워 무엇으로도 뚫을 수 없었고, 특히 그의 광폭화 정신 마법은 힘과 속도를 비약적으로 상승시켜 근접전에서 엄청난 능력을 발휘했다.


말 그대로 일당백의 전사였다.

녀석과 깊은 사연이 있지만 일단은 제쳐두고.


명섭이 손을 들어 소환의 주문을 읊조리기 시작했다.


“벨코르, 오랜 전우여! 이 전장에서 다시 한 번 나와 함께하라! 네 강철의 의지와 쌍도끼로 적을 베어내고, 우리의 승리를 위해 나와 싸워라!”


그 순간, 아지랑이처럼 일렁였던 뜨거운 공기가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명섭의 손끝에서 작은 빛이 일렁였다.


뒤이어 그의 앞에 작은 구체가 나타났고, 구체는 점차 형태를 이루기 시작했다.


빛은 서서히 인간의 형체로 변했고, 곧 소환수가 나타났다.


근육질의 전사, 벨코르였다.


이름: 벨코르

종족: 야인족

마법력 소모: 1,500MA (소환 시), 10MA/시간 (유지 시)

특징: 전장 파괴자, 근접전의 지배자, 광폭화, 극한의 광폭화.

등급: S급 소환수

충성심: 절대적

상태: 전투 준비 완료


캉캉!

벨코르가 쌍도끼의 날카로운 날을 부딪치며 주인에게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주인님의 종, 벨코르 인사 올립니다.]

“벨코르, 오랜만이네.”

[어디로 가면 됩니까.]


전쟁에 굶주린 전사답게 당장에라도 쌍도끼를 휘두르고 싶나 보다. 명섭이 친히 그를 안내했다.


“따라와.”

[네, 주인님.]


***


건물 내부에서 전투를 벌이는 소리가 들렸다. 처참한 비명은 괴수들이 살육되는 소리인가?


명섭의 발걸음도 서서히 빨라졌다. 빌딩 숲이 우거진 도심 깊숙이 들어갔다. 아주 작은 단층 건물이 보였다.


‘저길 들어가 볼까?’


명섭과 벨코르가 정문을 열고 진입했다.

내부는 익숙한 분위기였다.

매우 작은 모텔이었다. 하도 변색되고 오래되어 외부에서 봤을 때는 몰랐지만, 입구 계산대가 모텔임을 알 수 있었다.


“으음, 오랜만에 느끼는 냄새군.”


괴수의 사체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 늪지대에 처박힌 사체가 썩어가며 풍기는 냄새랄까.


명섭이 사체를 피해가며 나아갔다.

명섭과 벨코르가 좁은 복도를 지나 계단 앞에 섰다. 한 층을 더 올라가려던 그때, 어디선가 인기척이 들렸다.


“꿰...꿰엑...”


이게 무슨 소리지?

명섭이 뒤돌아 소리의 정체를 살폈다.

녀석은...


“아, 씨발 저거 뭐냐.”


숱한 전쟁을 겪었던 그조차 생전 처음 보는 괴수의 강림이었다.

게다가, 냄새가 장난 아니다.


“씻고 다녀라.”


괴수는 마치 사람과 짐승의 혼종처럼 보였다. 인간의 하반신에 거대한 짐승의 상반신을 가진 기괴한 모습이었다.


피부는 어둠 속에서 번들거리는 검푸른 색이었고, 근육이 불거져 나온 상체는 마치 쇠붙이처럼 단단해 보였다.


심지어 특이하게도 팔이 아닌 여러 개의 촉수가 나풀거렸다.


‘죽여야겠지?’


딱 봐도 죽이고 싶게 생겼다.

명섭이 벨코르를 향해 명령을 하려던 찰나, 어디선가 인기척이 들렸다.


‘누구지?’


시험 지원자 한 명이 모텔 건물에 진입한 것. 그 순간, 인기척을 느낀 괴수가 촉수를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뻗었다.


쉬이이익!


촉수는 정확히 한 사내의 심장을 뚫었고, 단말마의 비명만이 들렸다.


“커헉!”


촉수에 의해 가슴이 뚫린 지원자가 즉사했다. 아까 아빠에게 쌍검을 선물 받았다며 기뻐했던 녀석이었다.


자신이 금수저라며 아까부터 떠들어대더니, 결국엔 비참한 죽음이었다.


명섭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금수저 자식이 재수가 없었을지라도, 같은 인간이며 함께 싸우는 동료라 여겼다. 그렇듯, 인간들은 오직 하나의 목적을 위해 싸우니까.


“저 좆같은 새끼가.”


명섭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괴수의 촉수가 명섭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 순간, 촤아악!


깔끔하게 잘려나가는 촉수, 벨코르가 쌍도끼로 촉수를 모두 잘라버린 것이다.


“꿰... 꿰엑...”


촉수 괴수가 고통을 호소했다.

간단히 일을 끝낸 벨코르가 쌍도끼를 서로 맞부딪치며 갈아댔다.


[주인, 저 이의 피를 먹게 해주소.]


피에 환장한 벨코르의 소원이라면...


“벨코르, 저놈을 죽여서 가루로 만들어라. 그것도 모자랄 것 같으면 씹어 넘겨라. 그대에게 전하는 첫 임무이니.”


[벨코르, 받들겠소.]


***


한편, 명섭의 집에서는 헌터 시험에 관한 뉴스가 흘러나왔다. TV 속 앵커는 심각한 표정으로 헌터 시험에 관한 속보를 전했다.


“지금 들어온 긴급 속보입니다. 오늘 아침부터 시작된 헌터 자격시험에서 이미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입니다. 게이트 내부에서 진행된 이번 시험은 예년보다 더욱 위험한 괴수들이 출몰하며, 참가자들에게 극한의 생존 능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뉴스 속보가 전해지자, 다훈과 다솜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3명으로, 모두 강력한 괴수와의 전투에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생존한 지원자들은 아직 게이트 내부에서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이어졌지만, 다훈과 다솜의 귀에는 더 이상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사망자 발생’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맴돌 뿐이었다.


두 아이의 눈에는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고, 곧 울음으로 터져 나왔다.


“아빠... 아빠가...”

“으아아아앙! 아빠아아아아!”


서럽게 우는 아이들.

그리고 이사벨라가 아이들을 품에 안았다.


“걱정 말거라. 아빠는 세상에서 제일 강하니까.”


그렇듯, 이사벨라는 주인의 시야를 공유 받을 수 있었다. 주인의 시야에 보이는 처참한 광경은 그야말로...


아이들이 봐선 안 될 흉한 것들이었다.


***


더러운 촉수 괴수를 죽이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벨코르의 강력한 쌍도끼로 녀석의 몸을 분해했고, 그 뒤로는 파를 다지듯이 잘잘 썰어댔다.


“쾅쾅쾅쾅!”


도끼질로 괴수를 가루로 만들기 위해서는 꽤 많은 다듬질이 필요한 법.

그렇게 수백 번의 쌍도끼 질을 계속하다가, 명섭이 말했다.


“이제 그만해.”


첫 괴수 살육 성공.


명섭은 모텔 내부를 조용히 탐색하기 시작했다. 어둡고 좁은 복도를 따라 방마다 문을 열어보며, 또 다른 괴수의 흔적을 찾았다.


‘앞으로 이곳이 나의 거점이 될 거야. 일단 괴수를 모두 소탕해야겠지.’


높은 빌딩보다는 낮은 단층이 좋았다. 숱한 전쟁을 겪은 생존 본능처럼, 통제 가능한 공간 내부에서 휴식을 취하는 게 안전하다고 할까나?


“벨코르, 주의해. 이곳에 다른 녀석들이 있을 거야.”

[주인, 피의 냄새가 느껴지오.]


벨코르가 쌍도끼를 단단히 쥐고 앞장서서 걸었다.


명섭은 문이 약간 열려 있는 방 하나를 발견했다.


문 틈새로 끄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뭔가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


“저 방이다.”


명섭은 벨코르에게 고개를 끄덕여 신호를 주었다. 벨코르는 천천히 접근해 문을 발로 차고 방 내부로 진입했다.


콰앙!


방 안은 폐허와 다름없었다. 가구는 부서져 있었고, 바닥에는 괴수의 사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그리고 거대한 촉수가 뱀처럼 꿈틀대며 사체를 휘감으며 흡수하고 있었다. 식사중인가 보다.


“벨코르, 조져라.”


[받들겠소, 주인.]


순간, 커다란 촉수가 벨코르를 향해 쏜살같이 뻗어 나왔다.


쉬이익!

콰앙!


벨코르는 몸을 비틀며 쌍도끼를 휘둘러 촉수를 잘라냈다. 잘려나간 촉수에서 끈적끈적한 액체가 흘러나왔고, 괴수는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며 달려들었다.


“벨코르, 지금이다! 공격해!”


벨코르는 그대로 괴수에게 돌진했다. 쌍도끼를 번쩍 들어 올려 괴수의 몸통을 향해 내리쳤다.


콰직!

단 일격.

벨코르는 숨을 고르며 쓰러진 괴수를 내려다보았다.


[주인,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것 같소.]


잠시 안심한 그 순간, 벽 뒤에서 또 다른 인기척이 느껴졌다. 명섭은 재빠르게 반응해 벽을 향해 손을 뻗었다.


“벨코르! 벽 뒤에 있다!”


벨코르는 명섭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벽을 향해 돌진했다.

콰아앙!

벽이 부서졌다.

옆방에 있던 괴수는 이전 것보다 훨씬 거대했고, 촉수는 더욱 길고 날카로웠다.


“흐흠, 진화 단계 인가?”


아까의 것이 C급이었다면 이번에는 B급 정도 되는 괴수였다. 괴수판독기만 있다면 한결 수월 할 텐데, 그건 헌터 자격시험을 합격해야만 받을 수 있겠지.


“궤에에에에엑!”


녀석은 벨코르를 향해 여러 개의 촉수를 동시에 내뻗으며 공격해왔다.


벨코르는 전혀 물러서지 않고 쌍도끼를 휘둘러 촉수들을 잘라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촉수는 줄어들지 않고 끊임없이 나타났다.


[주인, 내게 광폭화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오.]


광폭화는 벨코르만의 특수 마법이었다. 민첩과 공격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는데, 광폭화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명섭의 마법력이 필요했다.

현재 명섭의 마법력은...


‘아직 여유가 있어.’


“좋아, 벨코르. 광폭화 마법을 사용해라.”


명섭이 광폭화 마법을 허락하자, 벨코르의 몸이 강렬한 붉은 빛으로 휩싸였다.


벨코르는 거대한 도끼를 더욱 강하게 쥐고, 눈앞의 촉수 괴수에게 돌진하며 외쳤다.


[내 안의 분노여, 폭발하라!]


그의 도끼가 괴수의 촉수를 갈랐다. 괴수는 필사적으로 반격을 시도했지만, 벨코르의 광폭화 된 힘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크아아아악!”


벨코르의 괴성이 방 안에 울려 퍼졌고, 잘려나간 촉수들이 바닥에 쌓여갔다. 벨코르는 주저하지 않고, 쉴 새 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벨코르, 끝을 내라!”


명섭의 명령에 따라, 벨코르는 마지막 힘을 다해 도끼를 내리쳤다. 도끼는 괴수의 중심부를 가르며 깊숙이 파고들었고, 괴수는 결국 반으로 갈라져 쓰러졌다.

벨코르가 쌍도끼를 어깨에 걸치며 말했다.


[벨코르, 임무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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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게이트에서 평화를 외치다.(1) 24.09.09 44 1 16쪽
14 영웅 따윈 관심 없수다.(3) 24.09.08 83 1 12쪽
13 영웅 따윈 관심 없수다.(2) 24.09.07 94 2 13쪽
12 영웅 따윈 관심 없수다.(1) 24.09.06 102 2 13쪽
11 뜻밖에 영웅(5) 24.09.05 115 2 15쪽
10 뜻밖에 영웅(4) +2 24.09.04 122 4 13쪽
9 뜻밖에 영웅(3) +2 24.09.03 134 5 12쪽
8 뜻밖에 영웅(2) 24.09.02 140 4 14쪽
» 뜻밖에 영웅(1) 24.09.01 160 4 12쪽
6 싱글대디가 되었다.(5) 24.08.31 164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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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싱글대디가 되었다.(2) 24.08.28 236 5 13쪽
2 싱글대디가 되었다.(1) +2 24.08.27 292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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