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안간 초월급 회귀자 헌터로 착각당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필빛
작품등록일 :
2024.08.27 18:29
최근연재일 :
2024.09.10 18:35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2,403
추천수 :
58
글자수 :
84,344

작성
24.08.30 18:35
조회
178
추천
3
글자
13쪽

싱글대디가 되었다.(4)

DUMMY

며칠이 흘렀다. 마법력을 회복할 만한 대체 물질을 찾지 못했지만, 그래도 하루하루 일상은 평범했다.


다훈과 다솜은 성녀 이사벨라를 매우 좋아했다. 며칠 사이에 아이들은 이사벨라를 ‘새엄마’로 인식했는데, 이사벨라의 따뜻한 음성과 자애로운 마음이 아이들을 품기에는 충분했다.


특히 엄마의 빈자리를 크게 느꼈던 아이가 다솜이었다. 생모는 명섭과 이혼 후 생이별을 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다솜은 이사벨라에게 많은 의지를 했다.


“새엄마! 머리 좀 손질해주세요!”


다솜의 머리 손질은 이사벨라가 맡았다. 이사벨라는 다솜의 머리를 부드럽게 빗으며, 능숙하게 머리를 땋아주었다.


“다 됐어, 다솜아, 공주님처럼 예쁘다.”

“헤헤. 너무 예뻐요, 새엄마!”


다솜이 환하게 웃으며 거울을 바라보았다. 조그마한 녀석이 자신이 예쁜 건 아는지 전신 거울 앞에서 공주 놀이를 해본다.


“아빠! 나 예뻐?”


다솜이 온갖 애교를 부리며 명섭에게 물었다. 명섭은 다솜의 애교에 살살 녹아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세상에서 제일 예쁘지. 우리 딸 누가 잡아갈까 걱정될 정도야.”

“헤헤!”


명섭은 다솜을 껴안으며 지난 생을 떠올렸다. 숱한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고아들, 명섭은 그런 아이들을 위해 이사벨라를 소환하여 극진히 보살폈다.


‘다솜처럼 예쁜 아이들이 참 많았지.’


“아빠, 무슨 생각해?”

“응? 다솜이 생각하지.”

“헤헤.”


다솜이 명섭의 품에서 내려와 이사벨라 곁으로 뛰어갔다. 이사벨라는 거실 한편에 앉아 아이들의 빨래를 정리하고 있었다. 이사벨라는 귀찮은 기색 하나 없이 다솜에게 웃음을 주었다.


‘아들은 뭐 하려나.’


명섭의 시선이 방으로 향했다. 다훈은 책상에 앉아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었다.


다훈 녀석의 꿈은 나중에 재벌이 되는 거라고 했다. 재벌이 돼서 아빠를 위해 많은 돈을 벌겠다고 했는데, 녀석도 이사벨라의 무한한 사랑으로 꿈을 넓혀가고 있었다.


‘참... 평화롭구나.’


언제까지 이런 평화로움이 지속될 수 있을까, 이런 평범한 일상과 행복을 처음 느껴보는 명섭에겐 평화조차 쉬이 허락되지 않은 사치처럼 느껴졌다. 예전 생의 평화는 찰나였고, 언제 깨질지 모르는 달콤한 꿈일 뿐이었으니까.


“오빠, 아이들 밥 먹여야죠.”


이사벨라가 빨래 정리를 끝내고 명섭에게 말했다. 명섭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저녁을 먹을 시간이었다.


“그래,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해줘.”

“네, 오빠.”


평범한 주말 저녁, 돈이 많다면 아이들과 함께 외식을 나가고 싶었지만, 이사벨라의 요리 실력은 아주 뛰어났기에 아쉽지는 않았다.


이사벨라의 지능은 S급 소환수로서 매우 높았다. 그래서 요리와 관련된 책을 모조리 섭렵했는데, 실력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었다.


뚝딱뚝딱, 거침없이 재료를 손질하고 볶는 이사벨라의 손놀림이 전장의 마술사와 같았다.


그렇게 한 끼를 차려낸 밥상을 보며,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와... 새엄마 잡채 진짜 맛있어요!”

“새엄마 최고!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천천히 먹으렴, 새엄마가 많이 해줄게.”


저녁을 먹은 후, 이사벨라가 전적으로 뒷정리와 설거지를 했다. 명섭은 손끝 하나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소환수를 대하는 자세는 매우 엄중할 수밖에 없었다. 정이 들면 안 되니까.


“이사벨라, 이제 아이들 재워야할 것 같은데. 늦었어.”

“네. 오빠. 샤워시키고 재울게요.”

“그래.”


이사벨라는 아이들의 취침 전까지도 책임을 잊지 않았는데, 바로 샤워였다.


이사벨라는 항상 아이들과 함께 욕실에 들어가 물장난을 치며 목욕했다.


명섭은 욕실 내부에서 들리는 아이들과 이사벨라의 음성을 들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참, 대단한 성녀라니까.”


명섭이 했다면 체력이 남아나질 않았을 터였다.


그렇게 씻기고 머리 말리고 동화책까지 읽어주고 난 뒤에 이사벨라의 하루 일과가 끝이 났다.


이사벨라가 거실 의자에 앉은 명섭에게 다가가 임무 보고를 했다.


“주인님, 아이들이 잠들었습니다.”

“그래, 고생했다. 가서 쉬어라.”

“네, 주인님.”


이사벨라가 침실로 들어갔다. 그렇다고 해서 소환수가 잠을 자진 않는다. 잠을 잘 필요도 없고 음식 따위도 필요 없다. 그저 주인의 명령을 대기하며 기다릴 뿐이었다. 방 한편에서 가만히 앉아 있는 이사벨라를 보며 명섭은 깊은 시름에 잠겼다.


“얼른 마법력을 회복해야 할 텐데 말이지.”


***


이사벨라의 존재는 명섭에 의해 탄생했다. 그래서 이사벨라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명섭의 마법력이 중요했는데, 날이 거듭될수록 마법력이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거 큰일이야.’


이사벨라가 사라져선 안 되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에테르를 대체할 만한 물질을 찾아야만 했다.


‘수치를 확인해볼까.’


홀로 빌라 옥상에 올라간 명섭이 주문을 외웠다.


“상태 확인.”


직업: 소환술사

상태: 올마스터(모든 소환수 소환 가능)

소환수: S급 이사벨라 (시간당 10MA 소모) (1/3)

마법력: 121/9999

경고: 마법력이 위험 수준에 근접. 지속적인 소환수 유지가 어려움.


‘음, 역시 위험 단계군.’


마법력이 현저히 낮았다.

이사벨라의 소환까지 남은 시간은 정확히 12시간. 시간당 10MA를 소모하는 이사벨라니까, 반나절밖에 남지 않았다는 뜻.


‘이런 젠장.’


이사벨라의 소환 해제는 그렇다 쳐도, 마법력 통이 너무 낮은 거 아닌가?

과거에는 이보다 훨씬 높았는데, 아무래도 고향이 아니라서 그런 거 같다.

그렇다면 SSR급 소환은 무리란 건데...


‘흐흠, 언젠가 마법력의 한계를 뚫어야겠어.’


방법이 나타나겠지?

아무튼, 곧 있으면 헌터 시험이 있을 때인데, 그때까지 마법력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빈 깡통에 불과한 존재였다.


명섭이 고심에 휩싸여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누군가 옥상에 올라왔다. 성녀 이사벨라였다. 이사벨라가 주인의 근심을 느끼고 옥상을 찾아온 것이다.


“주인님의 근심이 느껴져요.”

“이사벨라, 상태가 심각한 상황이야. 나의 마법력이 이제 12시간밖에 남질 않았어.”

“12시간 뒤라면...”

“이사벨라가 소환 해제된다는 거지. 혹시 지구에서 마법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지?”


명섭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사벨라에게 물었다. 물론, 알지는 못하겠지만.


“지구에서는 마법 헌터들이 마정석을 먹는다고 했어요. 혹시 마정석을 드셔보심이...”


내가 그걸 모르고 물었겠냐?


“마정석은 쓸모가 없어. 나의 마법력과 치환되지 않는 물질이야. 이미 시도해봤어.”


예전에 학교를 갔을 당시였다.

과학실에 있는 소량의 마정석을 슬쩍 먹어봤었다.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소환술의 마법력과 마정석이 호환되지 않는 것이다. 디젤 엔진에 휘발유를 넣은 꼴이었다.


“그렇다면, 음식을 드셔보시는 게 어떨까요.”

“음식?”

“지구에서는 음식에서 얻는 에너지가 중요하다고 해요. 특히, 고기와 같은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면, 마법력에 반응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음식이라...맞아, 고향에서도 전장에서 에테르를 소진하면 다른 대체 식품을 먹곤 했지. 비록 소량 회복밖에 되지 않았지만.”

“네, 주인님.”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분명히 있었다. 고향에서는 에테르를 대신하여 웜즈의 살덩이를 씹어 먹었다. 괴수 부산물인데, 그걸 먹으면 소량 회복하곤 했었다. 비록 맛은 더럽게 없었지만.


“그럼 얼른 준비해주게, 이사벨라.”

“네, 주인님. 받들겠습니다.”


한데, 이사벨라가 움직이지 않고 우두커니 서서 명섭을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래?”

“주인님.”

“뭐지?”

“죄송하지만, 냉장고에 남은 음식이 없습니다.”


명섭이 아무리 뛰어난 소환수라 해도, 없던 음식을 만들어낼 수는 없는 법.


“그럼 장을 보러 가야지. 시간이 없으니 빨리 다녀오자.”


***


명섭과 이사벨라는 다훈과 다솜을 데리고 집 근처에 위치한 대형 마트를 찾았다. 대형 마트는 근방 주민들이 모두 이용하는 곳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


“아빠, 오늘 뭐 사러 가?”


평소와는 다르게 아이들도 장을 보러 가는 상황이 신기한지, 두 아이는 잔뜩 들뜬 모습이었다.

명섭이 말했다.


“맛있는 거 많이 살 거야! 먹고 싶은 거 마음껏 골라.”


명섭은 이 순간만큼은 아이들이 행복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와아! 신난다!”

“아빠, 진짜 마음껏 골라도 돼?”

“그럼!”


아이들이 신이 났다. 명섭 품에 안겨 있길 좋아하던 다솜도 얼른 내려달라고 했다. 지천에 깔린 식료품과 다양한 먹거리에 아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걸 보던 이사벨라가 염려한 말투로 명섭에게 말했다.


“오빠, 너무 무리해서 식료품을 사면..”

“배수의 진을 친 거라고 보면 돼. 이곳에 있는 음식들 중에 나의 마법력을 올려주는 음식이 없다면, 어차피 너도 끝이고, 나도 끝이야. 마지막 식사라고 생각하자고.”

“네, 오빠.”


그때, 시식 코너 앞에서 군침을 흘리고 있는 다훈이 이사벨라를 보며 말했다.


“새엄마! 우리 이거 사면 안 돼요?”


새우튀김이었다. 냉동 새우튀김인데 어찌나 맛있게 노릇노릇 익었던지 자연히 입가에 군침이 돌았다. 명섭이 말했다.


“사가자. 모조리.”

“와아아아아!”


아이들이 시식 코너를 돌아다니며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모조리 맛보고 있었다. 아이들이 맛있어 하면 명섭은 무조건적으로 카트에 담았다.


그러길 한 시간, 카트에 물건을 담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이만하면 됐을까.”

“충분하다고 봐요, 오빠.”

“그래, 가자.”


카운터에 올려놓으니 바코드를 찍는 캐셔가 혀를 내둘렀다. 이 엄청난 식량, 마치 전쟁이라도 대비하는 모습이랄까.

그렇듯, 그 금액이 자그마치 백만 원 가까이 되었다.


‘그렇게나 많이 나왔나?’


영수증을 확인해보니 투뿔 한우 고기를 종류별로 다 샀다. 할인 행사를 해서 백만 원도 적게 나온 수준이었다.


“아빠, 우리 오늘 고기 구워 먹어요!”

“와, 나도 먹을래!”

“삼겹살 구워 먹을까?”

“네! 삼겹살 좋아요!”

“이사벨라, 애들 삼겹살하고 소고기도 구워 주자고.”

“네, 오빠.”


그렇게 오래된 트럭을 몰고 다시 집 앞 주차장에 도착했다. 양손 가득 짐을 들고 간신히 빌라 4층에 도착했다. 그것도 모자라 명섭은 다시 한 번 내려가서 짐을 들고 와야 할 정도였다.


“이사벨라, 부탁할게. 아이들과 나를 위해 요리를 해줘.”

“부탁이란 말은...”

“.....마지막이 될 수도 있잖아. 그동안 고마웠다고.”

“네, 주인님.”


***


집안에서 풀풀 풍기는 고기 냄새.

이사벨라는 4구 가스레인지에 후라이팬을 네 개나 사용하며 고기를 굽고 있었다. 하나는 삼겹살, 다른 하나는 목살, 그리고 투뿔 한우 채끝살과 등심.


이사벨라가 정성스럽게 구운 고기를 식탁 위에 올렸다. 노릇노릇 익은 고기 앞에서 아이들이 방방 뛰기 시작했다.


“아빠, 얼른 맛보고 싶어요!”

“저도요!”

“그래, 얼른 먹어보자. 이사벨라, 너도 얼른 앉아.”

“네, 오빠.”


그렇게 마지막 만찬이 될 수 있는 식사를 시작했다. 아이들은 그저 맛있는 고기를 먹는 시간이 신날뿐이었고, 명섭은 생존을 위협당하는 전쟁의 한복판에 선 기분이었다.


‘제발... 반응이 있길...’


명섭이 삼겹살 한 입을 집어먹었다. 그러자, 무언가 몸속에서 이상한 반응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처음 먹어보는 삼겹살의 맛이라 그런가?


‘이상하네, 왜 속이 꾸륵꾸륵 하지?’


명섭은 다시 한 번 삼겹살을 입에 넣어 씹었다. 이사벨라가 어찌나 삼겹살을 맛있게 구웠는지, 살짝 바삭하면서도 속은 촉촉했다. 소금장을 찍어 먹으면 단짠의 극치였다.

그 맛에 심취하여 마법력을 올리는 일 따위는 잠시 잊어버릴 정도였다.


“이사벨라, 살면서 이렇게 맛있는 고기는 처음 먹어봐.”

“삼겹살만 드시지 마시고 목살과 투뿔 채끝도 드셔보세요. 살살 녹을 거예요, 오빠.”


명섭이 투뿔 채끝살을 젓가락으로 집은 뒤 윤기가 잘잘 흐르는 파채에 얹어 한입에 넣었다.


‘와....’


더없이 황홀한 맛. 이런 맛을 위해서라도 마법력을 높여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심정이었다. 명섭이 채끝살의 가격을 살폈다. 한우 투뿔 대략 8만 원. 4인이 먹을 양도 아닌데 엄청나게 비쌌다.


“다훈아, 다솜아, 맛있니?”


아이들은 이미 먹는 것에 심취하여 아무런 말도 없었다. 어찌나 많이 잘 먹는지 보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를 지경이다. 마치, 부하들을 보는 사령관의 마음처럼.


‘이제... 확인을 해봐야겠지.’


육류를 섭취하고 마법력이 오른다면 얼마나 좋으랴. 명섭은 식탁에서 잠시 일어나 홀로 방 안으로 들어가 자신의 마법력이 올랐는지 확인했다.


그런데, 자신의 상태창을 확인한 명섭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마법력이... 증가했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별안간 초월급 회귀자 헌터로 착각당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 공지...죄송합니다.. 24.09.11 18 0 -
16 게이트에서 평화를 외치다.(2) 24.09.10 32 1 13쪽
15 게이트에서 평화를 외치다.(1) 24.09.09 43 1 16쪽
14 영웅 따윈 관심 없수다.(3) 24.09.08 82 1 12쪽
13 영웅 따윈 관심 없수다.(2) 24.09.07 94 2 13쪽
12 영웅 따윈 관심 없수다.(1) 24.09.06 101 2 13쪽
11 뜻밖에 영웅(5) 24.09.05 115 2 15쪽
10 뜻밖에 영웅(4) +2 24.09.04 122 4 13쪽
9 뜻밖에 영웅(3) +2 24.09.03 134 5 12쪽
8 뜻밖에 영웅(2) 24.09.02 140 4 14쪽
7 뜻밖에 영웅(1) 24.09.01 159 4 12쪽
6 싱글대디가 되었다.(5) 24.08.31 163 3 12쪽
» 싱글대디가 되었다.(4) 24.08.30 179 3 13쪽
4 싱글대디가 되었다.(3) 24.08.29 197 4 14쪽
3 싱글대디가 되었다.(2) 24.08.28 236 5 13쪽
2 싱글대디가 되었다.(1) +2 24.08.27 291 8 11쪽
1 프롤로그 24.08.27 314 9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