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사위가 매우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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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찰부대
작품등록일 :
2024.08.28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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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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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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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재판 당일

DUMMY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재판 당일이 되었다.


나는 잠에서 깬 후.

침대에 걸터 앉은채로 오늘 펼쳐질 재판을 머리속으로 그려보았다.


무상반품이 정상적인 거래가 아니라는 주장을 파훼하였고.

거래처별 반품비율 차이가 크므로 동종업계의 관행으로 보기힘들다는 주장도 항변서 제출과정에서 완벽하게 해명하였다.


따라서 남아있는 유일한 쟁점은 '입증 책임' 한 가지 뿐이었는데···

나는 혹여나 해당 질문이 날아올것을 대비하여, 심판관들 앞에서 어떤식으로 대답할지 노트에 정리해보았다.


그런 후···

재판장으로 출발하기 위해 샤워를 시작했다.


찬 물줄기가 머리부터 타고 내려와 발 끝으로 떨어지면서 정신이 재정비되었다.

결전의 날이 밝았다는 생각에 심장은 두근거리기 시작했고.

반드시 이기고 말겠다는 의욕이 불타올랐다.


법무팀장과 일대일 대결을 했던것도, 또 수많은 자료를 취합해서 항변서를 제출했던것도 모두 이날을 위해서였다.


'기다려라, 이소연. 이제 곧 너에게 다가갈테니···'


나는 마음을 굳게 다잡고 추황그룹 본사로 향했다.



###



오전 6시.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자 자리에 앉아있는 나필진 팀장의 모습이 보였다.


평소에는 오전 7시쯤이되어야 출근을 하는 그가 무슨일로 이렇게 일찍 출근한걸까 궁금하던 찰나···


사무실 안으로 들어온 나를 발견하고는 나필진 팀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이제 오나? 오 사원."

"네, 팀장님. 그런데 이렇게 이른 아침에 무슨일로···"

"그냥 잠도 안 오고해서 일찍 나와봤어. 잠은 푹 자고 왔나?"


평소에는 표정에 큰 변화가 없는 나필진 팀장이었는데··· 지금은 전혀 딴사람처럼 환하게 웃으며 말해주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내가 잘 자고 왔다고 답하자···

오늘같은 날에는 컨디션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서랍에서 청심환과 드링크를 꺼내주었다.


"자, 받아."

"감사합니다. 팀장님."

"이번일만 잘끝내고 와. 자네라면 잘 할거라고 믿네."

"네. 반드시 좋은 소식을 가지고 오겠습니다."

"마지막까지 방심하지말고 최선을 다해야돼. 국세청쪽에서도 최고의 엘리트들이 나올테니깐말이야."


그렇게 나필진 팀장의 격려를 받고 있는데···

곧이어 사무실의 문이 열리며 강채린 과장이 입장했다.


그녀는 핑크색 치마에 흰색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는데···

전투를 치르러 나가는 복장이 아니라 마치 나와 함께 소풍을 가는듯한 모습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나필진 팀장이 웃으며 말했다.


"강 과장이 의상에 힘을 줬구만."

"중요한 날이잖아요. 이런 날에는 더 신경써야죠."

"하하하하. 그렇게 깊은 뜻이 있었나?"

"그나저나 팀장님은 무슨일로 이렇게 일찍 나오신거예요? 설마··· 저희 응원해주시려고 나오신거예요?"

"응원은 무슨! 그냥 겸사겸사 나와본거지."

"팀장님도 참··· 농담이예요. 농담. 얼굴 빨개지신거봐."

"크흠··· 아무튼 얼른 출발들 해. 조금 있으면 차가 막히기 시작할거야. 최소 1시간 전에는 도착한다는 마인드로 출발하라고."

"네, 그럼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우리는 나필진 팀장님에게 인사를 드린 후.

서둘러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지하 2층으로 내려갔다.


그곳에는 강채린 과장의 붉은색 외제차가 주차되어 있었는데···

연봉이 1억 3천만원을 넘는 여자라 그런지 씀씀이가 남다른듯 하였다.


나는 강채린 과장의 옆자리에 착석한 뒤.

미리 준비해두었던 커피를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편의점에서 사온 2700원짜리 커피였다.


"커피 좀 드세요. 과장님."

"어머! 안그래도 커피 마시고 싶었는데 정말 고마워요. 수호씨."


강채린 과장은 특유의 매혹적인 눈웃음을 지어보이며 내 커피를 받았다.


순간 이 눈빛에 홀려 수많은 노총각들이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 목표는 오직 이소연뿐.'


나는 쓸데없는 생각은 지우고 운전을 맡아준 강채린 과장에게 고마움을 전달했다.


"제가 운전해야되는데 죄송해요. 아직 차가 없어서요."

"그런말 안하셔도 돼요. 그리고 수호씨는 KTX타고 가자고 했었잖아요. 제가 차 타고 가자고 고집부린건데요. 뭘···"


회사에서 세종시까지는 대략 1시간 30분거리···

나는 그 시간동안 준비한 서류를 재검토하고, 또 강채린 과장과 틈틈이 수다를 떨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차량은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었다.


"후우···"


현장에 도착하자 또다시 긴장감이 밀려왔다.


나는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뒤.

강채린 과장과함께 조세심판원이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



총 4개층으로 이루어진 조세심판원의 건물은 냉랭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아무래도 납세자와 처분청의 치열한 다툼이 발생하는 곳이다보니 그런것같았는데···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재판장에는 벌써 다른 사건의 심리가 이루어지고있었다.


대기실 의자에 앉아있던 강채린 과장이.

옆에 앉아있던 내 얼굴을 힐끗 바라보고는 궁금하다는듯 물었다


"수호씨."

"네, 과장님."

"수호씨는 긴장되지 않으세요?"

"조금 되긴하는데 이정도는 괜찮아요."

"그래요? 저는 긴장돼서 심장이 터질거같아요."


강채린 과장의 얼굴은 창백했다.

긴장을 정말 많이한것 같았다.

그녀는 복도를 걸어다니는 조세심판원의 관계자들을 둘러본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수호씨도 아시겠지만 다들 우리를 물어 뜯으려고하고 있어요."

"······"

"팀장님은 법무팀장님과 사이가 나빠져서 코너에 몰리셨고···"

"······"

"이런상황에서 세금환급 프로젝트마저 잘못되면 우리팀 전체가 위기에 빠질거예요."


나는 잔뜩 긴장한 강채린 과장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과장님."

"······"

"우리를 물어 뜯으려고 왔던 하이에나들이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돌아가게 만들테니깐요."


예전에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들었던 말이있다.

무언가를 이루기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던 사람에게서는 특유의 자신감이 나온다고···


나에게는 지금 그런 자신감이 있었다.


강채린 과장은 확신에 찬 내 눈빛을 바라보고는···

잠시동안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수호씨 얼굴보니깐 제가 괜한 걱정을 한거 같네요."

"······"

"우리 오늘 꼭 잘하고 돌아가요."



###



오전 9시 50분.

우리는 재판장 안으로 들어갔다.


재판시작 시간은 오전 10시였는데.

중대한 사건이다보니 벌써 몇몇 기자들이 재판장에 들어와 방청석에 앉아있었다.


나는 강채린 과장과함께 [청구인]측 자리에 착석했다.


그리고 잠시후.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들어오더니 이내 [처분청]이라는 글자가 적힌 좌석에 앉았다.


그들은 나와 눈이 마주치고는 경계심 가득한 눈빛을 보냈는데···

국세청 소속의 엘리트들이라 그런지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그들과 소소하게 기싸움을 이어가고 있는데···

곧이어 재판장의 문이 열리며 누군가 심판관님이 입장한다고 알려주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갖추었다.


그리고 잠시후.

마침내 1차 재판이 시작되었다.


오늘 재판은 국세행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국세청장이 요청하여 '조세심판관 합동회의'방식으로 열리게 되었는데···

그런이유로 재판장에 출석한 심판관의 수는 무려 13명이나 되었다.


고위공직자 출신의 상임심판관들.

그리고 교수 및 회계사 출신이 주류를 이루는 비상임심판관들.


그들이 맞은편 자리에 착석한 가운데···

1차 재판의 핵심이라 불리는 의견진술이 시작되었다.


먼저 발언권을 얻은 것은 우리였다.


나는 주어진 시간동안···

어째서 과세관청의 처분이 부당한지 논리정연하게 설명하였다.


추황의료기기의 무상반품은 수술의 귀책사유를 밝히기 어렵고···

또 업계의 관행이 잡혀있기에 우리로써는 어쩔수 없었다는게 항변의 주요내용이었다.


그러자 다음 발언권을 획득한 처분청의 법무과장이···

자신들의 처분이 어째서 정당한지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설명하였다.


회계적 지식이 풍부하지 않으면···

양측중에서 누구의 말이 맞는지 도무지 알수 없을 정도로 애매모호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오늘 재판에 참석한 심판관들은 모두들 베테랑아닌가···

그들은 사건의 쟁점을 빠르게 파악하였다.


양측의 의견진술을 번갈아 들은 후.

세무사 경력을 25년이나 지닌 비상임심판관이 질문을 던졌다.


"추황의료기기측 대리인."

"네."

"인공 관절의 업계 특성상 수술실패시 그 귀책사유가 어디에 있는지 밝히기 어렵다고 하셨죠?"

"그렇습니다."

"이유가 뭐죠?"

"인공관절 수술의 실패는 제품 원인, 기계적 원인, 환자관련 원인, 의원성 원인 등 그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누구의 잘못으로 수술이 실패했는지 단정지을수 없기때문입니다."


내 대답을 들은 심판관이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으며 말했다.


"하지만 과세관청의 주장은 전혀 다르네요···"

"······"

"과세관청의 조사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

"추황의료기기의 인공관절은 양산형 제품이 아니라 환자 맞춤형으로 제작된 것이며···"

"······"

"또한 제품 출고 전에 인체적합성, 멸균, 밀폐 포장등에 대해 전수검사를 진행하므로···"

"······"

"추황의료기기가 공급한 제품에 하자가 발생할 확률은 매우 낮다고 보고 있습니다."

"······"

"그리고 더 나아가 추황의료기기의 내부자료를 살펴본 결과."

"······"

"추황의료기기 연구팀이 수술실패로 반품된 제품을 분석한 후."

"······"

"[제조결함 확인 안됨]이라고 기재하거나 [의사 부주의에 의한 사용자 과실로 판단됨]이라고 기재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

"그러므로 추황의료기기는 수술실패의 책임이 거래처에 귀속된 상황에서도 무상으로 제품을 교환해준 것이며···"

"······"

"이를 매출채권의 임의포기로 보아 세금을 부과한 것은 정당한 처분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이에 대해 하실말씀이 있습니까?"


내 예상대로 과세관청은 최후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그 무기는 심판관의 입을 통해 나에게 도달했다.


하지만 나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미리 준비해놓았으므로···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답하였다.


"존경하는 심판관님!"

"······"

"대법원의 판례를 보면 과세요건 증명사실의 책임은 과세관청에게 있다고 볼수 있으며··· 또한 그 증명은 구체적이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

"그러한 관정에서 볼때···"

"······"

"과세관청은 수술실패의 원인중 거래처의 책임이 몇%인지··· 그리고 더 나아가 추황의료기기의 무상반품액중 몇%가 매출채권의 임의포기인지에 관하여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

"만에하나 그런 입증이 불가능하다면··· 최소한 무상반품의 대부분이 접대비라는것 정도는 입증을 해야할 것입니다."

"······"

"하지만 과세관청은 그러한 구체적 증명 없이···"

"······"

"추황의료기기 내부자료중 극히 일부자료를 근거로 무상반품액 전체를 접대비로 추정하고 세금을 부과하였습니다."

"······"

"따라서 추황의료기기에 대한 세금부과는 명백히 부당한 처분이었으며··· 이를 환급해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리는 바입니다."


내가 대답을 끝마치자···

재판장 안에 기분좋은 바람이 불어왔다.


재판에 참석한 심판관들도.

우리와 맞상대하기 위해 참석한 처분청 소속 법무과장도.

옆자리에 앉아있는 강채린 과장도.


모두가 놀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있었다.


잠시후.

1차 재판이 끝나는 순간.


함께 참석한 강채린 과장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수호씨··· 정말 너무 잘하셨어요. 그리고 너무 멋있었어요."





작가의말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건과 판례는 소설의 재미를 위해 만든 허구입니다. 또한 대한민국의 행정절차 및 법령과 다소 상이한 부분이 있을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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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2화. 전략기획실 입성 24.09.08 409 6 14쪽
12 11화. 늦게 피는 꽃 24.09.07 422 7 15쪽
11 10화. 인사발령 공고 24.09.06 431 6 12쪽
10 9화. 표창장을 받았다 24.09.05 445 5 15쪽
9 8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24.09.04 436 5 13쪽
8 7화. 한 걸음 더 가까이 24.09.03 456 6 13쪽
7 6화. 반드시 너에게 도달하겠다 24.09.02 454 6 12쪽
6 5화. 내 목표는 이소연뿐. 24.09.01 474 9 13쪽
5 4화. 제 짧은 소견으로는··· 24.08.31 489 8 13쪽
4 3화. 아름다움을 떨어뜨리셨네요. 24.08.30 503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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