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급 정령이 농사를 너무 잘함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새글

오운(五雲)
작품등록일 :
2024.08.28 20:52
최근연재일 :
2024.09.18 22:2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6,593
추천수 :
989
글자수 :
129,323

작성
24.09.14 22:20
조회
782
추천
37
글자
12쪽

20화

DUMMY

인간들에게 오래전부터 신화란 게 존재하듯 정령계에도 신화란 존재했다.


세계수와 관련된 수많은 신화.


그중 손에 꼽히는 신화가 바로 세계수의 태양이었다.


세계수의 태양이라 불리는 존재는 세계수의 태양임과 동시에 정령계의 태양이라고도 불렸다.


정령계와 세계수가 위험에 처할 때마다 나타나 위험으로부터 지켰다는 세계수의 태양.


어떠한 악의 존재든, 어떠한 위기든 세계수가 위험하다면 수호자 타이스를 비롯한 동료들과 함께 반드시 막아냈다고 한다.


그의 진정한 모습을 본 정령들은 하나 같이 입을 모아 말했다.


세계수의 곁을 지키는 존재 중 가장 무서운 존재는 몰라도 가장 강한 존재는 세계수의 태양이라고 말이다.


세계수의 수호자이자 정령 중에서 손꼽히는 강자인 타이스조차 한 수 접는다는 세계수의 태양.


그러나 어째 포포팜에 굴러떨어진 세계수의 태양은 상태가 조금 이상했다.


[세계수의 태양]

[등급: S등급]


“이상하다 등급은 S등급이 맞는데?”


의심 가득한 눈으로 대놓고 쳐다봐도 죽은 동태 눈깔을 하며 흐리멍덩하게 눈을 마주쳤다.


생전 이렇게 멍청한 눈빛은 처음 볼 정도였다.


닭도 멍청함의 대명사란 이미지 때문에 만만할 것 같아도 실제론 아니었다.


카리스마 있는 눈빛에 사납기까지 한 성격.


시골에 풀어놓고 키우는 닭은 크기도 도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좀 더 크고 위엄있었다.


어릴 적부터 시골에서 자라온 한성이 이걸 모를 리가 없었다.


닭이야 어릴 때 질리도록 봤지만, 이런 죽은 동태눈깔은 본 적이 없었다.


우선 자의든, 타이든 보금자리로 선택한 이상 같이 살 수밖에 없었다.


이름도 모르는 상황이기에 한성이 조심스럽게 세계수의 태양에게 말을 걸었다.


“이름이 뭐야?”


워낙에 멍청한 눈빛 때문에 절로 나오는 반말.


얼마 전 타이스 경우도 뚱뚱한 고양이의 모습을 하고 있어 친숙하고 귀여운 외모를 자랑했지만, 숨겨진 힘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래서인지 겉으로는 귀여운 외모였으나 엄청난 아우라가 느껴졌다.


하지만 그 어떤 아우라는커녕 대화도 불가능할 것 같은 눈을 한 눈앞의 존재.


“예? 방금 뭐라고 하셨죠?”


보는 사람 정신 사납게 고개를 까닥거리며 되묻는 세계수의 태양.


확실히 상태가 이상했다.


“이, 이름이 뭐냐고.”


“······”


이름을 묻는대도 한참을 고민하는 눈앞의 존재에 슬슬 열불이 터지기 시작했다.


10초가 넘는 정적.


마치 한성과 포포에겐 지금의 10초가 10분처럼 느껴졌다.


‘이걸 왜 고민하는 거야? 설마 자기 이름도 몰라?’


드디어 오랜 침묵 끝에 입을 연 세계수의 태양.


“예? 방금 뭐라고 하셨죠?”


“너는 그냥 네 맘대로 해라.”


바로 이어진 한성의 포기 선언.


그 어떠한 미련도 없이 한성이 뒤돌았다. 안 그래도 해가 뜨지 않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상태.


그 와중에 이름만 거창한 세계수의 태양이란 놈이 나타나 속을 뒤집자 폭발 직전까지 갔다.


그런 와중에도 눈치 없이 따라와 속을 더 긁어댔다.


“예? 뭐라고 하셨죠?”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처음으로 포포팜을 만들고 스트레스라는 것을 받은 한성이었다.


오랜만이었다. 답답한 고객들이나 진상들을 상대하며 느꼈던 지끈거림이 말이다.


“그럴 리가요? 분명 이름을 물어보셨는데요?”


소름 돋는 반전에


‘이 새··· 일부러 지금!’


순간 욱해서 세계수의 태양이고 뭐고 바로 냄비에 물을 올릴 뻔했다.


세계 최초로 정령으로 삼계탕을 시도할 뻔한 한성이 마지막 인내심을 쥐어짰다.


“다시는 안 물어봐, 이름이 뭐냐고?”


“······”


또다시 이어지는 침묵.


이번엔 한성이 참지 않고 압박했다.


“삼 초 만에 대답해! 삼! 이!”


“······”


그럼에도 이어지는 침묵.


“일!”


“예? 방금 뭐······”


“넌 그냥 이제 삼초야. 당장 내 눈앞에서 꺼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말을 낚아챈 한성이 그대로 이름을 정해버렸다.


정령계에 전설로만 내려오는 신화의 존재, 세계수의 태양.


그러나 그의 새로운 이름은 삼초였다.


이후 포포도 이상해진 삼초에게 어색해하다가 다가와 대화를 시도했으나 반응은 한성과 똑같았다.


“포오! 포포포!”


“혹시 저희 정원사 포포를 아시나요?”


“포오?”


눈앞에 두고도 자신을 아냐고 묻는 삼초의 말에 포포가 열심히 설명했다.


포도송이 같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기도 하고 딸기를 가져와 자신이 세계수의 정원사임을 알려주기도 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혹시 저희 정원사 포포를 아시······”


“포오! 포! 포! 포!”


화딱지가 나버린 포포가 분함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버둥거리며 분노를 표출했다.


레드엑스 길드의 습격으로 딸기밭이 망가졌을 때와 비견될 정도의 엄청난 분노.


한참을 씩씩댄 포포가 삼초를 투명 인간 취급하며 분노의 딸기 먹방을 시작했다.


“어허, 폭식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습관은 좋지 않아.”


그제야 처음 타이스가 나타났을 때 삼초에 대해 언급하며 짜증을 냈던 것이 떠올랐다.


‘이래서 그렇게 화를 냈던 거군. 나 같아도 옆에 있다가 같이 돌아버렸겠다.’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옆에 사람 미쳐버리게 만드는 존재가 새로운 가족이 되었다는 것이다.


“돌아버리겠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한성이 다시 스마트폰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아, 앞으로 이틀은 더 해가 안 뜰 것 같은데.”


기상청 사이트를 아무리 쳐다본다 한들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이래서 한해 농사 결과는 하늘에게 맡긴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당연히 농부의 노력과 성실함은 기본이었다.


하지만 병충해와 기후 같은 부분은 사람의 노력으로 어찌 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새삼 처음으로 자연은 인간의 힘으로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책이나 교과서에서나 나올 법한 생각을 절로 하게 되네.”


힘없는 딸기 잎과 허브들을 보며 포포도 덩달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언제나 해맑고 씩씩한 포포였으나 자신이 기르는 작물들이 힘이 없자 어깨까지 축 처지며 기운이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지는 모르겠으나 식욕에는 어떠한 영향도 없다는 것이었다.


“하아, 포오······”


세상 근심과 걱정을 다 끌어안은 듯한 표정을 지었으나 입은 멈추지 않았다.


츄륵!


크게 딸기를 베어 물자 눈치 없게도 상큼한 과즙이 입안을 타고 흘렀으며 새콤달콤한 맛을 자랑했다.


한숨 한번 내쉬고 딸기 한입.


또다시 한숨 한번 내쉬고 딸기 한입.


“하아, 포오······”


귀여운 건지 이상해진 건지 구별이 잘되지 않았다.


라비들과 푸르도 상황은 비슷했다.


농사를 사명으로 하는 정령들답게 아픈 것처럼 기운이 없었고 심지어는 라비들 중엔 병가나 휴가를 내는 사태도 벌어졌다.


“이게 다 저놈 때문이야.”


자신도 모르게 시선이 삼초에게 갔다.


저 멍청한 눈빛만 봐도 머리가 지끈거리고 스트레스가 생겼다.


삼초 때문에 날씨가 안 좋은 건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탓하고 싶고 주는 거 없이 미웠다.


시골에 풀어놓은 닭처럼 삼초는 고개를 까닥거리며 이곳저곳을 알아서 돌아다녔다.


삼초의 멍청한 발걸음은 딸기 동과 허브 동에도 향했다.


마지막으로 허브 동까지 둘러본 삼초가 눈을 지그시 감았다.


“서, 설마!”


이전과는 다른 행동에 한성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기대에 찬 눈빛을 보냈다.


지금까지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정령 부르기를 통해 새로운 정령이 포포팜에 등장했다.


그리곤 새로운 정령은 언제나 위기를 해결하고 포포팜에 전화위복을 가져다줬다.


심지어 이름까지 맞아떨어졌다.


연이은 흐린 날로 햇빛이 부족한 상황에서 등장한 세계수의 태양.


“이제 보여주는 거야? 세계수의 태양!”


하지만 반전은 없었다.


“쿠우우······”


눈을 감은 것은 그저 졸렸을 뿐.


“이 새······ 더는 못 참아! 복날 지났어도 오늘 닭 잡는다!”


옆에 잡히는 것을 아무거나 집어 들었다.


마침 손에 잡힌 것은 농장 주변에 농기구들과 널브러져 있던 쇠 파이프.


바로 레드엑스 길드 습격 사건에 한성이 들었던 그 쇠 파이프였다.


“주, 죽인다!”


분노에 찬 한성이 쇠 파이프를 집어 드는 과정에서 옆에 있던 삽과 농기구들이 우당탕 소리를 냈다.


그 바람에 놀라 눈이 번쩍 떠진 삼초.


그대로 날아올라 딸기 동과 허브 동을 차례로 들어갔다.


“뭐야, 날 수 있었어? 하긴 닭도 날기야 날 순 있지······”


먼저 들어간 딸기 동이 갑자기 강한 조명이라도 켠 듯 밝아졌다.


푸다다닥!


이후 허브 동으로 들어가는 삼초를 한성과 포포가 따라갔다.


“뭐야, 저거!”


허브 동에 들어가자 천장에 닿을 정도로 높게 날아오른 삼초가 보였다.


촤아아아악!


공중에서 날개를 펼친 삼초.


삼초의 깃털이 화살처럼 쏘아지며 천장 이곳저곳에 흩어져 떠 있기 시작했다.


동시에 삼초와 깃털에서 엄청난 빛이 쏟아졌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놀라기는 일렀다.


곧바로 반응하며 허브들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일이야! 드디어 네가 존재의 의미를 보여주는구나!”


기쁨이 가득한 표정으로 한성이 포포를 끌어안고 먼저 삼초가 들른 딸기 동으로 달려가 확인했다.


역시나 마찬가지로 삼초의 깃털이 여기저기 흩어져 공중에 떠 있었다.


빛나는 깃털이 순식간에 부족했던 광량과 온도를 맞추며 생기가 돌기 시작하는 딸기들.


시들했던 잎은 어느새 생기를 찾으며 파릇파릇함을 자랑했다.


“포포야, 네 친구가 정신을 드디어 차렸나 보다!”


한성의 말에 감격한 포포가 고개를 격하게 흔들었다.


“포오! 포포!”


터벅! 터벅!


보고도 믿기지 않는 삼초의 능력에 감탄한 한성과 포포가 기적이라도 목격한 듯 천천히 밖으로 나와 조심스럽게 허브 동으로 돌아갔다.


“미, 믿습니다!”


“포, 포포포!”


두 번 다시는 세계수의 태양을 의심하지 않겠다는 한성과 포포과 회개라도 하듯 열심히 찬양했다.


촤라라락!


멋지게 날개를 접고 바닥에 착지한 세계수의 태양.


지금 눈빛은 처음 보여줬던 죽은 동태 눈깔과는 사뭇 달랐다.


이글거리는 태양처럼 빛났으며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


“여, 역시! 세계수의 태양!”


척!


세계수의 태양이 뒤를 돌아 자신이 보여준 기적의 산물인 깃털들을 바라봤다.


꿀꺽!


절로 마른침이 삼켜졌고 혹시라도 침 삼키는 소리마저 너무 크게 들릴까 싶어 조심스럽게 숨을 죽였다.


“저······”


원래 모습으로 돌아간 후 처음 입을 연 세계수의 태양.


그의 시선은 아직 공중에 떠서 허브를 비추고 있는 깃털들 쪽으로 향했다.


“마, 말씀하시지요!”


척!


한성의 말에 다시 돌아온 고개.


“저게 뭐죠? 새로 나온 조명인가요?”


다시 마주친 삼초의 눈은 어느새 죽은 동태 눈깔로 돌아와 있었다.


“뭐?”


“예? 방금 뭐라고······”


“튀어!”


“포오!”


삼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포포를 끌어안고 한성이 후다닥 허브 동을 뛰쳐나갔다.


“저 정신 나간 놈, 해까닥하고 난리야!”


“포오오오!”


삼초의 충격에 충격을 더한 모습에 이목이 쏠렸으나 잊고 있었던 게 있었다.


바로 부족했던 햇빛과 온도가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물론 삼초의 속 뒤집는 모습 때문에 전혀 고마움을 느낄 새가 없었다.


그런 삼초를 피해 농장 밖으로 피신한 한성에게 기다리던 알림이 떴다.


[정령 품종 개량이 성공합니다.]

[정령의 바질]

[정령의 로즈마리]

[정령의 타임]

[정령의 파슬리]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S급 정령이 농사를 너무 잘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시간 안내: 매일 오후 10시 20분으로 고정하겠습니다. 24.09.06 621 0 -
24 24화 NEW 21시간 전 346 20 12쪽
23 23화 +1 24.09.17 495 27 13쪽
22 22화 +2 24.09.16 614 31 12쪽
21 21화 +2 24.09.15 693 31 12쪽
» 20화 24.09.14 783 37 12쪽
19 19화 +2 24.09.13 840 38 13쪽
18 18화 +2 24.09.12 923 39 13쪽
17 17화 +1 24.09.11 986 37 11쪽
16 16화 +2 24.09.10 1,010 36 11쪽
15 15화 +2 24.09.09 1,042 39 12쪽
14 14화 +1 24.09.08 1,053 39 12쪽
13 13화 +1 24.09.07 1,125 39 12쪽
12 12화 +1 24.09.06 1,180 45 12쪽
11 11화 +2 24.09.06 1,259 43 11쪽
10 10화 +1 24.09.05 1,255 42 12쪽
9 9화 +1 24.09.04 1,256 45 12쪽
8 8화 +4 24.09.03 1,273 48 12쪽
7 7화 +2 24.09.02 1,303 47 13쪽
6 6화 +2 24.09.01 1,343 47 12쪽
5 5화 +2 24.08.31 1,372 45 11쪽
4 4화 +1 24.08.30 1,423 49 12쪽
3 3화 24.08.29 1,516 49 12쪽
2 2화 24.08.29 1,613 56 12쪽
1 1화 +3 24.08.29 1,881 6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