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급 정령이 농사를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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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운(五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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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8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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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DUMMY

마나의 근원이자 모든 생명의 기원.


세계수.


신화 속에서나 전해지던 세계수는 정령계와 이어진 게이트 어딘가에 확실히 존재했다.


그 증거가 세계수의 정원사 포포.


포포와 마찬가지로 세계수엔 그 곁을 지키는 존재들이 있었다.


이번에 포포가 부른 정령은 세계수의 수호자 타이스.


세계수의 곁을 지키는 존재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강함과 무서움을 자랑했다.


우우우우우우웅!


포포의 외침에 거대한 초록색 게이트가 열렸다.


압도적인 힘이 게이트 너머로 느껴졌으며 그에 걸맞은 거대한 크기로 위엄을 보여줬다.


어마어마한 크기에 모두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멍하니 바라만 볼 뿐이었다.


맹수라도 만난 사냥감처럼 두 다리는커녕 손 하나 까딱하는 것조차 하지 못했다.


숨 쉬는 것조차도 허락하지 않는 위압감.


털썩!


레드엑스 길드의 보스를 제외한 나머지 셋은 버티다 못해 다리에 힘이 풀려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게이트가 점점 줄어들며 타이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긴 시간 동안 사라져 예상은 했지만, 아예 모든 힘을 잃어버렸군.”


위엄 가득한 목소리.


지금껏 포포가 불렀던 정령들과 달리 타이스는 언어를 사용했다.


한성은 타이스의 말이 귀로 들리는 것이 아니라 음성이 머릿속을 타고 흘러들어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것은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이 똑같이 느꼈으며 정령어로 말하는데도 불구하고 인간의 말처럼 또렷이 들렸다.


“포!”


한성의 분노에 찬 목소리와 다친 딸기들로 감정이 격해졌던 포포가 타이스의 목소리에 방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드디어 등장한 세계수의 수호자 타이스.


척!


‘얼마나 거대한 정령일까?’


조금 전까지의 거대한 게이트를 떠올리며 한성이 마른침을 삼켰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등장한 것은 평범한 고양이 한 마리였다.


특이한 것 하나 없는 평범한 고양이.


밝은 갈색 털을 가진 고양이는 그나마 눈에 띄는 점이 있다면, 포포만큼이나 살이 찐 비만 체형이라는 것이다.


‘웬 뚱냥이?’


두 눈을 의심하며 눈을 열심히 깜박거리고 하고 눈을 비벼 보기도 했다.


하지만 영락없이 거대한 게이트를 이용해 넘어온 존재는 평범한 살찐 고양이였다.


“포포포!”


그런 고양이에게 후다닥 달려가는 포포.


오랜만에 본 친구를 반가워하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아직 두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했으며 콧물 자국이 뚜렷했다.


그런 포포를 보고도 하악질부터 하는 고양이.


“네가 사라지는 바람에 우리가 얼마나 고생하는지 알아?”


타이스가 바로 앞발을 들어 열심히 휘둘렀으나 짧디짧은 통통한 다리로는 포포를 건드릴 수 없었다.


“포포포포!”


그러거나 말거나 방끗 웃는 포포의 모습에 타이스가 한숨을 쉬며 앞으로 나섰다.


‘어? 한 마리가 아니네?’


뒤뚱거리는 어미 고양이 타이스 뒤에 두 마리의 새끼 고양이가 쪼르르 따라 나왔다.


엄마인 타이스를 쏙 빼닮아 털 색깔은 물론 뚱뚱한 체형까지 물려받은 새끼 고양이와 정반대로 날렵한 체형을 자랑하는 검은색 새끼 고양이이었다.


“포!”


마찬가지로 반갑게 인사하는 포포와 그런 포포에게 안기는 두 마리의 새끼 고양이.


예상치 못한 장면에 모두가 멍한 채 바라만 보다 레드엑스 길드가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


“고, 고양이? 지금 장난해? 야 이 새끼들아, 안 일어나고 뭐 하고 있어!”


그의 외침에 주저앉아있던 셋도 엉거주춤 일어나며 무기를 들었다.


“저깟 살찐 뚱뚱한 고양이가 뭐라고 등신같이 주저앉아!”


정신을 차리고 부하들을 일으킨 것까지는 좋았다.


다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을 내뱉어버렸다.


“뭐? 살찐 고양이?”


순간 눈썹이 움찔한 타이스.


그대로 참지 못한 타이스가 크게 소리치며 분노를 표출했다.


“나는 뚱뚱한 게 아니라 조금 통통한 거야!”


보기엔 이래도 S급 이상의 정령.


소리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뭐, 뭐해 족쳐!”


이판사판이 되자 레드엑스 길드의 네 명 전부가 일제히 달려들었다.


그러자 새끼 고양이 두 마리가 총총 앞으로 뛰어나왔다.


당황한 한성이 소리치며 막으려 했으나 E급인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아, 안 돼! 위험해!”


이미 늦어버린 상황에 한성이 두 눈을 질끈 감으려는 그 순간.


화르르륵!


엄청난 불길에 휩싸인 두 마리의 새끼 고양이가 힘을 해방하며 진정한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한 두 마리의 호랑이.


힘을 해방해도 덩치가 유달리 큰 밝은 갈색의 호랑이와 검은색 털을 가진 호랑이가 순식간에 넷을 제압했다.


“크아아아아악!”


제대로 된 반격조차 못 하고 찰나의 순간에 승부가 끝나버렸다.


‘가, 강하다!’


두 마리의 호랑이는 살면서 한성이 본 존재 중 각성자를 통틀어도 가장 강한 존재였다.


저벅! 저벅!


피를 흘리고 쓰러진 넷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는 타이스.


“인간이면서도 같은 동족을 제법 죽였구나. 피 냄새가 머리가 아플 지경이야.”


거리가 좁혀질수록 타이스의 미간도 점점 더 찌푸려졌다.


“그런 네놈들이······”


발걸음을 멈춘 타이스가 그대로 호통을 쳤다.


“감히 정원사의 땅을 더럽히다니!”


순간 힘을 해방해 본 모습을 드러낸 타이스였다.


귀여운 고양이는 사라지고 나타날 때 사용했던 거대한 게이트와 똑같은 크기로 변한 호랑이가 네 사람을 내려다봤다.


“아아아악!”


타이스의 호통에 전부 머리를 부여잡고 괴로워하는 네 사람.


호랑이의 울음소리에 사냥감을 얼어붙게 하는 저주파가 담겨있듯 타이스의 호통에 정신이 무너지고 말았다.


“이곳을 잊고 앞으로 평생 바보처럼 살거라.”


타이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네 사람은 거품을 물고 의식을 잃었다.


퍼엉!


귀찮은 듯 타이스가 곧바로 작은 고양이의 모습으로 돌아오자 포포가 엄지손가락을 내밀었고 한성도 다가와 감사함을 표했다.


상황이 마무리되자 박 과장도 슬금슬금 다가오며 한성과 포포가 다치지 않았는지 살폈다.


“네놈이 정원사가 고른 인간이구나. 쯧! 아직 힘도 못 깨웠어.”


무심하게 한성을 쳐다보며 위아래로 시선을 훑었다.


“저, 무슨 말인지?”


아직은 그 말뜻을 이해할 수 없는 한성이 고개를 갸웃하자 타이스가 귀찮은 듯 고개를 돌렸다.


“너 따위는 지금 알 것 없다, 그나저나······”


시선을 돌리자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채 환하게 웃고 있는 포포의 얼굴이 보였다.


“여전하구나, 네 녀석은.”


“포!”


훌쩍대며 그저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반가운 포포였다.


“이제 막 힘을 찾기 위한 준비를 하는 듯한데, 서둘러라. 덕분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니.”


세계수의 정원사와 수호자.


한성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요? 포포에 대해 알고 싶어요!”


“하찮은 인간한테 일일이 알려줄 이유는 없다!”


날카롭게 반응하는 타이스를 보며 포포가 가슴을 내밀며 한성에게 화를 내지 말라는 반응을 보였다.


물론 눈물 콧물 범벅이 된 포포의 얼굴은 전혀 위엄 따윈 느낄 수 없었다.


“세계수가 시들어가는 게 하루 이틀인 줄 아느냐, 그것보다 닭대가리가 문제지! 명색이 세계수의 태양이란 놈이 아예 바보 등신이 됐어!”


“예?”


“그래! 차라리 조만간 그놈을 여기로 보내지! 네놈과 있으면 그래도 상태가 좀 나아질 거다.”


계속된 영문을 알 수 없는 타이스의 말에 한성이 눈만 끔뻑거리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곧 갈 것같이 말하는 타이스의 말에 포포가 어깨를 잡으며 가지 말라는 표정을 지었다.


“포!”


훌쩍이며 애절한 표정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타이스는 게이트를 다시 열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우우웅!


마찬가지로 올 때처럼 거대한 게이트가 열렸다.


“포오······”


서운해하는 포포가 시무룩한 표정을 짓자 타이스가 다가와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해해라, 사명을 위해 가는 것이니. 대신 내 자식들을 여기에 두고 갈 테니.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오지.”


그럼에도 포포는 꽉 쥔 타이스의 털을 놓지 않았다.


“알았다, 조만간 또 보러 오겠다. 종종 놀러 오지.”


그제야 포포가 꽉 쥔 손을 놓으며 활짝 웃었다.


“포포포!”


“약속하지, 그리고 우리에게 돌아왔으니 두 번 다시 울 일 없을 거다.”


무심한 듯 말했으나 타이스의 눈빛에서는 애정이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가기 전 한성에게 고개를 돌리며 귀찮은 듯 말을 내뱉고 몸을 돌렸다.


“우리 정원사다, 두 번 다시 울리는 건 용서 못해.”


겉모습은 귀여운 살찐 고양이였으나 진정한 모습을 본 터라 한성이 말을 더듬었다.


“자, 잘 보살피겠습니다.”


태도나 말은 늘 무뚝뚝해도 마음은 따듯한 타이스였다.


“내 아이들과 계약해라. 도움이 될 거다.”


터벅터벅 걸으며 조용히 돌아가는 타이스를 향해 포포가 어깨가 빠지도록 손을 흔들었다.


“포포포포!”


“그래, 가마.”


우우우우우우웅!


이윽고 게이트가 사라졌지만, 포포는 타이스가 사라진 쪽을 한참이나 바라봤다.


“포?”


한성이 조용히 다가와 포포를 뒤에서 안아줬다.


“친한 친구였나 보네?”


다정한 한성의 목소리에 포포의 우울한 기분이 풀리며 즐거운 목소리로 돌아왔다.


“포!”


“농장은 조금 부서졌지만, 그래도 딸기는 무사히 지킬 수 있었어. 다행이야.”


“포포포포포!”


자신이 든든한 친구를 불러 농장을 지켰다는 듯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그래, 그래! 우리 포포덕에 농장을 지킬 수 있었어!”


착!


그때 한성의 어깨 위로 두 마리의 새끼 고양이가 올라탔다.


본 모습인 호랑이에서 다시 귀여운 새끼 고양이의 모습으로 돌아간 두 정령.


“포포포!”


반갑게 포포가 인사하자 두 새끼 고양이 정령도 기뻐하며 꼬리를 세웠다.


동시에 어깨에서 내려오며 한성의 오른손에 발자국을 각각 내고 갔다.


“뭐야?”


치이이이익!


어째서인지 한성의 오른손에 마나로 이루어진 두 개의 발자국이 새겨지며 연기가 올라왔다.


신기하게도 고통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아까 계약 어쩌고저쩌고했는데······”


타이스의 말이 떠오른 한성이 두 개의 앙증맞은 발자국이 찍힌 오른손을 내려다봤다.


그 순간.


떠오르는 메시지.


[수호자의 아이들과 계약했습니다.]

[등급: S]

[경호라는 특수 스킬을 사용해 대상자를 지킵니다.]


“커헉! 이 녀석들도 S급이야?”


입에서 절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포포의 정령 부르기 스킬로 정령들에게 단순히 농장을 보금자리로 제공하는 것이 아닌 정식 계약.


E급 정령 술사인 한성에겐 평생 있을 수 없는 일이 두 번이나 일어났다.


이제야 타이스의 말뜻이 이해가 갔다.


“아이들을 두고 간다는 말이 포포와 농장을 지켜주라는 말이었구나!”


겉은 까칠해도 누구보다 마음이 따듯한 타이스의 성격을 잘 모르는 한성의 입장에선 놀랄 수밖에 없는 배려였다.


“이렇게 되면 농장의 안전은 더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올인원 마켓에서도 이제부터 경비 인력을 배치하겠지만, 그 어떤 각성자보다도 강한 정령들이 농장을 지키게 되었다.


다시 한번 타이스를 떠올리며 한성이 감사한 마음을 느꼈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나고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할 때 마지막으로 떠오른 한 가지의 메시지.


[정령 술사에서 정령 농부로 재각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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