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급 정령이 농사를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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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운(五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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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DUMMY

[성장 촉진 LV1]

[농작물의 성장을 향상합니다.]


[정령 부르기 LV1]

[일정 조건을 달성할 때마다 관련 정령을 불러 농사에 도움을 줍니다.]


포포는 정말로 외모 하나 보고 계약한 정령이었다.


어차피 레이드를 들어갈 것도 아니고 E급 각성자인 한성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정령과의 계약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반려동물 개념으로 계약한 것이 포포.


당연히 스킬 하나 없던 하급 정령이었다.


간혹 변덕이 심한 정령들이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하급 정령인 척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런데 자신에게 그런 일이 벌어질지는 꿈에도 몰랐다.


더군다나 특정 조건마저 농사.


누가 스킬 하나 없는 포포와 계약해 농사를 지을 생각을 했을까.


그저 단순한 우연에 불가했다.


심지어 각성 능력 중 정령 술사는 마법계 각성자와 더불어 대우가 좋은 능력이었다.


대부분 마법계와 정령계 각성자는 등급도 높았기에 어딜 가나 대우받았다.


하지만 한성은 E급 정령 술사.


상급 정령 술사보다도 되려 더 보기 드문 경우였다.


“포포가 S등급 정령이었다니!”


황당함에 말문이 막힌 한성은 하던 삽질도 멈춘 채 멍하니 포포를 쳐다봤다.


힘을 깨웠음에도 외관상 아무런 변화조차 없는 포포.


멍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데도 하품하며 오동통한 배를 긁었다.


“······”


그런 포포를 이리저리 살폈다가 한참을 만져보기도 했으나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너, 진짜 S급 정령 맞아?”


스킬도 몇 번이나 읽어봤으나 전부 농사 관련 스킬이었다.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정령이었다.


‘세계수의 정원사는 또 뭐야.’


정령들의 스킬은 크게 공격, 방어, 보조로 나뉘었으나 농사 스킬이 있다는 것은 들어본 적도 없었다.


도저히 일이 손에 안 잡힌 한성은 뜯어 놓은 상토도 그냥 둔 채, 곧장 집으로 향했다.


농장 안에도 스마트팜을 위한 컴퓨터가 있었으나 일단 마음이 붕 뜬 상태였기에 저절로 집에 발길이 갔다.


한성의 농장 주변에 지은 작은 집.


아직은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가구가 별로 없어 텅 빈 느낌을 주었다.


역시 제일 먼저 챙긴 것은 컴퓨터였다.


시골에 인터넷을 깐다고 고생을 좀 했지만, 현대 시대에 컴퓨터와 와이파이는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한참을 검색해도 나오는 건 없네.’


세계수에 관한 정보도 농사 스킬을 가진 정령도 전혀 정보가 나오지 않았다.


찾은 정보라곤 세계수에 관한 신화 몇 개와 정령이 아닌 각성자들까지 포함해도 농사 관련 스킬은 없다는 것이 전부였다.


당첨된 복권이 허탕이라는 허무함도 잠시 한성은 생각을 바꿔보기로 했다.


‘어차피 농업으로 성공하기 위해 이곳으로 왔잖아. 정령을 이용해 농사를 지으면 새로운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자신의 사업이 하고 싶었고 그로 인해 선택한 것이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농업을 택했다.


그런데 포포의 각성까지 더 해지며 좋은 쪽으로 변수가 생겼다.


‘그래! 어차피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결심을 굳힌 한성이 다시 비닐하우스로 가 삽질을 시작했다.


‘팔자 좋네, 우리 포포.’


주인은 땡볕에서 삽질하며 땀 흘리고 있는데 포포는 그늘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다.


스마트팜을 아는 일반 사람들은 대부분 최첨단화된 시설과 자동화 시스템으로 편하게 농사를 짓는 줄 알았다.


물론 과거에 비해 편하게 농사를 짓는 건 맞았지만, 그렇다고 근본적인 본질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노동.


제아무리 자동화된 스마트팜이라곤 해도 결국 사람이 직접 농사짓는 것은 똑같았다.


뉴스에 보면 기계가 처음부터 끝까지 농사를 짓는 예도 있었으나 그런 시설들을 일반 농민이 가진 경우는 없었다.


생각해봐라 기본 수억 혹은 수십억 원짜리 기계들로 만 원짜리 딸기 농사를 지어선 기곗값도 평생 못 건진다.


스마트팜의 단점이 여기서 나온다.


일반적인 스마트팜도 비용이 문제였다.


같은 평수로도 생산량이 훨씬 늘어나고 컴퓨터로 생육 환경을 시시각각 분석해 농사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지만, 투자 비용이 만만치가 않았다.


그런데도 젊은 농부들이 스마트팜을 선택하는 이유.


앞서 말한 생산량과 성공률을 높이는 농사, 과거보다 편리한 노동 그리고 다양한 사업 연계였다.


‘언젠간 나도 농장 브랜딩도 하고 체험장이나 치유 농원도 만들어야지!’


초보 농부답게 하고 싶은 목표가 많은 그였다.


이틀이 넘도록 베드에 상토를 넣는 작업이 이어졌다.


최대한 빨리 상토를 채워야만 했다. 주문한 딸기 모종이 업체에서 올 날짜가 다가오기 때문이다.


농장은 보통 두 가지 방법으로 모종을 해결했다.


육묘장을 만들어 모종을 직접 키우거나 다른 육묘장에서 모종을 사서 딸기를 심는 경우로 나뉘었다.


처음 농사를 시작하는 한성의 입장에선 하우스 시설 공사로 시기상 직접 키울 수 없었기에 모종을 구매하는 쪽으로 선택했다.


베드에 상토를 다 채운 뒤 할 일은 흙에 충분히 수분을 머금고 있게 하기 위한 포습만이 남았다.


촤아아아악!


물 호스를 들고 틀자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지며 상토를 적시기 시작했다.


호스에서 물이 뿌려지는 시원한 소리.


흙에 물이 떨어지며 올라오는 흙내음.


어릴 적에 맡았던 냄새와 소리가 한성의 추억을 간지럽혔다.


‘그땐 왜 그리도 이게 싫었는지.’


특히 한성은 흙냄새가 싫었다.


농사를 짓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몸에 배어있던 그 냄새.


시골이 싫었기에 자연스럽게 그 냄새가 싫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게 느껴졌다.


한성에게 있어 흙냄새가 부모님의 냄새였던 것처럼 편안함을 주며 힐링 되는 기분을 느꼈다.


도시에서의 소음에서.


상대 업체와 고객들의 가시 돋친 말들.


상사의 짜증과 머리 아픈 지시들.


모든 것들에서 벗어나 오직 한성의 귀에 들리는 것은 흙을 적시는 물소리뿐이었다.


‘조용하다.’


주변이 조용하다는 것이 이렇게나 좋은 것인지 그동안은 몰랐다.


또한 자신이 지금껏 얼마나 자신을 괴롭히는 소음들 속에 노출된 채 살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이러니 마음의 병이 나지.’


이곳에 오고부터 부쩍 공황장애가 줄어드는 것을 느꼈다.


어째서 아픈 사람들이 자연을 찾는지 이제야 좀 알 것 같았다.


한참을 생각 속에 잠겨 물을 주던 한성이 뭔가 이상함을 발견했다.


직장인들 입에선 절대 나와서는 안 되는 말이 나왔다.


“어?”


실컷 물을 주던 한성이 무의식적으로 상토에 손을 넣어봤다.


겉에만 물을 먹고 안은 전혀 물을 먹지 않은 상태.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한성이 하던 작업을 멈추고 손에 묻은 흙을 대충 옷에 닦았다.


“이거 왜 포습이 안돼?”


경험은 오래 농사지은 농부들과는 경쟁력이 전혀 없었으나 젊기에 정보 검색만큼은 유리했다.


바로 스마트폰을 들고 문제에 대해 검색하며 포습이 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찾아봤다.


“포포!”


그러거나 말거나 포포는 겉에만 물을 먹은 상토에 올라가 흙장난 삼매경에 빠져있었다.


“이놈아, 흙 떨어져!”


안 그래도 가득 쌓은 상토에 물줄기를 뿌리자 물과 함께 흙이 떨어져 바닥이 난리가 난 상황이었다.


그 와중에 포포가 흙장난까지 치며 도와주자 바닥은 더욱 엉망이 되었다.


그렇지만 포포는 미워할 수 없었다.


뒤뚱거릴 정도로 살찐 다람쥐가 흙장난하는 모습은 남자인 한성이 봐도 귀여워 아빠 미소가 절로 나왔다.


오죽하면 한성이 별명으로 뚱다람쥐라고 부를까.


“포포!”


젊은이답게 한성은 자신의 문제점을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아오! 이거 처음부터 상토를 물에 불려서 채웠어야 하는구나!”


상토마다 방법이 달랐기에 몰랐던 방법이었다.


포장지에 감싸있어도 더운 날씨에 안이 바짝 말라 있었던 상토는 겉에만 물을 뿌리는 것으론 어림도 없었다.


결국 한 손으론 호스를 들고 나머지 한 손으론 상토를 안까지 뒤적거리며 처음부터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후두두둑!


겉에만 물을 뿌려도 떨어지던 흙이 뒤적거리며 물을 뿌리자 더욱 난리가 났다.


땀까지 삐질 거리며 온몸이 땀과 흙탕물로 범벅이 된 한성을 보며 포포가 옆에서 까르륵거리며 데굴데굴했다.


“이 살찐 뚱다람쥐가, 굴러다니니 꼭 털 뭉치 같네.”


주인 속도 모르고 좋아하는 포포를 보며 기가 찰 노릇이었다.


“아니. 너 S등급이면 뭐하니 도움 하나도 안 되는데!”


아직도 포포가 S등급 정령이라는 것이 하나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뭐 하나 달라진 것이 없었다.


외형도 그대로이지만, 각성했다고 해서 지금까지 실질적인 도움이 단 하나도 없었다.


그저 귀여움 원툴.


그러나 모든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치명적인 귀여움.


“넌 귀여우니 괜찮······”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혀 난감해하는 한성의 눈앞에 포포의 몸이 빛나고 있었다.


“포포야! 너 몸이······”


처음 각성했던 날처럼 빛나는 포포.


“후읍!”


포포가 숨을 길게 들이마시자 볼록한 배와 가슴이 더욱 볼록해졌다.


“포포포!”


들이마신 숨만큼이나 크게 외친 포포가 비닐하우스가 떠나가라 울음소리를 내었다.


어찌나 소리가 큰지 한성도 당황하며 귀를 막을 정도였다.


“크윽! 귀청 떨어지는 줄 알았네.”


포포의 외침은 바로 스킬인 정령 부르기.


[정령 부르기 LV1]

[일정 조건을 달성할 때마다 관련 정령을 불러 농사에 도움을 줍니다.]


무슨 일이 벌어진 줄 모르는 한성은 잠시 먹먹해진 귀를 만지작거리다 다시 작업을 재게 하려 할 때였다.


들썩! 들썩!


저 멀리 아직 포습 작업을 시작도 안 한 맨 끝에 상토가 들썩거리며 무엇가 나타남을 알렸다.


“뭐, 뭐야!”


처음엔 바깥의 야생 동물이라도 자신이 모르는 사이 들어온 줄 착각한 한성이 바깥에 있던 삽을 들곤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두, 두더지? 그것도 아니면 벌레?”


상토가 저렇게나 흔들릴 만한 크기의 벌레라면 절대 사양이었다.


“포포!”


쪼르르 다가온 포포가 상토가 들썩이는 곳을 향해 반갑게 인사하자 이에 반응하며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푸륵!”


하늘색 개구리 형태의 정령.


[물의 정령 푸르가 포포의 정령 부르기 스킬에 응답해 이곳 농장을 보금자리로 삼습니다!]


전투력은 없지만, 포포와 마찬가지로 농사에 도움이 되는 정령.


푸르는 한성과 직접 계약한 정령은 아니지만, 포포의 스킬로 인해 이곳 농장을 보금자리 삼았다.


바짝 메마른 상토를 한번 헤집어 놓은 푸르가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을 짓고는 입을 크게 벌렸다.


촤르르르륵!


[물의 정령 푸르가 스킬을 사용합니다.]

[물 조리개]

[토양을 흠뻑 적셔 농사에 도움을 주며 정령의 힘으로 농작물을 건강하고 빠르게 성장시킵니다.]


전투엔 전혀 쓸모 없는 능력이지만, 농사에 있어 절대 필수적인 능력.


순식간에 수십 개의 베드를 돌아다니며 상토에 물을 주기 시작한 푸르 덕에 최소 이틀은 했을 작업이 반나절도 안 되어 포습이 끝났다.


“이게 무슨 일이야!”


팔자에도 없던 두 번째 정령인 푸르와 포포를 양손에 껴안고 한성이 신나서 빙글빙글 돌자 두 정령들이 꺄르르 웃으며 기뻐했다.


포포는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채 가슴을 내밀며 으쓱 해했지만, 가슴보다 더 나온 배 때문에 귀여움만 증폭됐다.


푸르도 이에 질세라 두 번째 스킬을 선보이며 자신의 가치를 더 자랑했다.


[정령의 물안개]

[물을 안개 형태로 분사해 농작물에 맞는 최적의 습도로 맞춥니다.]

[정령의 힘이 더 해져 농작물의 성장 속도와 생육상태를 크게 향상합니다.]


“어어, 이거 설치 예정인 에어포그잖아.”


스마트팜의 자동화 시스템 중 빠질 수 없는 시스템들이 바로 물을 자동으로 주는 양액기 시설과 천장에서 일정한 시간마다 안개를 분사해 습도를 맞추는 에어포그였다.


아직 딸기 모종을 심지 않았기에 에어포그 설치는 다음 주 예정이었다.


‘이러면 시설 비용도 아끼고 훨씬 더 특별한 농사를 지을 수 있잖아!’


정령을 통한 스마트팜 농사.


무언가 세상에 없던 치트기를 발견한 한성이었다.


“잠시만, 이걸 더 이용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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