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급 정령이 농사를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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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운(五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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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DUMMY

불현듯 스치는 생각.


농사에 정령을 접목 시킨다면 어떨까?


물려받은 땅이 있는 것만 해도 농부로서 은수저쯤은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유로운 형편은 절대 아닌 상황.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스마트팜 농사 특성상 시설 하나 설치할 때마다 목돈이 들어가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물의 정령 푸르]

[등급: C]


E급인 한성에게는 무려 두 단계나 높은 등급의 정령이었으나 마찬가지로 전투에 도움 되는 스킬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한성은 지금 레이드를 도는 각성자가 아니었다.


농부인데 공격 스킬이든 방어 스킬이든 무슨 상관인가.


‘농사에만 도움이 되면 그만이지!’


물 조리개 스킬과 물안개 스킬 두 개만으로도 초기 투자 비용과 농사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가늠이 안 될 정도였다.


특히 한성이 눈에 띄는 스킬은 바로 물안개 스킬.


스마트팜을 하는 농가에서 많이들 사용하는 쿨링 포그는 일정 시간마다 혹은 일정 습도 이하로 내려갈 때 물안개를 분사해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줬다.


‘이걸 정령이 대체한다?’


한 마디로 돈도 아끼고 대박이란 말이었다.


심지어 쿨링 포그와 똑같이 습도만 맞춰주는 것이 아닌 농작물에 특별한 효과까지 부여한다니 농부에겐 사기적인 스킬이었다.


물의 정령 푸르덕에 포습까지 금방 끝나 시간마저 아낄 수 있었다.


“가만 보자 이걸 한나절에 끝냈으니 이 속도만큼 사람을 불렀다면 인건비도 만만치 않았겠네······”


잘만 하면 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자신만의 치트키를 찾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정령을 이용한 새로운 농사와 현대식 농사인 스마트팜이 더해진다······’


무언가 더 아이디어가 생각날 듯 말 듯 한 기분이 들었다.


“아, 일단 우리 포포와 푸르덕에 일이 빨리 끝났으니 모종 업체에 연락해야겠다.”


“포포!”


사랑스럽게 자신을 바라보는 한성의 눈빛에 의기양양해진 포포가 가슴을 씰룩 내밀며 당장 자신을 더 칭찬하라는 눈치를 주었다.


“아무리 가슴을 내밀어도 넌 배만 보여, 녀석아.”


통통한 포포의 배를 쓰다듬고 있으면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오동통한 팔다리와 볼록 튀어나온 배.


전형적인 아기 체형의 포포를 보고 있는다면 그 어떤 이라도 행복감과 힐링 됨을 느낄 것이다.


“어디 보자 모종 업체 번호가··· 아, 여깄다!”


중독성 강한 포포의 배는 그리 쉽게 끊을 수가 없었다.


한 손으론 포포의 배를 만지며 남은 한 손으로 모종 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예, 사장님. 그 혹시 모종 하루 이틀 일찍 받을 수 있을까 해서요.”


포습이 안 되는 변수가 있었지만, 일이 생각보다 수월하게 해결되며 시간도 앞당길 수 있었다.


그 덕에 한층 올라간 톤의 목소리.


하지만 사람 일이란 게 하나 해결되면 또 하나 문제가 따라오기 마련이었다.


“네?”


“안 그래도 말을 하려고 했는데. 예정일보다 하루 더 늦어질 것 같네.”


앞당기기는커녕 하루 더 늦어진다는 당혹감이 일어났다.


하루 이틀 늦게 심는다고 현재로서 문제 될 건 없었다.


농장에는 문제가 없어도 한성에겐 곤란한 점이 하나 있었다.


“포포야.”


전화를 끊고 심각한 얼굴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한성의 표정에 걱정스러운 얼굴로 포포가 눈을 마주쳤다.


“포?”


“우리 심심해서 어떡해? 그동안 할 거 없는데.”


괜히 분위기를 잡아 무슨 큰 문제라도 있었던 줄 알았던 포포가 별거 아닌 것을 알게 되자 짜증을 냈다.


“포포포!”


작은 포도송이 같은 다섯 개의 손가락이 모여 오동통한 주먹이 만들어졌다.


냅다 한성에게 휘둘렀으나 되려 치명적인 귀여움만 어필할 뿐이었다.


포포의 공격은 그 누구에게도 데미지를 줄 수는 없었으나 치명적인 귀여움으로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었다.


시골은 보통 쉬는 날이 없었다. 농사일이 끝나도 집안일과 이런저런 소일거리로 절로 사람을 부지런하게 했다.


하지만 아직 자리 잡지 않은 한성의 입장에선 뜻밖의 휴일이 마냥 반갑지는 않았다.


아무리 고향이었던 곳이지만, 놀 곳이나 갈 곳이 마땅히 없었다.


잠깐의 고민.


한성이 눈을 감다 못해 인상을 찡그리며 고민하자 포포가 그 모습을 흉내 내며 얼굴을 구기며 장난을 쳤다.


“푸르르!”


포포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며 웃는 푸르.


어느새 자연스럽게 두 사람과 녹아든 물의 정령 푸르였다.


“그래! 오랜만에 거기나 가볼까?”


갈 곳을 정하자 한성이 바로 트럭에 시동을 걸었다.


***


어릴 적엔 계획 없이 밖을 나서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나갈 때는 반드시 계획과 목적이 있어야만 나서게 되었다.


모험을 떠나는 기분.


어릴 때 계획 없이 밖에 나설 땐 분명 그러한 기분을 느꼈던 것 같다.


오늘은 왠지 좋은 일과 기분 좋은 추억이 생길 것만 같은 기분.


그런 기분을 언제 느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았다.


그저 오늘 하루 버티는 것에 만족하며 내일이 오기를 기대하기보단 내일이 오는 것을 스트레스받으며 애써 현실을 외면했던 것 같다.


한성과 포포 그리고 새로운 가족이 된 푸르가 찾은 곳은 옆 동네 주변에 있는 오래된 마정석 폐광산이었다.


등급 낮은 마정석이 대부분이었으나 나름 매장량이 많아 한때는 옆 동네에 많은 돈을 벌어주었다고 한다.


그마저도 부모님 세대 때의 이야기.


지금은 상품가치가 높은 마정석들은 메말라버린 지 오래였고 상품가치가 전혀 없는 자갈만 한 하급 마정석만이 돌아다녔다.


어릴 때 친구들과 이곳에 자주 놀러 와 제법 추억이 많은 곳이었다.


천천히 주변을 돌아보며 굴러다니는 하급 마정석을 주워 들었다.


상품성 없는 하급 마정석.


크기마저 쓸모가 없을 정도로 작아 바닥에 굴러다녀도 그 누구 하나 쳐다보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어른들의 시선.


어른들에겐 가치 없는 돌멩이였으나 아이들에겐 작고 빛나는 이 하급 마정석은 그 어떤 보석보다 가치 있었다.


넝쿨 따위를 엮어 이것으로 목걸이나 반지를 만들어 놀았던 기억에 한성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지금은 시골에서 아무것도 할 게 없어 심심한 그였으나 어릴 적 자신은 뭐가 그리도 재밌고 할 게 많았는지 모르겠다.


오도도독! 오도독!


그때 들리는 이상한 소리.


무슨 소리인가 싶어 한성이 뒤를 돌자 어째서인지 포포가 입안 한가득 마정석을 넣고 먹고 있었다.


두 개의 볼이 빵빵하다 못해 얼굴이 두 배가 된 포포.


그 모습을 푸르가 신기하게 쳐다보며 깔깔 웃고 있었다.


“야! 뭐해, 뱉어! 그걸 왜 먹고 있어!”


황급히 달려가는 한성을 보고도 꿈쩍도 안 하는 포포.


소리치는 한성이 입을 벌리려 하자 그러거나 말거나 포포가 고개를 획 돌며 씹고 있던 마정석을 꿋꿋이 씹고 있었다.


오도도독!


돌멩이만큼은 아니어도 마정석 또한 꽤 단단한 편에 속해 이빨이 다칠까 걱정이 되었다.


“이빨 다쳐, 이 녀석아!”


“포, 포포······”


입안 한가득 담은 마정석 때문에 뭐라 말하는 지도 알아들을 수 없게 웅얼웅얼하는 포포의 목소리.


“빨리 뱉어!”


어느 순간부터 입안에서 오도독 소리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 단단한 마정석을 곱게 씹은 포포.


뱉으라고 턱을 받친 한성의 손에 갑자기 포포가 곱게 씹은 마정석을 전부 뱉었다.


“뿌웨에에엑!”


하도 잘게 씹어 아예 가루가 된 마정석.


갑작스러운 엉뚱한 포포의 행동에 한성은 당황스럽기만 했다.


“갑자기 왜 안 하던 짓을 하지?”


양손 가득 수북이 쌓인 마정석 가루.


이때 포포가 한성의 옷자락을 당기며 어디론가 끌고 갔다.


“오늘 뭐 잘못 먹었어?”


물론 진짜 먹어선 안 되는 것을 입에 넣기는 했다.


포포가 끌고 간 곳은 주변에 덩그러니 작은 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최근 비가 잘 내리지 않았는지 나뭇잎이 바짝 말라 있고 힘이 없는 나무.


“포포포!”


한성이 손에 들고 있는 마정석 가루를 고사리 같은 손으로 한 줌 쥐어 나무가 있는 땅에 뿌리기 시작했다.


“포!”


옆에 따라온 푸르에게 무언가 말하자 알아들은 푸르가 마정석이 뿌려진 곳에 물뿌리개 스킬을 사용했다.


촤르르륵!


시원한 물줄기가 마정석 가루에 닿자 빛이 반사되어 더욱 반짝였다.


“흙장난하려고 이 많은 마정석을 입에 넣고 씹은 거야?”


한성은 최근 일을 자꾸만 잊어버리곤 했다.


바로 포포가 S등급이자 세계수의 정원사라는 칭호까지 가지고 있는 정령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럴 만도 한 게 지금 포포와 푸르의 모습은 어린 정령들이 소꿉장난하는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결과마저 소꿉장난으로 끝나지 않았다.


우우우우웅!


푸르의 물뿌리개 스킬에 마정석 가루의 효과가 더 해져 꺼져가던 작은 생명이 힘을 내며 기적에 가까운 결과를 보여줬다.


작은 나무가 눈에 띄게 커지며 성장했고 바짝 말라 풀이 죽어있던 잎들은 어느새 파랗게 힘을 찾고 고개를 빳빳이 들었다.


“대, 대박이다!”


자신도 모르게 주변을 돌아보는 한성.


이곳엔 어릴 적 가지고 놀던 작은 마정석들이 잔뜩 눈에 들어왔다.


상품 가치 하나 없는 하급 마정석 조각들.


폐광산 안쪽으로만 들어가도 아직 이러한 마정석 조각들이 널리고 널린 상황이었다.


문득 든 생각.


‘이걸 전부 가루로 만들어 상토에 섞는다면!’


방금과 같은 효과를 곧 기를 예정인 딸기에 줄 수 있었다.


괜히 세계수의 정원사라는 칭호가 붙어있는 게 아니었다.


식물을 키우는 것에 있어 그 어떤 농부들보다 아니 그 어떠한 존재보다 위대한 힘을 가진 포포였다.


“포포야! 사랑한다, 정말!”


포포가 곱게 다진 마정석 가루를 챙긴 한성이 냅다 포포를 끌어안고 얼굴을 비볐다.


간지러운지 까르르 웃는 포포.


물론 푸르도 잊지 않은 그였다. 양손으로 작은 푸르의 손을 잡고 뱅글뱅글 도며 고마움을 표했다.


푸르덕에 많은 시설 비용과 그 어떠한 농부들도 갖지 못한 농사 스킬을 손에 넣게 되었다.


세상천지 농사에 스킬을 사용하는 사람은 지금껏 없었다.


각성자가 농사할 시간과 노력을 레이드에 쏟는다면 최소 수십 배의 돈을 벌기에 당연했으며 당연히 농사에 관련된 스킬도 없기 때문이다.


“크흐흐흐흐! 그렇다면 이제 바로 행동으로 옮긴다!”


무언가 사악함이 느껴지는 한성의 웃음에 포포가 따라 사악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한성이 이제 할 일은 이곳에 있는 마정석을 최대한 가져가는 것이었다.


“끙차!”


하나둘 마정석을 주워 모으자 양이 점점 쌓이기 시작했다.


그것들을 바로 트럭 뒤에 실으며 행복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하는 한성.


그는 이것들을 모아 포포가 그랬던 것처럼 가루로 만들어 상토에 섞을 계획이었다.


시들어가던 나무가 살아나던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한 이상 이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었다.


아직 결과는 몰랐으나 무언가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아마 오늘 계획대로 모종 업체가 왔다면 이곳에 오지도 않았을뿐더러 미리 심은 모종 때문에 상토에 마정석 가루를 섞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어릴 때는 예상치 못한 비를 맞아도 기분 좋게 맞으며 즐거워했던 것처럼 이곳에 오자 모든 일들이 좋은 추억이자 되려 좋은 일로 변했다.


“이러다 우리 농장 대박 나는 거 아니야?”


물론 어른이 되어버린 이상 현실적인 생각들이 더욱 앞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예상보다 사업이 훨씬 좋은 방향으로 가자, 행복한 미소를 짓는 한성.


당연히 대박 날 수 있다는 설렘도 컸으나 이전과 달리 자신의 사업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기분 좋았다.


망해도 내가 망하고 잘되고 내가 잘된다!


이것이 새롭게 그를 움직이는 원동력이자 마음가짐이었다.


반나절 정도 흐르자 트럭엔 어느새 모은 마정석들이 한가득 담겨있었다.


“그럼 본격적으로 정령 스마트팜 농사 시작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한성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상토에 마정석을 섞겠다는 생각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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