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급 정령이 농사를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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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운(五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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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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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DUMMY

9월이 이제 막 조금 지난 시기.


절기로는 가을에 해당했으나 가을이라기엔 아직 여름의 흔적이 강하게 남아있었다.


한풀 꺾인 더위임에도 아직 사람들은 반팔을 입고 강한 햇빛에 땀을 흘렸다.


오늘따라 유난히 땀을 흘리는 사람이 있었다.


전날 한성의 농장인 포포팜에 다녀온 박 과장이었다.


정신없이 바삐 돌아다닌다고 땀 범벅이 된 그.


그러나 그는 더위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늦더위보다도 박 과장의 열정이 더욱 뜨거웠다.


“박 과장, 어제 회의는 왜 안 들어온 거야?”


지나가던 최 이사가 그를 불러 물었으나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박 과장은 뛰어가기 바빴다.


“뭐야, 저 녀석.”


야망이 있었던 만큼 직장생활에도 진심이 있었던 박 과장이 최 이사를 무시하는 일은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특히 최 이사 라인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최 이사의 경조사는 물론 회식까지 따라가 챙기며 그를 진심으로 보필했다.


보통의 이사라면 기분 나빠할 만도 했지만, 최 이사 또한 박 과장과 같은 부류였다.


정신없이 지나가던 박 과장의 눈을 놓치지 않고 본 최 이사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놈이 오랜만에 한 건 물었구나!”


박 과장이 저런 눈을 할 때면 여지없이 히트작을 내놓았다.


무언가 박 과장이 물었다는 것을 직감한 최 이사가 오히려 기분 좋게 자신의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나저나 이럴 때 이한성 그 친구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박 과장도 그렇고 그 친구도 내 쪽 부류였는데 말이야.”


요즘 젊은 친구와는 다르게 일 욕심에 야망이 가득했던 이한성.


실제로 한성이 사직서를 냈을 때 박 과장 다음으로 아쉬워하며 그를 잡았던 게 최 이사였다.


한성이 동기들보다 실적이나 실력도 압도적으로 좋았으나 더 빨리 승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최 이사와 박 과장의 전폭적인 지지도 한몫했다.


아직 한성의 농장 소식을 알지 못하는 최 이사.


박 과장이 좋은 아이템을 문 지금, 한성의 부재가 아쉬웠다.


“나중에 똘똘한 놈이 들어오면 영업 2팀으로 보내줘야겠어.”


최 이사 라인임에도 불구하고 박 과장이 바로 한성의 딸기를 보고하지 않은 이유는 단순했다.


그는 일을 설렁설렁하는 법이 없었다.


단순한 보고를 올려도 철저한 준비가 끝나고 보고를 올렸다.


판매 계획과 판매 루트까지 어느 정도 정리를 끝내고 보고하기 위해 그토록 바쁘게 돌아다닌 것이다.


‘간만에 대박 한번 제대로 쳐보자!’


한동안 박 과장의 영업 2팀을 포함해 회사나 업계 자체가 이렇다 할 큰 대박이 없었다.


이미 게이트가 각성자들에게 많이 연구된 현재에 특별히 이렇다 할 새로운 무언가가 잘 없었다.


영약 아이템들도 마찬가지인 상황.


몸에 좋다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 먹는 것은 각성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피부, 정력, 면역력, 체력 등 이미 게이트 안에서 나오는 아이템들은 씨가 마른 지 오래였고 그만큼 업계에선 새로운 아이템이 늘 필요했다.


그렇기에 한성보다는 박 과장이 더 포포팜 딸기의 가치를 더 높게 쳤다.


‘잘만 하면 한성이 기른 포포팜의 딸기가 이 판을 뒤집을 게임 체인저가 될 수도 있어!’


아이템의 가치를 최대한 높게 만들어주는 것이 자신들의 일.


실적을 위해서도 있지만, 한성을 위해 더 열심히 하는 것도 있었다.


겉으론 티는 안 내도 부하 직원 중 가장 아꼈던 한성이었다.


공황장애로 힘들어했을 때도 그는 뭐라고 위로해야 할지 몰라 휴가를 주는 것으로 대신 했다.


그저 독하고 강한 친구이니 금방 이겨낼 거라 생각만 했던 것이 큰 착각이 되었다.


내심 미안 한 점도 있었다. 타지에서 고생하며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한성의 모습에 더욱 밀어주기 위해 몰아붙인 것도 있었다.


마음속으론 실적을 더 주고 싶어 일을 주었다가 탈이 난 게 아닌가 후회도 많이 했다.


자신이 더욱 일하고도 최 이사에게 오로지 한성의 실적이라고 보고 한 적도 몇 번 있을 정도로 그를 아꼈던 박 과장.


그래서일까, 한성이 그만두고 마음 한편이 허전함을 느꼈고 그에게 연락이 왔을 때 진심으로 기뻐했다.


“그래도 형이 퇴사 선물은 제대로 못 챙겨줬는데. 이거라도 제대로 챙겨주마.”


이번 일을 위해 가진 노하우와 인맥까지 총동원하며 오랜만에 큰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한성에 대한 아끼는 마음만으론 당연히 불가능했다.


업계의 판도를 바꿀 수도 있다는 예감이 들 정도의 엄청난 가치를 지닌 포포팜.


그래서 더욱 심혈을 기울이며 준비과정을 철저히 했다.


어쩌면 업계에서 실력파라는 이미지는 강했으나 업계 탑에는 진입하지 못하던 회사가 이번 일로 날아오를 수도 있었다.


박 과장은 단 한 번도 직감이 틀린 적이 없을 정도로 촉이 좋은 인물.


그는 이번 일이 자신과 한성의 인생뿐만이 아니라 회사의 운명까지도 바꿀 거라 확신했다.


“좋아, 이 정도면 됐어!”


드디어 보고 준비가 다 끝난 박 과장이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며 최 이사에게 먼저 연락했다.


***


“포포포포!”


박 과장의 머리가 땀으로 젖었다면 포포의 온몸은 딸기의 과즙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이놈아, 그만 먹어! 아까워서가 아니라. 진짜 배가 터질 것 같아!”


옆에서 포포를 보며 말리는 한성이 진심으로 걱정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걷기도 힘든지 뒤뚱거리는 포포는 그러거나 말거나 자신의 터질듯한 배를 보며 오히려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 걸로 뿌듯해하지 마!”


어이가 없다 못해 기가 찰 노릇이었다.


“비비비!”


“푸르르!”


그런 포포의 배를 일하던 라비들과 푸르가 웃으며 놀려댔다.


“포포!”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터질 듯한 배를 더 내밀며 자랑스러워하는 포포.


어제부터 박 과장이 가져온 상자들로 라비들이 더욱 바빠졌다.


본격적으로 수확을 시작하며 상자에 포장했다.


딸기 3개가 1세트로 고급스러운 상자에 조심히 담겼다.


일반 농가들보다 수확량도 엄청났다.


크기도 큰 만큼 무게마저 더욱더 나가니 혼자서 일했다고 생각하면 절로 끔찍한 표정이 지어졌다.


“라비들이 없었다면 절대 이 농장은 안 돌아갔을 거야!”


감사한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퀸라비가 있는 쪽으로 허리를 숙였다.


마음 같아선 절을 하고 싶었으나 바닥이 포포가 흘린 과즙으로 지저분해 차마 그러진 못했다.


“비비비?”


하루에도 생각날 때마다 허리를 숙이는 한성의 행동에 퀸라비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튼 미천한 저의 마음을 받으십쇼, 여왕님!”


이쯤 되면 농장의 주인이 누구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손 하나 까닥 안 해도 돌아가는 꿈의 농장.


그렇다고 정말로 손 하나 까닥하지 않고 가만히만 있어서는 안 된다.


라비들과 똑같이 일하며 돕는 한성은 어느새 땀으로 옷을 두 번이나 갈아입을 정도였다.


그 어떤 보석보다 더 조심스럽게 다루며 상자에 딸기를 담았다.


한 상자에 딸기 세 개가 담겼으나 워낙에 큰 크기 때문에 전혀 허전해 보이지 않았다.


“꽉 차 보이는 게, 딸기가 아니라 무슨 홍삼이나 한우 세트 같네!”


자신이 직접 기르고 수확해 포장까지 마치자 감회가 새로웠다.


작물이 성장하는 모습에서 신비함과 기특함이 느껴졌다면 수확에는 벅참이 가득했다.


바쁘게 일하는 동시에 연신 스마트폰을 힐끔거렸다.


당연히 기다리는 연락은 다름 아닌 박 과장의 연락.


어릴 적엔 몰랐다. 티비에 나오는 농장주들이나 주변 마을의 어르신들이 왜 그렇게까지 시세 가격에 목숨을 걸었는지 말이다.


당연히 한해 수입이 찰나의 순간 만에 결정되었고 그것으로 일 년 생활이 달라졌기에 예민한 것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랐다.


내가 직접 기른 자식 같은 농작물이 가치를 낮게 판정받는다면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


정령들 덕에 편하게 농사지으며 짧은 시간 만에 수확을 한 자신도 그럴 정도인데 일 년 농사는 오죽할까.


그제야 공판장에서 판정받은 가격으로 울고 웃던 아버지가 이해됐다.


전화를 기다리는 지금 순간이 너무나도 떨리고 긴장이 되었다.


설렘인지 긴장인지 구별이 잘되지 않았으나 이 감정이 설렘에 가깝다는 것은 확실히 느껴졌다.


“이 순간마저도 감사하고 행복하다!”


직장을 다닐 땐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기분.


설령 생각한 것보다 가격이 낮다고 해도 속은 상할지언정 상처받진 않을 것 같았다.


이젠 혼자가 아닌 포포와 정령들이 있었다.


포포와 정령들이 있기에 지금의 농장이 있을 수 있었고 그 결과인 포포팜의 딸기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실패해도 함께이기에 이겨낼 수 있고 다음을 기약할 수 있었다.


‘인생 참 알다가도 몰라.’


조용한 곳을 찾고 싶었고 자신만의 것을 갖고 싶어 농장을 차렸다.


그러자 가장 시끌벅적한 농장을 갖게 되었고 모두의 농장이 되어버렸다.


일할 때 누구나 그렇지만 특히나 한성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을 제일 싫어했다.


인생사 계획대로 되는 것은 없어도 일만큼은 철저한 준비와 노력으로 계획대로 만든다는 것이 그의 철칙이었다.


하지만 가장 계획대로 안 되는 지금이 자신의 인생에 있어 가장 행복했다.


“뭐야, 벌써 다 포장했네?”


농장에서 일하다 보면 늘 생각에 잠기게 된다.


그렇게 또 생각에 잠기며 일하다 보면 어느새 일이 끝나갔다.


적당한 노동과 기분 좋은 사색.


“포포야, 딸기 좀 가져올게.”


라비들이 가져온 딸기들의 포장이 얼추 끝나자 더 딸기를 가져오기 위해 빈 바구니를 들었다.


라비들 역시 정신없이 각자 바구니를 하나씩 들고 딸기를 따기 바빴다.


툭! 툭!


딸기를 따기 전 눈에 보이는 런너와 죽은 잎들을 정리했다.


금세 손에 흙이 묻고 손끝이 초록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어릴 때는 그토록 싫어하던 아버지의 손이 이젠 자신에게 보였다.


시골에서 자랐고 아버지가 농부였기에 도시를 동경했다.


그래서인지 흙으로 가득한 아버지의 손이 싫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리도 철이 없었는지 몰랐다.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아버지가 이해되었고 철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최근 들어 부모님께 연락하는 빈도가 눈에 띄게 커졌다.


그럴 때마다 느끼는 것은 하나였다.


연락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도 않은데 평소엔 왜 그리도 잘 하지 않았을까.


기껏해야 2분에서 3분 정도의 짧은 통화.


그저 밥은 먹었냐, 아픈 곳은 없냐.


늘 똑같이 안부를 묻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도 연락을 평소 잘 하지 않았던 것이 너무나도 죄송했다.


자주 연락을 드리는 것을 설 추석 때마다 선물을 챙겨드리는 것보다 더욱 좋아하시는 부모님의 목소리에 후회가 됐다.


“지금이라도 잘하자.”


그래서 자신에게 있어 농장이 더 감사했다.


덕분에 부모님을 이해하고 철이 들었으며 효도할 수 있는 기회를 받았다.


그리고 가장 원했던 꿈인 자신만의 것으로 이룬 성공.


우우웅!


기다렸던 박 과장에게 전화가 오자 한성이 손에 묻은 흙을 털지도 않고 바로 전화를 받았다.


“한성아, 내가 말했지! 너희 농장 딸기 내가 천금으로 바꿔준다고! 우리 대박 날 거다!”


프로젝트 보고를 성공적으로 끝낸 박 과장이 크게 소리쳤다.


“저, 정말요?”


“그래, 이 녀석아! 윗선에서도 지금 너희 딸기로 난리가 났어!”


한성마저도 처음 들어볼 정도의 박 과장의 들뜬 목소리.


절로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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