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급 정령이 농사를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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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운(五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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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8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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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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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DUMMY

쾅! 쾅! 쾅!


전날부터 시끄럽게 울리는 소리.


바로 전날 한성과 두 정령이 갔던 마정석 폐광산에서 가져온 마정석을 빻는 소리였다.


포포 또한 자신도 돕겠다고 앙증맞은 양손으로 방망이를 들고 마정석이 담긴 절구통을 열심히 두들겼다.


오도도도독!


최고의 효율을 위해 입으로 마정석을 씹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야, 내가 입으론 하지 말라고 했지! 이빨 다쳐요, 빨리 뱉어!”


당연히 이를 보고만 있을 리 없는 한성이 강제로 포포의 입을 벌리며 한 차례 씨름했다.


콩! 콩! 콩!


푸르 또한 도움을 보태기 위해 땀까지 흘리며 포포와 마찬가지로 작은 절구통에 방망이질을 연신 해댔다.


그 모습들이 마치 어릴 적 저녁 시간에 어머니를 도와 마늘을 빻는 아이들 같았다.


“와, 근데 이것도 일이네.”


온종일 마정석 빻는 소리에 이명이 들리다 못해 환청이 들릴 지경이었다.


자신은 슬슬 팔에 경련이 오며 지칠 대로 지쳤건만, 두 정령은 뭐가 그리도 재밌는지 웃음을 잃지 않고 작업을 했다.


귀여운 두 녀석 덕분에 지쳐도 없던 힘이 솟아났다.


그날 오후, 네 시 무렵.


다행히 해가 떨어지기 시작해 햇빛이 조금씩 약해져 작업을 하기 좋았다.


드디어 가져온 마정석들을 전부 가루로 빻는 작업이 끝났다.


모두 자루에 담아 상토가 담긴 베드 주변에 옮겨 작업 준비를 마쳤다.


마정석 가루를 상토에 섞기도 전인데도 벌써 땀이 비 오듯 흘렸다.


제법 무게가 나가는 자루들을 옮긴다고 벌써 체력이 빠진 한성이 미리 가져온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아유, 더워!”


입추가 한참 지난 8월 말, 아직은 제법 더운 날씨였다.


하우스 딸기는 대부분 겨울을 노려 딸기를 심기 때문에 9월에서 늦어도 10월 초까지는 모종 심기를 마쳐야만 했다.


치이이이이익!


주인의 더위를 눈치챈 푸르가 물안개 스킬을 사용하며 햇빛으로 달궈진 하우스 안을 식혀줬다.

물안개로 자욱해진 하우스는 신비감마저 줄 정도로 마치 다른 세계에 온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얼굴에 물안개가 닿으며 더위를 식혀주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고맙다.”


고마움에 다가가 푸르의 머리를 쓰다듬자 포포가 이에 질세라 뛰어와 머리를 내밀었다.


“그래, 그래. 우리 포포도 잊으면 안 되지.”


갑작스럽게 찾아왔으나 어느새 새로운 가족이 되어준 푸르.


그런 푸르를 불러온 첫 번째 가족인 포포.


둘 다 꼭 농사에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너무 감사한 존재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홀로 이곳에 왔다면 외로워했을 것 같았다.


예전 살던 마을에서 제법 떨어진 곳에 있는 한성의 농장.


집도 바로 농장 옆에 지어 주변엔 아무것도 없었다.


무릎 수술 후 긴 재활치료를 위해 인근 도시로 이사하신 부모님.


그렇기에 부모님의 집은 현재 빈집이었다.


처음엔 돈도 아낄 겸 그 집에 살까도 했으나 위치상 제법 먼 거리였고 새로운 시작인 만큼 과감하게 작은 집을 농장 옆에 새로 지었다.


자신의 것이 가지고 싶어 사표를 던지고 귀농을 택했던 만큼 모든 것이 새것이고 자기 거였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대신 마을과 떨어져 사람 구경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어릴 적 놀던 친구들 또한 이미 학업과 취업 때문에 서로 연락이 끊긴 지 오래였다.


그 덕분인지 기억 속에 친구들은 어릴 적 모습 그대로였다.


아마 지금 막상 만난다면 얼굴을 알아보지도 못하거나 어색할 것 같았다.


‘다들 잘 지내고 있으려나?’


그렇기에 포포가 더욱 고마웠다. 포포가 있기에 외로움을 느끼지 않을 수 있었다.


작업은 곧바로 진행되었다. 베드에 쌓여있는 상토에 마정석 가루를 조금씩 붓고 안쪽까지 손으로 섞는 게 끝이었다.


단순하지만, 양이 워낙 많아 한참을 작업해야만 했다.


후드득!


포습 때도 그랬지만, 상토에 마정석 가루를 섞다 보면 자연스럽게 상토가 떨어져 바닥이 더러워졌다.


후드드드득!


옆에서 상토가 마구 떨어지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포포와 푸르가 마정석 가루를 섞고 있었다.


도와주는 것인지 흙장난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으나 포포와 푸르는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아빠 미소가 절로 나오는 장면에 자신도 모르게 한성이 흙이 묻은 손을 대충 털어내고 스마트폰을 꺼냈다.


‘이건 안 찍을 수가 없지!’


후드드드드득!


두 정령이 움직일 때마다 상토가 와르르 바닥에 쏟아졌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다른 사람이 그랬다면 버럭 화를 내며 쫓아내고도 남았으나 포포와 푸르는 예외였다.


두 정령은 무슨 짓을 해도 밉지 않았고 되레 보는 이로 하여금 행복감을 느끼게 하며 힐링을 줬다.


어제도 포포와 푸르가 마정석을 빻는 것을 한참이나 지켜보며 사진을 찍어댔다.


최근 들어 푸르까지 합세하며 한성의 사진첩이 채워지는 속도가 빨라졌다.


마음 같아선 나중에 포포 사진으로 전시회를 열고 싶었다.


왠지 모르게 이 귀여운 모습을 자신만 보며 독점하는 것은 범죄인 것만 같다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상토에 마정석 가루를 섞고 또 뒤돌아 두 정령이 어질러 놓은 상토들을 치우다 보니 시간은 금방 흘러갔다.


“드디어 끝났다!”


모종이 배달 오는 날에 딱 맞춰 딸기 베드에 가득 담긴 마정석 상토.


특별한 점이 있다면 마정석 가루가 섞여 상토들이 반짝거려 마치 보석들이 박혀있는 것 같았다.


치이이이이익!


축하라도 해주듯 푸르가 물안개를 뿌리며 땀을 식혀주자 한성이 절로 양팔을 벌리며 현재의 기분을 만끽했다.


성취감.


얼마 전까지 직장을 다닐 때는 잘 느낄 수 없었던 것이었다.


아직 모종조차 심지 않은 농장이었으나 누가 뭐래도 자신의 농장이었으며 모두 자신이 이룬 것이었다.


마정석 상토에 물이 닿자 빛이 반사되며 더욱더 반짝이며 장관을 만들어냈다.


‘그저 상토만 담겨있는 농장인데도 이렇게 이쁜데 딸기까지 있다면 얼마나 이쁠까!’


상상만으로도 심장이 두근거렸다.


무엇보다 오늘이 드디어 딸기 모종이 오는 날.


갖고 싶었던 물건이 택배로 올 때도 이렇게까지 기다린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후륵!


애꿎은 커피만 벌써 세잔 째.


대충 농장 입구 주변에 플라스틱 의자 하나를 꺼내놓고 멍하니 딸기 모종을 기다렸다.


마찬가지로 그 옆에서 멍하게 기다리는 포포와 푸르.


주륵!


한성을 따라 하는 것을 유달리 좋아하는 포포가 영혼까지 놓아버리며 멍한 표정을 짓다 침까지 흘렸다.


“에구, 지지.”


손으로 포포의 입가를 닦아주는 순간, 저 멀리 차가 오는 소리가 들렸다.


“왔다!”


그 말에 벌떡 일어나는 포포와 푸르.


생일 선물이라도 받는 아이처럼 두 정령이 신나서 농장 주변을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조심해 차 온다.”


트럭 한가득 싣고 온 딸기 모종들.


한성은 잊지 않고 모종들 상태부터 확인했다.


‘역시 소문난 곳이라 그런지 모종들은 확실히 건강하네.’

모종의 상태가 시작부터 농사의 5할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했다.


모종이 건강하지 않으면 당연히 도중에 죽거나 열매를 제대로 맺지 못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병충해에 약해 주변 식물에도 피해를 줄 수 있었다.


그렇기에 육묘장에서 모종을 받을 때가 제일 중요했다.


육묘장에서 이미 병에 걸린 모종과 벌레가 있는지 확인해야 했으며 건강하지 않은 녀석들은 처음부터 걸러내야만 했다.


육묘장 역시 이때를 가장 신경 써서 관리하고 긴장했다.


모종들이 병충해에 당해 농가와 계약을 하고도 물량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주문한 모종 수에 딱 맞춰 주는 것이 아닌 걸러낼 것까지 계산해서 여분의 모종을 넉넉히 주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첫 농사라고 해서 내가 특별히 더 넉넉하게 가져왔어!”


“감사합니다, 사장님!”


모종 업체에 주문하는 농가 경우 미리 업체를 방문해 모종 상태를 확인하는 경우가 많았다.


첫 농사라 그런지 한성은 직전까지 포함해 총 세 번을 다녀올 정도로 부지런하게 준비했다.


한성과 모종 업체 사장이 모종을 트럭에 내리면서 꼼꼼히 살피자 두 정령도 다가오기 시작했다.


“정령? 정령 술사였어?”


당연히 정령을 부리는 농부는 생전 처음 들어본 모종 업체 사장님이 놀란 표정을 짓자 한성이 머쓱하게 반응했다.


“아, 예··· 그래봤자, E급입니다.”


심각한 표정으로 포포와 푸르가 딸기 모종을 유심히 살피자 그 모습에 업체 사장님의 얼굴에 웃음이 맺혔다.


“보면 알아? 요 녀석들 엄청 심각한 표정으로 보네.”


어른들을 흉내 내는 아이들 같은 모습에 업체 사장님이 껄껄 웃으며 두 정령을 바라봤다.


푸르는 그저 옆에서 하던 행동을 흉내 내는 것이 맞지만, 포포는 조금 달랐다.


세계수의 정원사.


포포는 그 어느 농부들보다 식물의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었다.


끄덕! 끄덕!


대충 어느 정도 확인이 끝나자 진지한 표정의 포포가 고개를 끄덕이며 업체 사장에게 합격점을 주었다.


“이놈 보게! 내가 키운 새끼들인데, 당연히 이상 없지!”


포포의 합격을 받은 딸기 모종들이 무사히 트럭에서 내려졌다.


농장 안에 가득 자리 잡은 딸기 모종들.


아직 딸기 베드에 심지는 않았으나 식물이 있으니 드디어 제법 농장 티가 났다.


모종 업체 사장님이 떠나자 농장 안에 있는 컴퓨터로 향한 한성.


컴퓨터엔 현재 농장 안에 온도와 습도, 일조량 등 작물이 자라는 환경에 대한 모든 정보를 알 수 있었다.


“습도는 예상대로 완벽하고.”


푸르가 일정 시간마다 물안개를 만들어줘 현재 습도는 완벽한 상태.


딸기 모종을 심기만 하면 된다.


이제 정말로 농사의 첫 시작이었다.


자리를 잡고 한성이 정리되어있는 모종을 보며 선별을 하려던 참이었다.


“포!”


쪼르르 앞으로 나서 앙증맞은 손을 펼쳐 막는 포포.


한성이 의아해하며 멈칫하자 포포가 상태가 조금 나빠 보이는 딸기 모종을 들고 획 집어 던졌다.


툭!


포포가 야심 차게 던졌건만 하찮을 정도로 코앞에 떨어진 모종.


“흠··· 딱히 별로 문제는 없어 보이는데?”


별 차이를 모르겠다는 한성의 표정에 포포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짧은 양손까지 들며 한숨을 쉬는 포포의 모습에 기가 찰 노릇이었다.


“그건 또 어디서 본 모습이니.”


포포가 던진 모종을 주워 들고는 흙에 가려진 뿌리 쪽을 뜯어 보여줬다.


“어?”


겉으로는 멀쩡했으나 뿌리 쪽이 부실해 보이는 게 확실히 문제가 있어 보였다.


“포포포!”


이제야 자기 뜻을 알아주자 포포가 배를 쭉 내밀며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그래, 그래! 세계수의 정원사이신데, 네 말을 들어야지.”


포포의 예리한 눈이 증명되자 분업화가 저절로 일어났다.


먼저 포포가 모종을 선별하고 그것들을 한성이 조심스럽게 마정석 상토에 심기 시작했다.


툭! 툭!


한성의 농장에 처음으로 작물을 심는 순간이었다.


잘 자라달라는 의미로 심은 딸기 모종 주변을 두들기며 흙을 다졌다.


‘진짜 농사를 짓긴 했네.’


이젠 진짜 농장주가 되었다.


무언가 울컥하는 기분까지 들며 벅차오름이 느껴졌다.


일정 간격마다 모종 간에 거리를 두며 딸기를 심으며 작업을 이어갔다.


3줄가량 베드에 딸기를 심었을 때였다.


뒤를 돌아보니 이쁘게 딸기가 심겨 있는 베드를 보니 그럴싸했다.


아직 농장 이름도 정하지 않은 상태.


곰곰이 생각에 잠긴 한성의 눈에 저 멀리 심각한 얼굴로 모종을 선별하고 있는 포포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도 역시 우리 농장의 마스코트는 포포지!”


예전엔 이름 뒤에 농장이나 농원을 많이 붙였으나 요즘 젊은 농부들은 무슨 무슨 팜이라고들 이름을 많이 지었다.


“그래! 포포팜으로 하자!”


작명에는 센스가 없는 편이라 농장의 마스코트인 포포의 이름을 따왔다.


농장 이름을 결정한 한성이 마침 작업을 하던 줄이 끝나자 수레를 끌고 모종을 가지러 갔다.


우우우우웅!


뒤를 도는 바람에 볼 수 없었으나 심은 딸기 모종에서 심상치 않은 빛이 맴돌았다.


띠링!


[작물에 정령과 마정석의 힘이 깃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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