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급 정령이 농사를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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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운(五雲)
작품등록일 :
2024.08.28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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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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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DUMMY

1년 전 큰마음 먹고 샀던 차.


평소 SUV에 낭만이 있었던 박 과장은 집 대출금도 많이 남은 상황에서 차를 구매했다.


차를 산지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애지중지하며 신줏단지 모시듯 차를 대하는 그.


언제나 출장을 갈 때는 회사 차량을 이용했으나 오늘만은 자신의 차를 직접 운전해 한성이 찍어준 주소로 향했다.


‘그놈 성격상 별거 아닌 걸로 요란 떨 리가 없어!’


같이 오랫동안 일하며 서로를 잘 아는 사이인 만큼 갑자기 연락한 한성이 호들갑을 떨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장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약속된 회의까지 불참하며 한성의 농장으로 운전대를 잡았다.


차에 가득 실린 상자들.


차 트렁크는 물론이고 뒷자리와 조수석까지 빈 상자들로 가득했다.


차를 끔찍이도 아끼는 그로선 평소에 상상하기 힘든 모습.


한성에 대한 믿음도 있지만, 영업직의 본능이 말해주고 있었다.


이번 한성의 전화에선 진한 돈 냄새가 난다는 것을.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적당한 사이의 상사.


이 정도만 해도 합격점을 줄 수 있었다.


직장인들에게 상사란 존재는 진상 고객이나 산더미처럼 쌓인 업무들 보다 훨씬 스트레스받는 존재인 법.


그럼에도 박 과장과 한성은 제법 일 적으로 잘 맞으며 좋은 호흡을 자랑했다.


무엇보다 둘은 야망이 있었고 서로 닮은 점이 많았다.


실력도 실력이었으나 괜히 젊은 나이에 과장을 단게 아닐 정도로 박 과장 역시 한성 못지않게 일 욕심이 많았고 그만큼 서로는 일 적으로 잘 맞는 사이였다.


다만, 그만큼 서로 부딪히는 일도 많았다.


평소엔 순한 성격인 한성도 야망이 있었기에 일할 때만큼은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그 때문에 늘 부딪혀도 일에 관해선 서로 신뢰가 깊은 그들.


무엇보다 실력 하나만큼은 박 과장을 따라올 사람이 없었다.


한성도 그런 박 과장이기에 농장에서 대박을 터트리자마자 제일 먼저 연락한 것이다.


“그래, 도착했다.”


도착한 박 과장의 전화.


그전에 이미 차 소리에 한성이 포포와 농장 앞으로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왔어요?”


활짝 웃는 한성의 얼굴을 박 과장이 힐끔 쳐다봤다.


농장 일로 조금은 그을린 얼굴.


그렇지만 이전보다 훨씬 밝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전엔 순한 얼굴에 독기를 가득 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으나 지금의 한성에겐 해방감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농장 차리더니 좋아 보인다?”


“왜 진작 안 했나 싶네요. 식사는요?”


“당연히 점심시간에 먹고 왔지, 회사에서 밥이라도 제때 안 챙겨줬으면 나도 진즉에 그만뒀지.”


한성이 퇴사하고 딱 하나 그리운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회사에서 제공하는 식사.


퇴사하고 혼자 자취하다 보니 매 끼니를 해결하는 게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다.


영양사가 영양 균형까지 계산하며 챙겨주는 밥을 먹을 때는 몰랐으나 퇴사하고 나니 그리울 때가 많았다.


야근 없는 날마저도 저녁 식사까지 모두 챙겨 먹고 갔던 한성이 내심 부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야, 그래도 우리 회사 밥은 제법 맛있었는데. 그립네요.”


“오늘 갈비찜 나왔는데, 어때? 지금이라도 다시 들어와.”


서로 안부는 여기까지, 어느 정도 인사가 끝나자 서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과장님, 부탁한 것들은?”


“그래, 새 차에 상자들 가득 실어 가져왔다. 네가 따로 부탁한 감정 아이템도 가져왔고.”


“산 지, 일 년도 넘었는데. 무슨 새 차에요.”


“내가 새 차처럼 아껴 타면 그게 새 차야! 그리고 말은 똑바로 해, 아직 일 년밖에 안 된 거야!”


차 문을 열며 상자들을 옮기는 한성과 박 과장.


검은색 작은 상자들은 선물용 상자로 안에는 고급스러운 천이 있어 상자 가격만 해도 제법 나갈 것 같았다.


“포포포!”


한성과 박 과장의 인사가 끝나자 그제야 인사를 하는 포포.


회사 내에선 포포를 꺼내지 않았으나 워낙에 오랜 시간 함께 일했던 박 과장은 포포를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래, 오랜만이네. 포포야!”


상자를 옮기다 말고 쪼그려 앉아 포포의 배를 쓰다듬는 박 과장.


그 누구도 포포의 배를 참을 수가 없었다.


“너도 여기 와서 더 살만한가 보다. 배가 더 토실토실해졌네.”


어째서인지 더 토실토실해졌다는 말에 기분 나빠하긴커녕 뿌듯해하는 포포.


배를 더 쭉 내밀며 못본 새 더욱 빵빵해진 배를 자랑했다.


“포포포포!”


그 모습에 피식 웃은 한성이 박 과장을 농장 안으로 안내했다.


“이쪽으로 오세요.”


“아니, 그건 그렇고 도대체 뭐길래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농장에서 산삼이라도 났어?”


박 과장의 말에 한성이 자신 있는 미소를 지었다.


“산삼이요? 그딴 거였으면 이곳으로 부르지도 않았지요.”


자신 있게 앞장서는 한성을 보며 박 과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산삼 따위? 뭘 잘 못 먹었나? 얼마나 대단하길래.”


따라가는 박 과장을 보며 포포가 앙증맞은 양손으로 입을 가린 채 키득거렸다.


“포포포포!”


포포의 예상대로 박 과장은 농장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소리를 지르며 들고 있던 상자들을 떨어트렸다.


문을 열자마자 달콤한 딸기향이 진동했다.


후각 다음으로 반응한 것은 시각.


스마트팜이 적용된 한성의 농장 모습은 일반 농장과는 달랐다.


고설재배답게 베드에 담긴 상토와 딸기들이 줄을 이루며 나란히 있는 모습에 감탄이 나왔다.


딸기가 맞나 싶을 정도로 커다란 크기와 온 세상이 붉은색으로 보일 정도로 엄청난 양을 자랑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박 과장의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한성이 E급 정령 술사라는 것은 직장 내 동료 중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계약한 유일한 정령도 포포.


그러나 이곳 농장엔 셀 수 없이 많은 벌의 정령 라비들이 농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상자가 도착하지 않아 딸기를 수확하고 있지는 않았으나 런너와 시든 잎들을 정리하며 딸기들을 관리했다.


치이이이익!


거기에 물의 정령 푸르가 시간에 맞춰 물 조리개 스킬과 물안개 스킬을 사용하며 농사일을 도왔다.


생전 처음 보는 정령들이 키우는 딸기.


“어때요?”


자신도 처음엔 같은 반응을 보였기에 한성이 피식 웃으며 다가와 말을 걸었다.


“이, 이게 전부 다 뭐냐. 너 E급 정령 술사 아니었어?”


“뭐, 포포덕에 그렇게 됐어요. 처음엔 저도 과장님이랑 똑같은 반응이었어요.”


“포포!”


자신을 칭찬하자 어느새 포포가 베드로 올라와 가슴을 내밀었다.


동시에 포도송이 같은 검지 손가락을 들어 흔드는 포포.


툭!


포포가 아직 놀라기는 이르다며 딸기 하나를 따서 박 과장에게 건넸다.


“포!”


박 과장 역시 마트에서 킹스베리를 먹어 본 적이 있었으나 한성의 킹스베리는 그것보다 훨씬 크고 무거웠다.


‘무게도 묵직하네.’


한입에 넣기도 힘든 딸기를 크게 한입 베어 무는 박 과장.


그 모습에 포포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박 과장의 맛 평가를 기대했다.


‘나는 좀 아깝단다, 포포야.’


아직 이 딸기들의 가치를 모르고 먹는 박 과장과 내심 입에 들어가는 딸기가 아깝다고 생각하는 한성이었다.


츄르륵!


크게 베어 물자 과즙이 터지며 입 주위에 흘렀다.


입에 흐르는 과즙을 닦을 새도 없이 느껴지는 딸기의 강렬한 맛.


달콤함과 적당한 산미가 살면서 먹은 과일을 통틀어도 압도적인 1등을 줄 만큼 맛이 대단했다.


무엇보다 입안과 혀를 통해 퍼지는 딸기 향이 일품이었다.


어찌나 향이 진한지 딸기의 향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정신없이 딸기 하나를 해치운 박 과장이 진심으로 감동한 눈으로 엄지를 치켜세웠다.


딸기 하나로 딸기밭 전체를 입안으로 가져온 것 같았다.


“내가 살면서 먹은 과일 중 최고였어!”


눈물까지 그렁그렁 맺힌 박 과장을 보며 뿌듯해하는 포포가 호쾌한 웃음을 지었다.


“포포포포!”


“놀라긴 일러요, 감정 아이템 가져오셨죠?”


이제 진짜 시작이었다.


박 과장은 아직 딸기의 진가를 몰랐다.


각성자라면 먹는 순간 스탯이 오르며 눈치를 챘을 테지만 비각성자인 박 과장에겐 그저 힘이 솟는 느낌만 들었다.


“어, 왠지 홍삼이라도 먹은 것처럼 힘이 막 생기는데? 기분 탓인가?”


“홍삼, 산삼 그런 거랑은 비교가 안 된다니깐요. 한번 감정해보세요.”


“세상 제일 맛있는 딸기인 건 알겠는데, 무슨 감정을 하라는······”


툭!


돋보기와 비슷하게 생긴 감정 아이템을 사용하자 비각성자인 박 과장에게도 딸기의 정보가 보였다.


자신도 모르게 감정 아이템을 떨어트린 박 과장.


한성이 떨어진 아이템을 주우며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어때요? 방금 과장님이 얼마짜리를 드셨는지 아시겠어요?”


박 과장이 손까지 떨리다 못해 어깨와 목소리까지 떨었다.


“하, 한성아. 이게 뭐냐 도대체······ 그럼 이게 전부?”


멍하게 정령들이 가꾸는 딸기밭을 둘러봤다.


전부 얼마의 수입을 올릴지 계산도 잘 서지 않았다.


“내가 먹은 딸기가··· 영약급 아이템이었다니······”


생전 경험하지 못할 호강했다는 생각과 동시에 한성과 똑같이 먹은 딸기가 내심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얼마짜리를 먹은 거야, 지금이라도 뱉을까?”


“아오, 뭐라는 거야. 계약하기 전 서비스라고 칩시다.”


연신 자신이 먹은 딸기가 아까운 듯 박 과장이 입맛을 다셨다.


그런 그의 옆에 눈치 없이 들리는 소리.


츄르륵!


포포가 잘 익은 딸기 하나를 따서 한 입 크게 베어 무는 소리였다.


과즙 때문에 입 주위는 물론 배까지 흠뻑 젖은 포포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포포포포!”


“크흑!”


그 모습에 절로 박 과장이 입술을 깨물었다.


도저히 저 귀여운 모습에 뭐라 할 순 없었으나 딸기 하나하나가 못해도 수백만 원짜리임은 확실했다.


자기 농장의 딸기도 아니지만 절로 아까움에 탄식이 나왔다.


“저 녀석, 오랜만에 봐서 배가 볼록한 게 아니라 진짜 잘 먹어서 볼록한 거였네.”


박 과장의 말에 한성이 웃으며 포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늘만 다섯 개째일걸요?”


“다, 다섯 개!”


박 과장이 놀라며 포포를 쳐다봤으나 소용이 없었다.


정신없이 먹기 바쁜 포포는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그래도 이 녀석 때문에 이 딸기가 만들어진 거예요. 물량도 충분하고요.”


“그, 그래도··· 크흠!”


아무리 그렇다지만, 아깝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박 과장님이 드시는 건 아까워도 우리 포포가 먹는 건 하나도 안 아까워요.”


“누, 누가 뭐래. 말을 해도 꼭!”


맛과 효과를 직접 확인한 이상, 이건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한성은 판매 루트가 필요했고 박 과장과 회사 측은 이러한 희귀한 물건이 필요했다.


“그래서 얼마 정도 받을까요?”


“글쎄다, 워낙에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3개를 1세트로 판매해서 초반엔 가격을 최대한 세게 받다가 점점 물량을 풀면서 가격을 조정해봐야지.”


영약 아이템 중 가장 등급이 낮은 물건이라도 시세는 최소 천 단위가 넘었다.


이마저도 변동 폭이 컸는데 시중에 풀린 물건의 양에 따라 시세가 바뀌었다.


포포팜의 딸기는 최하 등급보다 효과는 낮았으나 물량은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만큼 가격 변수가 많았고 회사 측에서 얼마나 물량 조정을 잘하는지에 따라 수입이 크게 달라질 수 있었다.


즉, 파는 사람의 실력에 따라 수입이 천차만별이 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연락한 인물이 바로 박 과장.


퇴사자 우대까지 받아 비율도 이 정도면 업계 최고 수준으로 계약을 했기에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한성이었다.


“야, 한성아.”


“네?”


“너도 어차피 돈 벌려고 농장 차린 거고 우리랑 계약하려고 연락한 거잖아.”


“그렇죠, 뭐. 우리 회사가 엄청 대기업은 아니어도 나름 업계에서 실력 좋기로 유명하잖아요.”


“무엇보다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인 한성이 박 과장의 눈을 마주 보며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우리 박 과장님 실력이 업계 최고인 거 내가 누구보다 잘 알잖아요.”


“그래, 이왕 믿기로 했으면 나 한번 끝까지 믿어봐라! 내가 이것들 전부 천금으로 만들어오마!”


업계 최고 실력자이자 독종인 박 과장의 눈이 번뜩이며 엄청난 파란을 예고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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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59 뽜이팅
    작성일
    24.09.03 13:26
    No. 1

    포포들어간 표지가 빨리 나왔으면.... ㅋㅋㅋㅋ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4
    작성일
    24.09.03 15:20
    No. 2

    이제 판매 시작하면 포포팜 찾아오는 사람들부터 벌레들 많이 꼬일텐데...대비 안하나요? 경호담당 정령도 생겨야 판매 시작일줄 알았는데...e급 정령사가 운영하는 농장? 각성자부터 일반인까지 다 노릴것같은데? 힘 쥐뿔없을게 뻔하니...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7 runarual
    작성일
    24.09.10 15:35
    No. 3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jINlEE
    작성일
    24.09.12 20:30
    No. 4

    같은 e급 각성자라고 초반에 하지 않았나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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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화 +1 24.09.07 1,054 3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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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1 24.09.05 1,187 41 12쪽
9 9화 +1 24.09.04 1,186 44 12쪽
» 8화 +4 24.09.03 1,204 4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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