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급 정령이 농사를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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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운(五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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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8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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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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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DUMMY

사건은 딸기 모종을 심기 시작한 이틀 뒤에 벌어졌다.


이틀 동안 늦은 저녁 시간까지 모종을 심으며 작업을 마친 한성.


해가 진 저녁엔 헤드라이트까지 착용해 작업을 이어갔다.


드디어 이룬 남의 것이 아닌 자신만의 것.


포포팜이라는 오롯이 자신만의 농장.


직장 생활과 제일 다른 것은 남의 회사에 다니는 것과 달리 일하는 데 있어 시간 개념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회사에 다닐 땐 그냥 늘 피곤했다.


만성 피곤에 어디 아픈가 싶은 걱정까지 들었고 야근이라도 하는 날엔 집에 가고 싶어 온몸이 비틀거렸다.


회사 내에서 독종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한성도 그럴 때마다 매일 회사에서 살다시피 하는 대표와 이사들이 미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인간들은 가정도 없나?’


분명 그들도 결혼을 하고 자녀까지 있다는 것을 들었지만, 가정이 없는 사람처럼 회사에 살다시피 했다.


대부분 사장이 되면 편한 점만 늘어나는 줄 알고 있다.


회사에서 뭐라 하거나 괴롭히는 사람도 없으니 눈치 볼 일도 없다.


원할 때 출근해서 원할 때 퇴근 할 수 있었다.


직장인들에겐 어떻게 보면 꿈같은 일이었다.


한때 자신도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었으나 자기 농장을 차려보니 알 것 같았다.


퇴근해도 퇴근한 게 아니었다. 집에 가서도 늘 농장 생각뿐이며 일에 연장선이었다.


대신 그것에 힘들다는 생각은 딱히 들지 않았다.


그토록 원했던 망해도 내가 망하고 성공해도 내가 성공한다.


그러다 보니 늦은 시간까지 일하다 쪽잠을 자고 일어나도 힘든 것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모든 모종을 심고 출근하는 다음 날이었다.


“어? 뭐야, 이거!”


농장 문을 열자마자 놀라 소리친 한성.


이유는 다름 아닌 이틀 밤사이 상식을 뛰어넘은 속도로 자란 딸기 모종들 때문이었다.


누가 보면 모종을 옮겨 심은 지 족히 한 달은 넘었다고 생각할 정도로 순식간에 자란 모종들이었다.


저벅! 저벅!


믿기지 않은 현실에 서둘러 걸음을 옮겨 딸기들이 있는 베드로 향하는 한성.


그 옆을 포포가 뒷짐을 지며 천천히 걸어왔다.


의기양양하다 못해 당장이라도 뒤로 넘어질 듯이 배와 가슴을 내밀며 걷는 포포.


포포만이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진 딸기의 비밀을 알고 있었다.


물론 한성도 이유는 어느 정도 예상이 갔다.


포포의 세계수의 정원사 효과.

푸르의 물 조리개와 물안개 스킬.

마정석 가루를 섞은 상토.


이 모든 게 합해져 이룬 결과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도 이건 예상을 뛰어넘어도 너무 뛰어넘었다.


파릇파릇한 이파리.


쑥쑥 자라 이틀 전과는 확연히 다른 크기.


가까이 가자, 모든 딸기의 잎끝에 이슬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싱그러움이 더욱 느껴졌다.


일액현상이라고 부르는 현상으로 토양의 수분과 습기가 충분할 때 일어났다.


일액현상이 너무 많이 일어나도 문제였지만, 지금은 딱 알맞은 상태였다.


푸르의 스킬과 스마트팜의 온실제어 시스템이 합작해 최적의 환경을 만들었다는 뜻.


위이이이이잉!


천장에 일정 간격마다 길게 늘어선 유동 팬이 돌아가며 시원한 바람을 불어오며 내부 공기를 순환 시켰다.


거대한 환풍기 같은 유동팬이 천장에 늘어선 모습에 딸기들까지 더해지니 이젠 정말 스마트팜을 하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났다.


치이이이익!


습도가 낮아지자 알아서 푸르가 물안개를 분사했다.


딸기와 마정석 상토가 담겨있는 베드엔 각각 검은 호스들이 중앙을 길게 중앙 가로질러 늘어서 있었다.


이 호스로 양액기라고 하는 거대한 물탱크에서 일정한 시간마다 물을 자동으로 공급했다.


정령에 스마트팜이 합쳐진 세상 유일한 농장.


그리고 그 결과가 눈 앞에 펼쳐졌다.


상식을 벗어난 딸기 모종에 저절로 손이 갔고 한성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마나! 마나가 느껴져!’


게이트 안에 서식하는 특수한 식물도 아닌 일반 딸기에서 마나가 흐르는 게 느껴졌다.


아직도 놀란 것이 남아있을 줄은 몰랐던 한성이 각성자라면 누구라도 가진 감정 스킬을 사용했다.


[포포팜의 딸기]

[아직 열매를 맺지 않았으나 놀라운 효과가 숨겨져 있는 듯하다.]


워낙에 각성 등급이 낮아서인지 식물 지식이 낮아서인지는 몰라도 두루뭉술한 설명뿐이었다.


그러나 이것으로도 충분했다.


이건 돈이 된다!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사실.


엄청나게 풍겨오는 돈 냄새에 잠시 아찔한 기분마저 들었다.


마나를 품고 있는 식물.


게이트에 서식하는 식물들은 하나같이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마나 혹은 체력을 올려주거나 회복시켜주는 효과.


상태 이상을 풀어주거나 방어력과 마법 방어력을 일시적으로 올려주는 효과 등.


종류에 따라 있는 그대로 섭취하거나 포션이나 마법 아이템의 재료로도 사용했다.


당연히 가격은 기본적으로 상당히 높았다.


특히 마나와 체력 같은 스탯을 올려주는 효과를 지닌 것들은 부르는 게 값일 정도였다.


각성자들을 상대로 영업 회사에서 일했던 한성이 그 누구보다 가치를 알고 있기에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근데 이걸 이런 일반 농장에서 대량 생산한다고?’


만약에 그가 생각한 대로 포포팜의 딸기가 각성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면 돈방석에 앉는 건 시간문제였다.


“크흐흐흐!”


웃음을 참으려 해도 참을 수가 없었다. 절로 새어 나오는 웃음에 광대가 하늘까지 치솟았다.


툭! 툭!


그런 한성의 발목을 두들기는 무언가.


힐끔 뒤를 돌아 내려다보니 양반처럼 뒷짐을 진 채 배를 내밀고 있는 포포가 보였다.


귀여운 모습이었으나 담긴 기세가 가히 명문 집안의 대감 같은 기세였다.


즉, 그만큼 칭찬해달라는 뜻이었다.


이어지는 한성의 반응은 당연했다.


“이리 와, 내 새끼! 아이고 이뻐라!”


그대로 번쩍 들어 안고 포포의 토실토실한 배에 얼굴을 파묻었다.


“포포포포!”


간지러움에 방금까지의 위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정신없이 웃기 시작하는 포포.


그 모습을 바닥에서 힐끔 보고 있던 푸르가 딸기 베드로 폴짝 뛰어올랐다.


조용히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푸르.


“푸르, 너도 이리 와!”


차례가 끝나자 똑같이 푸르를 들어 올려 뺨에 푸르를 비볐다.


“푸르르!”


아낌없이 쏟아붓는 사랑에 푸르는 입까지 활짝 벌리며 행복한 미소를 한참이나 지었다.


뜻밖의 결과를 한참이나 만끽한 한성은 그제야 다시 딸기들을 둘러봤다.


제일 눈에 띄는 것은 모종마다 있는 길게 늘어선 특이한 줄기였다.


바로 런너라고 부르는 것으로 새끼 모라고도 부른다. 이것을 받아 키우면 새로운 딸기가 자라나지만, 지금은 이것을 제거해 불필요한 영양분 소비를 막아야 했다.


바닥에 닿을 정도로 길게 늘어선 런너들.


보통의 경우 하루 이틀 사이에 절대로 이렇게까지 런너가 빨리 성장할 수 없었다.


작물이 커나가는 세력 정도를 초세라고 불렀다.


마정석과 정령의 힘을 받아 자란 딸기여서인지 초세가 어마어마하게 대단했다.


툭!


새끼 묘를 받아 번식시켜 육묘할 게 아니었기에 한성이 런너를 땄다.


길게 뻗어 늘어선 런너 줄기를 잡고 당기기만 하면 툭 하고 떨어졌다.


런너가 따지는 소리와 은근히 손맛이 좋았다.


만들어지고 있는 결과물이 대박임을 알았으면 더욱 애정을 쏟고 관리해야 했다.


“오늘은 그러면 런너 따기인가?”


포포와 푸르를 보며 오늘의 할 일을 정한 한성.


정령 스마트팜 덕분에 예정보다는 훨씬 빨리 런너를 따게 되었다.


툭! 툭! 툭!


손에 일이 익숙해지기 시작하자 리듬감까지 생기며 속도가 빨라졌다.


베드를 한 줄 돌 때마다 작업복 주머니에 런너가 한가득 담겼다.


후두둑!


한 바퀴 돌고 나면 중앙에 가져온 큰 통에 따온 런너를 버리고 다시 다른 베드로 향했다.


툭! 툭! 툭!


햇볕을 쬐며 아무 생각 없이 일하자 조금 덥긴 해도 평온함이 느껴졌다.


스트레스 가득한 도심과 직장에서 벗어나 이곳에서 일하고 있으면 일한다는 기분 보단 힐링을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 누구의 지시나 감정 섞인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전화기 너머 들려오던 고객과 업체의 날 선 목소리 또한 이곳엔 없었다.


오직 런너를 뜯는 소리와 가끔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처럼 기분 좋은 소리만 들려왔다.


치이이이익!


푸르의 물안개가 펼쳐지는 소리와 얼굴에 물안개가 닿는 시원하고 기분 좋은 감촉.


농장 내부의 공기를 순환하기 위해 설치한 유동팬이 돌아가는 소리마저도 듣기 좋았고 주변을 지나칠 때마다 불어오는 바람이 적당히 시원했다.


높은 천장에 달려있었으나 그 밑 주변으로 가면 선풍기를 틀어놓은 듯 은은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일하는 이의 입장에서 너무나도 반가웠다.


사람이 왜 햇빛을 보고 살아야 하는지 농장에서 일하며 여실히 느꼈다.


공황장애와 우울감이 확연히도 줄어들었다.


불면증도 최근 들어 사라졌다.


햇볕 아래의 노동으로 퇴근 후 침대에 누울 때마다 노곤할 정도의 기분 좋은 피로감이 몰려왔다.


특별한 것 없어도 건강해지는 기분.


어째서 아픈 사람들이 자연을 찾는지 요즘 들어 몸소 느끼는 중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일하다 보면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드는구나. 안 그래 포포?”


투두둑!


한참을 사색에 잠겨 생각을 정리하던 한성이 고개를 돌려 포포를 쳐다보자 아니나 다를까 마침 사고를 쳤다.


“포오!”


유난히 억센 런너를 만난 포포가 양손을 있는 힘껏 잡아당기다가 모종을 통째로 뽑아버리며 뒤로 벌러덩 자빠졌다.


“요 녀석!”


딸기 모종이 뽑히며 바닥이 쏟아진 상토로 난리가 났지만, 한성은 미소를 지었다.


이곳엔 누군가 실수해도 그 누구도 뭐라 하지 않았다.


되려 미소로 실수를 대했고 같이 도와가며 해결하면 그만이었다.


한성이 빗자루를 들고 와 바닥에 떨어진 흙을 쓸어내자 푸르가 떨어진 딸기 모종을 들고 베드로 뛰어올랐다.


“포포!”


약이 잔뜩 오른 포포가 딸기 모종을 노려봤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다시 재도전하려는 포포보다 먼저 한성이 떨어졌던 모종의 런너를 떼고 제 자리에 다시 심으며 상황은 마무리가 됐다.


“포!”


왜 자신의 복수전을 하지 못하게 했냐는 포포의 시위.


볼에 바람을 잔뜩 넣으며 배를 씰룩 내밀어도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


“아무리 그렇게 몸을 부풀려도 너는 귀엽기만 하거든요.”


무심하게 다시 런너 따기에 집중했다.


‘오늘 안엔 다 하고 싶은데.’


부지런히 해도 6시 이전엔 다 끝내질 못할 것 같았다.


아직은 직장인의 습관이 남아있어 퇴근 시간이 6시가 기준이었다.


‘오늘도 야근인가?’


이젠 늦게 남아 야근해도 연장근무를 챙겨주지 않았다.


평소 야근이 잦았던 한성은 연장근무로 챙겨가는 월급도 꽤 쏠쏠한 편이었다.


더는 야근해도 추가 수당이 없다는 사실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추가 수당을 받지 않아도 농장의 야근은 전혀 괴롭지 않았다.


농장을 차린 뒤 일을 남겨두고 가면 직장을 다닐 때 보다 훨씬 더 신경이 쓰였다.


퇴근해서 휴식을 취해도 전혀 쉬는 것 같지 않은 찜찜한 기분.


반대로 일을 다 마치고 갔을 때 상쾌함은 직장 때보다 배로 느껴졌다.


기어코 8시까지 남아 모든 런너를 정리한 젊은 농장주 한성.


쿠웅!


퇴근을 알리며 농장의 문이 닫혔다.


그리고 다음 날 이번에도 한성의 농장엔 또 다른 기적이 일어났다.


이 시기 절대 올라올 수 없는 꽃대가 조용히 올라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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