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급 정령이 농사를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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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운(五雲)
작품등록일 :
2024.08.28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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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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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DUMMY

“그래서 파란 구엽초 구할 수 있냐고 없냐고!”


‘이놈은 오늘도 또 지랄이네!’


최근 게이트에서 발견된 파란 구엽초가 마나 회복에 좋다는 소문이 퍼지자 평소 진상 고객인 놈이 바로 전화를 건 것이다.


등록된 번호도 고객의 이름 대신 싸가지라고 등록할 정도로 대단한 진상이었다.


각성자란 강해질 수만 있다면 뭐든 입에 처넣을 놈들이다.


그리고 나의 직업은 그놈들을 상대로 아이템을 판매하는 회사의 영업직 사원이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웃으며 들어들 줄 수 있었다.


왜냐고?


***


“야! 너 미쳤어? 네가 그토록 원하던 승진을 포기하고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누구도 예상치 못한 사표.


그것도 평소 가장 일찍 출근하고 제일 늦게 퇴근하던 이한성의 사표였다.


무엇보다 이한성은 요즘 젊은 친구들과는 다른 독기가 있던 직원이었다.


승진하기 위해 미친 사람으로 보일 정도로 그는 회사 내에서 독종으로도 매우 유명했다.


“순간적인 감정이야? 계장이라고 계장! 지금도 네 동기들은 네 눈도 못 마주쳐! 그런데도 계장을 포기한다고?”


곧 승진을 눈앞에 두고 있던 부하 직원의 사표에 박 과장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박 과장의 말에 이한성이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며 결심을 굳혔다는 뜻을 보였다.


“무슨 말씀인지 압니다. 무엇보다 제가 제일 원했던 자리니까요.”


“하! 너 정말······”


이한성이 당장 그만두면 제일 아쉬울 사람은 그의 상사인 박 과장이었다.


솔직하게 그런 이유도 있었지만, 진심으로 자신이 생각해도 이건 너무 아까웠다.


“차라리 휴가를 좀 다녀오는 건 어때? 하다못해 1년이라도 아니, 반년이라도 계장 달고 그만둬라. 지금 그만두는 거랑 계장 달고 그만두는 거랑 천지 차이야!”


지금 가장 속이 쓰린 사람은 다름 아닌 이한성이었다.


그라고 왜 아쉽지 않고 미련이 없겠는가.


성공하기 위해 회사에 모든 것을 바쳤다.


그렇게 승진과 성공을 위해 미친 사람처럼 자신까지 버려가며 회사에 충성한 그였다.


“너 공황장애 때문이야?”


자기까지 버리면서 동기들보다 빨리 주임을 달았고 대리까지 달며 그 누구보다 앞서나갔다.


단, 그것에 대한 부작용이었는지 스트레스로 인해 공황장애를 심하게 앓게 되었다.


요즘 들어선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


그러나 그것이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었다.


‘내 것이 갖고 싶다!’


아무리 실적을 올리고 회사에 매출을 올려도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각성자들 상대로 포션과 보조 아이템 등을 판매하는 회사의 영업부서.


실적 하나를 올리기 위해 까다롭고 오만한 각성자들의 비위를 맞추며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모른다.


한 마디로 실적을 대가로 감정 쓰레기통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도 참아야 했던 이유.


“한성아, 나가면 진짜 춥고 힘들다. 알잖아, 나 같은 비각성자나 너처럼 E급 각성자는 이렇게 월급쟁이라도 하는 게 축복받은 거라는 걸.”


박 과장이 말했던 것처럼 그가 E급 각성자이기 때문이다.


게이트와 각성자가 있는 세상에서 비각성자는 차별에 가까운 대우를 받았다.


그리고 그중에서 각성자도 비각성자도 아닌 어중간한 존재가 하나 있었다.


E급 각성자.


한 단계 위 D급 각성자는 그래도 게이트에서 짐꾼이나 보조 역할이라도 하며 밥벌이는 했다.


그에 반해 E급은 어디서도 각성자 취급은커녕 초보 레이드에서도 자리를 구하기 힘들었다.


그렇기에 비각성자들처럼 평범한 일자리를 구하며 살았던 그.


꿈은 컸으나 현실이 받쳐주지 못했다.


얼마 전 자그마한 실수 하나로 일이 커져 그만두게 된 옆 부서 황 계장이 떠올랐다.


계장을 단다고 해서 인생이 크게 달라지는 것도 없었다.


기껏해야 월급 조금 오르는 것과 기분이 다였다.


지금의 자신이 목표로 삼았던 자리가 사실 파리목숨보다도 다를 바 없다는 현실을 보게 되자 달릴 원동력을 잃었다.


안 그래도 자신의 것을 갖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했던 이한성.


더는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후회할 걸 알면서도 사표라는 선택을 했다.


그만두는 것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물론 박 과장을 비롯해 평소 그를 좋게 보던 윗선에서 면담을 몇 번 더 하긴 했지만, 워낙에 확고한 그를 말릴 수는 없었다.


회사를 그만두던 날, 직속 상사였던 박 과장이 그에게 물었다.


“그래서 그만두고 뭐 하려고?”


“시골에 내려가서 농사나 지으려고요.”


“뭐?”


이때까지만 해도 박 과장은 그저 이한성이 실없는 농담을 하는 줄만 알았다.


아마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아직 젊은 나이의 한성이 정말로 귀농을 생각하고 있을 줄은 말이다.


“생각보다 짐이 별로 없네.”


미리 조금씩 짐 정리를 했던 터라 마지막 날 가져갈 짐은 별로 없었다.


예상보다 단출하고 가벼운 짐이 공허한 한성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만 같았다.


“포포야, 우리 이제 뭐 농사지을까? 우리 포포가 좋아하는 딸기 농사지을까?”


한성이 고개를 돌려 빙긋 웃자 그와 유일하게 계약한 정령 포포가 모습을 드러냈다.


윤기 나는 갈색 털.


왠지 비만으로 건강검진을 해야 할 것 같은 통통한 체형.


뚱뚱한 다람쥐의 모습을 한 정령 포포는 한성의 도시 속 제일 친한 친구이자 가족이었다.


‘언제봐도 귀여움 원툴이란 말이야.’


해맑고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치명적으로 통통한 배와 턱살.


이 살찐 귀여운 다람쥐 정령은 놀랍게도 그 흔한 공격이나 보조 스킬은커녕 아무런 스킬 하나 없었다.


그런데도 이 정령이 다른 정령에 비해 압도적으로 강한 뛰어난 부분.


‘귀여워······’


애당초 E급 정령 술사로 각성한 한성이 계약할만한 정령은 많지 않았다.


처음엔 레이드에 참여하기 위해 어떡해서든 전투에 도움이 될 만한 정령들과 계약하려 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만들지 못했다.


그런 한성이 취업으로 길을 바꾸며 계약한 정령이 포포였다.


속성은 땅 속성.


이유는 없었다. 그저 귀여워 계약한 포포.


어차피 일반 취업 길로 간 김에 귀여운 비주얼로 힐링이나 하자는 심산으로 계약했다.


이젠 세상 둘도 없는 친구인 포포.


“포포포!”


딸기라는 말에 잔뜩 신이나 포포가 한성의 뺨에 얼굴을 비볐다.


“후우, 결국 다시 돌아가는구나. 도시에서 와서 딱 너 하나 건졌구나.”


시골 출신인 이한성.


그는 시골이 너무나도 싫었다.


비각성자였던 한성의 아버지는 평생 농사를 지으셨다.


어릴 때부터 늘 보던 것이 농사와 자연.


도시에 살던 이들은 일부러 돈과 시간을 내며 탁 트인 자연을 찾았으나 반대로 한성은 그 자연에서 늘 답답함을 느꼈다.


늘 무릎이 좋지 않던 아버지는 작년 말 인공관절 수술 후 재활 때문에 농사를 사실상 접고 계셨다.


남의 것이 아닌 자신의 것을 가져 성공하고 싶은 이한성.


특별한 사업 아이템도, 자영업을 할만한 기술도 갖고 있지 않았다.


가진 것을 최대한 이용해도 성공할까 말까 한세상이었다.


그런 그에게 절로 떠오른 게 농업. 그나마 남들에게 없고 자신에게 있는 땅을 이용할 계획이었다.


‘농사와 농업은 엄연히 달라!’


그렇다고 아버지처럼 묵묵히 농사만 지을 생각은 없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농사가 아닌 농업.


그것들을 이용할 다양한 사업 계획도 어느 정도 세워놨다.


청년 농부에 대한 정부의 관련 사업 지원이 다양했다.


무엇보다 예전과 달리 스마트팜으로 농사를 짓기에 과거 농사와는 모습도 매우 달랐다.


“포포야, 이왕 시작한 거 우리 멋지게 성공하자!”


어릴 적부터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질리도록 본 게 농사짓는 것이다.


남들처럼 낭만 하나로 귀농하는 것이 아닌 정말로 농사가 얼마나 고되고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시작하기에 자신도 조금 있었다.


물론 지금이야 몸으로 직접 부딪치지 않아서 나오는 생각이지만 말이다.


***


시간은 늘 빨리 흘러갔다.


“제법 그럴싸한걸?”


뿌듯한 얼굴의 한성과 옆에서 더 신난 포포.


퇴사하자마자 하우스 공사를 진행했고 드디어 공사가 끝났다.


일반적인 비닐하우스는 단동 하우스가 많았으나 한성의 하우스는 연동 하우스로 지었다.


한 채만 짓는 단동 하우스와 달리 여러 채를 연결해 칸막이 없이 크게 짓는 하우스를 연동 하우스라 불렀다.


900평 조금 넘는 한성의 농장.


실제 농작물을 키울 평수가 800평이었고 나머지 100평은 스마트팜 제어 기계와 컴퓨터 등 작업 공간을 위해 넉넉하게 지었다.


비용은 연동 하우스가 훨씬 비싸나 난방비를 줄이거나 관리가 훨씬 편했다.


무엇보다 스마트팜에 적합한 게 선택의 이유였다.


IT를 이용해 원격제어가 가능하거나 온도, 습도, 토양 등 작물의 생육 환경을 최적의 상태로 만들 수 있는 현대식 농사.


농사와 시골이 싫어 도시로 떠났던 한성이 귀농을 택한 가장 큰 이유였다.


부모님 세대와는 다른 농사와 다양한 사업과 연계가 가능했다.


어릴 적부터 한성이 원했던 것은 두 가지.


도시와 성공.


첫 번째는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면 두 번째 꿈이었던 성공이라도 제대로 할 생각이었다.


그래도 할아버지 때부터 물려받은 집안의 땅이 있었기에 과감하게 귀농을 택했다.


거기다 이젠 아버지도 무릎 수술로 농사를 쉬고 있는 상태.


부모님은 한성이 돌아와 농사하겠다고 하자 두 팔 벌려 환영하셨다.


무엇보다 아들이 도시 생활에 지쳐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아시던 부모님이셨다.


“상토 도착했습니다!”


한성이 뒤를 돌자 자신이 주문했던 상토를 포장한 화물 트럭이 들어왔다.


주문한 상토는 코코넛 껍질로 만든 상토.


통기, 흡수, 배수가 좋아 과습을 방지하고 배수성이 매우 우수했다.


친환경적인 장점과 스마트팜에 아주 잘 어울리는 상토.


트럭에서 상토가 담긴 상자들을 내리던 기사가 한성의 비닐하우스를 힐끔 바라봤다.


“역시 젊은 분이라 스마트팜 하시려나 봐요. 베드도 올린 거 보니 딸기?”


상토 회사 직원이다 보니 전문가가 따로 없었다. 한눈에 보자마자 한성이 무슨 작물을 키울 건지까지 알아맞혔다.


과거 농사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게 직원이 언급한 베드였다.


부모님 세대는 하우스 농사를 지어도 땅에서 허리를 굽힌 채 딸기를 키웠고 이것을 토양재배라 불렀다.


반대로 한성이 택한 고설재배는 베드라고 부르는 받침대를 세우고 그 안에 상토를 채워 서서 일하며 작물을 키웠다.


“포포포!”


땅의 정령답게 흙냄새를 맡자 하우스 안을 이리저리 뛰어노는 포포.


설마하니 한성이 각성자인줄은 몰랐던 기사가 눈을 크게 떴다.


“아니, 각성자가 왜 농사를?”


차마 E급이라는 말은 하지 못하고 멋쩍게 웃으며 한성이 웃어넘겼다.


“혹시 알아요? 이걸로 대박 날지.”


각성 능력을 이용해 사업이 대박 나는 경우는 종종 있어도 농사로 대박 났다는 이야기는 못 들어봤다.


힘들게 농사지을 바엔 레이드를 한 번이라도 더 도는 게 훨씬 돈이 되어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다.


기사가 떠난 후, 한성의 하우스 앞엔 아직 뜯지 않은 상토 상자가 엄청나게 쌓여있었다.


“이걸 언제 다 뜯고 채우나.”


앞길이 막막한 한성의 마음도 모른 채 포포는 그저 신이 날 뿐이었다.


“포포포!”


“그렇게 좋아? 땅의 정령이라고 시골에 내려오니 훨씬 힘이 남아도네.”


맨날 빈둥거리며 뒹구는 것을 제일 좋아하던 포포는 이곳에 오자 물 만난 고기처럼 활동량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고설재배를 택한 농부들이 제일 많이 키우는 작물은 가장 안정성 높고 수익이 보장되는 딸기.


한성 역시 딸기를 선택했다.


가족 같은 포포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이기도 했으나 무엇보다 스마트팜 농부들에게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을 정도로 안정성을 자랑했다.


특히 제일 많은 품종은 설향이었다. 맛도 맛이지만, 병충해에 강하고 재배가 쉬워 가장 대중적인 딸기였다.


하지만 한성이 선택한 딸기는 다름 아닌 킹스베리.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딸기의 제왕이라는 별명까지 가진 이 녀석은 크기도 일반 딸기에 두세 배 이상의 크기를 자랑했다.


특유의 복숭아향과 풍부한 과즙이 장점이었다.


반대로 재배가 어렵고 생산량이 적어 가격이 비쌌으나 한성은 전략적인 이유로 킹스베리를 택할 예정이었다.


“자! 그러면 영광스러운 첫 삽을 떠볼까?”


상토 하나를 가져와 포장지를 뜯자 흙내음이 은은하게 퍼졌다.


푹!


농부로서의 첫 시작을 알리는 첫 삽.


힘차게 한성이 한 삽을 크게 떠 상토를 넣자 포포의 몸이 빛나기 시작했다.


[계약자가 특수 조건을 달성해 포포가 각성합니다.]


“뭐라고요?”


[땅의 정령 포포가 숨겨진 힘을 해방합니다.]

[세계수의 정원사 포포]

[등급: S등급]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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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44
    작성일
    24.09.03 03:17
    No. 1

    뚱실뚱실 배나온 다람쥐 생각하니 벌써 귀엽다 포포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g2******..
    작성일
    24.09.06 07:51
    No. 2

    잘보고갑니다 작가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9 대동e
    작성일
    24.09.07 18:22
    No. 3

    일반인은 월급1억씩 벌어도 개병신인가
    1년에 백억씩 버는 일반인은 상병신..
    각성자는 1년에 10조씩 버나?

    가끔씩 나오는 병맛같은 설정이 또 나왔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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