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급 정령이 농사를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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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운(五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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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8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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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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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DUMMY

휘날리는 꽃잎들.


강렬하게 퍼지는 꽃향기.


붉게 타오르던 노을보다 더욱더 멋진 한 폭의 그림이 펼쳐졌다.


그럼에도 한성은 오롯이 눈앞의 장관을 감상할 수 없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농장을 짓고 첫 삽을 뜨는 순간부터 매일 벌어졌던 기적들.


수정이 끝난 포포팜의 딸기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하루 만에 열매를 맺었다.


꽃잎이 떨어지자 그 자리엔 우리가 알던 딸기가 맺히기 시작했다.


매일 같이 놀랐지만, 아직도 상식을 뛰어넘는 성장 속도는 적응이 되질 않았다.


“포포야, 오늘 집에 가긴 글렀다······”


이걸 두고 집에 갈 사람은 세상천지 없을 것이다.


한 해 농사를 결정 짓는 순간.


첫 농사의 수입이 오늘 결정되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내심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았지만, 정령의 힘을 받은 딸기의 효능이 너무나도 궁금했던 그.


요 며칠 꿈에도 나온 적이 있을 정도였다.


맛은 어떨까?


정말 정령의 힘 덕분에 특별한 힘이 깃들까?


그런 행복한 상상도 있었으나 마냥 좋은 생각만 들진 않았다.


누구나 살면서 자신이 운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잘 없었다.


당연히 그도 포함이었다.


기껏 희귀한 편인 정령 술사를 각성했으나 쓸모없는 등급인 E급을 각성해 비각성자와 다를 바 없는 삶을 살았다.


그토록 원하던 승진을 눈앞에 두었으나 공황장애가 오면서 몸과 마음이 아프기 시작했었다.


그렇기에 하는 일이 잘 돼도 어느 순간부터 늘 자신을 의심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 보면 그것이 좋지 않은 결과를 마주했을 때 상처받지 않기 위한 방어 기제였던 것 같다.


“포포야, 이번엔 잘 되겠지?”


농장을 하면서 조금씩 변하는 한성.


성공을 위해 농장을 차렸으나 어느새 행복을 위해 농장 일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런 그가 변할 수 있었던 이유.


누가 뭐래도 변화와 기적은 모두 포포 덕분이었다.


“포포야······”


생각에 잔뜩 잠겨있던 한성이 아련한 눈으로 포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늘 일부러 최악의 상황만 떠올리며 실망하지 않기 위해 방어 기제를 펼치던 한성.


이번만큼은 포포 그리고 정령들이 있기에 행복한 생각만 하기 위해 용기를 내보려 했다.


한성의 아련하고 사랑이 듬뿍 담긴 시선이 천천히 포포를 향해 갔다.


주르륵!


하지만 포포는 그러거나 말거나 열매가 맺히자 딸기를 먹을 생각에 침을 폭포처럼 흘리고 있었다.


홀린 듯 딸기만 바라보는 포포.


한성이 애타게 부르든 사랑스럽게 바라보든 전혀 관심이 없었다.


오직 딸기에만 모든 신경을 쏟는 포포의 모습에 잠시 한성이 멍한 표정을 하다가 피식 웃음을 지었다.


“일루와 내 새끼!”


한성이 포포를 번쩍 들어 끌어안아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딸기에서 요만큼도 시선을 움직이지 않았다.


“포포야, 저기 저 많은 딸기 말이야. 전부 포포 꺼야.”


품에 안긴 채로도 침을 한 바가지 흘리던 포포가 딸기가 전부 자신 거라는 말에 눈에서 빛을 뿜어내며 정신을 차렸다.


“포? 포포포!”


품 안에서 버둥대며 온몸으로 기쁨을 표현하는 포포의 모습에 한성이 크게 웃으며 그 상태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끌어안은 포포의 머리에 얼굴을 기대자 걱정과 근심이 절로 사라지는 듯했다.


아무래도 오늘은 여기서 밤을 새워야만 할 것 같았다.


이글거리던 노을이 지고 농장엔 곧 밤이 오며 어둠이 찾아왔다.


그런데도 농장을 떠나지 않고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 한성과 포포.


그 옆을 조용히 푸르가 지켰다.


투두둑!


간혹 딸기에서 성장하며 나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엔 그때마다 벌떡 일어나 스마트폰에 플래시를 켜서 확인하곤 했으나 그마저도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무덤덤해졌다.


털썩!


농장 바닥에 대충 박스 따위를 깔고 한성이 누워 눈을 감았다.


집에서 잠을 자고 일찍 농장에 올까 하는 생각도 했으나 도저히 이곳을 두고 떠나지는 못할 것 같았다.


결국 오늘만 밤을 보내기로 마음을 굳히고 포포를 이불 삼아 끌어안았다.


요즘은 정전이 되는 일이 잘 없었다.


설령 정전이 된다고 해도 스마트폰이 있기에 플래시를 켜면 그만이었다.


‘예전엔 정전되면 초를 찾겠다고 난리였는데.’


어두운 밤에 촛불은 형광등 불빛이나 스마트폰 플래시와는 다른 묘한 분위기가 있었다.


가족들이 생일날 모두 모여 불을 끄고 케이크에 촛불을 켤 때처럼 묘한 설렘이 느껴졌다.


“그때가 좋았어··· 아무 걱정 없던 시간들이······”


오늘 하루 많은 일이 있었기에 미처 느끼지 못했던 피곤함이 몰려왔다.


그렇게 한성은 기분 좋은 잠에 눈을 감으며 하루를 마감했다.


***


해가 지고 난 뒤 얼마 되지 않아 잠이 든 만큼 일어나는 시간도 빨랐다.


늦장을 부리고 싶은 마음도 없었으나 해가 뜨며 얼굴을 간지럽히는 햇살과 코끝을 찌르는 달콤한 향기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피곤했는지 한성과 포포의 입 주변엔 침 자국이 있었다.


“푸륵!”


밤새 포포의 코고는 소리에 잠을 설쳤던 푸르가 눈을 비비고 일어나는 포포를 보며 불만을 토했다.


“포?”


당연히 영문을 알 리 없는 포포가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었고 옆에서 한성이 기지개를 켜며 하품했다.


피곤함 덕분에 포포의 코골이에 잠이 깨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애당초 포포는 코를 자주 골았기에 익숙한 한성은 태연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확인하는 것은 당연히 딸기.


어제 농장을 처음 들어왔을 때 눈이 내린 듯 하얀 꽃으로 펼쳐진 눈밭이었다면 오늘은 정열적인 붉은 보석들이 농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한성이 심은 딸기의 품종은 킹스베리.


일반 딸기에 두세 배의 크기를 자랑하며 성인 남성도 한입에 먹기 힘든 크기였다.


정령의 힘을 받고 마정석 토양의 영양분을 빨아들이며 자란 이곳 딸기는 거의 사과만한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부를 것 같은 엄청 난 크기.


그 크기를 버티기 위해서인지 애당초 정령의 힘을 받고 자란 딸기여서 인지는 몰랐으나 작물의 크기 자체도 일반 딸기보다 훨씬 컸다.


온통 붉은 보석으로 가득한 농장을 말없이 걸어보는 한성.


첫 결실을 이렇게나 빨리 얻을 줄은 몰랐다.


툭!


잘 익은 딸기 하나를 무심코 따며 한입 베어 물었다.


영광스러운 농장의 첫 수확.


츄륵!


일반적인 딸기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풍부한 과즙이 입 주위로 흘러내렸다.


잘 익은 황도 복숭아처럼 과즙도 풍부했으나 특유의 킹스베리에 있는 복숭아향도 훨씬 짙었다.


살면서 먹은 딸기 중 가장 달콤한 당도를 자랑했고 적당한 산미가 맛을 더 풍부하게 하며 입맛을 돋게 했다.


후두둑!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포포의 입에서 다시 한번 침이 폭포처럼 흐르며 바닥을 적셨다.


“······”


맛을 음미하면서도 한마디도 하지 않자 답답하다는 듯 포포가 한성을 재촉했다.


“포!”


침묵을 유지한 채 딸기 두 개를 더 따 포포와 푸르에게 건넸다.


마찬가지로 포포가 크게 한입 베어 물자 과즙이 폭발하듯 터져 나오며 포포의 입가를 잔뜩 적셨다.


“포······”


포포 또한 한성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평소 딸기라면 환장하던 포포.


지금까지 먹어본 딸기와는 차원이 다른 맛에 포포 또한 말을 잃고 한참을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들을 깨우는 알림창.


[스탯이 올랐습니다!]

[마력 스탯 +3]

[체력 스탯 +3]


농부에겐 과분하다 못해 아까울 정도의 효과가 발휘됐다.


[정령의 힘이 깃든 딸기]

[최대 3개까지 영구적으로 마력과 힘 스탯을 3 올려줍니다.]

[3개 이상부터 섭취 시 마나와 체력 15% 회복.]


대부분 게이트에 서식하는 약초나 작물들은 마나와 체력 회복 옵션이 대부분이었다.


영구적으로 스탯을 올려주는 아이템은 영약 아이템이라 부르며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었다.


영약 아이템 중 가장 등급이 낮은 아이템이 스탯을 15 올려준다.


당연하게도 한 종류의 영약 아이템엔 몸에 내성이 생겨 일정 개수 이상 섭취 시 더는 스탯을 올려주지 않았다.


한 번에 스탯 3을 올려주고 최대 3개까지이니 총 섭취 시 9개의 스탯을 올릴 수 있었다.


영약 아이템에 비하면 조금 아쉬운 스탯.


그러나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이곳은 목숨 걸고 가는 게이트가 아닌 평범한 농장.


희대의 영약도 아니고 게이트에 서식하는 희귀한 약초도 아닌 평범한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딸기였다.


그런 딸기가 영약 아이템과 비슷한 효능을 가지고 있었다.


엄청난 맛에 한번.


말도 안 되는 효능에 다시 한번.


연달아 충격을 받은 한성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만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최근 들어 자리에 주저앉는 일이 많았던 한성이었으나 이번이 일어나기까지 시간이 가장 길었다.


돈방석?


아니 이 정도면 인생 역전에 로또를 수백 번 당첨된 거나 다름이 없었다.


“포, 포야······”


눈물까지 그렁그렁 맺힌 채 딸기를 정신없이 먹고 있는 포포는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멍한 시선으로 허공을 보며 말하는 한성.


“이제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뭐든지 말해··· 한 트럭씩 사줄게.”


보통 일반 농가에서 이런 대박이 나도 거래처를 뚫는 게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성은 전에 다니던 직장부터 각성자들을 상대로 아이템을 영업하던 회사.


유통 경로와 인맥은 충분했다.


물론 이런 일이 있을 거라는 예상은 전혀 하지 못했다.


한참을 믿기지 않은 현실에 멍하게 있던 한성이 떨리는 손으로 스마트폰을 꺼냈다.


전화를 건 곳은 다름 아닌 전 직장에 상사였던 박 과장.


박 과장에게 전화를 건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로 전에 다니던 직장과 계약할 경우 우대로 비율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었다.


영업 회사를 다니다가 독립하는 경우가 흔한 일이었다.


보통 한성처럼 농장을 차리는 경우는 없었으나 게이트 아이템 관련 사업이나 각성자 보조 아이템 생산 회사를 차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영업 회사로선 최대한 많은 아이템을 확보할수록 유리했기에 같은 유통 사업이 아닌 관련 회사 경우 우대로 유통 비율을 유리하게 책정해 줬다.


한성 입장에선 이 부분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혜택이었다.


두 번째는 바로 박 과장의 실력.


실력자가 많기로 유명한 전 직장에서도 가장 손 꼽히는 실력자가 바로 박 과장이었다.


입사 때부터 숱한 히트작들을 성공시키며 승진 신화를 써 내려갔다.


원래라면 과장 이상을 맡아도 부족하지 않은 실력과 실적이었으나 워낙에 이른 나이부터 파격적인 승진을 해온 터라 직급은 잠시 정체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그 정도로 대단한 실력을 가진 박 과장.


실력만큼은 의심할 여지없이 업계 그 누구보다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한성이 박 과장한테 연락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유통 비율과 판매하는 회사와 직원의 실력까지 누가 봐도 최고의 선택지임이 틀림없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박 과장이 반가운 목소리로 그를 반겼다.


“그래, 한성아! 잘 지내냐. 농사는 좀 어때? 역시 나가보니 농사는 좀 아니지?”


박 과장은 당연히 만만치 않은 현실에 한성이 다시 복직을 원해 전화를 걸었다고 오해했다.


“늦지 않게 잘 전화했다! 안 그래도 너 없으니 이만저만 힘든 게 많다! 빨리 회사로 돌아와!”


복직?


그럴 리가, 사표를 낼 때부터 때려 죽어도 돌아가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었다.


더군다나 지금 수백 배짜리 로또 1등이 농장에 당첨됐는데 어느 미친놈이 복직을 논할까.


“어이, 박 과장요.”


딱히 박 과장에겐 감정은 없었다.


어느 상사나 그렇듯 모든 점이 마음에 드는 상사는 없었다. 적당히 미웠고 적당히 좋은 관계를 잘 유지했었다.


그냥 그저 한번 해보고 싶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보던 낭만.


“뭐? 어이, 박 과장? 너 미쳤······”

“5분 줄게 튀어와, 내가 특별히 딸기 팔아줄게.”


위치상 거리만 해도 회사와 농장까진 차로 4시간이 넘는 거리였다.


“뭐라는 거야! 미친놈아!”


“그럴지도 모르지······”


다짜고짜 전화해 알 수 없는 말만 늘어놓는 한성.


“너 진짜 농사짓다가 더위라도 먹었냐? 왜 이래!”


절대 이런 캐릭터가 아닌 한성이기에 박 과장은 분노보다는 당황스럽기만 했다.


“박 과장아, 나 초대박 났어. 와서 두 눈으로 확인해.”


뚝!


할 말만 하고 끊어버린 전화.


평소 늘 반대의 입장이었던 한성으로선 한 번쯤 해보고 싶었던 일이다.


“포?”


박 과장은 무슨 죄냐는 표정의 포포.


그런 포포를 보며 한성이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박 과장한테 당한 게 더 많아, 그리고 이젠 우리가 갑이야!”


영약 아이템에 비견되는 딸기를 기르는 농장.


그리고 그곳으로 달려오는 박 과장.


“이한성 이 새끼, 뭐가 있긴 하나 본데! 별거 아니면 넌 진짜 뒤졌다!”


포포팜의 전설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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