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급 정령이 농사를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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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운(五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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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DUMMY

8억도 실감이 나지 않은데, 16억이 더 해져 24억 원이 찍혀있는 계좌.


한참 동안 얼어붙은 듯 한성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하게 스마트폰만 바라봤다.


‘대출금부터 갚고 다음은 부모님께······’


돈이 없을 땐, 늘 갖고 싶은 것과 필요한 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막상 돈이 생기고 나니 어디에 써야 할지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를 것 같은 계좌.


지금 한성에겐 이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그러나 아직 만족하긴 일렀다.


딸기는 이제 막 2차 사전 판매를 마친 것이고 본격적인 시작은 아직 하지도 않았다.


벌써 현재에 만족하고 안주하는 순간, 결과는 뻔했다.


‘그래! 만족하지 말자! 현재로도 과분한 상황이지만, 이제 시작이야!’


한서의 다짐처럼 포포팜의 신화는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


1차 사전 판매로 성공적인 출발을 마친 박 과장.


이번 2차 사전 판매로 마지막까지 이목을 최대한 집중시킨 다음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었다.


올인원 마켓의 대표와 최 이사를 제외하곤 유일하게 포포팜의 위치를 알고 있는 박 과장.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지금까지도 극비로 홀로 움직이며 딸기 물량을 본사로 가져갔다.


벌써 몇 번이나 농장을 왔다 갔다 하며 이제는 눈 감고도 포포팜으로 운전이 가능할 정도였다.


그만큼 친해진 박 과장을 포포가 반겼다.


“포포포!”


포포에겐 박 과장은 그저 늘 올 때마다 과일 선물 바구니를 들고 오는 산타할아버지 같은 존재였다.


이젠 박 과장이 오면 그의 손부터 보기 바쁜 포포.


그런 포포의 반응 때문인지 박 과장은 매번 이곳에 올 때마다 포포에게 줄 선물을 고르기 바빴다.


“어째 우리 포포 선물 사 오는 게 이젠 업무 중 하나같네.”


오늘도 과일 바구니를 여러 개 들고 오자 포포가 깡충깡충 뛰어오르며 기뻐했다.


이런 반응 때문에 선물 사줄 맛이 나는 박 과장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젠 따로 보고해 법인 카드까지 받은 상황.


더 이상 과일 바구니를 산다고 통장의 출혈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됐다.


“내 눈은 이제 쳐다도 안 보고 손부터 쳐다본다 이거지?”


전혀 기분 상하지 않았으나 모든 것은 다음을 위한 발판이었다.


쭈왁!


박 과장이 삐진 척을 하며 이때다 싶어 포포의 찹쌀떡 같은 볼을 살짝 잡아당겼다.


평소라면 포포가 화를 냈을 테지만, 과일 바구니에 정신이 팔려 과일을 달라고 버둥대기 바빴다.


‘이, 이 맛이구나!’


오로지 한성에게만 허락된 포포의 볼을 내심 당겨보고 싶었던 박 과장이 드디어 소원을 풀며 희열에 찬 표정을 지었다.


“뭐해요?”


박 과장의 짜릿한 표정에 한성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어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포포는 몸 전체가 찹쌀떡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 같아··· 어째서 네가 포포의 볼을 그렇게 가지고 노는지 이제 알겠다!”


“요즘 바빴다더니 어디 아파요?”


포포에겐 언제나 사랑 듬뿍 담아 대했으나 반대로 자신에겐 시큰둥하게 말하는 한성의 말투에 약간 서운하다는 투로 받아쳤다.


“그래, 네놈 농장에 떼돈 벌어다 주려고 과로해서 머리가 이상해졌다!”


“거, 과장님답지 않게 삐지시긴.”


요즘 들어 포포를 자주 만나더니 조금은 어딘가 유치해진 그였다.


정확히는 포포와 농장의 힐링으로 사회의 때가 벗겨지며 순수함이 돌아오는 것 같았다.


“포포야, 이리 와!”


한 손으로 포포를 와락 안은 박 과장이 나머지 한 손으론 과일 바구니를 흔들며 유혹했다.


“포포포!”


그대로 박 과장이 포포와 함께 농장으로 들어가 한성이 그 뒤를 따라갔다.


“요즘 들어 계속 먹을 걸로 자꾸 유혹하네. 뭐, 유괴범이야?”


앞에서 듣던 박 과장이 포포가 못 보게 고개만 돌려 세상 가장 험악한 표정과 함께 상냥한 말투로 한성을 비꼬았다.


“우리 한성이는 말을 참 이쁘게 해요, 포포랑 다르게.”


“허!”


박 과장이 귀여운 걸 좋아하는 지는 또 처음 알은 한성이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짓다가 씨익 웃었다.


서로의 대화가 말은 그래도 애정이 담긴 장난이며 어느새 상사와 부하 직원의 관계가 아닌 친한 형 동생처럼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아이고, 귀여워라 포포야!”


거의 이젠 포포의 열성 팬이 된 박 과장이 포포의 뺨에 얼굴을 비볐다.


한 가지 간과한 점은 농장으로 들어오는 짧은 사이를 참지 못하고 과일 바구니 생각에 포포의 얼굴이 온통 침 범벅이었다는 것이다.


“아오, 축축해!”


자신의 침으로 똑같이 범벅이 된 박 과장을 보며 포포가 웃음을 터트렸다.


“포포포포!”


박 과장이 노력한 만큼 부쩍 포포와의 사이도 친해졌다.


잠시 뒤 얼굴에 침을 닦은 박 과장이 회사 내 분위기와 시장 반응에 관해 설명했다.


“알다시피 본사나 시장이나 할 것 없이 너희 딸기로 지금 난리가 난 상황이야.”


오죽하면 한성도 그 인기를 체감할 정도였다.


“2차 사전 판매가 끝나는 대로 본격적으로 정식 판매할 예정이야.”


“1인 구매 수량 제한은 그대로 가나요?”


“당연히. 그리고 한 달 동안은 올인원 마켓에 계약되거나 신규 계약자에만 구매할 수 있도록 제한할 계획이야.”


얼마 전까지 올인원 마켓에서 일했던 만큼 한성도 어느 정도는 예상하던 계획이었다.


“역시 정석대로 가는군요.”


“그렇지, 그래도 너희 쪽 수입엔 전혀 문제없을 거야. 시장에 풀리는 물량도 저절로 조절하기 때문에 가격 방어에도 유리하고.”


포포팜의 입장에선 딸기의 가격을 최대한 방어할 수 있어 좋았고 올인원 마켓에선 그것을 이용해 신규 고객을 늘릴 수 있어 좋았다.


“서로 윈윈이네요. 우리 기조대로 가고 좋네요.”


“그런 셈이지. 하여튼 끝까지 잘해보자.”


어느새 딱딱한 상하 관계에서 친한 수평관계로 바뀐 그들이었다.


박 과장에게 농담을 잘 하지 않던 한성이 장난까지 치며 분위기를 띄웠다.


“근데 과장님.”


“왜? 뭐 더 물어볼 거 있어?”


“당연하죠, 뭐 잊으신 거 없으세요?”


“뭐가? 판매 관련 자료들이랑 서류 빼먹지 않고 다 가져왔잖아?”


“아니, 왜 올 때마다 포포 선물만 가져오는 거예요? 내 입은 입도 아니지?”


장난이지만, 어느 정도 진심이 섞인 말.


한성의 이러한 장난이 박 과장도 싫진 않았다.


“뭐라는 거야, 포포랑 너랑 같아? 어차피 대충 돌아가는 거 보면 여기 농장주는 네가 아니라 포포인데. 이름부터 포포팜이면서!”


장난치며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을 보며 정신없이 과일을 먹던 포포가 조용히 다가와 한성에게 과일 하나를 내밀었다.


“포!”


크게 베어 문 자국이 여기저기에 침 범벅인 사과 하나를 건네는 포포.


“그래, 너라도 챙겨줘서 고마워. 근데 이왕이면 새 걸로 주지······”


포포가 준 사과를 건네받은 한성이 침을 소매로 대충 닦고는 사과 반대편을 크게 베어 물었다.


아삭!


포포팜의 딸기만큼은 아니었으나 백화점에서 선물용으로 파는 과일답게 높은 당도와 향을 자랑했다.


“맛은 있네요.”


“그게 얼마짜리인데! 당연히 맛있지. 포포야, 나도 하나 주렴!”


박 과장이 손을 내밀며 싱긋 웃자 과일을 주기 아까웠던 포포가 못 들은 척을 하며 후다닥 다른 곳으로 달려갔다.


자기 몸만 한 바구니 하나를 통째로 들고 쫄래쫄래 가는 뒷모습에 절로 아빠 미소가 지어졌다.


“야, 겨우 먹던 걸 준 게 아니라 그나마 너니깐 무려 먹던 거라도 준 거였구나.”


한성과의 격차를 여실히 느끼며 부럽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어떻게 이거라도 드려요?”


먹던 사과를 들이밀자 박 과장이 인상을 찡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포포가 먹던 건 먹어도 네가 먹던 건 안 먹는다. 요놈아!”


“포포가 먹던 게 맞긴 하는데······”


더 시간이 늦어져 해가 지기 전에 박 과장이 떠난 후, 한성이 농장 밖에서 부모님에게 통화하며 한참을 자랑했다.


부모님 또한 뉴스에 나오던 포포팜의 딸기가 한성의 딸기임을 알고 얼마나 기뻐하셨는지 모른다.


“한성아, 알지? 세상에 믿을 놈 없는 거? 절대 농장 위치 남한테 함부로 알려주지 말고 돈 벌 때는 그저 조용히 버는 거야.”


아버지의 진심 어린 조언이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론 조금 귀찮았다.


“내가 무슨 사회 초년생도 아니고 나도 알아요, 같이 계약한 회사에서도 세 사람만 농장 위치를 알고 있어요.”


“그래, 잘하고 있다! 나도 어디 가서 네가 뉴스에 나오는 포포팜 딸기 농장주라는 말 절대 안 한다!”


마음 같아선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었던 부모님이지만, 두 분은 지혜로운 분들이셨다.


과한 성공은 시기 질투를 비롯해 벌레가 꼬이는 법이었다.


그것을 알기에 부모님은 혹여 자식 자랑이 해가 될까 싶어 일절 자랑도 하지 않고 티를 내지 않으셨다.


“걱정하지 마시고, 내가 조만간 가전제품부터 해서 싹 다 바꿔줄게!”


자식 노릇 제대로 해보고 싶어 들뜬 한성의 목소리였으나 부모님의 마음은 그게 또 아니었다.


“이놈아, 돈 들어온다고 함부로 쓰지 말고 이럴 때일수록 모아! 우리한테 쓰지 말고 대출금 갚고 집 살 돈이나 저축해, 그래야 장가도 가지!”


“아오, 잔소리는! 하여튼 저녁 잘 챙겨 먹고 또 전화할게!”


전화하기 전엔 부모님에 대한 마음으로 가득하면서 막상 전화하면 평소와 같이 어린 아이로 돌아가 투정 섞인 말투로 전화를 끊었다.


“에이, 이럴 때 좀 갖고 싶은 거나 필요한 것 좀 말하지!”


잘해주고 싶어도 서툰 자기 모습에 왠지 짜증이 났다.


그만큼 자신이 못했던 게 많아 이럴 때조차도 서툰 것만 같았다.


반대로 부모님은 잔소리로 시작해 잔소리로 전화를 끝냈지만, 그 누구보다도 아들의 성공을 대견해하며 자랑스러워했다.


도시가 좋다며 혼자 타지로 가 직장까지 번듯하게 다니던 아들.


혼자 타지로 보내서인지 결국 몸도 마음도 아픈 채 다시 고향으로 내려온 아들이 부모 입장에선 가슴이 찢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보란 듯이 성공한 아들이 너무나도 자랑스러웠고, 감사했다.


“아, 깜짝이야!”


전화를 끊고 농장에 돌아가던 차에 몸에 붙은 나방 하나가 허벅지 쪽에 턱하고 붙어있었다.


틱!


손가락을 튕겨 벌레를 날려버리며 몸 주변을 둘러봤다.


굳이 농장 안에 벌레가 들어와서 좋을 게 하나 없었다.


직접적으로 작물에 피해를 주는 벌레가 아니어도 작물에 치명적인 병을 옮길 수도 있기에 농장주 입장에서는 예민한 문제였다.


‘이제 없겠지?’


한참을 몸 주변을 살핀 한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농장 문을 열고 들어갔다.


조금 전 한성이 튕겨냈던 벌레는 다시 날아와 농장 문에 다시 달라붙었다.


마치 앞으로의 일을 예고라도 하듯 말이다.


슬슬 해가 지기 시작하는 시간.


오늘도 하루의 마감을 알리며 짙은 노을빛 하늘이 반겼다.


“역시 퇴근 시간이 제일 좋아!”


연이어 좋은 일만 가득했기에 기분 좋은 한성이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기지개를 켰다.


그 순간.


우우웅!


부모님이나 박 과장 말고는 최근에 온 적 없던 전화로 진동이 울렸다.


“이 시간에 누구지?”


박 과장은 조금 전 출발해 아직 운전 중인 상황.


부모님 또한 방금까지 통화해 다시 전화 올 일이 없었다.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자 적혀있는 이름은 뜻밖의 이름이었다.


싸가지.


퇴사 날 마지막까지 자신을 괴롭혔던 진상 고객의 번호였다.


“어? 그때 그 싸가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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