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급 정령이 농사를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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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운(五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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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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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DUMMY

딸기는 대중적이며 친숙한 과일이다.


그렇지만, 딸기꽃을 실제로 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작고 이쁜 흰색 꽃.


열매만큼이나 꽃 또한 딸기는 아름다움을 자랑했다.


회사를 가는 길과 달리 농장을 가는 길은 늘 기분 좋고 설렜다.


하루를 여는 의식처럼 농장 문을 여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됐다.


열자마자 코를 찌르는 은은한 꽃향기.


그와 동시에 농장에 눈이 내리듯 하얀 딸기꽃이 만개한 딸기들이 보였다.


“꽃?”


절로 눈이 커진 한성이 딸기가 있는 베드를 향해 달려갔다.


그의 뒤를 포포와 푸르가 신이 나 뛰며 따라갔다.


‘어제까지만 해도 꽃대가 올라온 녀석은 없었는데?’


어린 모종을 심은 지 며칠이 되었다고 이렇게 빨리 꽃이 필 수 없었다.


당연하게도 기적을 만든 것은 정령의 힘과 마정석 가루가 섞인 상토.


꽃대가 올라오는 시기도 멀었는데 하룻밤 사이 전부 만개까지 했다.


기적에 가까운 성장 속도.


평범한 딸기임에도 게이트 안에 아이템에 필적하는 효과를 가진 작물.


이건 분명 큰돈이 된다.


하지만 지금 문제는 따로 있었다.


보통 개화기는 10월이나 11월.


딸기 농가들은 그 시기에 맞춰 벌을 준비했다.


‘당장 양봉업체에 전화해야 해!’


농가에서 개화기 때 일일이 붓으로 모든 작물을 직접 수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 했다.


이 많은 딸기를 사람이 직접 작업할 수도 없을뿐더러 시간이 걸려 최적의 시기를 놓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수정을 위해 수정용 벌을 업체에 주문해 작업을 했다.


수정용 벌을 취급하는 양봉업체에 주문하면 개화 시기에 맞춰 수정용 벌을 가져왔다.


농가에선 수정용 벌들이 담긴 전용 상자를 농장에 두어 입구를 열어두기만 하면 끝이 났다.


약간의 적응을 마친 벌들은 곧 활동을 시작하고 작물의 자연수정을 도왔다.


“근데 이건 빨라도 너무 빠르잖아!”


아직 시기가 한참 남아 당연히 연락한 업체는 없었다.


당장 어디에 연락할지 고민했다.


첫 농사였기에 이전부터 연락하던 업체가 당연하게도 없었다.


눈여겨본 업체는 두 군데 정도 있었기에 그곳에 일단 전화를 돌릴 생각이었다.


갑작스레 발등에 불 떨어진 한성과 달리 만개한 꽃들을 보며 신이 난 두 정령.


땅에 떨어진 꽃을 머리에 꽂으며 포포가 잔뜩 멋을 부렸다.


“포포포!”


푸르도 그것을 흉내며 머리에 꽃을 얹었다.


딸기꽃으로 치장한 자신을 봐달라는 두 녀석의 재롱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너희들 때문에 웃는다.”


찰칵!


이 모습을 놓치기엔 너무나도 아까웠다.


일단 사진부터 찍은 한성이 포포의 배를 쓰다듬으며 하소연했다.


“다 좋지만, 벌들을 구해 와야 해.”


수정에 사용하는 벌들의 종류도 다양했다.


일반적으로 아는 꿀벌도 있었으나 농가에선 뒤영벌과 간혹 뿔가위벌도 사용했다.


한성이 생각해둔 벌은 뒤영벌이었다.


제일 중요한 수정능력이 탁월했다.


꿀벌은 이름답게 꿀을 채취하는 것이 목적인 벌이지만, 뒤영벌은 꽃가루를 모으는 꽃벌이다.


더군다나 추위에도 강한 활동성을 가지고 있어 겨울에 출하를 목표로 하는 하우스 농가에 유리한 점이 있었다.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외모도 제법 귀여웠다.


동글동글하고 통통한 외형에 큰 몸집보다 작은 날개를 갖고 있어 귀여운 포포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망했다······”


뒤영벌이든 꿀벌이든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원래부터 눈여겨본 곳 두 군데를 포함해 총 열 군데가 넘는 곳에 전화했지만, 오늘 당장 가능한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예상은 했으나 막상 빨라도 이틀은 걸린다는 말에 한성이 한숨을 쉬었다.


포포와 푸르의 멈추지 않는 웃음소리에 농장 바깥에서 전화했던 한성이 별다른 소득 없이 터벅터벅 들어왔다.


일반적으로는 이틀 뒤에 벌을 들여와도 문제가 없겠지만, 한성의 농장은 상황이 달랐다.


이틀 만에 엄청난 성장을 했고 하룻밤 사이 꽃대도 안 올라왔던 딸기가 꽃을 전부 만개했다.


지금의 파격적인 성장 기세를 봤을 때 이틀 뒤에 벌이 온다면 분명 꽃이 지고 난 뒤가 분명했다.


“포포야, 우리 망한 것 같다.”


힘없이 들어온 한성을 반기는 포포와 푸르.


바닥에 떨어진 꽃들을 전부 주워 모았는지 포포의 온몸에는 꽃들이 빽빽하게 꽂혀있었다.

머리에는 꽃을 머리띠 모양으로 꽂아 귀여움이 배가 되었다.


두 정령은 자신들 몸집의 몇 배 크기인 황금색 공을 던지고 받으며 서로 장난을 치고 있었다.


평소라면 이 모습을 놓치지 않고 사진부터 찍어댔겠지만, 지금은 농장의 대위기 상황.


곁눈질로 힐끔 보곤 땅이 꺼질 듯 한숨을 쉬었다.


복잡한 생각에 아무것도 그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공놀이하고 있었구나. 재밌었겠네······”


무언가 이질감을 느낀 한성.


‘공놀이? 여기 공이 어딨어.’


그제야 포포와 푸르가 가지고 놀던 황금색 공에 시선이 갔다.


“이거 공이 아니잖아!”


자세히 보니 황금색 구체는 공이 아니라 육각형으로 이루어진 벌집이었다.


당연히 인간 세계의 벌집이 아닌 정령 세계에서 온 벌집이었다.


[벌의 정령 라비]

[등급: C]


포포의 정령 부르기 스킬로 온 두 번째 손님.


그리고 정확히는 한 명의 손님이 아닌 손님들이었다.


“포!”


포포가 손가락으로 공중을 가리키자 똑같이 생긴 정령 라비의 벌집들이 딸기 베드의 일정 간격마다 하나씩 둥실둥실 떠 있었다.


포포가 들고 있던 것까지 합해 총 10개의 벌집.


그 순간 벌집에서 작은 게이트 모양의 빛이 나오며 라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포포와 비슷한 크기의 라비는 벌 치곤 거대한 몸집을 자랑했다.


모습도 일반 곤충 아닌 정령답게 벌 모양을 한 귀여운 요정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포포가 부른 친구들이 아니랄까 봐 심하게 통통하고 비만에 가까운 체형.


그 와중에 날 수는 있을까 걱정될 정도로 작은 날개에 모두 작은 가방을 메고 있었다.


벌집에서 라비들이 쏟아지며 이곳 농장의 주인 한성에게 인사를 했다.


그중 대표로 나온 것은 10개의 벌집을 관리하는 주인이자 그들의 여왕벌인 퀸라비였다.


외관은 일반 라비들과 다를 것이 없었지만, 왕관을 쓰고 있어 누가 봐도 여왕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비비비!”


[정령 세계의 성실한 일꾼 라비가 이곳을 보금자리로 결정했습니다.]

[라비들이 꽃을 수정시키고 수확하는 것을 도울 겁니다.]


당장 양봉업체가 못 오는 상황에 꽃을 수정시키는 것만으로도 엎드려 절해야 하는 판국. 그런데 수확까지 돕는다는 설명까지 더 해졌다.


노동력까지 단 한 번에 해결해버린 상황에 얼이 빠졌다.


털썩!


기쁨에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린 한성.


“이, 이게 꿈이야 생시야······”


아직도 믿기지 않는 현실에 손까지 떨렸다.


눈물이 다 날 정도로 벅차오르는 기쁨.


모두 것이 포포로부터 시작된 것을 알기에 한성은 목 놓아 포포를 불렀다.


“포포야! 세상 제일 사랑한다! 네 덕에 내 인생이 바뀌는······”


“포포포!”


당장 포포를 끌어안으려 했지만, 애석하게도 라비의 벌집으로 공놀이를 한 죄로 라비들에게 쫓기고 있었다.


포포의 필사적인 도주를 푸르가 구경하며 깔깔대고 있었다.


“크흠.”


머쓱해진 한성이 바지를 털며 일어났다.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꽃의 수정과 노동력이 전부 해결됐다는 것이다.


실제 작물을 기르는 공간이 800평인 농장.


아무리 부지런히 일한다고 해도 혼자 하기엔 벅찬 크기였다.


워낙에 일에 욕심이 많고 성공하고 싶은 마음에 과감하게 첫 농사부터 800평 전부 딸기를 심었다.


그런데 라비들 덕에 엄청난 규모의 노동력이 확보되었다.


몸집은 작아도 자신의 무게보다 몇십 배의 무게까지 들 수 있는 일꾼들.


“비비!”


퀸라비가 명령을 내리자 모두 가방에서 둥그런 모자를 꺼냈다.


동그란 모자에는 정령어로 적힌 네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무슨 글자야 저게?”


눈을 찌푸리고 보는 한성을 위해 퀸라비가 배려해 손을 올리자 모자에 적힌 정령어가 한글로 바뀌었다.


안전 제일.


타고난 일꾼답게 안전 수칙까지 철저한 라비들은 안전 제일이 적힌 안전모를 쓰고 작업에 바로 착수했다.


손 하나 까닥하지 않고도 800평의 딸기를 모두 수정시키는 라비들.


한성은 그저 입을 벌린 채 그 모습을 한참이나 멍하니 바라봤다.


취이이이익!


마침 햇빛이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 푸르가 물안개 스킬을 사용하며 농장의 더위를 식혀줬다.


라비들 또한 푸르의 물안개에 더욱 신나하며 일을 했다.


툭! 툭!


알아서 런너와 딸기 잎까지 정리하는 라비.


“꿀은 벌이 빠는 거 아니야? 어째 벌 정령 덕분에 내가 꿀을 빠는데?”


가만히 앉아있어도 알아서 돌아가고 관리되는 농장.


다른 농부들이 이 모습을 봤다면 오열한 채로 농사일을 그만두었을 것이다.


수십억을 들여 기계를 들여놔도 이렇게까지 정교한 일들은 못 할 것이다.


무엇보다 기계로는 정령과 마정석의 힘을 부여해 특별한 딸기도 만들지 못했다.


“이게 농사?”


허탈해지기까지 한 한성의 머리 위로 포포가 낑낑대며 올라오기 시작했다.


라비들에게 연신 사과하고 겨우 용서받은 포포.


머리에 올라타도 라비들을 보기 바쁜 한성의 관심을 끌기 위해 머리에서 주르륵 내려와 눈을 가리며 얼굴에 척하고 붙었다.


“포포야.”


“포?”


얼굴에 포포가 붙어있어 시야가 가려져 있음에도 꿈쩍도 하지 않는 한성이 그 자세 그대로 포포에게 말을 걸었다.


“나 너무 기뻐 눈물 나.”


진짜로 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쏟아지는 한성과 그런 눈물 때문에 배가 축축해져 얼굴에서 떨어지는 포포.


툭!


그대로 어깨에 안착한 포포가 찜찜함에 인상을 찡그리며 짧디짧은 발로 한성의 목을 툭 하고 찼다.


아무런 데미지도 줄 수 없는 하찮은 발길질.


그러나 이 모습을 누군가 봤다면 치명적인 귀여움에 심장에 심각한 무리가 갔을지 몰랐다.


“포!”


포포가 자신의 배가 눈물에 젖자 앙증맞은 두 손으로 눈물을 털어냈다.


그럼에도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


“어, 엄마··· 아, 아빠··· 곧 성공해서 돌아갈게.”


살면서 처음으로 기뻐 눈물을 흘려본 그였다.


해가 질 때쯤이 될 무렵.


수정 작업을 모두 마친 라비들이 슬슬 벌집으로 퇴근하기 시작했다.


벌집에 들어가기 전 안전모를 벗어 가방에 넣는 것을 잊지 않는 라비들.


귀여운 외모의 정령이었으나 일하는 모습만큼은 경력이 오래된 현장직 아저씨들과도 같았다.


한 줄로 서서 각자의 벌집으로 차례대로 퇴근하는 라비.


그 모습을 제일 위에서 퀸라비가 뿌듯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 라비까지 퇴근을 마치자 손을 흔들며 들어가는 퀸라비.


오늘 있었던 일들이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은 한성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누구도 경험하지 못했고 들어본 적도 없는 일들이 연속적으로 펼쳐졌다.


해가 지기 시작하자 새빨간 노을이 모습을 드러내며 시선을 끌었다.


얼마 만에 보는 새빨간 노을인지 몰랐다.


‘늘 야근한다고 노을이 지는 것도 못 보고 살았구나.’


늘 캄캄한 밤이 되고 나서야 퇴근을 할 수 있었다.


하늘에 펼쳐진 장관에 눈을 빼앗긴 한성이 한참을 감상하며 사색에 잠겨있었다.


그 옆을 지키고 있는 포포와 푸르.


이 순간만큼은 두 정령도 장난을 치지 않으며 감상을 방해하지 않았다.


툭! 툭! 툭! 툭!


그런 한성의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


뒤를 돌자 수정이 끝난 꽃의 꽃잎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자, 잠시만! 뭐가 또 일어나는 거야?”


촤르르르륵!


딸기들이 전부 일제히 빛을 내며 꽃잎들이 농장 가득 휘날리며 꽃향기를 가득 풍겼다.


[포포팜의 딸기가 열매를 맺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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