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급 정령이 농사를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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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운(五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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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DUMMY

저장된 이름까지도 싸가지.


A-등급 각성자인 오현택이였다.


나이도 한성보다 훨씬 어린 스물여섯.


그걸 알면서도 언제나 반말에 갑질을 일삼았다.


각성한 힘이 높다고 다 인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높은 등급을 각성해 인생을 탄탄대로로 살아온 그들은 대부분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했다.


평생 남들을 내려다보며 천재란 소리밖에 듣지 못한 그들은 타인에 대한 배려나 공감 능력이 거의 결여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사람 간에 지켜야 할 선이 없거나 발상 자체가 터무니없을 때도 많은 만큼 비각성자인 일반인들이 그들을 상대하는 일이란 무척 어려웠다.


오현택 역시 이에 해당하는 전형적인 인물.


배려심은 기대도 하지 않았다.


사고방식 자체가 일반인과는 완전히 다른 구조.


진짜 상대하는 직원들이 감탄할 정도로 참신한 진상짓을 할 때가 많았다.


더군다나 오현택이 진상 목록 중에서도 맨 위에 있었던 이유가 돈도 잘 쓰지 않는 최악의 고객이란 것이었다.


대부분 실력 좋은 각성자는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많았다.


그들은 대부분 경제 관념이 없나 싶을 정도로 돈 씀씀이도 컸는데 이놈은 어째 그 반대의 끝을 달렸다.


지독한 구두쇠.


그러면서 또 아이템 욕심은 얼마나 심한지 올인원 마켓 직원 내에서도 유명했다.


겨우 턱걸이로 VIP 고객이었으나 원하는 건 어찌나 많은지 비위 맞추기가 무척이나 까다로웠다.


이름만 VIP 고객, 그러나 실적엔 전혀 도움도 안 되고 직원만 괴롭히는 최악의 존재.


자연스럽게 이 진상 고객은 영업 2팀 에이스인 이한성에게 맡겨졌다.


당시 한성은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라 어쩔 수 없이 떠맡겨진 거라고 볼 수 있었다.


“한성 씨가 수고 좀 해줘, 알잖아. 한성 씨처럼 까다로운 VIP 고객 관리 잘하는 사람이 없는 거.”


사회생활에서 배운 것은 겉으로 하는 말을 전부 믿어서는 안 된다는 거였다.


겉으론 칭찬과 부탁이었으나 결국은 감당 못해 아래 직원인 한성에게 폭탄 던지기를 한 것이었다.


후에 박 과장이 이 사실을 알고 한성에게 오현택을 떠넘긴 직원을 크게 혼낸 적이 있었다.


한성은 당시 업무적으로 과부하인 상태였는데, 자신의 고객이 진상이란 이유로 뻔히 상황을 알면서도 떠넘긴 것이 못마땅해서였다.


박 과장은 오현택을 자신에게 넘기라는 말까지 했으나 일 욕심이 있었던 한성은 오기가 생겨서라도 오현택을 맡았었다.


당연히 결과는 지독히도 시달렸다.


오죽하면 휴대폰 번호까지 알고 있을까.


나름 그의 입장에선 평범한 집안에 태어나 혼자 힘으로 자수성가했고 그런 자부심이 대단하다 보니 절로 그런 태도가 나온 것 같다.


하지만 담당자인 한성이나 그를 상대했던 직원들 입장에선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냐는 말이 절로 나왔다.


“뭐, 자기 말로는 가난한 집안에서 지독하게 노력해 여기까지 성공했다고 맨날 자랑질하는데, 우리랑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담당했던 직원들의 입에선 이런 소리가 늘 나왔다.


“저번엔 뭐라고 했더라? 자기는 이렇게까지 노력해 성공했는데, 직원들인 우리는 인생을 열심히 살지 않고 게을러서 이 모양 이 꼴로 산다고 지랄하더라!”


“미친놈! 각성한 재능 하나로 성공한 거지 무슨 노력! 그렇게 따지면 우린 대학 입시에 취업 준비까지 얼마나 노력하고 치열하게 살았는데!”


자신의 노력은 아주 작은 것일지라도 태산같이 생각했으며 남의 피나는 노력은 그저 운이며 하찮게 생각했다.


언제나 자신을 끔찍하게 생각하는 그.


마찬가지로 직원들도 각자 사연이 있고 누군가의 자식이자 누군가의 부모였다.


각성자들이 목숨 걸고 게이트에 가는 것처럼 직장인들 역시 각자의 가정을 지키기 위해 회사로 출근했다.


남의 배경이나 사연 따윈 전혀 궁금하지도 상관할 바도 아니었다.


“왜, 전화했어?”


늘 자신에게 하대하며 갑질하던 오현택의 전화.


그러나 한성도 이제 옛날의 한성이 아니었다.


올인원 마켓의 직원도 아니었을뿐더러 이젠 입장이 완전히 뒤바뀐 상태였다.


“뭐? 방금 뭐라고 했어?”


늘 상냥하던 한성의 말투가 아닌 까칠하고 차가운 목소리가 들리자 오현택이 당황하며 되물었다.


당연히 이전 목소리는 올인원 마켓 직원이었기에 친절함을 유지한 것.


지금은 포포팜의 농장주였다.


“뭘 뭐라고 해, 귀 쳐 막혔냐? 왜 전화했냐고!”


아예 180도 다른 말투와 분위기에 오현택은 하마터면 자신이 전화를 잘못 건 줄 착각할 뻔했다.


“아니! 당연히 딸기 사려고 전화했지!”


전화를 걸 때부터 이미 짐작은 갔었던 터라 한성이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야! 그걸 왜 나한테 이야기해. 네가 직접 올인원 마켓에서 사면 되잖아.”


알면서도 받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뭐? 너 미쳤어? 나 오현택이야! 번호랑 이름 까먹은 거야?”


“알지, 개진상.”


늘 그를 상대하면서 언젠간 갚아주겠다고 이를 갈아왔었다.


‘오늘 드디어 묵은 한을 풀겠구나!’


그렇기에 일부러 그의 전화를 받은 것이다.


‘그나저나 역시 예상대로 소문이 빨리 퍼졌네.’


전화가 올 때부터 어디서 퍼진 소문을 듣고 연락했다고 생각했다.


포포팜의 농장주가 올인원 마켓과 전 직원 우대로 계약한 것부터 직원들 사이에선 소문이 돌았을 것이다.


최근 퇴사자도 한성이 유일했고 아무리 사적으로 친한 직원은 없어도 회사 다닌 지가 몇 년인데, 시골에 땅이 있는 것 정도는 직원들도 알고 있었다.


더군다나 업무 또한 오로지 박 과장으로만 통하는 상황.


유추를 못 한다면 그게 더 이상했다.


직원들로부터 시작해 고객들 사이에선 위치는 몰라도 어느 정도 누가 포포팜의 농장주인지는 말이 새어 나왔을 것이다.


“야! 근데 너는 네가 생각해도 등신이지 않아? 네가 나라면 너 같은 인간 같지도 않은 놈한테 딸기를 팔겠냐?”


어차피 농장 위치는 회사에서도 극비 사안이었고 그 외엔 아무도 몰랐다.


거기다 이미 퇴사한 마당에 그와 더 이상 상대할 일도 없었다. 아예 기다렸다는 듯이 한을 풀기 시작하는 그였다.


“요즘 좀 잘나간다고 이게 진짜 미쳤······”


그가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성이 말을 잘랐다.


“그래 미쳤다, 새끼야! 너 같은 새끼들 때문에 하도 시달려 정신과까지 다녔어!”


웬만해선 평소에도 욕을 안 하는 그의 입에서 언성이 높아지며 날카로운 말이 나왔다.


지금도 오현택을 비롯한 진상 고객들 때문에 공황장애에 시달렸던 걸 생각하면 자다가도 이가 갈렸다.


“야 이 새끼야, 그리고 내가 너보다 몇 살은 위인데 말끝마다 반말이야? 타고난 재능 하나로 성공해놓고 뭐 잘났다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왜 괴롭혀!”


“뭐라고 너 말 다했어? 내가 이거 올인원 마켓에 정식으로 항의할 거야!”


“해라, 등신아. 내가 거기 직원도 아닌데 무슨 상관이야. 옛날부터 느꼈지만, 넌 인성에만 하자가 있는 게 아니라 지능에도 하자가 있어.”


“너! 당장 사과하고 딸기 그냥 내놔! 안 그러면 나 절대 안 넘어가!”


이때다 싶어 목적을 은근슬쩍 끼워 넣는 오현택이었으나 한성의 말대로 누가 봐도 멍청한 얄팍한 수였다.


“염치가 없는 건 원래 잘 알지만, 이 정도로 답이 없는 새끼인 줄은 몰랐다. 이 와중에 이천만 원짜리 딸기를 깎아 달라고도 아니고 그냥 달라고?”


이번만큼은 자기가 생각해도 좀 너무 갔다 싶었는지 오현택도 목소리를 누그러뜨리며 한 발 뒤로 물러섰다.


“그러니까, 진즉에 팔라고 했을 때, 팔면 좋았잖아. 알던 사이니까 지인 할인해서 빨리 택배 붙여줘.”


“지랄하네요, 고객님. 왜 네가 나랑 지인이야, 악연이지.”


핸드폰 너머의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현재 오현택의 분노로 붉게 상기되었다.


담당자였던 한성은 자신을 담당했던 직원 중 가장 비위를 잘 맞춰줬다.


그게 회사엔 독이 되었을까.


그러다 보니 그의 행동은 더욱 심해졌고 한성이 퇴사한 이후 담당자들이 몇 번이나 바뀔 정도로 힘들게 했다.


한성도 퇴사한 뒤, 박 과장을 통해 이 이야기를 지나가다 들은 적이 있었다.


어차피 대화가 통할 상대가 아닌 것은 누구보다도 알고 있었다.


그저 쌓인 말들과 감정을 풀고 싶었던 한성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오현택의 말을 자르며 전화를 끊었다.


“시끄럽고, 이제 애꿎은 직원들도 그만 괴롭히고 정신 차리고 살아!”


“이 새끼가 진짜! 너······”


오현택도 같이 욕을 하며 소리를 질렀지만,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조용히 입꼬리가 올라가는 한성의 입 주위.


진상에게 시달릴 때마다 꿈꿔왔던 낭만.


드라마나 영화에 자주 나오던 것처럼 진상에게 시원하게 욕 한번 내뱉고 먼저 전화를 도중에 끊어 보고 싶었다.


드디어 이루어진 상상.


“끊어 개새끼야, 두 번 다시 전화하지 마!”


뚝!


말을 다 끝내지도 않았는데 끊어 버린 한성의 태도에 오현택이 한동안 전화기를 멍하게 쳐다봤다.


반대로 한성은 개운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밖으로 나와 시원한 공기를 깊게 들이마셨다.


“아! 속이 다 후련하네!”


최고의 복수는 성공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지금껏 하고 싶어도 못 했던 말을 이렇게나 강하게 내뱉을 수 있었던 것도 다 포포팜의 농장이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속에 있는 말들을 내뱉을 때의 시원함보다 내가 이런 말을 이제 내뱉어도 문제없고 그보다 더 잘나간다는 것에서 더욱 쾌감을 느꼈다.


A급 각성자인 그보다 E급 각성자인 자신이 현재 훨씬 잘나가고 갑의 위치에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뿌듯하고 성취감마저 들었다.


참아왔던 말을 내뱉으며 그동안 쌓였던 감정과 스트레스가 시원하게 풀리자 십 년 묶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했다.


그로부터 3시간 후, 그나마 친분이 있던 동료 직원을 통해 소식이 전해졌다.


원래라면 사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지만, 워낙에 오현택을 오랫동안 맡았던 한성과 그의 악연을 잘 알기에 입이 근질거려 연락한 것이었다.


전화를 끊은 오현택이 올인원 마켓에 항의 문의까지 했다가 도리어 눈이 뒤집힌 박 과장에게 쌍욕을 먹고 계약 해지를 당했다는 이야기를 말이다.


“이 개새끼야, 너 자꾸 우리 직원 괴롭히면 내가 책임지고 너 계약 해지한다 했지! 우린 뭐 병신이라 참는 줄 알아? 너 때문에 애먼 내 새끼만 그만뒀잖아!”


“뭐라고? 당신들 미쳤······”


“내 말 아직 안 끝났어, 새끼야! 거기가 어디라고 전화해! 이 염치도 없는 인간아! 끊어, 이 개새끼야! 두 번 다시 전화하지 마!”


한성에게 당한 것을 그대로 박 과장에게도 당한 그는 연락처까지 회사에 차단당했다고 한다.


“어휴, 그놈의 새끼. 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에 계약 해지할 걸. 괜히 붙잡고 있었어!”


그날 퇴근 후 저녁에 한성과 박 과장은 한 시간이 넘도록 전화하며 서로 오현택에게 참교육한 것을 자랑했다.


“미안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너 힘들어할 때, 내가 책임지고 그놈 계약 해지해야 했는데.”


이미 스트레스가 풀릴 때로 풀린 한성은 전혀 개의치 않고 웃으며 전화를 마무리했다.


“됐어요, 그 새끼 저희 둘이서 참교육했으면 됐지요.”


***


다음날 포포팜에 딸기들을 가지러 가기 위해 박 과장이 업무를 대충 마무리하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잠시 후 차에 올라탄 박 과장이 조심스럽게 회사를 빠져나가자 은밀히 따라붙는 차량이 한 대 있었다.


“저놈이 틀림없다. 농장 위치 확보되는 대로 시작하자.”


결국 성공의 향이 짙어지자 벌레가 꼬이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44
    작성일
    24.09.09 13:53
    No. 1

    뭐하러 전화를 받고 상종을 하는지....그냥 똥 피하듯 무시하지;
    면대면으로 마주쳐서 시비털면 참지않고 상종하는게 이해가는데 이건 좀...찌질해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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