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급 정령이 농사를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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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운(五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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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DUMMY

게이트가 생겨난 이후 동시에 나타난 존재들.


인간의 범주를 넘어 초인적인 힘을 가진 각성자들이었다.


지금은 시대가 많이 지나며 그들에 관한 법과 같은 각성자들로 구성된 정부 기관을 만들며 치안에 힘을 썼다.


하지만 인간이 하는 일에 완벽함이란 있을 수가 없었다.


예측 불가능한 각성자들을 전부 관리하기란 힘들었고 불법적인 일들을 저지르는 각성자들 또한 생겨날 수밖에 없었다.


박 과장 뒤를 몰래 밟는 이들은 바로 레드엑스 길드였다.


전문적으로 게이트 아이템을 불법 유통하거나 일반 회사의 유통 과정을 습격해 탈취하는 일들을 벌였다.


레이드를 돌지 않고 불법적인 일을 하는 각성자치고 실력자는 잘 없었다.


그런 짓을 할 바엔 레이드를 도는 것이 훨씬 이득이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4명으로 구성된 레드엑스 길드도 B등급 각성자인 보스를 제외하고 별 볼 일 없는 놈들이었다.


다만 얼마나 지독하고 노련한지, 지금까지 단 한 명의 조직원도 잡힌 적이 없었다.


이런 일에 특화된 놈들은 각자 역할이 전문적으로 나뉘어 있었으며 약한 힘 대신 아이템을 적재적소에 사용하며 경비 업체와 경찰들을 애를 먹게 했다.


“저쪽으로 빠질 것 같은데?”


박 과장이 외곽 도로로 빠져 나가자 뒤에 따라가던 레드엑스 길드 녀석들도 같은 도로로 달리기 시작했다.


“아까 보니, 각성자가 아닌 일반인 같던데. 아예 추적이 붙은 줄도 모르네.”


“덕분에 일이 쉽게 풀리게 되었어.”


한몫 제대로 챙길 생각에 즐거워하는 레드엑스 길드와 그들의 말처럼 박 과장은 전혀 이러한 상황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비각성자이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알아채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아무리 실력자인 박 과장도 영업과 업계에 관한 일들에 유능할 뿐 각성자들의 세상엔 전혀 상관없는 인물이었다.


올인원 마켓도 메이저 회사가 아닌 점이 이런 데서 나타났다.


영업 능력이나 사업 아이템을 보는 눈은 좋아도 메이저 회사가 아닌 터라 큰 사업은 아직 경험이 없었다.


당연히 대규모 사업이 없었기에 이런 불법적인 놈들의 목표물이 된 적도 드물었다.


그저 잡범 몇 명으로 구성된 도둑질은 당해봤어도 전문적인 놈들은 만나보질 못했다.


그래서 한성과 포포팜에 대해 계약했을 때, 농장 위치에 관한 보안만 철저히 신경 썼다.


방범에 대해선 전혀 대비가 없는 상황.


결국 이를 알아챈 놈들이 포포팜을 목표로 삼았다.


그래도 원래라면 나름의 매뉴얼이 있어 계약한 보안 업체에 연락해 인력을 배치했겠지만, 농장 위치 보안을 더 우선으로 두는 바람에 일이 터진 것이다.


“어, 한성아! 곧 도착한다. 물건 준비 해둬.”


조금 전 회사에서 박 과장이 출발했다는 문자를 받았기에 한성도 딸기 포장을 거의 마무리한 상태였다.


“안 그래도 지금 몇 세트만 더 포장하면 끝나요. 오실 때쯤 딱 맞춰 끝나겠네.”


오늘도 순조롭게 진행되는 일에 박 과장이 한껏 신난 목소리로 전화를 끊었다.


“좋아요, 좋아! 오늘도 파이팅해서 대박 내자고!”


박 과장이 이상한 것을 느낀 것은 농장에서 20분 정도 남은 거리였을 때였다.


“저, 차 계속 보이네?”


계속해서 따라오는 차.


처음엔 신경 쓰지 않았으나 이곳은 지나가는 차도 잘 없는 시골 도로였다.


“뭔가 이상하다!”


알아챘을 땐 이미 늦어버린 상황.


박 과장이 급하게 농장이 아닌 다른 길로 빠졌지만, 그들은 계속해서 따라왔다.


모르긴 몰라도 뒤에 따라오는 자들이 각성자임은 확실했다.


이런 일을 일반인이 벌일 일은 없을 터.


떨리는 손으로 박 과장이 전화를 황급히 걸었다.


“예 박 과장님, 벌써 도착하셨어요? 생각보다 빨리 왔네?”


“아, 아니야! 한성아 내 말 잘 들어! 지금 내 뒤에 누가 따라붙은 것 같다!”


“예?”


당황하기는 한성도 마찬가지, 이런 일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농장 위치 보안에 철저히 신경 썼던 만큼 머릿속이 잠시 하얘졌다.


“일단 내가 놈들을 따돌려보마! 너는 걱정하지 말고 경찰에 바로 신고해! 회사 측에도 내가 지금 지원 요청할 테니까!”


말이 끝나자마자 박 과장이 다급하게 전화를 끊고 회사에 연락하며 경비 인력을 부탁했다.


한바탕 난리가 난 회사에서 급하게 경비 직원들과 업체에 연락해 바로 포포팜이 있는 곳으로 지원을 요청했다.



한성의 눈에 멀리서 해맑게 딸기를 들고 춤을 추는 포포와 농장의 딸기들이 보였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그깟 강도 놈들에게 이곳을 빼앗길 수 없었다.


“포포와 딸기는 그 누구도 못 건드려!”


결의가 담긴 한성의 눈이 반짝였다.


뒤에서 다급하게 전화하는 박 과장의 모습을 확인한 레드엑스 길드가 태연하게 다음 작전으로 넘어갔다.


“저 녀석, 이제야 눈치챘나 본데요? 뻔질나게 전화 돌리네.”


조수석에 앉은 인물의 말에 운전하던 조직원이 키득거리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뭐해, 이미 볼 장 다 보고 올 텐데.”


“형님, 저거 지금 딴 길로 새는 거 같은데요? 계속 빙빙 돌기만 하네?”


뒷좌석에 탄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들의 보스가 피식 웃으며 지시를 내렸다.


“어차피 이 근방이겠지 정확한 건 잡아서 물어보자고. 추월해서 잡아.”


부우우우웅!


그의 지시에 곧바로 올라가는 속도.


따라잡히기 직전인 박 과장이 식은땀에 머리까지 젖으며 최대한 속력을 올렸다.


나름 SUV에 산 지 얼마 되지 않은 차답게 속도에선 뒤처지지 않았다.


차를 좋아하는 박 과장의 능숙한 운전 솜씨에 아슬아슬하게 잡힐 듯했으나 중요한 순간마다 기지를 발휘해 결국 잡히진 않았다.


“쥐 새끼 같긴!”


그때 울리는 박 과장의 전화.


한성의 전화였다.


“과장님, 지금 어디예요? 여기 주변에서 돌기만 하고 있죠? 갈 때도 없을 텐데, 일단 여기로 와요!”


“뭐? 너, 미쳤어? 혼자 죽으면 죽었지! 이놈들 데리고 거기로 절대 안 간다!”


“내 말 듣고 이리로 와요! 험한 꼴 당하지 말고! 여긴 어느 정도 준비가 끝났어요!”


“뭐라는 거야, 준비는 무슨 준비! 거기서 너랑 포포가 이놈들을 무슨 수로 막아!”


부우우우웅!


쿠우웅!


추월하지 못하자 옆으로 바짝 붙어 박 과장의 차 옆면에 범퍼를 박아댔다.


“크윽, 이 새끼들아! 산 지 아직 1년밖에 안 된 차인데!”


결국 답이 없어진 박 과장은 결국 한성이 말한 대로 농장을 향해 도주를 시도했다.


잠시 후 박 과장의 눈에 포포팜이 보이기 시작했다.


미안함과 죄책감에 박 과장이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농장으로 들어오는 박 과장의 차와 뒤따라오는 레드엑스 길드의 차.


포포팜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주변엔 한성을 비롯해 그 누구도 없었다.


“미리 알고 도망간 건가? 차라리 잘됐어! 딸기야 뺏겨도 다시 키우면 그만이야!”


한성과 포포가 다치지 않는 것으로도 우선은 안심이었다.


박 과장의 차가 멈추자 곧바로 내려 포위하는 네 사람.


일부러 각자의 무기를 꺼내며 분위기를 더욱 험악하게 조성했다.


툭! 툭!


검을 든 사내가 박 과장의 차문을 두들기며 나오라는 손짓을 했다.


“야! 나와.”


눈을 질끈 감으며 박 과장이 후회에 잠겼다.


농장 위치 보안에 신경 쓴다고 경비 업체를 이용하지 않은 것이 너무나도 후회됐다.


‘이런 바보 같은 짓을 하다니!’


자책해도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나오지 않는 박 과장을 보며 놈들이 창문을 깨려던 순간이었다.


“야! 당장 우리 농장에서 꺼져!”


그 순간 들려오는 한성의 목소리.


어디서 쇠 파이프 하나를 구해온 한성이 잔뜩 분노한 얼굴로 다가왔다.


“뭐야? 네가 농장주야? 생각보다 어리네?”


예상한 것보다 포포팜의 주인인 한성이 훨씬 젊어 보이자 레드엑스 길드의 보스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농장 일로 조금 그을린 얼굴.


180이 조금 넘어 보이는 키.


덩치와 피부는 농장과 어울렸으나 곱상하고 앳된 얼굴은 농장주로는 잘 보이지 않았다.


아직 차 안에서 경찰과 경비 직원들을 기다기만 하던 박 과장이 한성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야! 숨어있지, 너 왜 나왔어!”


“야, 살려는 줄 테니. 돈이랑 그 영약급 딸기라는 거 전부 가져와.”


달랑, 쇠 파이프 하나만 들고 나타난 한성의 모습은 그들 눈엔 위협 따위가 될 리 없었다.


나이보다 훨씬 앳된 얼굴 때문인지 더욱 그들은 이 상황이 즐겁기만 했다.


“진짜 아무도 지키는 각성자가 없네? 이거 완전 털어가 달라고 애원하는 거잖아?”


“그러게, 농장주라는 놈도 어린놈이고 지금까지 했던 작업 중 오늘이 제일 쉽네!”


각성자임에도 전투 스킬 하나 없는 E급 정령 술사.


그들이 말하는 대로 이곳엔 사실상 각성자가 없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야, 마지막으로 말하는 거야. 지금이라도 당장 우리 농장에서 꺼져!


“너 어디 모자라? 겨우 그걸로 우릴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래? 나는 생각이 좀 다른데?”


한성도 당연히 바보는 아니었다. 과거랑은 달리 그의 곁에 포포와 다른 정령들이 있었다.


“비비비!”


라비들이 각자 가방에서 꺼낸 무기들을 들고 한성의 뒤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창과 화살을 들고 있는 라비들과 퀸라비.


전투에 특화되어있는 정령은 아니었으나 압도적인 숫자의 라비들.


설마하니 농장에 정령들이 있을 줄은 몰랐던 레드엑스 길드가 당황한 반응을 보였다.


“뭐, 뭐야 여기! 정령이 왜 농장에 있어!”


“너, 정체가 뭐야! 이 정도 정령을 부릴 각성자는 아닌데!”


겉으로 봐도 한성에겐 마나가 사실상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평범한 일반인이거나 기껏해야 쓸데도 없는 최하 등급 각성자로 보이는 한성이 수많은 정령을 부리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일이 이렇게 되자 그들의 보스가 앞으로 나섰다.


“절대 네놈들한테 여기 뺏길 일 없으니까, 썩 꺼져!”


한성이 계속해서 그들에게 경고만 한 이유는 단순했다. 혹시 모를 싸움으로 단 하나의 라비라도 다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지금처럼 계속해 경고만 날릴 뿐 유리한 상황에도 먼저 절대 공격하지 않았다.


하지만 상대는 범죄자들. 사고방식부터 달랐다.


“그래? 못 먹으면 차라리 전부 부숴버리지 뭐.”


“뭐라고?”


레드엑스 길드의 보스가 비릿한 미소와 함께 보란 듯이 동그란 구체 아이템을 농장 입구에 던졌다.


콰아앙!


우선 그들도 딸기를 빼앗는 게 목적이기에 농장이 무너지지 않고 문만 부술 정도의 작은 폭탄을 사용했다.


당연히 일반 현관문도 아닌 농장 문이 버텨내질 못하고 그대로 박살이 났다.


“다음은 농장 전체를 날려버릴 폭탄을 던질 거야.”


이젠 작전을 바꿔 협박을 통해 딸기를 뺏을 속셈인 그들.


눈에 핏발까지 선 한성이 분노하며 소리쳤다.


“절대 가만 안 둬!”


한성의 악에 받친 소리에 농장 제일 깊숙한 곳에 몸을 떨며 숨어있던 포포가 놀라 눈물을 떨어트렸다.


“포······”


그런 포포의 눈에 들어온 것은 폭발로 인해 날아간 파편이 박힌 딸기였다.


“포오······”


파편에 줄기가 완전히 꺾인 딸기를 작은 손으로 어루만지는 포포의 표정이 너무나도 슬퍼 보였다.


동시에 올라오기 시작하는 분노.


강렬한 초록빛이 몸을 감싸기 시작하더니 포포가 농장이 쩌렁쩌렁하게 울릴 정도로 소리쳤다.


“포포포!”


띠링!


[분노한 세계수의 정원사가 세계수의 수호자를 소환합니다!]


예상치 못한 문구에 한성마저 놀라며 황급히 뒤를 돌아봤다.


“수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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