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급 정령이 농사를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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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운(五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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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DUMMY

드디어 자신의 힘으로 정령을 소환하는 것에 성공한 한성이었다.


포포의 도움이 아닌 오로지 자신이 정령 부르기에 성공하자 감회가 남달랐다.


정령 농부로 재각성한 것도 포포로부터 시작된 것이긴 했으나 그도 사람인지라 기분이란 게 있었다.


도움과 우연이 합쳐진 행운이 아니라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 이룬 것 같아 성취감이 더욱 느껴졌다.


‘내 능력도 쓸모가 있어!’


어디에서도 받아주지 않는 E급 정령 술사.


당연히 마음 한편엔 남아있는 미련과 아쉬움이 있었다.


그런 자신이 수경재배 시설에 있는 베드 전부에 정령으로 가득 채울 만큼 소환에 성공했으니 벅찬 감정이 들 수밖에 없었다.


허브가 고정되어있는 판을 들어 올리자 작은 물고기 정령들이 보였다.


새끼손가락만 한 작은 물고기 정령.


얼핏 보면 정령인가 싶기도 하지만, 은은한 은빛 마나를 지닌 비늘이 자신들이 정령임을 알려줬다.


녹조와 이끼 등을 제거해주며 물에 영양분과 정령의 힘을 부여한다는 능력.


수경재배에 가장 어울리는 정령이 바로 버들이었다.


등급은 알림창에 뜬 것처럼 D등급.


정령이라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낮은 등급이었다.


하지만 한성의 농장에 재밌는 점이 있다면, 바로 등급 따위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늘 각성자이든, 정령이든 등급을 통해 가치를 판단하고 서로 서열을 매겼다.


각성 등급이 높아 얼마나 강하고 위력을 지닌 힘을 가졌나.


희귀한 스킬과 다양한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가.


이처럼 겉으로 보이는 것만으로 가치를 매기고 단정 짓기 일쑤였다.


한성의 농장에서만큼은 이러한 가치관이 중요하지 않았다.


각자의 역할이 있고 농장에 구성원이 된다면 등급 따위는 전혀 상관없었다.


D등급 정령 버들을 다른 각성자들이 봤다면 전혀 도움 되지 않는 미물과도 같은 존재로 봤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 포포팜의 수경재배 시설에서만큼은 가장 유능하고 그 어떤 강한 각성자 보다도 더 필요한 존재였다.


자연의 생태계에서 모든 생명체가 각자의 역할이 있고 누구 하나 빠지면 문제가 생기듯 포포팜 또한 비슷한 구조로 되어 있었다.


‘아! 모기는 빼고!’


문득 한성이 포포팜이 자연의 생태계와 비슷하다는 것을 생각하다 모기를 떠올렸다.


‘그건 없어도 문제없지 않을까?’


그러면서 동시에 티비에서 들었던 벌꿀이 없어지면 생태계가 망가질 거라는 이야기가 기억났다.


‘우리 농장도 라비가 사라지면 망해버릴 게 분명해!’


자신의 농장이 자연 생태계와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에 절로 흥미로움이 일어났다.


버들을 한참 동안 구경하던 한성이 허브 판을 다시 덮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이렇게 되면 식물과 물고기를 동시에 키우는 아쿠아 포닉스와 똑같은 방식으로 재배하게 되었다.


물고기를 식물과 같이 키우다 보면 자연스럽게 물고기의 배설물이 물에 섞이게 되어 미생물과 영양분을 공급하게 된다.


당연히 친환경적인 농법이기에 판매 단가도 더 높고 더욱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재배할 수 있었다.


키우는 물고기의 종류도 다양했다.


어떤 농가에서는 단순히 양액에 영양분만 공급하는 용도가 아닌 판매도 가능한 물고기를 같이 양식해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리는 곳도 많았다.


‘의도치 않게 아쿠아 포닉스가 되어버렸네. 정령 아쿠아 포닉스라고 불러야 하나?’


말 그대로 정령 아쿠아 포닉스의 탄생이었다.


기존에 이미 다양한 농가들이 하고 있었지만, 정령을 이용한 아쿠아 포닉스는 당연히 세계 최초라고 할 수 있었다.


정령 스마트팜 딸기에 이은 정령 아쿠아 포닉스 허브.


새로운 농사를 발견해 조건을 달성했기 때문에 정령 농부의 효과도 동시에 발동됐다.


[정령 아쿠아 포닉스라는 새로운 재배법을 만들었습니다.]

[보상으로 정령 농부의 힘을 부여받은 허브가 탄생합니다.]


[포포팜의 허브]

[정령 농부의 힘을 부여받은 허브로 종류에 따라 맛과 피부 그리고 건강에 탁월한 효과를 보입니다.]


아직 성장이 다 끝나지 않아 각각의 구체적인 효과는 알 수 없었지만, 가히 사기적인 효과였다.


‘허브 종류가 얼마나 다양한데 이곳에서 키우면 전부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거잖아?’


심는 허브 종류에 따라 어떤 것은 음식에 어떤 것은 피부나 건강에 특화되어있는 특별한 허브를 만들 수 있었다.


허브는 원래부터 활용도가 끝이 없는 식물이다.


음식, 차, 약재, 향수 등 활용할 수 있는 방법도 너무 다양했고 대중적으로도 친숙했기 때문에 무엇을 하든 실패 확률이 낮았다.


하물며 대중적인 민트도 허브에 속했다.


‘민트 계열은 안 심었는데 민트도 심어야 하나? 요즘 민트 초코 엄청나게 유행하던데.’


개인적으론 민트 초코를 별로 선호하지 않는 한성이었으나 이미 한차례 포포팜의 딸기로 돈맛을 제대로 본 상태였다.


돈이 되는데 민트가 아니라 더 호불호가 심한 것도 심을 수가 있었다.


정령 농부로서 시작된 첫걸음.


그만큼 다양해진 능력과 무궁무진한 가능성까지.


많은 것을 확인한 지금 한성에게 피곤함이란 존재 할 수 없었다.


요 며칠 계속된 농사일로 쉬는 날이 하나도 없었음에도 전혀 지치지 않고 온종일 허브를 심으며 해가 질 때까지 작업에 몰두했다.


“후, 드디어 끝났다!”


끝난 작업에 뿌듯함을 느끼며 기지개를 켰다.


허리에 오는 뻐근함과 함께 그제야 어둑어둑해진 주변이 보였다.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작업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포포가 조용하네.’


이 시간까지 사고 없이 조용한 포포가 고마우면서도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하고 걱정이 되었다.


서둘러 딸기가 있는 하우스로 발걸음이 향했다.


“포포야 너무 늦었······”


농장 문을 열며 포포를 부르던 한성이 절로 입을 두 손으로 막았다.


어느새 잠이 들어있는 포포.


치즈를 베개 삼고 초코를 이불 삼아 한참 잠을 자는 중인 포포가 눈에 들어왔다.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침까지 흘리는 포포의 모습에 절로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두 마리 고양이와 토실토실 살찐 다람쥐가 서로 끌어안고 자는 지금의 모습은 그 어떤 이도 절로 마음에 평온함과 힐링을 느낄 것이다.


“포······”


인기척에 뒤척이며 일어나기 시작하는 포포가 한성을 보고 반가워했다.


“포포포······”


아직은 잠에서 덜 깨,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비몽사몽인 포포를 조용히 다가가 안아 들었다.


원래도 제법 묵직한 포포였으나 최근 들어 더욱 묵직해진 포포였다.


두둑한 포포의 등을 한성이 아기를 토닥거리듯 두들기며 농장 밖으로 나왔다.


“집에 가서 자야지.”


나긋한 한성의 목소리에 포포는 얼굴을 비비며 잠투정했다.


그러던 중 허브가 있는 수경재배 시설에서 느껴지는 마나와 정령들의 존재를 눈치챈 포포가 한성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포!”


잠이 조금은 깬 듯한 포포의 모습.


“저쪽으로 가자고? 안 그래도 가면 깜짝 놀랄걸?”


다가갈수록 느껴지는 마나와 새로운 친구들을 볼 생각에 잠에 취한 눈이 점점 초롱초롱해졌다.


“이제 딸기가 있는 하우스를 딸기 동으로 허브가 있는 이곳을 허브 동이라고 부를 거야, 어때?”


한성의 의견에 포포도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포!”


허브 동에 문을 열자 포포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포오!”


품에서 나오기 위해 버둥대는 포포를 귀여워하며 한성이 바닥에 조심스럽게 내려줬다.


“끝내주지?”


쪼르르 달려간 포포가 베드에 있는 버들 정령들을 보기 위해 낑낑댔다.


포포에겐 조금 높은 허브 동의 베드.


결국 한성이 다시 끌어안고 허브가 고정된 판을 들어 올려줬다.


“포포포포!”


새로운 친구들의 모습에 기뻐하는 포포가 호탕한 웃음을 냈다.


“이제 이 친구들이 이곳에 허브를 키워줄 거야.”


“포포포!”


작디작은 친구들에게 포도송이 같은 손가락을 전부 펼쳐 포포가 손 인사를 했다.


포포가 신나는 만큼 한성도 두근거리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포포야, 이번엔 또 어떤 결과가 나올까?”


허브보다 성장 기간이 긴 딸기도 단 며칠 만에 수확한 포포팜이었다.


하루가 지나자 어린 모종들이 엄청난 성장을 했고 다음 날이 되자 꽃대가 올라오고 이내 꽃이 폈다.


꽃이 만개한 바로 다음 날 첫 딸기를 마주했다.


‘그보다 더 수확이 빠른 허브는 얼마나 빠를까? 이거 내일이라도 바로 수확하는 거 아니야?’


앞서 나가는 게 아니라 당연한 예측이었다.


그만큼 정령의 힘을 눈앞에서 보고 직접 체험한 그로선 기대를 안 할 수가 없었다.


인생이든, 농사든 늘 한 치 앞도 모르고 고난과 역경이 있는 법.


순탄대로 갈 것 같던 포포팜엔 문제가 하나 생겼다.


바로 기후였다.


자연은 위대하고 강하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자연 앞에선 실력도, 노력도 상관이 없었다.


여름 장마 기간이 끝난 지 한참이 지난 시기였다.


이제는 슬슬 날씨가 제법 쌀쌀해지기 시작했으나 예상치 못한 긴 비 소식이 들렸다.


벌써 5일째 햇빛을 볼 수 없었다.


3일 연속 비가 내렸고 최근 이틀 동안은 비가 내리지 않았으나 구름이 잔뜩 끼어 흐린 날이 지속됐다.


마법 같은 성장을 예상했으나 햇빛을 보지 못한 허브들은 딸기 때처럼 파격적인 성장을 보여주지 못했다.


딸기 동도 상황은 비슷했다.


시든 녀석들은 아직 없었으나 이파리가 축 처지며 힘이 없는 게 한눈에 보일 정도였다.


‘난감하네.’


원래도 주변에 댐이 있어 안개가 자주 껴 흐린 날이 많았다.


그래도 그 정도로는 농사에 엄청난 영향을 주지 않았으나 이렇게 흐린 날이 지속되자 슬슬 적신호가 켜졌다.


수경재배를 비롯해 스마트팜이 적용된 농가에선 식물용 LED 조명을 달아 광량과 온도를 직접적으로 조절하는 곳도 많았다.


자금력은 이미 충분한 한성이기에 투자비에 대한 걱정이 전혀 없는 상태.


조명을 전부 설치할 때쯤이면 이미 흐린 날이 끝날 것 같지만 그래도 이번 기회에 대비하는 것이 좋았다.


온종일 기상청 사이트에서 초단기 강수량과 일기 예보만 보는 것도 짜증이 났다.


“포포야, 이참에 우리도 수경재배도 하니까. 업체에 연락해서 조명을 달자.”


“······”


한참을 심각하게 허브 동을 둘러보던 한성이 대비책을 말해도 포포가 대답이 없자 시선을 돌렸다.


“포포야? 대답도 안 하고 지금 어디 보는 거야?”


멍하니 바깥쪽을 바라보는 포포를 한성이 의아하게 쳐다봤다.


그러다 갑자기 밖으로 달려 나가는 포포를 보며 당황한 한성이 따라 나갔다.


“어디 가는 거야!”


허브 동 밖에 나가자 어째서인지 치즈와 초코, 라비들과 푸르까지 나와 있었다.


“무슨 일 있어?”


그 순간 나타나는 거대한 붉은 색 게이트.


일전에 타이스가 나타났을 때보다도 더욱 거대한 크기였다.


“뭐, 뭐야! 이번엔 얼마나 대단한 정령이 오길래!”


많은 경험으로 정령이 넘어오는 것을 예측한 한성이 크게 소리쳤다.


우우우우우우웅!


거대한 게이트가 열리며 그 너머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타이스의 목소리였다.


“네가 그렇게 좋아하던 정원사가 인간계에 있으니 당장 짐 싸서 꺼져!”


퍼억!


둔탁한 소리가 잠시 나더니 게이트에서 정령 하나가 넘어왔다.


상식을 뛰어넘은 거대한 게이트의 크기에 마른침을 삼키며 다리까지 떨렸다.


“에고곡!”


그러나 허무하게도 게이트에서 넘어온 존재는 평범한 닭이었다.


타이스에게 걷어차여 넘어왔는지 게이트에서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한바탕 바닥을 굴렀다.


‘갑자기 닭이요? 왜?’


긴장한 만큼 허무함이 강하게 몰려왔다.


띠링!


[세계수의 태양이 이곳을 보금자리로 삼습니다!]


‘누가요? 저 닭이 지금 세계수의 태양이라는 거야?’


비틀거리며 일어난 세계수의 태양이 머리를 까딱거리며 멍청한 눈으로 한성을 쳐다봤다.


“저를 왜 부르셨나요?”


“예? 저희가요? 아무도 안 불렀는데요.”


명색이 세계수의 태양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갖고도 대화에 맥락 자체가 없었다.


“실례합니다. 여기가 포포댁이 맞나요?”


“그··· 맞기는 하는데······”


말끝을 흐리며 한성이 대답했고 단 한 번도 예외 없이 정령들을 반가워하는 포포도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포오······”


갑자기 머리를 여러 번 까닥거린 세계수의 태양이 같은 말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실례합니다. 여기가 포포댁이 맞나요?”


말문이 막힌 한성에게 보란 듯이 세계수의 태양이 더욱 몰아붙였다.


“······”


“방금 뭐라고 하셨죠?”


“아, 아무 말도 안 했······”


“실례합니다. 여기가 포포댁이 맞나요?”


‘뭐 이런! 이거 정말 세계수의 태양 맞아? 무슨 닭대가리가 왔어!’


포포팜은 물론 정령계 안에서도 가장 골 때리는 존재가 새로운 가족으로 들어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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