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공룡이 탑 등반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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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조리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30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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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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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DUMMY

현대는 그 어떤 시기보다 도파민이 넘치는 시대였다.


영화, 드라마, 소설, 웹툰 등 무수한 콘텐츠가 끝도 없이 생산되고 축제, 콘서트, 등산, 스포츠 등 즐길 수 있는 레저 활동도 넘쳐났다.


돈이 있다면 다양한 양질의 도파민을, 돈이 없어도 값싼 도파민을 언제 어디서든 얻을 수 있는 시대.


그래서일까.


도파민의 역치가 높아졌다.


요즘 인기있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아도 아무런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다.


너튜브나 인별에서 유행하는 짧은 영상을 보아도 재미가 없었다.


집 밖으로 나가 친구들과 놀더라도 그때만 즐겁지, 좁디 좁은 자취방에 돌아오면 공허함이 찾아왔다.


한마디로.


인생이 재미가 없었다.


“아, 각성하고 싶다.”


멍하니 누워 자취방의 천장을 바라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이 튀어나왔다.


능력을 각성하고, 플레이어가 되어 탑을 오른다.


장담컨대 그것만큼 도파민이 팡팡 터지는 일은 없을 터였다.


문제는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


탑을 오를 자격이자 능력이 되어주는 ‘이능력의 각성’은 인간이 아닌 신의 영역이었으니까.


쩝-


쓰게 입맛을 다신 나는 쥐고있던 휴대폰을 얼굴 위로 들어올렸다.


스윽. 스윽. 스윽.


엄지손가락만으로 너튜브의 짧은 영상들을 넘기고 있자니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영상 속 인물은 ‘은빛검객’ 김수한.


그의 ‘세계 각성자 랭킹’는 100위권에 불과했지만 그 인기만큼은 최상위 랭커들과 비교하더라도 꿇리지 않았다.


말재주가 좋은 것도 그의 인기비결 중 하나였지만, 랭커 중 탑 공략 영상을 찍는 이가 얼마 없기 때문이었다.


서걱-


영상 속 그가 검을 휘두르자 은빛 섬광이 번쩍이며 거대한 설인 ‘예티’가 반으로 갈라졌다.


갈라진 예티의 몸으로부터 흘러나온 피가 일대의 눈밭을 붉게 물들였고, 검을 납도한 김수한은 손으로 V자를 그려보였다.


-오늘도 승리!


순박하게 웃는 그를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돈과 명예, 인기 등 개인의 영달을 위해 탑을 올랐다.


그 외 소수 플레이어는 세계의 멸망을 막겠다는 사명감으로 탑을 올랐다.


허나, 이수한은 달랐다.


얼굴을 보면 알았다.


그는 순수하게 탑을 오르는 것을 즐거워 하고 있었다.


‘나도 저렇게 살고 싶은데...’


넋 놓고 그런 생각을 한 게 실수였을까.


퍽-!


“악!”


들고있던 휴대폰이 얼굴로 떨어졌다.


속으로 연신 욕설을 하며 얼얼한 고통이 느껴지는 이마를 손으로 문질렀다.


고통은 금세 잣아들었으나, 짜증은 고통만큼 빨리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신경질적으로 꽉 감고 있던 눈을 치켜떴다.


[유진성님은 각성하셨습니다! (Next)]


“...”


감정이 극에 달하면 어떤 반응도 나오지 않는다고 하던가.


바라마지 않던 일이 일어났건만 그 어떤 감탄사나 환호성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눈가에 힘을 푼 채 멍하니 반투명한 글자를 바라보던 나는 천천히 양손을 들어 뺨을 때렸다.


찹-!


힘조절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냅다 후렸기에 양쪽 볼에서 찌릿한 고통이 느껴졌다.


‘이제부터가 중요해.’


각성은 신 아니, 성좌의 영역이었으나 그 이후는 인간 개인의 영역.


이후의 내 선택이 미래의 많은 것을 결정하니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했다.


잘게 떨리는 손을 들어 ‘next’에 손을 가져다대니 재가 날리듯 글자가 사라지고 또 다른 글자가 떠올랐다.


[성좌 선택]

-세상을 밝히는 빛과 소금

-날카로운 철의 노래

-흉포한 원시의 포효


“와, 씨...”


입술의 양끝단이 찢어질 듯 올라갔다.


탑이 솟고, 인간이 각성하기 시작한 ‘대격변’이 시작된 지 벌써 5년이 지났기에 세상에는 많은 정보가 풀려있었다.


그 정보 중에는 당연히 성좌에 관한 것도 있었는데 가장 유명한 성좌가 바로 ‘세상을 밝히는 빛과 소금’이었다.


그야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플레이어인 유럽의 ‘성녀’의 성좌였으니까.


밝혀진 바에 따르면 ‘세상을 밝히는 빛과 소금’을 성좌로 선택하면 특수 스텟인 ‘신성’을 얻게 되고, 그를 소모하며 ‘기적’을 일으킬 수 있었다.


바라는 기적의 내용에 따라 필요한 ‘신성’의 양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긴 했지만, 한 가지 능력에 국한된 것이 아닌 플레이어가 바라는 형태로 이루어지기에 그 가능성과 잠재력이 무궁무진했다.


두근두근.


심장이 터질 듯이 박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당장이라도 선택하고 싶었으나 의지를 다지 듯 작게 고개를 저었다.


성좌선택에 제한시간은 없었고, 선택한 성좌에 따라 특수 스텟 및 능력이 정해지니 잘 따져보고 선택하는 것이 맞았다.


후우-


깊게 숨을 내쉬며 마음을 진정시킨 나는 시선을 내렸다.


‘날카로운 철의 노래라... 은빛 검객, 그리고 검성의 성좌네.’


‘세상을 밝히는 빛과 소금’이 성聖에 관련된 성좌라면 ‘날카로운 철의 노래’는 검에 관련된 성좌였다.


인터넷에 나도는 성좌 티어표 상 2티어 상위권에 있는 성좌로 1티어인 ‘세상을 밝히는 빛과 소금’에 비한다면 한 등급 떨어지나 꽤 좋은 선택지였다.


오히려 내가 원하는 짜릿함과 즐거움, 도파민을 충족시키기에는 더욱 걸맞는 선택지였고.


마음이 ‘날카로운 철의 노래’로 살짝 기우는 가운데 시선을 내렸다.


마지막은.


-흉포한 고대의 포효.


‘...이런 것도 있었나?’


대부분의 성좌들을 알고 있다고 자신하는 나였지만 이 성좌는 생소하게만 느껴졌다.


머리를 이리굴리고 저리굴려보아도 기억나는 것은 전무.


그렇다면 답은 하나였다.


‘언노운이네.’


언노운(Unkonown)성좌는 말그대로 알려지지 않은 성좌.


다른 일반적인 성좌들과 다르게 한 명의 플레이어만을 거느리는 베일에 쌓인 성좌로 대게 해괴하고, 독특한 특수 능력치와 스킬을 부여했다.


그것이 나쁘냐 묻는다면 나쁘진 않았다.


운만 좋으면 대박을 뽑을 수도 있었으니까.


반대로 운이 좋지 않다면 나쁘다는 뜻이었다. 쪽박 아니면 대박.


0티어 아니면 7티어.


‘이걸 뽑는 건 도박이지. 그것도 인생을 건 도박.’


꿀꺽-


나는 어느새 잔뜩 고인 침을 삼켰다.


분명 이걸 선택하는 것은 미친 짓이었다.


마땅한 선택지가 없는 것도 아니었고, ‘세상을 밝히는 빛과 소금’과 ‘날카로운 철의 노래’라는 걸출한 선택지가 있었다.


둘 중 무엇을 선택하더라도 성공은 보장된 상황.


모두가 기피하는 언노운 성좌를 뽑을 필요는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내 마음 속 작은 아이가 소리치는 것이 느껴졌다.


도파민을 맛보라고.

인생을 건 도박을 언제 또 해볼 수 있겠냐고.

어차피 니가 원하는 건 즐거움 아니었냐고.

더욱 강력한 힘을 얻을 가능성을 위해 이 성좌를 선택하라고.


아이는 목 놓아 외치고 있었다.


몇 분 간 이어진 고민.


그 끝에 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해보자. 어차피 망한다해도 지금과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마음을 정했다.

남은 것은 실행뿐이니.


나는 세 개의 선택지가 있는 창을 향해 천천히 손을 뻗기 시작했다.


손가락은 잘게 떨렸으나 온전히 반투명한 선택지를 향해 나아갔고 선택지의 지근거리에 이르렀을 무렵.


[‘흉포한 고대의 포효’가 당신을 주시합니다.]


‘어?’


새로운 창이 떠올랐다.


선택을 가로막듯 손과 선택창 사이에 떠오른 문장을 확인한 나는 일단 뻗었던 손을 회수했다.


‘······메시지가 왜 왜 나한테 온 거지?’


‘성좌의 전언’으로도 불리는 메시지.


이를 받아본 이는 이는 전 세계를 통틀어도 채 열이 되지 않았다.


심지어 메시지를 받은 모두가 성좌가 총애하는 일부 랭커였기에 내가 메시지를 받은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도대체 왜.


무슨 의미로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는 말인가.


‘설마 자신을 선택하지 말라는 건가?’


얼굴이 딱딱하게 굳는 것이 느껴졌다.


메시지를 온 타이밍이 막 선택하던 순간인 것을 생각해본다면 그런 의미가 틀림없었다.


메시지까지 보낼 정도로 확고한 성좌의 거부 의사.


그것을 깨달으니 굳었던 얼굴이 조금씩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내가 뭘 했다고?’


억울했다.


이제 막 각성한 사람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거부한단 말인가.


이럴거면 선택지 자체를 주질 말던가.


뚫어져라 창을 노려보고 있으니 또 다른 메시지창이 나타났다.


[‘흉포한 고대의 포효’가 자신을 선택하라고 말합니다.]


‘······이건 또 뭐야?’


방금 전에 거부했으면서 이번에는 뽑으라니.


짜증이 솟구치는 와중에 한 줄기 의문이 피어올랐다.


‘잠깐, 성좌가 이런 장난을 친다고? 그것도 언노운 성좌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머릿속에 번개가 쳤다.


아-


떠오른 가설에 성좌의 기행이 하나하나 맞춰지기 시작했다.


이해할 수 없던 메시지들이 퍼즐처럼 딱딱 들어맞았고, 나는 끝내 성좌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도박성이 짙어 대부분의 각성자가 기피하는 언노운 성좌.


그는 처음부터 자신을 선택하라고 종용하고 있던 것이었다.


처음에는 자신을 선택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에 내 선택을 방해했고, 이후 내가 선택을 하지 않고 있으니 조급함에 확실한 메시지를 보낸 것일 터.


재차 머리가 팽팽 돌아가며 연이어 사고가 이어졌다.


마침내 나온 결론.


‘이건 기회다.’


성좌가 나를 원한다.


그 의지는 메시지를 2개나 보낼 정도로 강력했다.


그 정도라면 ‘사소한’ 부탁쯤은 들어주지 않을까?


이 또한 도박이었지만 성좌선택과 달리 고민은 짧았다.


되면 좋고, 안되면 다른 성좌를 선택한다.


노 리스크. 하이 리턴.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정돈한 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어보였다.


“그럴 마음 없습니다.”


긴장한 채 기다리길 몇 초.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흉포한 고대의 포효’가 자신을 뽑으면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말합니다.]


속으로 쾌재를 부른 나는 표정관리에 신경쓰며 말했다.


“성좌님도 알고 계시겠지만 저는 다른 두 성좌님에게도 선택을 받았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성좌님을 선택하는 건 메리트가 없습니다.”


[‘흉포한 고대의 포효’가 다시 생각해보라고 애원합니다.]


‘애원? 성좌가 애원을 한다고?’


성좌답지 않은 반응에 놀라긴 했으나 애써 표정을 유지한 채 말을 이었다.


“아직 고민 중이라 성좌님이 무언가 확신을 주신다면 마음을 바꿔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을 질질 끌고 있으니 기다리던 답변이 돌아왔다.


[‘흉포한 고대의 포효’가 무엇을 원하냐고 물어봅니다.]


“그럼······.”


곧장 준비한 대답을 내놓으려다 입을 다물었다.


원래는 확률 업, 그니까 성좌가 가진 능력 중 좋은 능력을 달라고 요구할 생각이었다.


어차피 이 성좌를 선택할 생각이었고 과한 요구를 하면 거부할 테니까.


하지만 내게 ‘애원’할 정도면 더 받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을 마친 나는 다시금 입술을 때었다.


“...갖고 계신 능력 중 가장 좋은 능력을 주신다고 약속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확률 업이 따위가 아닌 확정 선택!


받아들여진다면 이 성좌가 가진 능력 중 가장 좋은 능력을 얻을 수 있을 터였다.


물론 이 성좌가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는 여전히 미지수이기에 도박이긴 마찬가지였으나 어차피 도박을 피할 생각은 없었다.


‘이번엔 시간이 좀 걸리네.’


고민이라도 하는 듯 성좌의 답은 금방 돌아오지 않았다.


대략 3분쯤 지났을까.


포기하고 다른 성좌를 선택해야할지 고민이 되려는 순간 메시지가 떠올랐다.


[‘흉포한 고대의 포효’가 그러겠다고 답합니다.]


‘됐다.’


씨익-


절로 한 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성좌가 한 입으로 두말하진 않을 테니 더 이상의 대화는 불필요 할 터.


“그럼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고개를 꾸벅 숙여보인 나는 지체없이 선택창으로 손을 뻗었다.


꾸욱-


[성좌 ‘흉포한 고대의 포효’를 선택하셨습니다.]

[상태창을 열어 능력을 확인하십시오.]

[언제 어디서든 탑에 입장하실 수 있습니다. (현재: 1층)]

인터넷에서 자주 봐 이제는 너무나 익숙한 문장들이 떠올랐다.


그토록 원하던 문장을 두 눈으로 직관하니 약간의 긴장과 가슴 벅찬 기대감이 올라왔다.


나는 제발 좋은 능력이 걸리길 간절히 염원하며 외쳤다.


“상태창!”


[상태창]

이름: 유진성

레벨: 1

클래스: 태고의 소환사

스킬: x

고유스킬: <랜덤 공룡 소환>

원초력: 100

공략층: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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