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공룡이 탑 등반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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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조리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30 13:13
최근연재일 :
2024.09.1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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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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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8화

DUMMY

앞을 향해 죽어라 달리던 나는 걸음을 멈춰섰다.


티라노와 랩터들 또한 내 옆에 서있었다.


휘이이잉-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과 그 바람에 의해 회전초만이 굴러다니는 광야.


그 한복판에 선 나는 오연한 눈빛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많기도 하네.”


축구장 풀코트 정도 떨어진 위치에 고블린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몇 백, 몇 천, 어쩌면 몇 만.


‘아니, 몇 만은 아닌가.’


영화나 각종 매체에선 한 눈에 보고 적이 몇 명 정도인지 알아차리던데 실제로 대군을 마주해보니 감도 잡히지 않았다.


알 수 있는 것은 그저 무수히 많다는 것 뿐.


그에 반해 우리는 단 넷이었다.


누군가 이 모습을 봤다면 자살희망자라고 했을 모습.


머릿수의 차이도 차이였지만, 놈들은 구성도 좋았다.


맨 앞에는 일반 고블린들이 있었고, 그 사이사이에 홉고블린이 보였다.


뒤로는 궁수 고블린과 고블린 주술사도 보였다.


몇 개의 뭉텅이로 모여 거리를 벌리고 있는 것을 보아 진형까지 갖춘 듯 했다.


허나, 이 자리에 있는 나만은 알 수 있었다.


‘두려워하고 있네.’


그 어떤 부분을 뜯어봐도 그들이 유리하건만 고블린들의 눈에는 하나같이 공포가 깃들어 있었다.


놈들이 시선이 티라노에게 집중된 걸로 거대한 존재감에 압도된 것일 터.


제너럴 고블린도 그것을 알았던 것인지 고블린 주술사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키엑-! 키르악-! 케륵케르륵!


주문 같은 말들이 저 멀리 곳곳에서 나왔고, 녹빛의 물결에 붉은 점이 찍히기 시작했다.


고블린 주술사들의 광폭화 주술.


익히 들어 알고 있던 바였다.


광폭화 주술에 걸린 고블린들은 눈이 붉어지고 두려움을 잊는다.


말 그대로 죽음을 불사하는 군대.


그 전투력은 전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강력했다.


이대로 싸운다면 필패겠지만 당연하게도 대처법은 준비되어 있었다.


“티라노. 보여줘야지.”


나는 입가를 비틀며 말을 이었다.


“너가 왜 ‘폭군’인지를말이야.”


그 순간, 티라노의 거대한 뒷발이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위로 올라갔다 빠르게 떨어지는 육중한 다리.


쿠우우웅-!!


거대한 발 구름은 대지의 진동을 낳았고, 그와 동시에 티라노가 입을 벌렸다.


크와아아아아아-!!!


고막이 뒤흔들릴 정도의 큰 소리가 울려퍼졌다.


반사적으로 얼굴을 찡그리긴 했으나 만족스럽기 그지 없었다.


징그러울 정도로 찍혀있던 붉은 점이 일시에 자취를 감췄다.


그 뿐일까.


잔잔했던 녹색의 파도가 출렁이기 시작했다.


티라노의 포효를 통한 <S-압도>와 <A-약자멸시>의 발현.


이목구비도 제대로 확인되지 않는 거리이건만 놈들의 동요가 여실히 느껴졌다.


'돌격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타이밍은 없겠지.'


나는 허리춤에 매어 둔 채찍을 빼들며 입술을 때었다.


“쓸어버려!”


크와아아아아아아-!

키에에에엑!

키에에에엑!

키에에에엑!


나는 네 마리의 공룡과 함께 땅거미가 드리운 대지를 내달리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쿵!


전투의 포문을 연 것은 땅을 울리며 나아간 티라노였다.


이제껏 짓밟기만 했던 티라노였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고블린들과 마주한 놈은 몸을 세차게 회전했다.


쉬익-! 퍼버버버벙!!


그 몸만큼 길고 거대한 꼬리가 일대를 휩쓸었다.


궤적에 자리하던 고블린은 하나도 남김없이 쓸려나갔다.


몇 마리의 고블린은 뒤쪽으로 날아가며 진형이 무너졌고, ‘폭군’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크와아아아아아-!

쿵! 쿵! 쿵!


포효와 함께 중앙으로 파고든 티라노는 재차 꼬리를 휘둘렀고,


쉬익-!

퍼버버버벙!!


또 다시 수십의 고블린이 꼬리에 의해 튕겨져 나갔다.


한 번 튕겨져 나간 고블린은 일어서지 못했다.


즉사였다.


한 템포 쉴 법도 하건만 티라노는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쉴 새 없이 신체를 움직였다.


발을, 꼬리를, 입을 움직였다.


기술도 뭣도 없는 단순한 움직임에 불과했으나 그 자체로 엄청난 흉기가 되었다.


콰앙-!


육중한 발이 내려찍힐 때마다 다섯의 고블린이 터져나갔다.


퍼버버벙-!


거대한 꼬리가 휘둘러 질때마다 열의 고블린이 날아갔다.


콰직-!


입이 한 번 벌어질 때마다 홉고블린 혹은 주술사 고블린의 머리가 사라졌다.


일당백을 넘어 일당천.


수많은 적을 사방에 두고도 티라노는 그들을 압도하는 중이었다.


먼 옛날 홀로 군대를 상대했다는 여포가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나는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란 것을 알면서도 떠오르는 잡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인중여포人中呂布


인간 중에는 여포가 으뜸이고,


마중적토馬中赤兎


말 중에선 적토가 으뜸이며,


룡중 티라노.


룡중 으뜸은 티라노이니.


압도적인 무력을 가진 티라노 앞에 모든 전략전술은 무용하리라.


크와아아아아-!


또 한번의 포효에 정신을 차린 나는 전황에 집중했다.


일반 고블린과 궁수 고블린은 몇 마리가 있든 문제가 되지 않았다.


티라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홉 고블린뿐.


티라노에게 달려드는 홉고블린들을 발견한 나는 랩터 삼형제에게 명했다.


“홉 고블린을 처리해!”


키에에에엑-!

콰직! 콰직! 콰직!


모든 시선이 티라노에게 집중되어 있었기에 랩터들은 상대적으로 적의 시선에서 자유로웠다.


그에 <가속>까지 더해지니 홉고블린은 제대로 된 대응조차 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티라노는 상상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고, 랩터들은 톡톡히 부장副將역할을 하고 있었다.


또 주변의 피가 많을수록 강해지는 <A-피의 전율>이 있기에 시간 또한 우리의 편이었다.


어지러운 전장을 바라보며 나는 쉴 새 없이 명령을 내렸다.


주술사가 광폭화 주술을 사용하면 포효를 명했고, 홉고블린이 기습을 준비하면 그것을 알렸다.


점차 기울어지는 전황.


숨을 몰아쉬던 나는 내 호흡이 거칠어졌음을 느꼈다.


반복해서 고함을 내질렀기 때문은 아니었다.


중간부터 말이 아닌 마음으로 명령했으니까.


그럼 왜 숨이 거칠어졌는가.


“...하하”


답은 금방 나왔다.


전신을 빠르게 도는 피와 잘게 떨리는 몸.


나는 흥분하고 있었다.


적과 아군이 얽히고 설킨다.


수많은 상처가 그어지고, 누구 것인지도 모를 피가 난무하며 수많은 생生과 사死가 교차한다.


흉포했다.


또 야성적이었다.


홉 고블린의 머리를 뜯어 게걸스럽게 먹는 티라노의 모습은 야만적이기까지 했다.


바로 그 모든 것이 이 감정의 원인이었다.


고대 로마 사람들은 왜 콜로세움에 열광했는가.


이성의 총체라 부르는 현대의 사람들은 왜 격투기를 보며 열광하는가.


순수하디 순수할 아이들은 왜 사슴벌레끼리 싸움을 붙이는가.


나는 지금 왜 흥분했는가.


그 답은 간단했다.


‘그게 인간이니까.’


공룡은 원시적이며 원초적인 생명체였다.


목숨을 걸고 싸우는 혈투는 그들에게 필수불가결한 업이었다.


죽이지 못하면 자신이 죽을 수밖에 없기에 자신이 가진 모든 신체능력을 십분 발휘해 싸워야했다.


생존을 위한 전투.


그건 인간의 먼 조상도 마찬가지였을 터였다.


현대에는 만물의 영장으로 불리는 인간이었지만 과거엔 오히려 약한 축에 속했다.


강자를 만나면 싸워야 했고, 그를 위해 여러 진화를 거쳤다.


그 진화 중 하나가 바로 감정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엔돌핀, 아드레날린, 도파민.


그 호르몬들은 현 인류, 즉 나에게도 남아있었고 현재의 내가 갈망하던 것이었다.


연쇄적으로 이어지던 사고는 하나의 확신으로 변화했다.


‘이거였어.’


내가 그토록 찾아해맸던 즐거움이 바로 이곳, 전장에 있었다.


타다닥-


정신을 차리자 달리고 있는 ‘내’가 있었다.


비릿한 혈향이 코를 찔렀고, 공룡의 울음소리와 고블린들의 비명소리가 산재되어 들려왔다.


나는 본능에 따라 계속해서 깊숙한 전장으로 파고들었다.


한순간 직감이 소리쳤다.


피하라고.


타앗-!


뻗었던 오른발에 힘을 주어 튕겨나듯 물러섰다.


슈욱-


코앞을 스쳐가는 녹슨 검.


치이익...


발을 끌어 멈춰서니 아쉽다는 듯 인상을 찌푸린 홉고블린이 보였다.


너무 흥분했다.


판단이 조금만 늦었다면 검에 머리가 꿰뚫렸을 터였다.


간담이 서늘해진 나는 놈을 견제하듯 노려보며 쉼호흡을 내쉬었다.


즐거움을 찾는 것은 좋았다.


그를 위해 탑에 오르는 것이었다.


하지만 불꽃으로 뛰어드는 불나방이 되는 것은 지양해야했다.


이제 겨우 1층.


경험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이 남아있었다.


‘랩터들, 와라.’


최소한의 방비를 안전장치를 마련한 나는 채찍을 휘둘렀다.


촤악-!


“키익...!”


홉고블린은 검으로 막으려 했지만, 채찍이 놈의 목을 때리는 것이 먼저였다.


3층 평균에 도달한 레벨로 인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신체능력.


홉고블린쯤은 쉽사리 처리할 수 있었다.


키엑-?


내 명에 따라 다가온 랩터 삼형제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왜 여기까지 왔냐.


그런 물음에 나는 비릿한 미소로 대답했다.


“재밌는 건 같이 즐겨야지.”


타악-!


채찍을 휘둘러 고블린 한 마리를 쓰러뜨린 나는 랩터들과 함께 더욱 깊은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


[원초력1을 획득하셨습니다!]

[원초력1을 획득하셨습니다!]

[원초력1을 획득하셨습니다!]

[원초력1을 획득하셨습니다!]

[일반스킬 <하급 채찍술>을 획득하셨습니다.]

[원초력1을 획득하셨습니다!]

[원초력1을 획득하셨습니다!]

.

.

.

.

[레벨업!]

[레벨이 25에 도달하여 2차 고유스킬 <동화>가 개방됩니다.]


랩터들과 일대를 정리하고 쌓여있던 알림창을 확인하던 나는 채찍을 힘껏 쥐었다.


“떴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들에 입이 찢어져라 올라갔다.


하급 채찍술.


무기를 반복해서 쓰다보면 그 무기 관련 일반스킬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언젠가 얻을 거라 기대하고 있긴 했다.


하지만 무기술을 얻는데까지는 많은 단련의 시간이 필요했기에 그게 오늘 일 줄은 몰랐다.


‘실전압축단련이라 빨리 얻은 건가?’


정말 미친듯이 싸우긴 했다.


휘두르고, 휘두르고, 또 휘둘렀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육신이 아려올 정도였으니 혹사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였다.


촤악-!


스킬을 얻은 직후 깨달은 감각에 따라 채찍을 휘두르니 조금 더 세밀한 채찍질이 펼쳐졌다.


얻은 것은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동화>

-원초력을 소모하여 소환했던 공룡의 특성 하나를 일시적으로 가져옵니다.

-목록

<S-압도> : 원초력 600소모

<A-약자멸시> : 원초력 500 소모

<A-피의 전율> : 원초력 500 소모

<D-가속> : 원초력 200 소모

<D-무리사냥> : 원초력 200 소모


25레벨에 도달해 얻은 2차 고유스킬.


보통 3층에서 얻는 2차 고유스킬이 지금 찾아온 것이었다.


상태창을 바라보던 나는 혀로 바싹 마른 입술을 핥았다.


‘한 번 시험해보고 싶은데?’


새로운 경지에 이른 채찍질과 새롭게 얻은 2차 고유스킬을 써보고 싶은 욕망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스윽-


시선을 돌리자 티라노가 처리하고 있는 잔당이 보였다.


홉고블린들에게 시험해볼까 생각이 들었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홉 고블린보다 더 강한 상대가 필요했다.


‘...역시 그 놈이 딱이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모습을 보인 적이 없는 제너럴 고블린.


놈이라면 좋은 샌드백이 되어줄 터였다.


꼼꼼하게 주변을 훑었다.


과연 놈은 어디 숨어있을까.


군대를 모두 잃었고, 패배가 확정되었다.


‘영악하기로 소문난 놈이라면 분명...’


휙-!


나는 후방으로 몸을 돌렸다.


보이는 것은 카펫처럼 깔린 고블린의 사체뿐이었으나 나는 실망하지 않았다.


내가 놈이라면 적장의 목을 쳤다.


죽을 때 죽더라도 분은 풀고 싶을 거고, 영악한 놈이라면 티라노와 떨어진 틈을 타 내 뒤를 치려 할 터.


“찾았다.”


헤벌쭉 입이 벌어졌다.


켜켜히 쌓인 시체 사이에 누워있는 제너럴 고블린이 보였다.


들키지 않기 위해서인지 입고 있다던 갑옷까지 벗은 상태였고, 긴 핏자국으로 보아 포복으로 온 것 같았다.


놈의 노력이 가상하긴 하다만 봐줄 생각은 없었다.


촤악-!


“키엑!!”


인사겸 채찍으로 가볍게 때려주자 놈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키륵! 인간...!”


"오래 버텨달라고."


격분에 찬 것 같은 표정을 보니 쉽게 터지진 않을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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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화 +3 24.09.09 2,188 40 12쪽
11 11화 +2 24.09.08 2,274 38 13쪽
10 10화 +4 24.09.07 2,363 4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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