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공룡이 탑 등반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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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조리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30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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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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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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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2화

DUMMY

탑에 입장하자 1층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1층이 서부마을이었다면 2층은 숲속마을.


주변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존재했고, 그 지붕 너머로 울창한 숲이 보였다.


당장 저 숲으로 들어가 사냥을 하고 싶었으나 나는 그 마음을 꾹 억눌렀다.


‘일단 미션부터 받아야지.’


일단 2층에 왔으니 할 건 해야하지 않겠는가.


미션을 받지 않으면 몇 마리를 잡아도 미션은 클리어 되지 않는 반면, 공략 시간은 첫 입장 시부터 측정되니 최단기록갱신을 위해선 오자마자 미션을 받아야했다.


탑 밖에서는 쉬이 맡을 수 없는 상쾌한 피톤치드향을 맡으며 거점마을을 걷다보니 금방 각성자 안내소가 보였다.


끼익-


경첩소리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작은 나무탁자에 앉아있는 노인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계층주님.”


눈치껏 다가가 인사하니 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인사성이 밝은 친구구먼. 미션 받으러 왔나?”


“네. 맞습니다.”


"이리 와서 앉게. 바로 해줄테니.“


그의 앞에 앉자 그가 천천히 손가락을 뻗었다.


나를 향해 뻗어진 검지 손가락이 내 이마에 닿자 알림창이 떠올랐다.


[2층 메인미션]

-오크 150마리 처치(0/150)


미션은 인터넷에서 보았던대로 오크 150마리 처치.


“감사합니다.”


미션 알림창을 끄고 고개를 꾸벅 숙이자 계층주가 짐짓 미소를 지어보였다.


“허허, 예의가 참 바르구먼.”


“당연히 해야하는 일인 걸요.”


“그렇지, 근데 요즘 각성자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네.”


나는 대답 대신 작게 미소만 지어보였다.


계층주를 대하는 각성자의 태도는 둘 중 하나였다.


두려워하거나 무시하거나.


계층주의 힘에 겁 먹은 각성자는 최대한 계층주와의 접촉을 피하려 하고, 계층주는 일정한 선만 넘지 않으면 어떠한 개입도 하지 않으니 NPC쯤으로 생각하고 무시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저런 감상이 들 수밖에.


“이제 사냥하러 가나?”


“네. 목표가 있어서 이제 일어나봐야 할 것 같아요.”


“오, 목표가 있다는 건 좋은거지. 목표가 뭔지 알려줄 수 있겠나?”


최단기록 갱신과 재앙급 몬스터 토벌이라 대답하려던 나는 잠깐 때었던 입을 다물었다.


전자는 말해도 상관없지만 후자는 말하지 않는 것이 나을 터.


“2층 클리어 최단기록 갱신입니다.”


“허허, 쉽지않은 목표구만. 전투에 자신이 있더라도 탐색에 관련된 능력이 없으면 힘들게야.”


“그렇긴 하죠.”


계층주의 말은 정론이었다.


2층은 1층에 비해 최단기록을 갱신하는 것이 더욱 어려웠다.


고블린보다 오크가 훨씬 강한 몬스터인 걸 차치하더라도 숲이라는 지형 자체가 문제였다.


뻥 뚫린 평야 한 쪽에 고블린이 모여있던 1층의 고블린과 달리 2층의 오크들은 시야가 제한된 빽빽한 숲에 넓게 퍼져 있었으니까.


그의 말대로 탐색에 관련된 능력이 없다면 찾는 것부터 시간이 걸리니 기록갱신을 위해선 탐색에 관련된 스킬은 필수나 다름 없었다.


물론 일반적인 경우라면 그렇다는 것.


‘나는 아니지.’


이미 내 레벨은 3층 각성자 평균을 뛰어넘어 2차각성까지 한 상태였다.


오크는 레벨로 인한 신체능력만으로도 사냥이 가능했다.


이에 더해 내 능력은 ‘공룡 소환’이지 않던가.


1층에서 수천의 고블린을 도륙하며 모은 원초력을 쓰면 공룡을 무더기로 소환할 수 있었다.


“탐색에 관련된 능력은 없지만 깨보겠습니다. 2층의 최단기록은 5일이었죠?”


“그렇다네. 2층 공략에 최적이나 다름없는 ‘신궁’의 능력덕분에 세워진 엄청난 기록이지. 그럼에도 해보겠는가?”


“네. 해보기 전엔 모르는 거 잖아요?”


어깨를 으쓱이며 능청스럽게 대답하자 2계층주가 너털웃음을 흘렸다.


“허허, 도전하는 모습이 보기 좋구먼. 그럼 내 조언을 하나 해주겠네. 오크는 거점을 중심으로 태양이 지는 방향을 따라 도는 습성이 있네. 그걸 활용하면 찾는데 도움이 될게야.”


“귀중한 조언 감사합니다.”


최단 기록 갱신은 이미 따논 거나 다름없었지만, 그걸 고려해도 귀중한 조언이었다.


이 조언 덕분에 ‘더’ 짧은 기록을 세울 수 있게 되었으니까.


나는 나중에 다시 뵙겠다는 짧은 인사를 마지막으로 안내소를 나왔다.



하아-


거점을 나온 나는 기분 좋게 하늘을 바라보며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맑은 공기가 폐를 가득 채우고, 태양빛이 따쓰하게 내리쬐었다.


‘역시 착하게 살고 볼 일이라니까?’


말 몇 마디로 꽤 쓸만한 조언을 얻었다.


아마 태양은 동에서 서로 이동하니, 오크 또한 거점을 중심으로 동에서 서로 도는 것일 터.


소환한 공룡들을 그 역방향으로 돌린다면, 클리어 시간이 배로 빨라질 것이었다.


충분히 지금의 기분을 만끽한 나는 가볍게 걸음을 내딛으며 숲과 연결된 입구로 향했다.


공룡을 뽑을 시간이었다.


***


나는 부지런히 걸었다.


각성자들이 즐비한 마을의 대로를 걸었고, 무수한 사람들이 모여 파티원을 구하고 있는 거점의 입구를 지나쳤다.


홀로 나아가는 나를 보고 몇몇 사람들이 혼자는 기습 당할 위험이 높다며 파티를 권하거나, 색적능력이 있냐고 물어보기도 했지만 모두 적당히 대답하며 넘겼다.


그렇게 숲의 초입에 들어온 나는 ‘동화-가속’을 사용하며 심처를 향해 질주했다.


얼마나 뛰었을까.


옷이 땀으로 푹 젖은 나는 천천히 발을 멈췄다.


‘이 정도면 되려나?’


깊은 곳까지 온 이유는 당연하게도 사람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공룡을 소환할 예정인데 주변에 사람이 있으면 위험하기도 하고 얼굴을 들킬 걱정도 있었으니까.


나는 차분히 눈을 감고 주위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스스스스스-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


짹짹짹.


작게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


사방에서 전투음 및 인기척이 들려왔던 숲의 초입과 달리 고요한 자연의 소리만이 들려왔다.


‘일단 여기서 할까.’


최소한의 확인을 마친 나는 먼저 갖고 있는 원초력을 확인했다.


원초력: 3053


랜덤 봅기 한 번에 100의 원초력이 소모되니 자그마치 30번을 뽑을 수 있는 양이었다.


나는 빠르게 양손바닥을 싹싹 비볐다.


확정 뽑기가 있지만, 그건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


1000의 원초력을 사용하면 한 번 소환했던 티라노를 재차 소환할 수 있지만 그걸 할 이유가 어디있단 말인가.


안전하게 할 것이였다면 ‘흉포한 고대의 포효’를 선택하지도 않았다.


10번 안에 티라노나 그와 비슷한 공룡이 하나라도 나오기만 한다면 이득이니 해볼만 했다.


‘어차피 뭐가 나와도 30마리를 뽑으면 기록 갱신에는 문제없기도 하니까.’


망한다면 그동안 모은 원초력을 싹 다 잃는다면 사소한 문제가 있긴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노 리스크 노 리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니.


나는 곧장 ‘공룡랜덤뽑기’를 시전했다.


‘시작은 3연차!’


우웅-

우웅-

우웅-


동시에 3번의 뽑기를 시전하니 나뭇잎으로 인해 그늘졌던 공간에 푸른 빛이 퍼지기 시작했다.


광원은 거리를 벌린 채 모이기 시작한 3개의 푸른 빛무리.


빛무리는 동시에 크기를 키워가기 시작했고, 곧 형상을 이뤘다.


““키에에에엑-!””


[“재빠른 약탈자” - 밸로시랩터(Velociraptor)]


[“재빠른 약탈자” - 밸로시랩터(Velociraptor)]


[“재빠른 약탈자” - 밸로시랩터(Velociraptor)]


랩터들은 갓 태어난 아이처럼 목청껏 울며 자신의 탄생을 알렸다.


나는 내게 와서 머리를 비비는 세 마리의 랩터를 차례로 쓰다듬으며 웃음을 흘렸다.


‘처음부터 잘 나올 거라곤 기대도 안했지.’


이미 한 번 당해보지 않았던가.


이제 3마리의 랩터따위로는 내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나는 랩터들에게 주변 경계를 맡기곤 뽑기를 이어갔다.


이번에는 6연차.


우웅-


주변의 곳곳에서 푸른 빛무리가 피어올랐다.


반딧불이 무리가 몰려온 것 같다는 감상과 함께 푸른 광원을 응시하고 있자니 절로 휘파람이 나왔다.


휘유~


크기를 키워가던 빛무리는 모두 이전의 크기를 넘어섰다.


그말인즉 벨로시랩터는 아니라는 것.


‘...이번에는 티라노가 나오나?’


기대감이 막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 순간 빛무리들이 하나씩 성장을 멈추기 시작했다.


티라노의 크기에 한참 못 미친 채 여러 형상으로 빚어지는 빛무리들.


티라노는 나오지 않았음을 알았으나 나는 기대의 끈을 놓지 않았다.


형태가 갖춰져가는 빛무리들은 랩터도 티라노도 아니었다.


그말인즉, 한 번도 보지 못한 새로운 공룡이 나온다는 것.


나는 강한 공룡이 나오길 간절히 소망하며 공룡들의 탄생을 지켜보았고 곧 그들의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무거운 지붕” - 스테고사우루스(Stegosaurus)]

등급: E

레벨: 30

특성: <D-괴력> <E-충격흡수>


[“이구아나의 이빨” - 이구아노돈(Iguanodon)]

등급: F

레벨: 15

특성: <E-강한 치악력> <F-번식>


[“세 개의 뿔” - 트리케라톱스(Triceratops)]

등급: B

레벨: 75

특성: <A-돌진> <B-광폭화> <B-단단한 갑피>


[“두 개의 볏” 딜로포사우루스]

등급: E

레벨: 30

특성: <D-가속> <D-무리사냥>


스테고사우루스와 이구아노돈이 2마리씩, 그리고 딜로포사우루스와 트리케라톱스가 각각 한 마리.


모든 공룡들을 한 눈에 담은 나는 슬그머니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은데?’


말 그대로 좋지도 않지만, 나쁘지도 않았다.


일단 새로운 공룡 4종 추가되며 ‘동화’로 빌릴 수 있는 특성이 늘어났다.


원초력만 충분하다면 10개가 넘는 특성을 몸에 둘둘 말고 싸울 수 있었다.


동화를 차치하고 전력만 보아도 낮은 편은 아니었다.


랩터보다 높은 등급의 공룡이 4마리였고, 랩터의 전투력이 절대 약하지 않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들의 전투력은 절대 낮지 않을 터였다.


'크기만 봐도 나보다 훨씬 크니까 오크정도는 쉽게 요리하겠네.'


나는 몇 걸음 물러서 공룡들을 한 종씩 눈에 담았다.


매채에서 자주 보아 익숙한 스테고사우루스 두 마리.


5m쯤 되보이는 크기 말고는 쓸 데가 없어보이는 이구아노돈 두 마리.


머리에 두 개의 볏이 달린 것 외에 랩터와 모습을 한 2M크기의 딜로포사우루스 한 마리.


마지막으로 육중한 전차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트리케라톱스 한 마리 까지.


이대로 당장 출격해도 될 전력.


허나 그런 생각과 다르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약간 아쉬운데?’


지금까지 9번의 뽑기를 총평하자면 딱 본전을 뽑은 정도였다.


하지만 겨우 본전을 뽑으려고 뽑기를 한 게 아니지 않은가.


본전 그 이상을 원했다.


대박을 위해서, 최소한 본전 이상을 치기 위해 뽑기를 한 것이기에 이런 밍밍한 정도로는 영 만족이 되지 않았다.


‘딱 한 번 만 더 할까?’


도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내 생각은 바로 ‘감’이었다.


기분탓일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그 감이 왔다.


오늘 총 9번의 뽑기를 했으니 이제 10번 째 뽑기.


그곳에선 좋은 공룡이 나올 것 같다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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