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공룡이 탑 등반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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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조리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30 13:13
최근연재일 :
2024.09.1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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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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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2,022

작성
24.08.3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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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3화

DUMMY

곳곳에서 전투가 펼쳐지고 있는 평원. 김대현은 있는 힘껏 검을 휘둘렀다.


서걱-


“키...륵...”


단칼에 고블린 두 마리를 처리한 김대현은 검에 붙은 피를 털어내며 주변을 훑어보았다.


‘떨거지들. 열심히도 하네.’


남들이 사냥하는 꼴을 보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10초에 한 번씩 불덩이를 쏘는 놈.

팔 한쪽을 맹수의 것으로 바꾸고 혈투 끝에 고블린 하나를 잡는 놈.

화살을 몇 개나 쏴서 겨우 한 발 명중시키는 년.


다양한 년놈들이 있었지만 대다수가 사냥에 애를 먹고 있었다.


몇몇 조금 재능이 있어보이는 이도 있긴 했지만 자신과 비교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했다.


안타깝지만 당연한 결과였다.


그들과 자신은 출발선부터가 달랐으니까.


탑의 최상층을 공략해나가는 이들 중에서도 수위를 다투는 ‘검성’의 동생이 바로 자신이었다.


형과 같이 ‘날카로운 철의 노래’의 선택을 받았고, ‘검의 구도자’라는 엄청난 클래스와 클래스에 걸맞는 고유스킬을 받았다.


거기다 형의 지원으로 <전투감각>이라는 일반스킬을 미리 얻었으며 최고급 장비까지 착용했다.


혈연, 성좌, 장비, 고유스킬 등 그 무엇을 비교한다고 해도 여기있는 이들은 자신의 발끝조차 따라오지 못했다.


아직 1층이고, 여기 있는 이들은 막 각성한 이들이기에 미래에는 달라질 수도 있을거라 생각할 수도 있었으나 오산이었다.


‘평생 내 꽁무니만 쫒겠지.’


지금부터 자신이 죽을 때까지.


이들은 평생 자신을 넘을 수 없을 것이었다.


자신보다 앞선 이들 또한 곧 그들과 같은 처지가 될 터였다.


시작점이 다르고, 잠재력도 다르다.


자신은 그 누구보다 압도적인 환경이 보장되어 있었기에 같은 층에 있는 자라면 그 누구라도 자신보다 뛰어날 수 없으리니.


후후...


한 쪽 입꼬리만을 끌어올려 웃던 김대현은 시선을 돌려 고블린을 찾았다.


1층 미션 클리어까지 남은 고블린은 30마리.


오늘 안에 모두 잡고 2층으로 올라갈 예정이었다.


‘오늘로 딱 6일째인가? 세계 신기록을 갱신할 수 있겠군.’


비릿한 미소를 지은 김대현은 사냥감을 찾기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렇게 물색한 사냥감을 향해 걸음을 때려는데.


쿵.


땅이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다.


‘뭐지?’ 처음 느끼는 이상현상에 김대현이 미간이 좁혔다.


너무나 미약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듯 했으나, <전투감각>이 있는 그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무언가 온다···!’


쿵. 쿵. 쿵. 쿵.


규칙적이면서도 점차 강해지는 울림.


분명 거대한 무언가 오고 있는 것임이 틀림 없었다.


똑.


김대현은 자신의 목덜미에 수많은 땀방울이 흐르고 있음을 느꼈다.


그는 이 이상현상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알고 있었다.


재앙급 몬스터의 발현.


각성자에 의해 계층 생태계가 무너질 시, 계층에서 생성해내는 자연재해와 같은 몬스터가 나오는 현상이었다.


‘그게 왜 1층에서...!’


얼굴을 와락 찌푸린 김대현은 형의 조언을 떠올렸다.


‘재앙급 몬스터는 해당 층의 각성자가 절대 상대할 수 없다. 만약 재앙급 몬스터가 생성되면 무조건 거점으로 돌아가 귀환하도록.’


도망쳐야했다.


탑을 빠져나가야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재앙급 몬스터는 ‘거점’쪽에서부터 오고 있었으니까.


“저기... 땅이 울리지 않아요?”


그의 얼굴이 사색으로 변해가는 가운데, 다른 이들 또한 진동을 알아채기 시작했다.


“제 착각이 아니었군요... 저도 느껴집니다”

“이게 뭘까요?”

“설마······. 그건 아니겠죠?”


상황을 눈치 챈 각성자들이 불안한 표정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모두 각기 다른 고블린과 싸우는 도중이긴 했으나 문제가 되진 않았다.


키에에엑-!

캐륵!캐륵!

캐르르르륵-!


고블린들은 막대한 공포를 느낀 듯 자신의 몸을 쥐어 뜯으며 발광하고 있었으니까.


그 괴기스러운 광경은 각성자들의 불안에 불을 지폈다.


쿵! 쿵! 쿵!


진원지가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리 듯 땅의 울림은 더욱 강해졌고, 사람들은 저 멀리 점처럼 보이는 재앙을 바라보았다.


아직 멀기에 무슨 형상을 하고 있는지는 몰랐으나, 이것만큼은 확실했다.


재앙은 인간따위와는 비교도 안될만큼 거대하다는 것.


“...”


사냥터는 어느 순간부터 조용한 침묵에 휩싸였다.


사람들은 말을 잃었다.


고블린 또한 죽음을 묵도한 사람처럼 조용해졌다.


모두가 체념한 듯 훌쩍이는 소리만 들려오는 암울한 공간 속.


활을 든 한 남성의 중얼거림이 울려퍼졌다.


“공룡...”


몇몇 사람들이 그를 힐끔거렸지만, 그는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재차 중얼거렸다.


“티라노...”


피할 수 없는 죽음에 미친 것이리라.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쿵-! 쿵-! 쿵-! 쿵-!


하지만 재앙이 가까워지자 사람들의 머릿속엔 그의 중얼거림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내.


“...진짜였어.”


한 사람이 중얼거렸다.


소수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반응하지 않았지만 그들 또한 남자의 말이 진실이었음을 알았다.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고 있는 것은 분명 티라노사우루스.


인간이 존재하기도 전인 먼 옛날. 지금으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치열한 각축장에서 최강의 자리를 공고히 했던 생명체가.


크와아아아아아아-!!!

쿠웅-!

쿠웅-!

쿠웅-!

쿠웅-!


엄청난 포효를 내뿜으며 달려오고 있었다.


“······!”


티라노사우루스의 포효를 들은 사람들은 그 소리를 들음과 자신의 몸이 딱딱히 굳음을 느꼈다.


마치 뱀 앞에선 개구리처럼 입조차도 뻥긋 할 수 없었다.


순식간에 코앞까지 당도한 티라노사우루스는 거대한 다리로 생명체를 짓밟기 시작했다.


콰직-!

콰직-!

콰직-!


날카로운 이빨도, 길고 육중한 꼬리도 필요 없었다.


마치 어린 아이가 개미를 짓밟듯 그저 짓밟았고 또 짓밟았다.


그 사소한 몸짓 한 번에 둘 이상의 생명체가 터져나갔고, 육편과 핏물이 튀었다.


꽈악-!


그 끔찍한 광경에 모두가 눈을 질끈 감았다.


곧이어 자신의 차례가 찾아올 것을 알기에 눈을 감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었다.


하지만 기다리고 또 기다려도.


고통을 느끼는 이는 없었다.


사람의 비명 또한 들려오지 않았다.


들려오는 것은 오직 고블린의 단말마 뿐.


‘······설마?’


이를 가장 먼저 눈치 챈 김대현이 덜덜 떨리는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콰직-!


짓밟는 티라노와 짓밟히는 고블린.


곳곳에는 초록색 육편이 가득했고, 황갈색 땅은 녹색 액체로 점철되어 있었다.


붉은 혈흔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자신의 생각이 맞았음을 확신한 김대현은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역시 사람은 놔두고 고블린만 죽이고 있다. 그렇다면···!‘


누군가 똑같은 생각을 한 것인지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각,각성자십니까?”


그 말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눈을 떴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각성자들은 곧 사실임을 알아차렸다.


콰직-!

쿵-! 쿵-! 쿵-! 쿵-!


근처의 모든 고블린을 처리한 티라노가 각성자들은 살려둔 채 자리를 떴으니까.


티라노가 멀어지자 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산 건가?”

“그, 그런 것 같은데요?”

“살았어요! 살았다고요!!”

“엄마아......”


사람들은 서로를 부둥켜 안으며 열렬히 생존의 기쁨을 나누었다.


오해였다는 것은 깨달았으나, 그들이 느꼈던 죽음의 공포는 진짜였으니.


모든 사람들이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가운데 김대현만은 붉게 충혈된 눈으로 멀어지는 공룡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누구냐! 도대체 누구냔 말이야!’


***


“휴, 큰일 날 뻔했네.”


사람들의 시야가 닿지 않는 평야.


티라노와 합류한 나는 오늘 몇 번째인지도 모를 한숨을 내뱉었다.


이전까지는 실망에서 비롯된 한숨이었으나, 이번에는 안도의 한숨이었다.


티라노가 사람과 고블린이 섞여있는 곳으로 향했을 땐 식겁했었다.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결과만 보면 나쁘지 않았다.


‘뭐, 다친 사람도 없고, 마음만으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것도 알았으니 됐나.’


황소 뒷걸음질치다 쥐잡는다고 했던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티라노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런 급박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오랫동안 알지 못했을 터.


씨익-


좋은 게 좋은거라고 긍정적으로 생각을 마무리한 나는 기분 좋게 웃으며 티라노의 다리를 쓸었다.


“고생했어.”


크아아아아-!


“그래, 목소리만 좀 줄이자.”


크아아.


말도 잘 듣는 티라노를 보고 있자니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진짜 복덩이가 따로 없네.’


단 한 번의 전투였으나 많은 것을 알았고, 그보다 더 많은 것을 얻었다.


알게 된 것은 말했던 것처럼 마음만으로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과 티라노가 생각 이상으로 강하다는 것.


특히 <약자멸시>특성으로 인해 자신보다 약한 존재에게는 한 없이 강력했다.


대항조차 하지 못하고 딱딱하게 굳었던 고블린을 떠올려보면 앞으로 몇 층은 수월하게 오를 수 있을 듯 했다.


다음으로 얻은 것.


피식-


생각만 해도 웃음이 새어나왔다.


티라노가 고블린을 사냥할 당시 수많은 글자들이 눈앞에 떠올랐었다.


연속적으로 너무 많이 떠올라 반투명한 글자들 말고는 온 시야를 가릴 정도였기에 상태창이 어느 정도로 바뀌었을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나는 씰룩거리는 광대를 느끼며 상태창을 띄웠다.


‘그럼 수확을 확인해볼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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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화 +4 24.09.01 2,794 57 11쪽
» 3화 +3 24.08.31 2,852 6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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