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공룡이 탑 등반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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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조리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30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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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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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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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1화

DUMMY

정신없이 배를 채운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원래 계획은 밥을 먹고 곧장 탑에 들어가는 것이었지만, 할 일이 생겼다.


바로 우편함을 확인하는 것.


뉴스에서 말하길 여러 단체가 스카웃제의를 보냈다는데, 나에 대해 알려진 것은 명예의 전당을 통해 공개된 닉네임밖에 없으니 ‘우편’을 보냈을 터였다.


상태창을 열 때처럼 우편함을 떠올리자 반투명한 글씨가 떠올랐다.


[우편함](523)


우편함 옆에 떠오른 숫자, 오백이십삼.


‘······혹시?’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부정하며 우편함을 클릭하자 주르륵 우편들이 떠올랐다.


[발신자: Douglas]

-안녕하세요, ‘붉은 안개’ 길드의 스카웃팀 Douglas입니다. 1층에서 보여주신 활약으로 저희는 유성님을 스카웃...(더보기)


[발신자: Konua]

-안녕, 나 Konua야. James 맞지? 난 오래 전부터 너가 각성할 줄 알았어. 내가 긴히 할 말이 있는데 오늘밤...(더보기)


[발신자: 민성훈]

-한국 각성자 협회의 협회장을 맞고 있는 민성훈입니다. 유성님도 아시다시피 저희 한국 각성자 협회는...(더보기)

.

.

.

.

.


“와...”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총 523통의 우편이 와있었다.


내려도 내려도 끝이 보이지 않는 우편들에 입이 닫힐 줄을 몰랐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재앙급 몬스터를 최초로 토벌한만큼 적지 않은 관심을 받을거라 생각하고 있긴 했다.


하지만 이정도까지 관심을 가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내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관심.


기분자체는 나쁘지 않았으나 심란한 마음이 들었다.


‘이걸 언제 다 보지?’


523개의 우편을 일일이 확인하다간 오늘 내내 이것만 해야할 터였다.


하나하나 답장까지 해준다면 며칠이 걸릴 수도 있었다.


혀로 볼 안쪽을 누르며 고민하던 나는 이내 결정을 내렸다.


‘보고 싶은 것만 보지. 뭐’


애초에 온 우편 중 절반 정도는 영양가 없는 우편이 아니던가.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일일이 다 확인하기보단 걸러서 보는 게 맞았다.


꾸욱-


일단 스팸같은 우편은 보이는 즉시 삭제했고, 영문 모를 말이 적힌 메일도 삭제했다.


이상한 의도로 보이는 우편도 당연히 삭제.


주욱-


그렇게 장장 30분에 걸쳐 우편함을 정리한 나는 남은 우편의 숫자를 확인했다.


[우편함(160)]


“이래도 많네.”


거르고 걸렀음에도 160통이나 되는 우편이 남아 있었다.


심지어 160통 중 거의 대다수는 스카웃을 제안하는 우편이었고, 몇 번 들어본 적 있는 유명한 단체도 더러 있었다.


이제 막 1층을 클리어한 후발대 중의 후발대가 받았다기엔 너무 많은 양.


내 가능성을 높게 봐주는 것이 고맙긴 하다만, 이 또한 일일이 답장을 줄 수는 없을 듯 했다.


꾸욱-


나는 다시금 폭풍 삭제를 이어나갔고, 총 5개의 우편만을 남겼다.


한국 각성자 협회.

미국의 ‘스캐빈져’ 그룹.

검성이 있는 한국 최고의 각성자 길드 ‘화랑’

내게 특전을 뺏긴 세계 랭킹 7위 그림리퍼.

마지막으로 영국의 ‘성녀’까지.


협회, 그룹, 길드에서 온 우편 한 통 씩과 개인에게서 온 우편 2개.


삭제를 거듭했기에 우편함은 단촐해졌으나 느껴지는 무게감은 오히려 더했다.


화려한 이름들을 한 눈에 담은 나는 가장 먼저 어느정도 내용이 예상되는 한국 각성자 협회의 것을 먼저 확인했다.


‘...딱 예상대로네.’


협회장이 직접 보냈다는 것을 제외하곤 인터넷에서 보았던 제안내용과 별 다를 바가 없었다.


협회에 들어오면 세금감면혜택과 다달이 지급되는 월급 및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


끝에는 협회 소유 창고에서 아이템 3개 대여해주겠다는 말과 주에 2번만 출근하면 된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추가적으로 나라를 위해 들어와 달라는 구구절절한 말이 적혀있었지만 별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다.


보수도 별로 좋지 못했고, 협회 일에 흥미도 없었으며 무엇보다 시간을 너무 많이 뺏길 듯 했다.


부모님과 친구들, 그리고 내가 사는 터전이 위기에 빠진 상황이라면 기꺼이 돕겠으나 지금 그런 상황도 아니었고.


‘일단 패스.’


어깨를 으쓱인 나는 미국의 ‘스캐빈져’ 그룹과 한국의 ‘화랑’길드의 우편을 확인했다.


두 단체의 우편에는 방향성은 다르나 한 가지 공통점이 존재했다.


‘통이 크시네.’


스캐빈져 그룹은 현대인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만큼 유명한 그룹이었다.


‘몬스터 부산물 가공’, ‘마석의 에너지화’ 등 대격변 관련 핵심 산업을 선점하여 오늘날 세계 최고의 그룹으로 이름을 떨치는 것이 ‘스캐빈져’그룹.


세계 최고의 부자이기 때문인지 통도 컸다.


일단 계약금으로 10억 선지급.


월급 3000.


이에 더해 매층 그룹 소속 서포터 지원 및 시중에 나온 품목 중 원하는 품목 무제한 지원, 탑 외부에서 상위층 각성자의 과외 등.11호 ‘돈’으로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 해주겠다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계약 후 1달 간은 인터뷰와 티비쇼 출현 등 탑 밖의 일을 주로 해야한다는 조건을 보니, 최근 뛰어든 ‘각성자 매니지먼트’사업 홍보를 위해 스카웃하려는 의도도 보였고.


반면 검성이 길드장으로 있는 ‘화랑’은 다른 의미로 통이 컸다.


화랑이 축적해둔 층 별 공략법.


층의 특성에 맞는 아이템.


추후 활약에 따른 길드 내 직급 상승까지.


한 번 쥔 것은 놓기 싫어하는 것이 일반적이건만, 이들은 경험과 명성 같이 자신들이 쌓아온 모든 것에 대한 ‘공유’를 해주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배포가 큰 걸까.


그만큼 내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는건가.


둘 중 무엇이든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안 갈거니까.’


세상에 진리가 있다면 그건 꽁짜는 없다는 것.


막대한 돈과 지원? 자신들이 쌓아온 것에 대한 공유? 저들이 자원봉사자도 아니고, 이런 보수를 그냥 줄 리가 없었다.


분명 우편에 적혀있는 사항뿐 아니라 정확히 명시되어 있지 않은 ‘대가’를 지불해야 할 터.


그 대가가 무엇이든 내가 자유롭게 탑을 즐기는데 방해가 될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오히려 이런 우편이 더 좋았다.


[발신자: 그림리퍼]

-너냐?


얼마나 솔직한가.


원하는 것도, 바라는 것도 없었다.


담긴 것은 순수한 감정뿐.


나는 처음으로 답장을 보냈다.


-나다.


우편을 발송하자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걸 보면 그는 무슨 반응을 할까.


아마 둘 중 하나이지 않을까.


웃거나.


화를 내거나.


화가 나더라도 그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았으니 지구에서 찾을 수 없었고, 한 번 통과한 층을 거슬러 내려올 수도 없었으니까.


작게 웃음을 흘리며 다음 우편으로 넘기려던 나는 돌연 손을 멈췄다.


‘...이 다음은 성녀한테 온 우편이었지?’


사실 이 우편은 처음 본 당시에 이미 확인했다.


확인하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었다.


그야 신이 한땀한땀 조형한 듯한 아름다운 외모와 숭고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성품으로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성녀’한테 온 우편이었으니까.


나는 주책없이 두근거리는 가슴을 느끼며 성녀에게서 온 우편을 눌렀다.


[발신자: 셀레나 앤디하드]

-‘조각’을 갖고 계신가요?


한 번 본 것임에도 불구하고 몸이 잘게 떨렸다.


아이돌과 1:1채팅하는 팬의 기분이 이러할까.


신의 의지를 듣게 된 사제의 기분이 이러할까.


필요에 의해 작성한 무미건조한 내용이었지만 실망스럽진 않았다.


성기사단을 제외하곤 타인과 거의 개인적 접촉하지 않는다고 알려진 성녀에게 연락이 온 것이니 당연히 이런 종류의 연락일 것이라 생각했다.


중요한 것은 성녀에게 우편을 받았다는 사실 뿐.


그것으로 충분히 기뻤다.


‘답장... 답장을 해야지.’


나는 떨리는 손으로 답장을 작성했다.


성녀가 언급한 조각은 아마도 특전으로 받은 열쇠조각일 터.


나는 최대한 젠틀하게 답장을 보냈다.


-네. 있습니다.


어디서 얻었다는 둥, 열쇠조각이 맞냐는 둥 주저리 주저리 말을 덧붙이진 않았다.


그래야 궁금증이 생길테고, 답장이 올 확률이 높아질 테니까.


띠링-!


[발신자: 셀레나 앤디하드]


-열쇠 조각이 맞나요?


“벌,벌써?”


10초도 되지 않아 답신이 왔다.


얼굴이 화끈거림을 느낀 나는 의식적으로 숨을 깊게 쉬었다.


그녀의 팬으로서 결례를 범할 수는 없는 노릇.


잠시 마음을 가라앉힌 후 답장을 보냈다.


-네. 맞습니다.


과연 이번에도 칼답이 올까.


그런 불경한 기대가 머릿속에 떠오른 순간.


띠링-!


[발신자: 셀레나 앤디하드]

-저도 그 조각 중 하나를 갖고 있어서요. 맞는 조각인지 확인해 볼 수 있을까요?


왔다.


또 몇 초 만에.


그동안 많은 돈을 들여 좋아하는 아이돌과 짧은 대화를 주거나 팬미팅에 가는 아이돌 팬들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이해할 수 있었다.


마음 같아선 당장 답장을 보내고 싶었지만, 쉽사리 답장을 보낼 순 없었다.


‘이건 살짝 곤란한데?’


그녀는 맞는 조각인지 확인해보고 싶다고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녀라 할지라도 특전으로 받은 열쇠조각을 그냥 보내줄 순 없었다.


특전도 그냥 특전이 아닌 ‘재앙급 몬스터 최초 토벌’ 특전이었고, 선발대인 성녀도 갖고 있는 것을 뿐더러 직접 우편까지 보낼 정도면 엄청난 물건임이 분명했다.


그걸 우편함으로 냉큼 보내줄 만큼 순진하진 않았다.


어렵사리 결단을 내린 나는 아쉬움을 한 움큼 삼키며 답장을 작성했다.


‘죄송하지만 보내드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송신...’


인생은 후회의 동물이라고 하던가.


막상 보내고나니 후회가 막심했다.


너무 성급하게 판단한 게 아닌가.


성녀가 때먹지도 않을텐데 내가 너무 속물적이었던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피어오르는데 ‘알림’이 떠올랐다.


띠링-!


[발신자: 셀레나 앤디하드]

-아, 만나서 확인해보자는 뜻이었어요.


“에?”


떡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입을 포함한 모든 몸이 정지했으나 눈동자만큼은 짧은 글을 읽고 또 읽었다.


‘지금 탑 밖에서 만나자는 거지?’


탑에선 만날 수 없으니 아마 탑 밖에서 보자는 것일 터.


‘성녀를 볼 수 있다고? 이 두 눈으로?’


[발신자: 셀레나 앤디하드]

-만약 맞는 조각이라면 드릴 말씀도 있구요.


추가로 대화까지.


이렇게 되면 단순 직관이 아닌 1:1팬미팅이었다.


“······.”


잠깐 상상만 했을 뿐인데, 도파민이 팡팡 터져나오며 몸이 부르르 떨렸다.


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그러자고 답장을 보내려다 전송 직전에 손을 멈췄다.


'침,침착하자. 이게 맞는걸까?'


성녀를 만나는 건 두말 할 것 없이 좋았다.


하지만, 원래 내 계획은 최대한 정체를 숨기는 것 아니던가.


얼굴을 팔린다면 여러모로 귀찮은 일이 생길 수도 있었으니까.


어딜가든 시선이 따라다니는 성녀랑 만난다면 내 계획은 물거품이나 다름 없을 터.


고민이 깊어졌다.


하나를 선택하면 하나를 포기해야했으나, 둘 중 무엇도 쉬이 포기할 수 없었다.


장고의 고민을 이어가던 나는 양손을 올려 마른 세수를 했다.


‘일단 미룬다.’


답장을 바로 할 필요는 없었다.


일단 머리를 식히고 침착하게 고민한 후 답장을 하는 것이 나을 터.


우편함을 끈 나는 신발장에서 운동화를 신기 시작했다.


머리를 식히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몸을 움직이는 것.


일단 내가 아는 최고의 운동을 할 생각이었다.


‘2층에 가서 사냥 한 판 뛰고 오자.’


***


하늘에 뜬 붉은 달만이 대지를 비추는 폐허.


무너진 건물의 한 귀퉁이에 앉아 휴식을 취하던 성녀의 고운 이마가 살짝 찌푸려졌다.


‘늦네에...무슨 일 있으신가?’


각성하기 전에는 명망있는 가문인 엔디하트 가문의 딸로, 각성한 후에는 성녀로 살았던 그녀에게 기다림은 익숙치 않은 것이었다.


“성녀님! 공략을 재개하신다고 하십니다.”


“아, 네!”


금빛 갑주를 입은 한 성기사의 말에 성녀가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그녀의 얼굴은 평소와 같이 환한 미소가 가득했으나 그 한쪽에는 작은 근심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대로 답이 오지 않는 건 아니겠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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