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공룡이 탑 등반을 너무 잘함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새글

유조리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30 13:13
최근연재일 :
2024.09.18 17:05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45,057
추천수 :
915
글자수 :
122,022

작성
24.09.06 17:10
조회
2,419
추천
49
글자
13쪽

9화

DUMMY

채찍은 예상대로 좋은 무기였다.


공격 범위가 넓어 견제에도 용이했고, 맞추기도 쉬웠으며, 레벨에 의한 신체능력에 의해 공격력도 나쁘지 않았다.


허나, 간과했던 점이 있었다.


‘예상외로 숙련도가 엄청 필요했지.’


일단 횡으로 휘두를 때와 달리 종으로 채찍을 휘두르면 상대를 맞추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또 조금만 실수해도 휘둘러진 채찍이 근처에 있던 랩터나 나 자신의 몸을 때렸기에 고블린에게 당한 상처보다 내 채찍에 의한 흉터가 더 많을 정도.


상위층으로 올라갈수록 난이도가 어려워질테니 연습할 필요가 있었다.


촤르륵-!


따악!


“인가안!!!”


고블린의 호통에 나는 채찍질을 멈추고 심드렁하게 물었다.


“왜 불러?”


“키륵! 정정당당히 싸워라!”


“뭐라는거야?”


찰싹-!


재차 채찍을 휘둘러 놈을 때려주었다.


죽이려고 몰래 접근할 땐 언제고 이제와서 정정당당하게 싸우자니.


염치가 없는 놈이었다.


애초에 이게 정정당당이 아니라면 무어란 말인가.


티라노도, 랩터도 쓰지 않았다.


난 본신의 힘만으로 싸우고 있었다.


단지 내 레벨이 3층 평균에 도달했고, 내가 쓰는 무기가 채찍이었을 뿐.


찰싹-!

찰싹-!


“키륵! 인간! 가만두지 않겠다! 키륵! 반드시! 죽이겠다!”


푹!


채찍술에 익숙해질 겸 매타작을 반복하고 있자니 쓰러졌던 제너럴 고블린이 땅에 검을 꽂고 일어섰다.


붉게 물들어가는 고블린의 눈.


광폭화 주술의 영향일 터였다.


‘이제 시작이다.’


나는 얼굴을 굳히며 언제라도 휘두를 수 있게 팔을 늘어뜨렸다.


전투의 짜릿함을 알았기에 앞으로도 전투에 참여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내 클래스는 ‘소환사’.


본신의 능력이 부족한 직업이니 직접 전투를 뛰기 위해선 각고의 노력이 필요했다.


“와라!”


“크르륵!!”


이성을 잃은 듯 침을 질질 흘리던 놈은 거칠게 울며 나에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휘익-!


견제할 의도로 횡으로 채찍을 휘둘렀으나, 놈은 고개를 숙여 손쉽게 피했다.


순식간에 접근한 놈이 롱소드를 휘둘렀다.


‘턱!’


아래서부터 올려쳐진 롱소드가 내 턱을 노리고 있었다.


나는 즉시 고개를 뒤로 재꼈다.


부웅-


서늘한 검의 감각이 턱 끝에서 느껴졌다.


빠르게 뒤로 물러난 나는 세차게 채찍을 휘둘렀다.


따악-!


채찍은 땅을 때렸지만 의미가 없진 않았다.


놈이 채찍을 피하려 몸을 뺀 덕에 거리가 벌려졌으니까.


후우-


길게 숨을 내뱉었다.


몇 수 나누지도 않았건만 알 수 있었다.


‘이길 수 없다.’


아무리 본신의 무력을 장점으로 하는 몬스터는 아니었지만 놈은 1층에 나타난 재앙급 몬스터. 본래 1층 각성자라면 절대 이길 수 없었고, 2층의 각성자라면 쉰명 이상이 모여야 이길 가능성이 생겼으며, 3층의 각성자가 온힘을 다해야 잡을 수 있는 놈이었다.


아무리 내 레벨이 3층 각성자 급이라 할 지라도 ‘소환사’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소환수’를 쓰지 않으니 이길 턱이 없었다.


나는 눈알만을 굴려 랩터들을 바라보았다.


명령만 내린다면 일제히 달려들어 홉고블린을 처리할 것이었다.


쉽고 간단한 방법.


하지만 그럴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직접 싸워서 이겨야지.’


오늘 막 전투의 즐거움을 깨달은 참이었다.


적과 싸웠다.


서로에게 무기를 겨누고, 수를 교환했다.


평생에 느껴본 적 없는 짜릿함을 느꼈었고, 그토록 원하던 도파민이 펑펑 터져나왔다.


허나, 전투를 이어나가다보니 2% 부족함을 느꼈다.


지금까지는 그 이유를 알 수 없었으나 이제는 알았다.


현격한 적과의 격차.


박수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지 않던가.


채찍질 한 번에 고블린 따위가 아닌 동등한 실력을 지닌 상대와의 결투가 필요했다.


거기다 이전 전투를 통해 실력을 키울 필요성도 절실히 느낀 상태였다.


랩터가 없었으면 죽을 뻔 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니, 2층으로 가기 전 최대한 병기술을 숙련할 필요가 있었다.


랩터로 인해 안전도 확보되었고, 염원과 필요성이 동시에 충족된 상황.


물러설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나는 새로 얻은 2차 고유스킬 ‘동화’를 사용했다.


[1시간 동안 ‘가속’의 사용이 가능합니다. 쿨타입 (10초)]


“와라!”


이 이상 다른 ‘특성’을 가져올 생각은 없었다.


채찍이 손에 익을 때까지.


몸이 전투를 충분히 체득할 때까지.


전투에 사용이 가능한 <가속>에 익숙해질 때까지.


그리고 이길 때까지.


해볼 생각이었다.



***


달이 뜨기 전에 시작했건만 정신을 차리니 머리 위에 달이 떠있었다.


달빛만이 대지를 비추는 깊은 밤.


나는 전신이 시퍼렇게 멍든 제너럴 고블린을 바라보았다.


“하아...하아... 끈질기네..”


“키르륵...”


놈도 한계였고, 나도 명백한 한계였다.


둘 다 한발짝 때기도 힘든 상태긴 했지만 억지로 우위를 가리자면 내가 더 낫긴했다.


당하긴 내가 더 당했지만, 잔당을 처리하던 티라노에 의해 레벨업을 했으니까.


즉, 중간에 한 번 회복됐음에도 비슷한 상태라는 것.


<가속>을 쓴 후로도 광폭화한 고블린이 줄곧 우위를 점했었고, 박빙이 된 것은 불과 몇 분 되지 않았다.


“...이제 슬슬 끝내자.”


나는 지속시간이 끝난 ‘동화’를 다시금 사용했다.


[1시간 동안 ‘가속’의 사용이 가능합니다. 쿨타입 (10초)]


몇 번 째인지도 모를 똑같은 알림창이었지만 이번이 마지막일 터였다.


스으윽.


나는 오른발을 끌어 뒤로 빼었다.


시선은 놈에게 고정한 채 허리를 비틀었고, 채찍을 굳게 쥔 오른손을 머리 뒤로 넘겼다.


활시위처럼 팽팽해진 몸.


땅에 다리를 박아넣듯 굳게 힘을 준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수를 풀어놓았다.


시작은 다리부터.


뒷다리에 실려있던 무게 중심을 앞으로 옮긴다.


비틀었던 허리를 세차게 회전하여 원심력을 더하고, 온 힘을 다해 오른팔을 휘두른다.


휘익-!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채찍이 바람소리를 내며 나아갔다.


소리는 거칠었으나 짧았다.


좋은 현상이었다.


소리가 짧을수록 빠르다는 것이니.


“키르륵-!”


놈이 막기 위해 검을 쳐들었으나, 이 또한 예상한 바.


나는 지체없이 곧게 뻗어져있던 손목을 꺾었다.


날아가던 채찍이 공중에서 흔들리며 궤적을 바꿨다.


마치 밤하늘을 유영하는 한 마리의 뱀처럼 채찍은 놈의 검을 우회했고,


퍼억-!!


놈의 머리를 부쉈다.


수박깨지는 소리를 듣자 다리에 힘이 풀렸다.


텁.


땅에 주저 앉아 극심한 피로가 몰려왔다.


하지만 입가에는 진한 미소가 그려졌다.


[레벨업!]

[레벨업!]

[원초력300을 획득하셨습니다!]

[최초의 재앙급 몬스터 토벌! 특전이 부여됩니다!]


“···이겼다.”


이겼다.


그토록 뜸했던 레벌업이 두 번이나 되었고, 원초력도 얻었으며, 특전까지 따냈다.


허나, 그 무엇보다 짜릿한 것은 따로 있었다.


“해냈어...! 해냈다고!”


손을 보니 불어터진 물집이 보였다.


시선을 내리니 다리가 경련하는 것이 보였다.


레벨업이 회복시켜주는 것은 체력뿐이기에 어쩌면 며칠간은 요양을 해야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해냈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크와아아아아아-!

키에에엑-!


여운을 즐기고 있으니 내 명령에 따라 떨어져있던 공룡들이 다가왔다.


빈 손으로 온 첫째 랩터는 내게 얼굴을 비볐다.


제너럴 고블린에게 들렸다 온 둘셋째 랩터는 각각 ‘칠흑색 검’과 ‘영롱한 마정석’을 입에 문채 나에게 들이밀었다.


키엑-! 키엑-!


“축하한다고?”


키에엑-!


“고마워. 다 너희들 덕이지.”


크와아아아.


가만히 서있던 티라노의 근엄한 울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좋겠네. 그냥 매 층마다 재앙급 몬스터를 잡을까?”


크와아아.


"그래, 탑의 전 층 격파. 한 번 해보자고."


그렇게 바닥에 앉아 몇 분 쯤 대화를 나눴을까.


“뭐 이런 애가 다 있지?”


차가운 밤공기가 달아올랐던 몸을 충분히 식혀주었을 때쯤, 그런 소리가 들려왔다.


어딘가 언짢은 듯한 말소리가 들려온 것은 머리 위쪽.


고개를 드니 자다나온 듯 대충 묶은 꽁지머리와 편안한 차림으로 보이는 제 1계층주가 서있었다.


“안녕하세요?”


작게 목짓하며 꾸벅 인사를 하니 그녀가 내 앞에 내려서며 물었다.


“안녕하냐고? 너, 지금 너가 무슨 짓을 한 지는 아니?”


“몬스터를 사냥했죠?”


“정확히 재앙급 몬스터를 포함해 3400마리의 몬스터를 잡았지.”


“많이 잡았네요.”


“그래, 많이도 잡았지.”


만족스럽게 고개를 주억이던 나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칭찬하러 온 줄 알았건만 왠지 날카롭게 느껴지는 말투.


억울함에 이리 되물었다.


“근데 그게 문제가 되나요? 잡으라고 만들어둔 몬스터잖아요.”


“하!”


그녀의 입가에 살벌한 미소가 띄워졌다.


당장이라도 날 잡아먹을 것 같은 눈을 한 계층주는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내었다.


“그래, 첫 날 고블린 1300여 마리를 잡은 건 넘어가자. 막 탑에 들어온만큼 생태계에 관한 거는 모를 수도 있으니까. 그로 인해 내가 할 게 산더미처럼 늘어났지만 그건 넘어가자고. 근데 뭐? 재앙급 몬스터였던 제너럴 고블린과 1층에 존재하는 모든 고블린을 죽여놓고 하는 말이, 잡으라고 만들어둔 몬스터? 애초에 그건 잡으라고 만들어둔 몬스터가 아니야!!”


후우... 후우...


거친 숨을 내뱉은 그녀는 입술을 짓씹으며 말을 이었다.


“밤낮없이 일해야 한 달이야.”


“뭐가요?”


“내가 1층을 정상화하는데까지 걸리는 시간.”


“아······.”


그런 사정이...


방금 들은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당분간 그녀는 과로에 시달릴 터였다.


그 원인이 나인 것 같긴 하나 나 또한 할 말은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어제 성좌님께 여쭤봤는데, 해도 된다고 하셔서요.”


“성좌님이 괜찮다고 하셨다고?”


“네...”


계층주의 얼굴이 흑빛으로 변했다.


처음 봤을 때는 노곤함만이 가득한 인상이었는데, 이제보니 꽤 표정이 풍부한 듯 했다.


푸념하듯 무어라 중얼거리던 그녀는 이내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그래. 너한테 말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니. 받아. 보상이야.”


딱-!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자 알림창이 우수수 떠올랐다.


[1층 공략 성공! (공략시간 : 1시간 53분)]

[다음 탑 입장 시 2층으로 이동됩니다.]

[‘우편함’기능이 활성화됩니다.]

[1층 최단시간 공략으로 ‘명예의 전당’에 등록할 수 있습니다.]

[‘명예의 전당’ 등록 시 특전이 지급됩니다.]

[재앙급 몬스터 최초 토벌 특전이 지급됩니다.]


보상이라는 말에 천천히 알림창을 훑었다.


양은 많았으나 대부분 알고 있는 것이었다.


1층을 클리어 했으니 다음 입장부터는 2층으로 이동한다는 당연한 사실과 2층부터 주어지는 시스템인 ‘우편함’.


눈여겨볼 것은 역시 내가 받게 될 두 가지 ‘특전’이었다.


“일단 이름 설정부터 하자. 그래야 명예의 전당도 등록할 수 있고, 특전도 받을 수 있으니까.”


“네.”


나는 고개를 주억였다.


탑에서 쓸 이름, 한국 각성자들이 주로 쓰는 말은 닉네임.


닉네임은 편지와 아이템을 주고받을 수 있는 ‘우편함’과 ‘명예의 전당’ 등록 등 다용도로 사용되었다.


‘뭐가 좋을까?’


한 번 정하면 바꿀 수 없기에 나는 신중을 기했다.


특전을 받기 위해 ‘명예의 전당’에 등록할 예정이었다.


즉, 내 닉네임이 만천하에 공개되는 셈.


실명으로 공개한다면 귀찮은 일이 생길 것이 분명했기에 ‘유진성’이라는 석자는 가장 먼저 지웠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나는 입맛을 다시곤 계층주를 바라보았다.


“정했어?”


“네.”


“뭔데?”


“유성. 유성으로 할게요.”


유성은 내 이름인 유진성에서 가운데 글자를 제외한 말이자 친한 친구들이 날 부르는 별명이었다.


내 이름을 빨리 말하면 그렇게 들린다는 단순한 이유로 붙은 이름이었지만 어감이 좋아 게임에서 자주 썼었다.


“유성이라. 어울리긴 하네······.”


계층주는 흘끗 공룡들을 눈짓하며 말을 이었다.


“명예의 전당에 바로 등록할거지?”


“네. 해주세요.”


‘명예’같은 건 전혀 관심이 없지만, 명예의 전당에 등록하며 얻게 되는 ‘특전’에는 관심이 있었다.


기대가 되었다.


최상층을 뚫고 있는 선발대의 일원인 독일의 각성자-그림리퍼.


그가 꼭꼭 숨기고 있던 1층의 특전은 무엇일까.


혹, 대낫을 휘두르며 수많은 영혼을 수확하는 그의 능력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전체알림) 명예의 전당이 갱신되었습니다.]

[1층 특전이 부여됩니다.]


특전을 확인한 나는 잘게 웃었다.


“이거였구나?”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 공룡이 탑 등반을 너무 잘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시간은 매일 17시 05분 입니다. 24.09.13 1,009 0 -
21 21화 NEW +2 2시간 전 227 12 15쪽
20 20화 +3 24.09.17 810 31 14쪽
19 19화 +3 24.09.16 1,077 39 14쪽
18 18화 +4 24.09.15 1,423 36 14쪽
17 17화 +3 24.09.14 1,742 35 15쪽
16 16화 +6 24.09.13 1,989 37 14쪽
15 15화 +1 24.09.12 2,086 41 16쪽
14 14화 24.09.11 2,105 34 12쪽
13 13화 +1 24.09.10 2,107 40 13쪽
12 12화 +3 24.09.09 2,188 40 12쪽
11 11화 +2 24.09.08 2,274 38 13쪽
10 10화 +4 24.09.07 2,366 46 12쪽
» 9화 +1 24.09.06 2,420 49 13쪽
8 8화 +3 24.09.05 2,470 46 13쪽
7 7화 +5 24.09.04 2,539 53 12쪽
6 6화 +5 24.09.03 2,604 50 12쪽
5 5화 +3 24.09.02 2,701 49 12쪽
4 4화 +4 24.09.01 2,795 57 11쪽
3 3화 +3 24.08.31 2,853 60 10쪽
2 2화 +6 24.08.30 2,924 61 11쪽
1 1화 +8 24.08.30 3,355 6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