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공룡이 탑 등반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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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조리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30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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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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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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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2화

DUMMY

눈을 빠르게 깜빡이며 떠오른 상태창을 읽고 또 읽었다.


몇 번을 반복해서 읽은 다음에는 눈을 세차게 비비고 다시금 바라보았다.


하지만 변하는 것은 없었다.


상태창은 처음 봤던 것과 똑같았고, 그 안에 있는 한 단어가 내 시선을 잡아끌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실시간으로 일그러지는 얼굴을 느낀 나는 토해내듯 말했다.


“······공룡? 겨우 공룡?!”


[‘흉포한 고대의 포효’가 공룡이 뭐 어떠냐며 버럭 화를 냅니다.]


떠오른 글자를 확인한 나는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아니, 남들은 화염을 뿜어내고, 언데드 군단을 다루고, 검으로 산을 가르는데 겨우 공룡???”


답은 바로 돌아오지 않았다.


몇 초가 지난 후 홀연히 떠오른 새로운 글자.


[‘흉포한 고대의 포효’가 헤헤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입니다.]


“이런 씹...”


속았다.


그 세 글자가 머릿속에 떠오르자 꽉 쥔 두 손에 힘이 들어갔다.


아무리 탑을 오르길 원한 이유가 돈도, 명예도, 사명감도 아닌 ‘재미’를 위해서라지만 이건 아니었다.


재미를 느끼려면 최소한 ‘기본’은 되야한다.


아무리 긍정적인 사람이라도 행복을 느끼려면 기본적인 의식주가 필요한 것처럼 탑을 오르는데 ‘재미’를 느끼려면 어느정도 ‘힘’이 있어야 했다.


내가 선택한 도박인만큼 책임도 내가 지는 것이 맞다는 것을 알지만 도저히 화를 삭힐 수 없었다.


“제일 좋은 능력 준 거 맞아요?”


[‘흉포한 고대의 포효’가 조심스럽게 맞다고 대답합니다.]


“이게 제일 좋은 능력이라고요?”


성좌는 한 영역을 관장하는 신.


불의 성좌라면 불에 관련된 능력을 주었고, 검의 신이라면 검에 관련된 능력을 준다.


신성의 성좌라면 신성에 관련된 능력을, 공간이라면 공간에 관련된 능력을 준다.


그럼 내려줄 수 있는 능력 중 가장 뛰어난 게 ‘공룡 소환’ 이라면 그 성좌는 어떤 성좌일까.


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공룡 성좌.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런 성좌가 있을 거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했다.


“하아...”


[‘흉포한 고대의 포효’가 일단 탑에 가서 확인해보라고 중얼거립니다.]


연신 한숨을 내뱉던 나는 새롭게 떠오른 문장을 노려보다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불평을 한다고 돌아킬 수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뭐라도 해야했다.


‘······그래도 3층까진 올라갈 수 있겠지?’


작은 소망을 품은 나는 조용히 읊조렸다.


“탑 입장.”


[탑의 1층으로 이동합니다.]



**


몸이 부유하는 느낌과 함께 시야가 점멸했다.


섬광탄이라도 터진 듯 밝게 물들었던 시야가 돌아오자 새로운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황량한 벌판과 목조로 이루어진 건물들.


마치 서부시대 개척 마을을 떠올리게하는 이곳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흑인, 백인, 히스패닉에 더해 나와 같은 동양인으로 보이는 이들까지.


인종도, 국적도 달라보이는 이들이었으나 3가지의 공통점이 존재했다.


하나는 한국어를 쓴다는 거였고, 또 하나는 초짜티가 난다는 것이었으며, 마지막 하나는 긴장한 얼굴 속에 희망이 깃들어있다는 것이었다.


셋 모두 당연했다.


탑 안에서는 모든 언어가 번역되고, 이곳은 막 각성한 이들이 들어오는 1층이었으며, 막 각성한 이들은 그 크기는 다를 지언정 자신의 능력에 기대감을 갖고 있을 테니까.


물론 나는 마지막 사항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됐다. 미션이나 받자...’


잡념을 털어내듯 고개를 턴 나는 터덜터덜 발을 내딛었다.


여관, 주점, 대장간, 잡화점 등 여러 건물들을 지나치자 찾던 건물이 보였다.


-각성자 안내소-


대문짝만한 간판을 보고 발길을 재촉한 나는 흔들문을 밀며 안쪽으로 들어갔다.


“처음 온 거야?”


바에 서서 여유롭게 칵테일을 말던 여자가 힐끔 나를 보며 물었다.


“네.”


“설명은?”


완전하지 않은 문장이었으나 이해에 어려움은 없었다.


탑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냐는 뜻.


나는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이미 그녀가 해주는 설명은 인터넷에 널리 퍼져 있었기에 알고 있기도 했거니와 애초에 설명 자체도 별 거 없었다.


층마다 존재하는 ‘거점’에서 계층주를 찾아가고 메인 미션을 받아 수행하면 다음 층으로 갈 수 있다는 기본적인 정보 뿐이니까.


“그럴 줄 알았어. 역시 요즘 애들은 다 듣고 와서 편하단 말이지?”


싱긋 웃으며 대답한 여자는 손가락으로 날 가리켰고, 내 눈앞에 반투명한 글자가 떠올랐다.


[1층 메인미션]

-고블린 100마리 처치(0/100)


“그럼 가봐~ 아참. 사고치면 알지?”


사아악-


온몸에 느껴지는 한기에 나는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넵.”


한량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모습이지만 저 여자는 ‘계층주’였다.


인간 따위는 손짓 한 번에 죽여버릴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기에 경고를 어길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다.


끼익-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 안내소를 나온 나는 곧장 거점인 마을을 나가기 위해 걸었다.


중간중간 사람들이 같이 사냥하지 않겠냐고 건유해왔지만 모두 거절했다.


아직 능력의 확인도 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쪽팔렸다.


‘능력이 공룡이라고 어떻게 말하냐고.’


쓰게 입맛을 다시며 마을을 빠져나온 나는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곤 발을 멈췄다.


주변에는 광활한 대지가 펼쳐져 있었고, 저 앞에는 조그맣게 고블린을 사냥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마을과 사냥터의 중앙쯤 되는 위치.


여기라면 눈치를 볼 필요 없이 능력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후 사냥터로 나아가거나 여차하면 돌아갈 수도 있었다.


‘그럼 능력을 확인해볼까?’


나는 곧장 상태창을 열었다.


[상태창]

이름: 유진성

레벨: 1

클래스: 태고의 소환사

스킬: x

고유스킬: <랜덤 공룡 소환>

원초력: 100

공략층: 1층 (고블린 0/100)


이전에 봤던 것과 같은 상태창.


인터넷에서 봤던 설명대로 <랜덤 공룡 소환>이라는 글자를 누르자 스킬에 대한 세부정보가 떠올랐다.


<랜덤 공룡 소환>

-원초력 100을 소모하여 무작위 공룡을 소환합니다.

-한 번 소환한 공룡은 원초력을 사용하여 재소환이 가능합니다.


예상을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 설명이었으나 실망은 없었다.


기대가 있어야 실망도 있는 법이니까.


다시금 손을 뻗어 ‘원초력’이라는 글자를 눌렀다.


<원초력>

-태초의 힘.

-소환한 공룡이 생명체를 처치할 시 획득합니다.


이 또한 생각했던 바와 같았다.


‘원초력을 사용하여 공룡을 소환하여 사냥하여 원초력을 얻는다. 그리고 얻은 원초력으로 또 다시 공룡을 소환.’


간단한 매커니즘이었다.


레벨이 오르면 새로운 스킬을 얻겠지만 아직까진 이게 전부였으니, 당장에 가장 중요한 건 ‘어떤 공룡이 나오느냐’ 였다.


스테고사우루스, 트리케라톱스, 벨로시랩터, 안킬로사우루스, 파키케팔로사우루스, 티라노사우루스...


머릿속에 알고 있는 공룡의 이름들이 떠올랐다가 하나를 제외한 다른 이름들이 사라졌다.


남은 것은 당연하게도 티라노사우르스.


주문을 외듯 그 이름을 반복해서 중얼거린 나는 내 유일한 스킬인 <랜덤 공룡 소환>을 발동했다.


“제발 티라노!!”


우웅-!


일대의 공기가 진동하며 푸른 빛무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푸른 빛무리는 하나로 뭉치며 크기를 키워갔고, 그 크기가 커져감에 따라 내 기대감도 커졌다.


‘일단 최악은 면했다!’


체구가 1m도 되지 않는 작은 공룡이 있다는 걸 알기에 걱정했건만 다행히도 나보다는 큰 공룡이 뽑힌 듯 했다.


계속해서 모여들며 덩치를 불려나가는 푸른 빛무리.


꽈악-


나는 두 손을 그 어느 때보다 꽉 말아쥐었다.


“제발!!”


내 간절함이 통한걸까.


빛무리의 어느새 4층 건물에 필적할 정도로 거대해졌다.


공룡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 정도 크기가 흔하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다.


‘설마 진짜 뜨나······?’


막연했던 기대감에서 희망이 싹을 틔었다.


그리고 그와 거의 동시에 푸른 빛무리가 형상을 이루기 시작했다.


내 전신보다도 더 큰 쭉 뻗은 두 발.

두 발로 걷는 공룡 특유의 몸체.

도대체 어디에 쓰는지 감도 잡히지 않는 짧은 앞다리까지.


매끈한 피부에 감싸인 거대한 ‘공룡’은 입을 떡 벌린 채 울부짖었다.


크아아아아!!


그저 울음소리를 내질렀을 뿐이건만 세찬 바람이라도 분 듯 옷자락이 흔들렸다.


귀에는 이명이 울렸고,


나는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떴...떴다! 진짜 나왔다고!”


[“폭군” - 티라노사우루스(Tyrannosaurus)]

등급: S

레벨: 100

특성: <S-압도> <A-약자멸시> <A-피의 전율>


티라노가 뽑혔다.


그것만으로도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인데, 영롱한 스탯창이 내 혼을 쏙 빼놓았다.


<S-압도> <A-약자멸시> <A-피의 전율>


특성이라고 써있지만 저건 스킬이었다.


오직 한 사람만 갖을 수 있는 ‘고유스킬’이 아닌 다른 다양한 경로를 통해 누구나 얻을 수 있는 스킬.


심지어 셋 다 내가 알 정도로 유명하고 강력한 스킬들이었다.


<압도>는 주변 모든 적의 스텟을 일정 부분 낮춘다.


<악자멸시>는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경직’시킨다.


<피의 전율>은 주변에 있는 ‘피’의 양에 따라 신체능력이 상승한다.


하나하나가 내로라하는 랭커들의 주력 스킬들이었다.


“미쳤다...”


입을 떡 벌린 채 놈을 바라보고 있자니 놈과 눈이 맞았다.


말 한마디 하지 않았지만 놈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느껴졌다.


티라노는 피를, 먹잇감을 원하고 있었다.


그 강렬한 열망을 느낀 나는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원하는대로 해!”


내 말이 떨어지자 티라노가 기다렸다는 듯 몸을 돌렸다.


놈이 바라본 곳은 고블린과 각성자들의 싸움이 한창인 사냥터.


크아아아아-!

쿵!

쿵!

쿵!

쿵!


한 차례 울부짖은 녀석이 온 대지를 울리며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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