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공룡이 탑 등반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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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조리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30 13:13
최근연재일 :
2024.09.1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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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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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DUMMY

솔직히 잊고 있었다.


‘재앙급 몬스터의 발생’은 탑이 생겨난 이래로 몇 번 일어나지 않은 일이었다.


내가 알기로는 대여섯번 쯤.


그것도 수많은 시도와 희생 끝에 사냥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난 몇 년 전부터는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었다.


애초에 ‘발생 조건’이 '층의 생태계 파괴'인만큼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조심하기만 한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게 할 수 있었다.


‘사고쳤네.’


재앙급 몬스터는 생성된 지 30일이 지나면 저절로 사라지긴 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한 달이었지만 거기에서 파생되는 피해는 절대 적지 않았다.


그야 재앙급 몬스터는 1달 동안 해당 계층을 돌아다니며 각성자들을 공격했기에 사실상 그 기간에는 해당층이 폐쇄되는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특히나 이번에는 막 각성하고 희망에 부푼 이들이 들어오는 1층.


나 또한 어제 막 각성한 참이었기에 그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난 2층으로 올라가면 되긴하다만······.’


생각이 깊어졌다.


1층미션인 고블린 100마리는 잡은 지 오래였기에 당장 계층주에게 가서 ‘특전’을 받고 2층으로 올라가면 되었다.


사람들의 공분을 사기야 하겠으나, 그건 최대한 내가 ‘티라노’의 주인인 것을 숨기면 해결.


만약 걸린다고 해도 증거는 없을 테니 내가 한 게 아니라고 잡아 때면 그만이었다.


명쾌하게 도출된 답.


하지만 내 안의 작은 아이가 그것을 거부하고 있었다.


그 아이의 이름은 양심이 아니었다.


그 아이의 이름은 도파민.


그랬다.


도파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재앙급 몬스터가 줄 막대한 경험치.

재앙급 몬스터가 줄 순도 높은 마정석.

재앙급 몬스터가 줄 엄청난 가치의 드롭템.

재앙급 몬스터가 줄 많은 양의 원초력.


재앙급 몬스터는 지금껏 한 번도 사냥에 성공한 사례가 없기에 알려진 바는 없지만 그 보상은 절대 적지 않을 터였다.


국밥을 먹은 직후인데도 불구하고 입안에 침이 고였다.


‘한 번 해봐?’


쉬울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어쩌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야 재앙급 몬스터는 해당 층의 각성자가 절대 잡을 수 없는 몬스터였으니까.


재앙급 몬스터를 잡으려면 해당 층보다 한 단계 높은 층의 각성자들이 쉰명 이상 모이거나, 두 단계 높은 층의 각성자라도 데려와야한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


한 번 층을 올라가면 다시 내려오지 못하니 불가능하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근데 가능할 것 같단 말이지?’


어제의 사냥으로 내 레벨은 3층 각성자의 평균에 도달했다.


물론 본신의 전투력은 0에 수렴하기에 혼자선 어림도 없겠으나 나에겐 ‘공룡’이 있었다.


압도적인 위엄을 보여주었던 티라노.


이에 더해 3번의 [랜덤 공룡 소환]으로 소환될 3마리의 다른 공룡까지.


섣부른 판단은 위험을 부른다는 말이 있지만, 4마리의 공룡이라면 질 것 같지 않다는 확신이 들었다.


벌컥벌컥-

탁!


냉수가 담겨있던 컵을 단박에 비운 나는 비장한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잡는다. 재앙급 몬스터를.’


*


나는 밥값을 결재한 후 곧장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몸을 던졌다.


잘 생각은 아니었기에 눈은 감지 않았다.


단지 이 자세가 가장 생각하기 편한 자세였을 뿐.


나는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준비가 필요해.’


하고싶은 바가 생기면 즉시 실행에 옮기는 게 내 방식이었지만, 이번에 하고 싶은 일은 다름아닌 ‘재앙급 몬스터’ 사냥.


계획 없이 들이박았다간 삼도천을 건너게 될 수도 있었다.


할 수 있는 건 모두 하고, 쓸 수 있는 건 뭐든 써야 했다.


쓸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떠올린 나는 개중 가장 좋은 카드를 뽑아들었다.


확률은 희박하지만, 성공만 한다면 가장 큰 도움이 될 카드.


그것은 바로...


“성좌님~? 계십니까~?”


성좌였다.


잠시간 기다렸으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역시 성좌에게 묻는 건 무리인가?’


사실 이게 보통이긴 했다.


어제의 일이 특이했던 것이지, 성좌에게 메시지를 받는 것조차 극히 희귀한 일이었다.


더구나 성좌는 한 분야를 관장하는 신.


부른다고 나오는 그런 가벼운 존재가 아니었다.


하지만 한국인이라면 삼세판 아니던가.


나는 한 번 더 성좌를 불렀다.


“성좌님!”


전과 마찬가지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으나 한 번 더 불렀다.


“흉포한 고대의 포효님!”


10초가 지나고, 30초가 지나고, 1분이 지났으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어차피 대답해주지 않으리라 짐작하고 있었다.


해도 손해는 없으니 해봤을 뿐.


‘그럼 다음에 할 건...’


그렇게 넘어가려는 순간.


[‘흉포한 고대의 포효’가 하품하며 왜 불렀냐고 묻습니다.]


메시지가 떴다.


눈을 부릅 뜬 나는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어제는 제가 착각했던 것 같습니다. 직접 능력을 써보니 엄청 좋더라구요.”


시작은 아부로.


목마른 놈이 우물을 판다는 말이 있듯 내가 나서 관계를 개선해야했다.


[‘흉포한 고대의 포효’가 콧김을 뿜으며 그걸 이제 알았냐고 말합니다.]


“네. 제가 경솔했습니다. 이제 성좌님의 대단함을 깨달았으니 앞으로는 성좌님만 믿고 따르겠습니다.”


말을 뱉은 직후 후회했다.


너무 나갔다.


아부의 핵심은 ‘자연스러움’이건만 마음이 급해 노골적이게 말을 해버렸다.


‘화를 내진 않겠지?’


걱정이 되었지만, 한 번 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는 법.


긴장한 채 기다리고 있자니 답이 돌아왔다.


[‘흉포한 고대의 포효’가 괜찮다며 소리내어 웃습니다.]


씨익-


성좌가 웃었다.


그리고 나도 웃었다.


내 성좌님은 다른 성좌님과 무언가 달랐다.


다른 성좌들은 하나같이 무겁고 딱딱하여 무섭다고 하던데, 내 성좌님은 친근했다.


더 직관적으로 말하자면...


‘쉽네.’


쉬웠다.


그것도 꽤 많이.


입가에 미소를 띄운 나는 손을 싹싹 비비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성좌님. 그럼 대단한 성좌께 제가 한 가지 조언을 구해도 되겠습니까?”


[‘흉포한 고대의 포효’가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뭐든 말해보라고 말합니다.]


‘됐다!’


속으로 쾌재를 부른 나는 얼른 이야기를 풀었다.


“······이런 상황이어서요. 재앙급 몬스터를 잡으려고 하는데 조언을 해주실게 있을까요?”


설렘이 느껴졌다.


성좌가 계시를 통해 알려주는 재앙급 몬스터 공략법!


답은 즉시 돌아왔다.


[‘흉포한 고대의 포효’가 땅에 뒹굴며 박장대소합니다.]


‘엥?’


생각한 것과 다른 메시지.


이어지는 메시지는 없었기에 나는 살짝 눈을 찌푸린 채 재차 입술을 때었다.


“성좌님? 공략법은······?”


[‘흉포한 고대의 포효’가 눈물을 훔치며 간단한 방법이 있다고 말합니다.]


“오...!”


[‘흉포한 고대의 포효’가 손가락을 두 개를 펼칩니다.]


“그것도 두 가지나!”


하나만 알려줘도 감지덕지인데 2가지나 알려주신다니.


나는 숨조차 멈춘 채 다음 메시지를 기다렸다.


그리고, 메시지는 정확히 3초 후에 찾아왔다.


[‘흉포한 고대의 포효’가 이빨로 머리를 부수거나, 심장에 발톱을 박아넣으라고 근엄하게 대답합니다.]


“하..하.. 우리 성좌님은 농담도 잘하셔...”


절로 마른 웃음이 나왔다.


당연히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재밌네요... 이제 진짜 방법을 알려주시죠.”


[‘흉포한 고대의 포효’가 농담이 아니라고 대답합니다.]


[‘흉포한 고대의 포효’가 자신이 이빨로 머리를 부수거나, 심장에 발톱을 박아넣으면 다 죽었다고 말합니다.]


“······.”


할 말이 없었다.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정보.


알게 된 것은 내 성좌가 이빨과 발톱을 가졌다는 것과 앞으로 성좌에게 뭘 묻는 것은 시간낭비라는 것 뿐이었다.


[‘흉포한 고대의 포효’가 도움이 되었냐고 밝게 웃으며 묻습니다.]


“...그럼요. 감사합니다.”


지금껏 성좌을 보아온 바, 저 말이 진심임을 알기에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내가 선택한 공룡성좌는 이름처럼 순수한 성좌였다.


‘······탑이나 가자.’


짧게 인사를 한 나는 다음 준비를 위해 탑에 입장했다.


*


휘잉-


탑으로 들어오자 바람소리가 들려왔다.


어제만해도 많은 인파로 인해 복작거렸던 마을이건만 오늘은 그 수가 확연히 줄어 조용했다.


‘다들 쉬나보네.’


사냥터에 재앙급 몬스터가 대기하고 있으니 사냥은 불가능.


마을에 여관과 주점이 있긴 했지만, 현대 사회의 것만 못했으니 탑에 들어올 이유가 없긴 했다.


‘잘됐네.’


미안한 말이지만 나에겐 잘 된 일이었다.


사냥 중 얼굴이 팔릴 일이 없을 테니까.


어느 단체에도 속하지 않고, 자유롭게 탑을 즐길 생각이기에 불필요한 이목은 사양이었다.


사냥에 성공하면 어쩔 수 없이 주목을 사게 되겠지만.


쩝-


쓰게 입맛을 다신 나는 어제 봐두었던 목적지를 향해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오늘 안에 ‘재앙급 몬스터’사냥을 마칠 생각이기에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야 했다.


해야할 것은 총 3가지로 그 시작은 ‘정보수집’이었다.


끼익-


흔들문을 열고 마을 내 유일한 주점에 들어가자 한적한 실내가 보였다.


마을의 모습처럼 서부개척시대의 술집과 같은 모습.


나는 바에 걸터앉아 직원에게 물었다.


“1층의 시설들은 모두 무료라고 들었는데 맞나요?”


“네. 탑의 2층 시설부터는 마정석을 대가로 받지만 마정석이 나오지 않는 1층은 무료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물 한 잔만 주시겠어요?”


바텐더는 별 말 없이 컵에 물을 내밀었고, 나는 입은 축이며 나와 한 칸 떨어져 앉은 이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내가 이 눈으로 똑똑히 봤다니까? 진짜 건물 10층쯤 되는 크기였다고!”


“이 사람아. 부풀려도 적당히 부풀려야 믿어주지.”


“진짜래도? 발짓 한 번에 고블린이 네 다섯 마리씩 짓밟혀 죽었는데 내가 그걸 피하다가 죽을 뻔한 게 한두번이 아니야.”


“누굴 바보로 아나. 이미 제임스한테 들었어. 티라노가 사람들은 일체 건들이지 않았다며?”


“그건······.”


박도를 등에 맨 남자가 말을 잇지 못하자, 점잖은 인상의 남자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됐네. 왜 엄한 사람 잡는 것 좀 그만하게나.”


“엄한 사람을 잡다니? 자네는 억울하지도 않나? 그 놈 때문에 한 달이나 진전이 없게 생겼는데!”


쾅-!


박도를 맨 남자가 책상을 내리쳤다.


“이봐! 자네도 억울하지?”


‘자네?’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이 주점에 있는 것은 그들과 나, 그리고 바텐더뿐.


맥락상 나를 부르는 것 같기에 어색하게 고개를 돌리며 답했다.


“뭐,뭐가요?”


“그 공룡을 쓰는 놈때문에 재앙급 몬스터가 나타났잖아. 넌 안 억울해?”


억울하지 않았다.


그야 그 ‘공룡을 쓰는 놈’이 바로 나니까.


하지만 나는 최대한 억울해 보이는 얼굴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당연히 억울하죠. 일어나서 뉴스봤을 때는 진짜...”


하아...


소리내어 길게 한숨까지 내쉰 나는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에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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