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공룡이 탑 등반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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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조리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30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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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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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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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DUMMY

그림리퍼는 그 이명처럼 ‘사신’과 같은 능력을 갖고 있었다.


처리한 적의 영혼을 수확한 후 그 영혼을 부려 싸운다.


그런 그의 대표적인 스킬 중 하나가 바로 헬하임의 문Gates of Helheim.


거대한 포탈을 통해 수많은 망령을 소환하는 스킬이었다.


‘처음 영상으로 봤을 때는 미쳤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비밀이 있었나.’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아공간>

-아공간과 연결된 포탈을 개방합니다.

-아공간의 크기는 무한하며 무엇이든 보관할 수 있습니다.

-포탈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명예의 전당’ 1층 등록자가 바뀔 시 소유주가 변경됩니다.


1층 특전으로 얻은 스킬 <아공간>.


설명을 보자마자 ‘헬하임의 문’의 정체가 바로 이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급 망령을 수확해 여기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 꺼내썼던 거지.’


물 위의 백조는 우아하게 보이나 물 밑에서는 열심히 발길질을 한다고 하던가.


‘헬하임의 문’을 한 번 쓰기 위해 필사적으로 영혼을 모았을 그림리퍼를 생각하니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받아보니 어때?”


“좋네요.”


빈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좋았다.


게임으로 치면 이건 인벤토리.


심지어 제한없이 보관할 수 있는 한도가 없는 인벤토리였다.


물론 ‘아공간 주머니’라는 장비가 있긴하나 최상위 랭커가 아니면 살 수 없을만큼 비싸고, 또 담을 수 있는 양은 극히 적었으니 <아공간>과는 비교할 바가 되지 못했다.


‘거기다 아공간이라고 했으니 공룡들도 담아둘 수 있겠지.’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나는 즉시 <아공간>을 사용해보았다.


우웅-


공기가 진동하며 타원형의 검은 포탈이 나타났다.


딱 내가 들어갈 수 있을 만한 크기.


집채만 했던 ‘그림리퍼’의 것과 비교하자면 상당히 작았다.


‘더 키울 순 없나?’


우웅-


그리 생각하자 포탈이 크기를 불려가기 시작했다.


어디까지 커지나 시험해볼 요량으로 계속해서 키우자 어느 순간 크기가 고정되었다.


“들어가 볼래?”


키에에엑-!

쿵쿵쿵쿵.


네 마리의 공룡들은 일제히 포탈을 향해 돌진했고, 그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공룡을 한 번 소환하면 이들을 숨길 곳이 없어 마을에 돌아오지 못했는데, 이제 그럴 일은 없을 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자니 계층주가 말했다.


“너도 들어가보지 그래?”


“들어가보라고요?”


“응. 내부가 궁금하지 않아?”


궁금하긴 했다.


과연 이 아공간 안은 어떤 모습일까.


뚜벅뚜벅-


홀린 듯이 포탈 앞으로 이동한 나는 약간의 긴장을 느끼며 포탈 안쪽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수풀이 우거진 숲.


그리고 그 숲과 이어진 드넓은 평원.


아공간 안에는 끝없는 대자연이 펼쳐져 있었다.


눈을 휘둥그레 뜬 나는 즉시 고개를 빼고 물었다.


“원,원래 이런 건가요?”


“몰라? 아공간 스킬은 스킬 사용자에게 맞춰 구축되거든.”


'나한테 맞게 구축된다라..?'


나는 방금 전 본 내부를 떠올려봤다.


아공간 속의 풍경과 그 풍경에 어우러진 네 마리의 공룡들.


그건 꼭 공룡들이 살던 원시 지구의 모습과 같지 않았던가.


태고의 소환사인 내 직업적 특성이 반영된 듯 했다.


'잠깐, 그럼 이 아공간에 수많은 종류의 공룡을 잔뜩 소환한다면 공룡시대를 경험할 수 있는 거 아닌가?'


만들어지기만 한다면 지구의 그 어떤 절경과 비교해도 꿇리지 않을 터.


나는 슬슬 올라가는 입꼬리를 느끼며 다짐했다.


'해보자.'


소소한 목표가 생겼다.


목표를 이루려면 무지막지하게 많은 원초력이 필요로 하겠지만 크게 문제가 되진 않았다.


탑을 오르기 위해서 ‘공룡’을 모으는 것은 필수였고, 어차피 윗층으로 갈수록 공략에 필요한 공룡의 수 또한 늘어날 테니 겸사겸사하면 될 터였다.


우웅-


포탈은 닫은 나는 다시금 계층주를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봐?”


“최초 토벌 특전은 뭔가요?”


특전으로 받은 <아공간>이 상상이상으로 만족스러웠기에 두 번째 특전도 기대가 컸다.


심지어 지금 받게 될 것은 영구히 유지되는 ‘특전’.


<아공간>도 7일이었던 기록을 단 2시간으로 줄였기에 뺏길 거라 생각하진 않지만 기분의 차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이거야.”


그녀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밀었다.


펼쳐진 손바닥 위에는 손가락 한마디 크기의 작은 쇳조각이 있었다.


“이게 뭐에요?”


“성좌님들이 주신 거라 나도 몰라.”


“성좌님들이 주셨다고요?”


쇳조각을 집어들어 유심히 관찰하자 쪼개진 ‘열쇠 조각’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재앙급 몬스터 최초 토벌 보상으로 나온 게 열쇠조각이라...'


‘재앙급 몬스터 최초 토벌’이라는 업적은 1층 최단시간 공략과 비교해보아도 꿇리는 업적이 아니었다.


그러니 보상도 더 커야 정상이지만 온전한 열쇠도 아니고 나머지 조각을 모아야 쓸 수 있는 열쇠'조각'이 나왔다.


조각을 다 모으는 건 쉽지 않겠지만 모으기만 한다면 그 보상을 이루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날 터.


입맛을 다신 나는 아공간을 작게 열어 열쇠를 고이 보관했다.


그리고 다시 나는 계층주를 바라보자 그녀가 얼굴을 찡그렸다.


“또 왜? 줄 건 다 주지 않았나?”


“여쭤볼게 있어서요.”


“뭔데?”


나는 최대한 그녀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말을 고르고 또 고른 후 입을 열었다.


“매 층마다 재앙급 몬스터를 잡으려고 하는데, 그래도 괜찮을까요?”


이 이틀 간의 경험으로 평범한 탑 등반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매 층 생태계를 파괴하고, 재앙급 몬스터를 발생시켜 잡는다.


또 하나 추가하자면 ‘명예의 전당’ 기록도 싹다 갈아치우고.


그녀가 반대할지라도 할 생각이었지만, 묻는데는 이유가 있었다.


‘어느 정도로 반응할까?’


그녀의 말에 따라 앞으로 계층주들을 대하는 내 방향성이 정해질 터였다.


그녀의 표정을 살피며 대답을 기다리고 있자 그녀가 조소를 지었다.


무언가를 상상하듯 위쪽을 바라본 그녀는 짧게 말했다.


“해. 무조건.”


나만 당할 수 없지.


혼잣말처럼 작은 소리로 이어진 말이었지만 확실히 들렸고, 그 목소리는 내 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될 것 같네.’


저 정도의 반응이라면 계층주에게 재앙급 몬스터의 발현은 그저 ‘귀찮은 일’정도일 터.


딱히 눈치를 볼 필요는 없을 듯 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응. 응원할게.”


나는 그녀의 비릿한 응원을 받으며 탑을 빠져나왔다.



***


탑을 빠져나온 나는 기절하듯 잠에 들었다.


눈을 뜬 것은 다음날 점심 무렵.


10시간을 내리 잤음에도 졸음은 가시질 않았으나, 나는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꼬르르륵...


배에서 밥달라는 울음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인간의 기본 3대 욕구로 뽑히는 식욕과 수면욕.


매일같이 부딪히는 두 욕구의 대결이 또다시 펼쳐졌고, 오늘의 승자는 식욕이었다.


딸랑-!


“편한 자리에 앉으세요~”


대충 옷을 차려입고 국밥집으로 향한 나는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바라보았다.


‘뭐 먹지.’


메뉴선택은 중대사항이었기에 침착한 눈으로 메뉴판을 노려보았다.


순대국밥, 돼지국밥, 콩나물국밥, 수육국밥...


이름만 보아도 입에 침이 고이는 수많은 국밥들.


평소였다면 고민 끝에 가장 싼 순대국밥을 골랐겠으나 이번에는 달랐다.


‘······나한테는 제너럴 고블린의 마석이 있으니까.’


제너럴 고블린 마석의 평균가는 100만원가량이었다.


국밥 값이 올랐다고 해도 한 달 삼시세끼 국밥만 먹을 수 있는 큰 금액! 하루만에 번 금액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조금정도는 사치를 부려도 될 터였다.


주린 배를 붙잡고 고민하던 나는 천천히 손을 들었다.


“뭐 드릴까요?”


“순대국밥 특 하나랑...”


1년에 한 번 먹을까 말까한 순대국밥 특.


이게 끝이 아니었다.


“왕만두요.”


“네~”


주문을 받으신 아주머니가 떠나고 나는 컵에 물을 따랐다.


쪼르르륵-


가성비 메뉴인 순대국밥(특)을 먹으며 왕만두를 추가한다.


다시 생각해보아도 최고의 선택이었다.


꼬르륵...


배에서 울리는 천둥같은 소리.


눈치가 보인 나는 소리를 억제하기 위해 다른 신경쓸 거리를 찾았다.


-어젯밤 최초로 재앙급 몬스터가 토벌됐다는 소식, 들으셨죠. 이에 관련해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민성훈 한국각성자협회장님을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협회장님.


-안녕하십니까. 한국각성자 협회장을 맡고 있는 민성훈입니다.


‘이거다.’


마침 티비에서 흘러나오는 뉴스소리에 티비로 시선을 돌렸다.


화면을 바라보자 한 앵커와 50대쯤으로 보이는 남성이 있었다.


둘 모두 익숙한 얼굴이었다.


앵커는 어제도 같은 그 앵커였고, 남성은 한국 각성자 중 ‘검성’ 다음으로 유명한 협회장-민성훈이었으니까.


-재앙급 몬스터가 최초로 토벌되었다는데 확실한 사실입니까?


-사실입니다. 세계 여러 협회와 유명길드의 합동조사 결과, 1층에 나타났던 재앙급 몬스터 ‘제너럴 고블린’이 토벌된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제너럴 고블린이라면 5층에 나오는 몬스터지 않나요? 아무리 재앙급 몬스터라고 하더라도 1층에서 나오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나요?


-가능합니다. 제너럴 고블린은 ‘이레귤러’이니까요. 이레귤러란... 민성훈이 긴 설명을 끝마치자 앵커가 대본을 힐끗 바라보며 대답했다.


-단순한 재앙급 몬스터도 아닌 이레귤러를 잡다니. 괜히 슈퍼루키라 불리는 것이 아니군요···. SNS상에선 이 슈퍼루키가 한국인일 거라 추정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움찔-


순간 뜨끔한 마음에 몸이 떨렸다.


“어머? 튀셨어요? 죄송합니다.”


“괜,괜찮아요.”


스윽-


아주머니가 들고있던 뚝배기를 내앞에 내려놓았다.


깍두기, 김치, 공깃밥이 순서대로 테이블에 올라오고 마지막으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왕만두가 놓여졌다.


“맛있게 드세요~”


“잘먹겠습니다.”


나는 국밥에 밥을 말며 다시금 뉴스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유성이라... 확실히 한글로 적힌 것 맞습니까?


-네. 제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명예의 전당에 한글이 올라간 것은 ‘검성’ 이후로 두 번째군요.


-맞습니다. 보통 ‘닉네임’은 자국어를 사용하는 만큼 한국인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래서 저희도 찾고 있고요.


후-

후-


‘나를 찾고 있다고?’


바람을 불어 식힌 왕만두를 한 입 베어문 나는 맛을 음미하며 생각했다.


한국각성자협회의 인력부족은 유명했다.


각성자의 능력은 탑 밖에서도 쓸 수 있는만큼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큰 재앙이 된다.


그것을 관리하는 것이 바로 ‘각성자 협회’의 일 중 하나.


매우 중요한 일이었지만 일이 힘들 뿐더러 보수도 짰기에 각성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것이었다.


물론 나 또한 각성자협회에 들어갈 생각은 없었다.


보수도 보수였지만, 탑보다 재미가 없을 것 같았으니까.


-미국의 ‘스캐빈져’그룹과 그림리퍼가 길드장으로 있는 ‘헬하임’, 한국 최고의 길드인 ‘화랑’등 이미 여러 단체가 스카웃의사를 밝혔기에 어려울 것 같긴 하지만요.


-아, 그럼 쉽지 않겠군요.


앵커의 짧은 탄식 속에 나는 본격적으로 국밥을 먹기 시작했다.


스캐빈져, 헬하임, 화랑 등 흥미로운 단어들이 많이 들리긴 했으나, 당장은 배가 고팠다.


우걱우걱.


‘집에 가서 우편을 확인해보면 되겠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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