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공룡이 탑 등반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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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조리 아카데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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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0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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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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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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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DUMMY

사냥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브라키오가 숲을 밀어 초벌을 하면 공룡과 내가 달려들어 처리한다.


단순한 사냥 방식이었지만 효과는 굉장했다.


하루에 10마리 잡기도 힘들다던 오크를 한 번 할 때마다 20마리씩 오크를 잡는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으니까.


하지만 반복하다보니 아주 작은 불만이 생겼다.


‘······약간 지루하네.’


아무리 재밌는 일이라도 몇 시간을 반복해서 하다보면 재미가 없어질진데, 빈사상태의 오크따위를 상대하는 단순노동은 말할 것도 없었다.


하물며 브라키오를 제외한 나머지 공룡들이 나와 함께하니 내가 잡는 오크는 한 번에 한두마리정도.


그나마 초반에는 최고 기록을 갱신한다는 목표도 있고, 브라키오의 압도적인 위용을 보는 재미가 있었지만, 이제는 그것도 끝이었다.


띠링-!


[2층 메인미션]

-오크 150마리 처치(153/150)


2층에 입장한 지 단 6시간만에 미션 클리어.


브라키오의 압도적인 위상을 보는 것도 좋긴 했으나 솔직히 이제 좀 질렸다.


누가 보았다면 배가 불렀다했겠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그렇게 느끼는 것을.


“뭐 재밌는 거 없나?”


나는 멀뚱히 서서 나 대신 열심히 싸우고 있는 공룡들을 바라보았다.


나와 가장 가까운 곳에선 가장 걸음이 느린 스테고사우루스가 꼬리를 휘두르고 있었다.


등줄기에 달린 돛들이 인상적인 녀석은 가시가 박힌 꼬리를 오크의 배에 박아넣었다.


푸욱-!


그와 조금 떨어진 곳에선 세상 무해하게 생긴 초식공룡-이구아노돈들이 각각 한 마리의 오크들과 싸우고 있었다.


날카로운 이빨도, 발톱도, 가시도 없는 이구아노돈과 창을 쓰는 오크의 싸움.


오크는 열심히 창을 찔러넣고 있었으나, 안타깝게도 놈이 이길 확률은 보이지 않았다.


나보다 큰 키를 가진 오크보다 이구아노돈이 족히 3배는 더 크니 아무리 분전한다고 해도 머지않아 이구아노돈이 이길 터였다.


이구아노돈도 치열한 고대야생에서 살았던 공룡이기도 했고.


콰직-


‘아, 죽었다.’


이구아노돈에게 목이 물려 쓰러지는 오크를 확인한 나는 저 먼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총 다섯 마리의 육식공룡이 모여있는 곳.


그곳에선 피가 살점이 난무하고 있었다.


전투때문은 아니었고, 단순한 식사에 의한 것이었다.


나보다 살짝 큰 딜로포사우루스 하나.

이제는 익숙한 밸로시랩터 셋.

그리고 벨로시랩터보다도 작은 오비랍토르까지.


항상 이 비슷하게 생긴 세 종을 묶어 가장 먼 곳에 있는 오크를 사냥하라고 보냈으나 매번 제일 먼저 처리하고 식사까지 하고 왔다.


역시 사냥도 해본 놈이 잘한다고, 육식공룡이 이런 면에선 뛰어난 듯 했다.


쿠웅. 쿠웅. 쿠웅. 쿠웅.


가까워지는 땅울림에 고개를 돌리니 세 개의 뿔을 단 트리케라톱스가 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툭-


천천히 나에게 다가온 트리케라톱스는 물고있던 마정석을 내 앞에 내려놓았다.


“고생했어.”


나는 한손으로는 트리케라톱스의 피부를 쓰다듬으며 다른 한손으로 그 마정석을 주워들었다.


1층과 달리 2층부터는 몬스터를 사냥하면 마정석이 나왔다.


이 작은 마정석 하나를 팔면 국밥(특) 하나만큼의 돈이 나올 터.


‘처음 오크 사냥을 했을 때는 마정석 하나를 얻을 때마다 행복했는데...’


나는 손바닥크기로 아공간을 연 후 안쪽으로 마정석을 대충 던졌다.


마정석 하나하나가 돈인 것은 맞으나, 지금 아공간에 무더기로 쌓인 것이 더 돌덩이니 현실감각이 떨어졌다.


“진짜 뭐 재밌는 거 없나?”


트리케라톱스의 거칠거칠한 피부의 감촉을 느끼며 중얼거리던 나는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잠깐. 왜 그 생각을 못했지?’


나는 쓰다듬던 손을 멈춘 채 뒤로 물러났다.


그리곤 트리케라톱스와 눈을 마주보며 물었다.


“등에 타봐도 될까?”


유명한 ‘소환사’계열 각성자들은 대부분 소환수를 타고 다녔다.


간혹 두 말로 걸어다니는 이도 있긴 했지만 그건 소환수가 물리적으로 탈 수 없는 종류인 경우.


내 소환수인 공룡은 명백히 탈 수 있는 종류의 것이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타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탈 공룡이 없었으니까.


나는 탑 밖에서 말이나 코끼리조차 타본 적이 없었다.


라이딩 스킬은 당연히 없었고, 공룡 맞춤 안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 티라노는 당연히 탈 수 없었고, 랩터는 탈 수 있겠으나 내 절반크기밖에 안되는 랩터를 타는 것은 공룡학대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트리케라톱스라면...'


높이도 내 두 배가 조금 넘는 크기로 딱 적당하고, 등의 중심부터 목까지 경사가 있어 안정감도 있다.


거기에 얼굴 주위에 잡기 딱 좋은 프릴같은 볏까지 있으니, 라이딩을 위한 공룡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아아-


짧은 울음소리에 담긴 의미는 긍정.


당사자의 허락까지 떨어졌으니 더는 지체할 필요가 없었다.


꿀꺽-


나는 고인 침을 삼키며 트리케라톱스의 뒤쪽으로 다가갔다.


트리케라톱스는 내가 타기 좋도록 앉아주었고, 나는 꼬리의 끝부분을 살포시 밟고 놈의 등허리를 올라갔다.


그렇게 등허리의 꼭대기에 올라간 나는 놈의 머리쪽을 향해 내려갔다.


그리고 얼굴에 달린 프릴 같은 볏 앞에 착석.


솔직히 승차감은 그리 좋지 못했으나 내 입은 해벌쭉 늘어졌다.


“크으으으, 이거지!”


유명한 스포츠카 브랜드 셋을 묶어 부르는 말이 있다.


사람들은 그 브랜드의 앞 글자를 따서 포람페라 불렀다.


빠른 동물 중 하나로 손뽑히는 ‘말’을 상징으로 하는 두 브랜드와 힘이 쌘 ‘황소’를 상징으로하는 하나의 브랜드.


한 번 쯤은 그런 차를 타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이제는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말?


황소?


나는 트리케라톱스를 탄다.


힘으로는 그런 철덩이와 비교할 바가 없었고, 달리면 달릴수록 속도가 빨라지는 특성-‘돌진’이 있기에 속도도 밀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하차감 면에서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좋은 차를 타면 뭐하나.


세상을 뒤지다보면 같은 차를 탄 사람이 수두룩빽빽할 텐데.


No.1보다 높게 치는 것이 Only.1 아니던가.


내가 탄 트리케라톱스는 이 세상에서 나만 탈 수 있었다.


콰아아아앙-!


때마침 브라키오사우루스의 꼬리치기로 인해 전방에 또 다른 평야가 생겨났다.


뻥 뚫린 도로.


질주의 시간이었다.


“준비됐지?”


그어어어어-


배기음, 아니 울음소리를 들은 나는 볏을 꽉 붙잡았다.


“가보자고.”


쿵. 쿵. 쿵. 쿵.


트리케라톱스가 대지를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내가 뛰는 게 빠를 정도로 느렸으나 달릴수록 점차 속도가 빨라졌다.


바람에 머리가 흩날리고, 눈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재밌었다.


“저기로 쭉 가자!”


그으으으---!


내가 가리킨 곳은 휘둘러졌던 브라키오의 꼬리가 멈춘 곳이자 평야의 끝라인.


즉 꼬리에 의해 떠밀려온 오크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물론 나무와 오크가 뒤섞여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이 정도 속도라면 다 부술 수 있었으니까.


쾅-!

쾅-!

콰직-!

푸욱-!


트리케라톱스는 몇 톤은 될법한 육중한 몸으로 모든 것을 부수며 나아갔다.


쓸려온 나무들도, 대항하려 했던 오크도 모조리 밀고 나아가는 트리케라톱스.


내가 탄 것은 스포츠카가 아닌 불도저가 아니었을까. 얼굴을 볏 안쪽으로 숙인 채 잡생각을 하던 나는 허리춤에 매어두었던 채찍을 뽑았다.


‘가능할 것 같은데?’


재밌는 생각이 떠올른 나는 트리케라톱스를 선회시켰다.


몸을 던져 살았던 트리케라톱스의 돌진에 살아남은 오크.


그 놈의 옆을 향해 트리케라톱스를 몬 나는 오크가 사정권에 돌아왔을 때 채찍을 휘둘렀다.


따악-!!


“꾸엑!”


짜릿한 손맛!


뒤를 확인해보니 역시나 죽어버린 오크가 보였다.


“하하..!”


나는 두근대는 심장을 느끼며 찢어져라 입술을 끌어올렸다.


트리케라톱스를 탄 채 무기의 사용이 가능하다.


채찍도 나쁘진 않지만, 기마병하면 창 아니던가.


마상 랜스와 <돌진>특성이 있는 트리케라톱스의 조합.


상상만 해도 짜릿했다.


‘다음에 무조건 해본다!’


나는 다음 전투를 기대하며 채찍을 고쳐잡았다.


최고의 마상돌격, 아니 룡상돌격을 위해선 일단 라이딩한 상태의 전투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을 터.


“우리 최고속력으로 가볼까?”


다행히 시간도, 연습할 상대도 많았다.


***


시원한 새벽 공기가 만연한 평원.


아공간을 열어 공룡들을 들여보낸 나는 깍지 낀 양팔을 하늘로 뻗었다.


뚜두둑-


조용한 평원에 뼛소리가 울려퍼졌다.


뭉쳤던 근육이 풀려서일까.


아니면 깔끔하게 목표한 바를 이뤘기 때문일까.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알찬 하루였네.”


미션을 받고, 공룡을 뽑고, 오크를 사냥하고,


점심을 먹고 탑에 들어와 쉴 새 없이 움직였었다.


덕분에 온 몸이 녹초가 되었으나 후회는 없었다.


대부분의 시간이 재밌었고, 또 이룬 것이 많지 않던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최단기록의 갱신이었다.


신궁이 갖고 있던 기록인 ‘5일’을 깼다.


언제든 계층주에게 방문하기만 한다면 ‘명예의 전당’이 수정되며 신궁이 갖고 있던 특전을 받을 수 있을 것이었다.


간발의 차이로 갱신한 게 아닌 ‘6시간’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갱신했으니 신궁도 억울하진 않을 터.


1층의 최단기록자 특전이 하나의 세계나 다름 없는 ‘아공간’이었으니 2층의 특전 또한 기대가 되었다.


‘또 재앙급 몬스터의 발현시키는 것도 성공했지.’


아직 확인은 되지 않았으나 성공했다고 봐도 무방할 터였다.


재앙급 몬스터의 발현조건은 층의 생태계 파괴.


현재 평원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이곳은 사실 나무가 무성하던 숲이었다.


이게 생태계 파괴가 되지 않았다고 치부된다면 그게 이상한 것이었다.


이에 더해 수백에 달하는 오크를 잡기까지 했으니 재앙급 몬스터의 발현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었다.


‘내일 들어와서 잡으면 되겠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상태창]

이름: 유진성

레벨: 32

클래스: 태고의 소환사

스킬: <하급 채찍술> <아공간> <하급 라이딩>

고유스킬: <랜덤 공룡 소환> <동화>

원초력: 2469

공략층: 2층(오크 572/150)



곳간이 넉넉해졌다.


오늘 11번 뽑기와 ‘동화-가속’을 아낌없이 사용했음에도 원초력 이천오백가량이 쌓여있었다.


공룡만 뽑는다면 스물다섯번 뽑을 수 있고, 티라노와 트리케라톱스의 특성을 모두 빌려올 수 있을 정도의 엄청난 양.


내일 멸망급 몬스터를 잡는데 어느정도 사용한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3층에서 원초력이 부족할 일은 없을 터였다.


그밖에도 4층 각성자 평균레벨인 35의 턱끝까지 올라온 레벨도 좋았고, 원하던 ‘하급 라이딩’스킬도 얻었다.


스킬의 보정을 받게 되어 공룡을 타는 게 조금 더 편해졌으니 다음 전투에선 창을 사서 써보면 될 터.


더 없이 완벽한 하루였다.


‘오늘도 푹 자겠네.’


나는 내일을 기대하며 거점마을로 걸음을 옮겼다.


터벅터벅-


산책하듯 가볍게 걸어 평야를 가로지르던 나는 알림창을 미뤄뒀던 것을 떠올리곤 알림창을 열어 정리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원초력을 얻었다는 알림이었고 간간히 레벨업을 했다는 알림이 있었다.


그외의 것은 ‘하급 라이딩’스킬을 얻었다는 것 정도.


발길을 재촉하면서도 익숙한 손놀림으로 알림창을 정리하던 나는 어느 순간 손과 발을 멈추었다.


[발신자: 셀레나 앤디하드]

-...혹시 무슨 일 있으신가요?


“...”


방금까지만 해도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건만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미쳐 답장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추가로 받게 된 우편.


친구들과 내기 당구를 치다 쌓여있는 여자친구의 메시지를 확인했던 일이 떠오르는 것은 왜 일까.


나는 빠르게 답장을 보내야한다는 직감에 따라 황급히 답장을 적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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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 +1 24.09.12 2,085 41 16쪽
» 14화 24.09.11 2,105 34 12쪽
13 13화 +1 24.09.10 2,106 40 13쪽
12 12화 +3 24.09.09 2,188 4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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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4 24.09.07 2,363 46 12쪽
9 9화 +1 24.09.06 2,417 4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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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화 +5 24.09.04 2,537 5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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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화 +3 24.09.02 2,700 49 12쪽
4 4화 +4 24.09.01 2,794 5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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