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공룡이 탑 등반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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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조리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30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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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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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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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3화

DUMMY

침착하게 숨을 내뱉은 나는 ‘랜덤공룡소환’을 단 한 번 사용했다.


우웅-


이제는 익숙한 빛무리의 등장.


느낌이 좋았다.


생각해보면 티라노도 단차에서 나오지 않았던가.


이제껏 연속해서 뽑기를 한 게 잘못된 걸 수도 있었다.


이 뽑기에서 티라노급 공룡이 나온다면 앞으로 연속뽑기는 하지 않으리...


“...어어?”


나타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건만 빛무리가 모양를 빚어가기 시작했다.


랩터보다 작은 크기의 빛무리는 그 어떤 때보다 빠르게 형태를 갖춰갔고 눈 몇 번 깜빡일 시간만에 온전한 형태를 갖췄다.


[“알도둑”-오비랍토르]

등급: F

레벨: 1

특성: <F-보물 탐지> <F-위험 감지>


“이런 씹...”


나는 목끝까지 차오른 욕을 간신히 삼켰다.


랩터를 절반가량 축소한 것 같은 모습을 한 채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작은 공룡.


이 아이가 욕을 먹을 이유는 없었다.


비록 랩터보다 크기가 작더라도, 갖고 있는 특성이 보잘 것 없더라도, 발로 차면 툭 하고 부러질 것 같은 다리를 갖고 있더라도 이 작은 친구가 잘못한 것은 없었다.


“키익-!”


울음소리조차 귀여운 공룡을 한 차례 쓰다듬어준 나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진짜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더...”


10번으로 뽑기를 마무리하려고하지만 도저히 미련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이제는 정말 나올 타이밍!


만약 이번에도 나오지 않는다면 깔끔하게 포기할 것을 다짐한 나는 손을 더욱 굳세게 쥐며 ‘랜덤공룡소환’을 시작했다.


우웅-


오늘의 정말 마지막 빛무리가 떠올랐다.


눈을 부릅 뜬 채 그것을 보고 있자니 오늘 한 번도 떨린 적 없던 가슴이 떨려왔다.


‘제발 A급이라도 나와라...’


오늘 뽑은 10번 뽑기 결과는 F F F F F E E B E F.


이 정도면 S급은 몰라도 A급 정도는 나와줄 만 했다.


물론 여기서 또 F급이 나온다해도 아무런 지장이 없을 테지만, 오늘 내 기분에는 문제가 생겼다.


흉포한 고대의 포효님이 내 간절한 내 마음을 알아주신 것일까.


우웅-


다행히 마지막 빛무리가 랩터의 크기를 넘어섰다.


나는 안도하며 계속해서 크기를 키워나가는 빛무리를 응시했다.


빛무리는 순조롭게 커져 2미터에 달하는 딜로포사우루스의 크기를 넘어서고, 5m에 달하는 이구아노돈의 크기까지 넘어섰다.


‘최악은 면했나?’


지금껏 이 정도 빛무리를 모았던 것은 티라노밖에 없었다.


티라노가 아닐 수 있지만 계속 커지는 중이니 일단 D급 이하의 공룡은 아닐 터였다.


다분히 느껴지는 긴장에 눈조차 깜빡이지 않고 빛무리를 응시하던 나는 숨을 삼켰다.


헙-


거대해진 광원에 눈이 부실정도로 밝아진 주변.


마침내 빛이 티라노의 사이즈에 도달한 것이었다.


“아..아아...!”


몸을 짓두르던 긴장감이 눈녹듯이 씻겨나갔다.


티라노때와 같은 크기에 도달했으니 티라노 혹은 그와 비슷한 공룡이 나올 게 분명했다.


남미의 지배자인 기가노토사우루스?


동북아의 지배자 타르보사우루스?


아니면 진짜 티라노?


뭐가 나오든 성공이었다.


“그래! 될 줄 알았다니까!”


이 도파민을 맛보기 위해 그토록 노력하지 않았던가.


장장 10번의 뽑기, 아니 티라노 이후 13번의 뽑기 이후 드디어 나온 대박에 쾌재를 내질렀다.


그렇게 기쁨에 휩싸였던 것도 잠시.


나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근데 왜 안 변하지?’


지금 이 타이밍에 모양을 잡아가기 시작해야 하건만, 빛무리는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뭐가 잘못됐나싶어 빛에 한 발짝 다가가자 접근을 불허하기라도 하듯 강렬한 진동이 뿜어져나왔다.


우웅-!


“...여기서 더 커진다고?”


한 차례 강렬한 진동을 내뿜은 빛무리는 끊임없이 성장을 이어나갔다.


오히려 이제 시작이라는 듯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커져갔고 공터를 채우다 못해 넘어선 크기가 되었다.


그리고 눈이 부셔 더 이상 쳐다보지도 못할 정도가 돼서야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우어어어어어-

키릭!키릭!

키에에에엑-!


거대한 신형에 당황한 공룡들이 각자의 울음소리를 내며 물러섰다.


푸드드득-


나뭇가지에 있던 새들이 일제히 하늘로 날아올랐고,


우직끈. 쿠구구쿵-


일대의 대지가 요동치며 나무들이 모조리 뽑혀나갔다.


그렇게 숲을 뒤집으며 탄생한 거대한 공룡.


아무리 고개를 들어도 그 공룡의 다리밖에 보이지 않았기에 나는 알림창을 통해 공룡의 정체를 확인했다.


[“신의 팔” - 브라키오사우루스(Brachiosaurus)]

등급: S

레벨: 100



*


순간 정신이 아득해지며 한 가지 생각만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공룡의 강함을 나눌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단단한 뿔?


아니었다.


거대한 발톱?


아니었다.


날카로운 이빨도 아니었고, 딱딱한 피부도 아니었다.


순전히 신체능력으로만 승부하는 공룡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체급’.


비슷하게 맨몸으로 싸우는 격투기 경기만 봐도 고작 몇 키로 차이로 체급을 나눠 싸우지 않던가.


기술을 겨루는 격투기만 해도 그럴진데, 순수 육체로만 싸우는 공룡의 싸움에서 체급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내 눈앞에는 압도적인 체급을 가진 공룡이 존재하고 있었다.


회색빛 다리만 바라보아도 시야가 꽉 찼다. 고개를 아무리 쳐들어도 머리 부분이 보이지 않고, 몸의 끝은 시야권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탄생한 공룡의 정체를 알게 해주는 것은 오직 알림창 뿐이었다.


[“신의 팔” - 브라키오사우루스(Brachiosaurus)]

등급: S

레벨: 100


그 이명조차 찬란한 ‘신의 팔’.


나는 멍한 눈으로 영롱하게 빛나는 반투명한 글자들을 바라보았다.


티라노와 같은 S급.


레벨도 꽉 찬 100.


특성은 존재하지 않았으나 그것이 더 마음에 들었다.


순수 체급만으로 티라노와 비슷한 전투력을 보유했다는 뜻이니까.


쿠웅----!

쿠웅----!

쿠웅----!


단지 내 명에 따라 몇 걸음 물러났을 뿐이건만 그 주변의 나무가 짓밟히며 평탄화되었다.


한결 넓어진 시야 속에 고개를 들어올리자 그제야 브라키오사우루스의 얼굴이 보였다.


티라노의 눈빛이 폭군의 거만함을 담고있었다면, 브라키오의 눈빛은 신을 받드는 천사의 평온함이 담겨있었다.


브라키오와 눈을 마주치고 있으니 놈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명을 내린다면 그대로 이행하리라.


그런 의도를 읽은 나는 아주 느리게 고개를 내렸다.


더이상 뽑기는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저 브라키오의 전력을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섣불리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브라키오는 내가 두 번째로 얻은 S급 공룡인 만큼 그와 딱 맞는 명령을 내리고 싶었다.


어떤 말이 브라키오에게 제일 어울릴까에 대해 고민하던 나는 이내 한가지를 제외한 모든 말을 지웠다.


씨익-


한 쪽 입꼬리를 끌어올린 나는 천천히 입술을 때었다.


“밀어.”


체급의 왕-브리키오에게 이보다 더 적절한 명령은 없을 터였다.


눈을 꿈뻑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 브라키오는 그 거대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쿠웅----!

쿠웅----!

쿠웅----!


경로에 있는 나무를 짓밟으며 더 깊은 숲으로 나아가는 브라키오.


단 몇 걸음만으로 꽤 먼 거리를 이동한 브라키오는 돌연 멈춰섰다.


그 이유를 물으려는 찰나.


굳건히 박혀있던 브라키오의 뒷다리와 함께 꼬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콰직.

콰직.

콰지직.


경로상에 있던 나무를 으스러뜨리며 창공으로 솟아오른 꼬리.


족히 몇 톤은 될 법한 꼬리는 이내 천천히 떨어지며...


콰과과과과과광---!!!


[원초력 3을 획득하셨습니다.]

[원초력 3을 획득하셨습니다.]

[원초력 3을 획득하셨습니다.]

[원초력 3을 획득하셨습니다.]

[원초력 3을 획득하셨습니다.]

.

.

.


일대의 숲을 모조리 휩쓸었다.


나는 방금 보았음에도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꼬리가 휩쓸고 간 반구형의 자리는 분명 자작나무같은 것이 빼곡이 심어져 있었다.


허나, 나무가 무성한 숲이었던 그곳은 이제 평야가 되었다.


나무는 모조리 뽑혀 날아가고 시야가 뻥 뚫려 한 눈에 보이는 평야.


휘이이잉-

펄럭펄럭펄럭.


한 발 늦게 불어온 바람이 얼굴을 때리는 감각만이 이것이 꿈이 아닌 현실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신의 팔이란 이명이 과언이 아니었어...’


강력할거라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꼬리짓 한 번에 작은 야구장 크기의 평원이 생겼다.


이 정도면 ‘자연재해’나 재앙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였다.


재앙급 몬스터보다 더 재앙같은 소환수.


아마 저런 몬스터가 나왔다면 뒤도 안보고 도망쳤을 터였다.


‘중요한 건 저게 내가 소환한 내 소환수라는거지.’


나는 전신에서 느껴지는 찌릿찌릿한 감각을 즐기며 평야를 바라보았다.


평야의 왼쪽 끝에서 꾸물거리는 녹색 물체들은 아마 살아남은 오크들일 터였다.


절반가량의 오크들이 브라키오의 꼬리에 맞아 죽은 듯 했으나, 나머지 절반가량의 오크들은 밀려났을 뿐 살아있는 듯 보였다.


브라키오의 꼬리치기는 육중함으로 인해 강했을 뿐이지, 빠르진 않았으니까.


부우우우우우-


브라키오도 살아남은 오크들을 확인했는지 코끼리의 울음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내며 저것도 처리하느냐, 물어왔으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넌 이쪽으로 계속 숲을 밀며 진격해. 나머지는 우리가 처리할 테니까."


브라키오에게 짬처리를 맡기는 것은 시간낭비였다.


가장 강력한 브라키오는 계속해서 진격하게 한다.


남은 오크들의 사냥은 나와 남은 공룡이 하면 되었다.


마침 전장이 숲이 아닌 평야로 변했으니 덩치가 큰 공룡들이 이동하기 더욱 용이할 터.


"브라키오가 길을 뚫고, 나머지가 나랑 같이 살아남은 오크들을 처리하는거야. 알겠지?"


명령을 하달한 나는 재차 ‘동화-가속’을 사용했다.


“그럼 출발하자고.”


키엑키엑-!

키익-!

우오오오오---


쿠쿠쿠쿠쿠쿵.


채찍을 꺼내든 나는 공룡들과 함께 벌판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


숲에서 일어난 일은 빠르게 거점으로 퍼져나갔다.


거점에 있는 주점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어울림정’.


벌컥-!


“큰일났어!”


문을 박차고 들어온 남성의 다급한 외침에 수십의 눈길이 쏠렸다.


뛰어왔는지 땀을 뻘뻘 흘리며 들어온 남자는 숨을 몰아쉬더니 심각한 얼굴로 입술을 때었다.


“공,공룡이 나타났어!”


“뭐야? 그런 거였어?”


그의 동료인지 한 여자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호기심에 찼던 다른 이들 또한 짜게 식은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요 며칠간 일어났던 1층의 사태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당사자인 1층 각성자들이라면, 2번째로 관심이 많은 것은 2층 각성자들이었다.


바로 윗층이니만큼 1층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다면 2층으로 전염될 가능성이 컸으니까.


그리고 1층에서 일을 벌인 ‘유성’이 올라오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었다.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며 1층을 클리어한 것이 확인되었고, 멸망급 몬스터까지 토벌했으니 2층으로 오는 것은 당연한 일.


이제와서 공룡이 나타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전혀 없었다.


“볼른, 겨우 공룡이 나타난 거 왜 그래? 이미 알고 있었잖아.”


“아,아니 그게······.”


“왜? 티라노가 나타나서 널 잡아먹으려 하기라도 했어?”


“그 정도라면 이러지도 않았어!!”


남자의 거센 고함에 사람들의 시선이 다시 한번 그에게 모였다.


침묵이 내려앉은 어울림정.


모두의 시선을 받은 남자는 귀신이라도 본 듯 몸을 덜덜 떨며 말을 이었다.


“숲이... 숲이 사라졌어. 숲도, 오크도 마치 없던 것처럼 사라졌다고!!”


“저게 미쳤나. 미쳤으면 곱게...”


말도 안되는 소리에 동양인 남성이 일어나 면박 주려는 찰나, 어울림정의 문이 또 한번 거세게 열렸다.


벌컥-!


어디 먼지구덩이에서 뒹구기라도 한 듯 흙먼지에 뒤덮힌 여자는 숨을 헐떡이며 소리쳤다.


“공,공룡이 숲을 부수고 있어요!”


그녀의 말을 들은 동양인 남성은 와락 얼굴을 구기며 중얼거렸다.


“진짜야? 뭐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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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4 24.09.15 1,420 36 14쪽
17 17화 +3 24.09.14 1,737 35 15쪽
16 16화 +6 24.09.13 1,986 3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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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24.09.11 2,102 34 12쪽
» 13화 +1 24.09.10 2,104 40 13쪽
12 12화 +3 24.09.09 2,187 40 12쪽
11 11화 +2 24.09.08 2,272 38 13쪽
10 10화 +4 24.09.07 2,362 46 12쪽
9 9화 +1 24.09.06 2,416 4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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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화 +5 24.09.04 2,536 5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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