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 대공가의 괴팍한 검술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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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밝은
작품등록일 :
2024.09.0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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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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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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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 나보고 입대를 하라고? (完)

DUMMY

프레델은 마주한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쓰러져 있는 게 마르텔이라고?'



어릴 적부터 마르텔은 곧잘 문제를 저질렀다.


오냐오냐 키운 탓인지 버릇 없게 자란 것이다.


기억도 못 할 어린 나이에 어미를 잃은 것이 가여워 그랬던 거 같다.


어미가 없는 만큼 잘해주려 했던 것이 아이를 망치는 독이 된 모양이다.



성격과는 정반대로 마르텔의 마법 실력은 출중했다.


아카데미에 다니는 어린 나이였음에도 웬만한 성인 마법사와 견줄 수 있는 실력을 지녔다.


팔불출일 지도 모르지만 자신의 어린 시절을 능가한다고 평가했다.



그런 성격과 마법 실력이 자만을 부른 건지 마르텔은 이따금 카르셀을 괴롭혔다.


카르셀이 누구보다 착한 아이였던 탓도 있다.


억울한 일을 당해도 말하지 않는 카르셀의 성격이 성질 나쁜 마르텔에게는 만만하게 보였던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의 상황은 프레델에게 당황스러웠다.



"책망하지 않을 테니 대답해 보거라, 카르셀."



시비를 걸어온 것은 마르텔이라 보고 받았다.


먼저 마법을 사용한 것도 마르텔인 것을 알고 있다.


카르셀은 그저 스스로를 지켰을 뿐이니 책망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정말로 네가, 마르텔을 이긴 것이 맞느냐? 그것도 나이프 하나로?"


"저, 저는 지지 않았습니다, 아버님!"


"시끄럽다, 마르텔. 아비가 지금 카르셀에게 묻고 있지 않느냐."



가벼운 일갈로 조용히 시키고 카르셀을 응시했다.


카르셀은 시인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지요. 요 어린 놈이 방심한 것도 크지만 말입니다."



방심이라니.


아무리 방심했대도 마르텔은 강하다.


나이프 하나로 어찌 할 수 있을 상대는 아니었다.



"둘 다 일어나 보거라."



카르셀은 순순히 몸을 일으켰다.


뒤따라 일어난 마르텔은 노기를 품고 카르셀을 흘겼다.


방금의 일들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우선 마르텔. 아드레이를 내팽개 쳤던 모양이구나?"


"하지만 아버님, 그놈이 먼저 저를―"


"소가주라 부르지 않았다? 이상한 말이구나. 의식도 치르지 않은 너를 소가주라 부를 이유가 없는데."



승계 의식.


북부의 수호자인 아르프레이아는 후계자를 지정할 때 승계 의식을 치룬다.


잠정적으로 마르텔을 후계자로 점찍어 뒀지만 승계 의식을 치르지 않는 한은 엄연히 소가주가 아니다.



"그리고 아드레이를 감히 그놈이라 부르지 말거라. 마법의 위력은 분명 귀족에 비할 바가 못 될 지 몰라도, 아드레이의 집안은 대대로 우리에게 지혜를 주었으니."


"예, 아버님···."



마르텔은 고개를 꾸벅였다.


본성은 분명 착한 아이다.



그리고 카르셀···.


프레델은 끔벅이고 있는 카르셀을 바라봤다.


숨겨져 있던 카르셀의 능력은 자신의 예상을 아득히 넘어섰다.



마력은 전기처럼 금속을 타고 쉽게 흐른다.


은제 나이프로 마법을 베었던 것은 그런 성질 덕에 가능했으리라 추정된다.


물론 그것만으로 마르텔을 이기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조금 더 고민하고 발표할 셈이었지만,


아무래도 지금이 말하기에 적기일 듯했다.



"실은 가주와 관련하여, 너희 둘에게 할 말이 있다."


"···아버님?"


불길함을 감지했는지 마르텔이 눈을 크게 떴다.


"대략 한 달 뒤, 그러니까 7월 8일. 너희 둘이 정식으로 승계전을 치렀으면 한다."



승계전.


아르프레이아는 적합한 후계자가 둘 이상이면 전투를 치르게 하여 후계자를 결정한다.


여태까지는 치를 필요가 없었지만 카르셀이 달라진 지금은 아니다.



"아, 아버님, 하지만···!"


"소란스럽게 굴지 말거라, 마르텔. 네가 그 승계전에서 이기면 지금과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 그래도···."


"기억하거라, 마르텔. 북부의 수호자는 언제나 강해야 한다. 장벽 너머에 도사리는 마족들 때문에 말이야."



마르텔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분위기가 대강 소강된 듯했다.


마지막으로 당부의 말을 하려는데 가만히 있던 카르셀이 문득 손을 들었다.



"한 가지 질문이 있는데 말입니다. 아, 이것 참, 지금 질문할 건 아니긴 한데."


"괜찮다. 무엇이든 질문하거라, 카르셀."


"그래서 그 승계전이라는 거에 이기면, 그···."



카르셀은 머리를 긁적였다.



"군대를 안 가는 겁니까?"


"···그렇단다."



정말로 이 상황에 질문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



* * *



카르셀과 프레델이 떠나고도 마르텔의 발걸음은 떨어지지 않았다.


방금 있었던 카르셀과의 싸움이 머릿속을 헤집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뭐였지, 그건?'



마법을 베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말이다.


지금까지 그런 일은 듣도보도 못 했었다.



둔재.


아니, 그 이하였던 카르셀이 어느 누구도 못 할 능력을 보인 것이다.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도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그 검술···.


카르셀이 선보인 그 유려한 검술은 열불이 타오르던 마음마저 매료했다.


지금껏 카르셀이 검술을 연습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었다.


천부적인 재능인 것이다.



'아니, 그래봤자 고작 검술이야.'



지금의 세상에는 마법만이 전부다.


북부인들조차 마법을 신봉하며 신체 능력을 기르는 것을 구닥다리 취급한다.


그런 시대에 검술 따위 별반 도움이 안 될 터였다.



분명히 그럴 텐데,


방금의 대련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만약, 정말 만약에···.


주먹이 도중에 멈추지 않았다면?


주먹이 아니라 나이프였다면?


나이프가 아닌 제대로 된 검이라면?



무수한 질문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질문마다 떠오르는 답은 한 가지 사실만을 자비 없이 가리켰다.


자신은 카르셀에 패배할 운명이다.



'아니, 아니야!'



자신 역시 천재이다.


가주인 프레델조차 넘어서는 천재.


방금의 대련은 방심하여 당한 거지 약했기 때문이 결단코 아니다.


카르셀도 분명 시인한 사항이다.



'한 달이라 했던가···.'



날 적부터 천재였던 자신은 노력을 해본 적이 별로 없었다.


한 달.


그 정도면 충분히 가능할 터였다.


안 그래도 메꾸지 못 할 격차를 더욱 더 벌리는 것이 말이다.



계승전에 이겨서 바로잡으면 된다.


건방져진 카르셀, 장남을 편애하는 아버지 프레델, 자신의 것이 됐을 아르프레이아의 가주 자리···.


이겨서 모두 뜯어고쳐 놓을 것이다.



특히나 카르셀.


3년의 복무로는 한참 부족하다.


프레델이 죽고 가주 자리를 승계하면 평생을 장벽에서 썩게 만들 생각이다.



'카르셀···.'



반드시 그 어리석은 형님에게 끔찍한 고통을 맛보여 줄 것이다.



* * *



"···끔찍하군."



지금 이 자리에서 단호히 선언하겠다.


이곳의 음식은 쓰레기다!



곰고기 스튜를 한 술만 뜨고 버렸기에 아드레이라는 집사 놈은 다른 음식들을 가져왔다.


단언컨대 그 모든 게 동냥하는 거지조차 거들떠 보지 않을 맛이었다.



첫 번째로 가져온 것은 뭔지 모를 생물의 화로구이였다.


생긴 것은 제법 먹음직 했는데 포크로 찔러보니 시뻘건 피가 나왔다.



두 번째로 가져온 것은 김이 모락 나는 야채 수프였다.


마찬가지로 뭔지 모를 채소가 그 안에 있었는데 먹자마자 흐물거리는 끔찍한 식감이었다.



세 번째로 가져온 것은 둥그런 빵이었다.


아, 그래. 그나마 이건 먹을만 했다.


빵을 씹을 때마다 턱주가리가 빠질 것 같이 딱딱하고 질기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그리고 소금!


이곳의 사람들은 간이라는 걸 모르는지 음식들이 하나 같이 밍밍하기 짝이 없었다.


소금이 옛날에야 귀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적어도 귀족이라면 소금 간 정도는 했으면 한다!



"후···."



나는 빵 쪼가리를 수프에 적셔 겨우겨우 식사를 끝냈다.


맛없는 것으로 배를 채우는 것만큼 기분 나쁜 감각은 달리 없었다.


냉수로 그 감각을 애써 지우고는 널찍한 침대에 몸을 눕혔다.



이런, 젠장.


이곳은 침대마저 끔찍했다.



'승계전이라···.'



그 싸가지 없는 어린 놈은 상당히 섬뜩했다.


방심하지만 않았다면 꽁꽁 언 동태행이었다.



실전에서는 진검을 들 거라지만 이길 수 있을 지는 불확실하다.


나한테 진 것이 어지간히 분했는지 어린 놈이 독기가 바짝 올랐기 때문이다.


다음에 상대하면 까다로울 것이 분명하다.



가주.


솔직히 고백하자면 바라지도 않는 지위였다.


정치인 생활을 선택한 계기도 누군가로부터 구슬려졌을 뿐이었다.


적성에 잘 맞아 오래 하기는 했지만 권력에 대한 뜻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바라는 것은 그저 검뿐이다.


오로지 검술만이 지나가 버린 젊은 세월을 상기시켜 주기 때문이다.



물론 계승전에서는 승리할 생각이다.


어린 놈에게는 미안하지만 군대만큼은 갈 수 없었다.



똑똑.


"들어오게."



상체를 일으키며 문 쪽을 바라봤다.


집사겠거니 생각했으나 가주 양반의 콧수염이 보였다.



"내가 방해하지는 않았더냐?"


"괜찮습니다. 어차피 할 일도 없었으니까요."



21세기의 현대 문물이 전무한 장소였다.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눈 내리는 설원을 보며 사색하는 것뿐이다.



"잘 됐구나. 자, 우선 앉거라."



가주 양반은 의자를 빼주고 그 맞은편에 앉았다.


자리에 앉아 대면하니 걱정스러운 눈길이 부담스러웠다.



"그보다, 음식이 입에 안 맞았다 들었는데, 사실이냐?"


"끔찍했지요."



과장스레 찡그리며 곰고기의 맛을 표현했다.


무례한 행동인 것은 자각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가주 양반은 껄껄 웃었다.



"하하, 북부 음식을 처음 먹어보는 자들은, 하나 같이 그런 말을 하곤 하지."



과연 그랬군. 북부식이라.


희망적이게도 그 끔찍한 요리는 다른 이들 사이에도 정평이 나 있었던 모양이다.


다행히 반백 년을 함께 해온 나의 미각은 판타지 같은 세계에서도 정상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걱정 마라. 한 번 빠지고 나면, 그것만 한 게 또 없을 테니."



돌아가신 어머니도 그런 소리를 하곤 했다.


오십 년간 살아왔던 내 의견을 말하자면 적어도 북부식에 한해서는 그럴 일 없다는 것이다.



"그보다, 승계전은 어떻더냐? 마르텔에게 이길 수 있을 거 같나?"


"솔직히 말하면 잘 모르겠습니다. 애당초 마법이라는 것을 잘 모르니 말입니다."


"그래, 그렇지 참. 아직 기억에 문제가 있었지···."



기억 상실.


그런 문제는 아니었지만 조용히 하기로 결정했다.


아비된 마음은 나 역시 알고 있다.


하루 아침에 자식의 몸을 빼앗은 나라는 존재를 아버지라는 족속들은 용서치 못 할 것이다.



"참 안타깝구나. 마법사가 되지 못 한다면, 학자라도 되겠다며 열심히 공부하던 너인데···."



가주 양반은 나를 보며 나를 보지 않았다.


원래의 카르셀···.


새파란 눈에 비치고 있는 것은 아비가 기억하는 아들일 것이다.



"어쨌거나, 이리 갑작스레 찾아온 것은 계승전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카르셀 네가 불리하다 생각했거든."


"불리하다고요?"


"마르텔 말이다. 그 아이는 천재야. 한 달 동안 열심히 노력하면 지금과는 다른 이가 되어 있겠지."



사실은 조금 전에도 같은 생각을 하던 참이었다.


독기를 품고 단련하는 이는 반드시 몰라보게 강해진다.


검술에 빠져 있던 소싯적에는 곧잘 그런 이들을 본 기억이 있었다.



"마법, 그뿐만 아니라 검술에 대해서도 알려줄 이가 있거든. 내일이라도 그리로 보내주마."


"검술이라, 그거 마음에 드는군요. 그런데 왜 직접 알려주지 않고?"


"물론 마음 같아서는 내가 직접 알려주고 싶지만, 아르프레이아의 가주는 바쁜 몸이거든."



뭐, 가주씩이나 되는 양반이니 바쁘기야 할 것이다.


내 눈에는 특별할 것 없는 팔불출 아저씨지만 말이다.



"아, 그리고···."


이야기를 마칠 줄 알았던 양반이 문득 미소 지었다.


"보내줄 곳은 제국의 동부와 제법 가까운 곳이거든."


"동부?"


"음식이 맛있는 곳이지. 그곳에서 내주는 식사에도 동부식이 제법 섞여 있을 거란다."



맛있는 음식!


나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오늘이라도 가지요!"



끔찍한 북부식은 이만 사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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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Episode 7. 황실 대학 (2) NEW 4시간 전 15 0 12쪽
18 Episode 7. 황실 대학 (1) 24.09.17 42 0 13쪽
17 Episode 6. 용살자의 유산 (完) 24.09.16 49 0 13쪽
16 Episode 6. 용살자의 유산 (2) 24.09.15 53 1 13쪽
15 Episode 6. 용살자의 유산 (1) 24.09.14 66 1 12쪽
14 Episode 5. 나보고 대학을 가라고? 24.09.13 68 2 13쪽
13 Episode 4. 승계전 (完) 24.09.12 71 2 13쪽
12 Episode 4. 승계전 (2) 24.09.11 76 2 13쪽
11 Episode 4. 승계전 (1) 24.09.10 91 5 12쪽
10 Episode 3. 알케스 마르 뭐시기 (完) 24.09.09 90 2 13쪽
9 Episode 3. 알케스 마르 뭐시기 (4) 24.09.08 91 2 12쪽
8 Episode 3. 알케스 마르 뭐시기 (3) 24.09.07 101 2 12쪽
7 Episode 3. 알케스 마르 뭐시기 (2) 24.09.06 100 3 12쪽
6 Episode 3. 알케스 마르 뭐시기 (1) 24.09.05 113 3 12쪽
5 Episode 2. 북부는 최악이다. (完) 24.09.04 113 2 13쪽
4 Episode 2. 북부는 최악이다. (1) 24.09.03 124 2 15쪽
» Episode 1. 나보고 입대를 하라고? (完) +1 24.09.02 146 3 12쪽
2 Episode 1. 나보고 입대를 하라고? (2) 24.09.02 155 3 13쪽
1 Episode 1. 나보고 입대를 하라고? (1) 24.09.02 196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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