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 대공가의 괴팍한 검술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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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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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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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6. 용살자의 유산 (2)

DUMMY

제도로 출발하던 날의 새벽.


아드레이는 카르셀 몰래 프레델의 집무실에 찾아갔다.



프레델은 몇 가지 당부를 건네고는 몸을 일으켜 창밖을 바라봤다.


끝끝내 마르텔을 찾지 못 한 지금 카르셀까지 보낸다는 것이 걱정인 모양이다.



"···제도로 가는 길 중간에 시그우드의 유적이 있을 걸세."


"예? 아, 예."



알고 있다.


시그우드의 유적···.


다른 지역의 마법사들이 보물을 찾겠다 찾아온 통에 역사를 중시하는 북부인들이 들썩인 적이 있었다.



"최근에는 유령 등의 소문으로 손님이 끊긴 곳이라더구나."


"알고 있습니다. 정리해서 보고 드렸던 것이 저였으니까요."


"그랬지. 그리고 유령이 나타난 이유가 마법사들이 유적을 무너뜨렸기 때문이라고 하더구나. 그러고도 결국 유적의 봉인은 풀지 못 했고."


"그렇군요···."



아드레이는 어리둥절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이유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곳에 카르셀을 보내거라."


"···예?"


"확인해 봐야 되지 않겠느냐. 그 무엇이든 벤다는 능력이, 유적의 봉인조차 풀 수 있는지를 말이야."



과연, 유적의 봉인을 풀 수만 있다면 카르셀이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나 많다.


세상에는 여전히 잠들어 있는 유물들이 존재했다.


그 중에 몇몇은 시그우드의 유적과 같이 들어갈 방법을 찾지 못 한 곳이다.



하지만 왜 지금?



그 부분만은 의문이었다.


평상시의 팔불출 프레델이라면 위험한 곳에 가는 것을 금지했을 터였다.



"의문이구나? 마르텔의 안위도 불투명한 지금, 어째서 카르셀을 그런 곳에 보내는 건지."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그렇습니다."


"그 이유는 내가 여전히 북부의 수호자이기 때문이다."



북부의 수호자,


제국을 지키는 방패,


프레델이 지고 있는 또 다른 이름이다.



"나는 언제나 냉철하게 생각해야만 해. 설령 제 자식이 위험에 빠졌더라도, 옳은 선택을 해야만 한다."



프레델은 한 걸음 창가로 다가갔다.


해가 뜨지 않은 바깥은 한치의 빛도 보이지 않았다.



"밖에는 여전히 어둠이 도사리고 있다. 제국의 누구나가 태양을 필요로 하지."



마족이 된 인간과 모든 것을 베는 카르셀.


프레델은 이미 그것을 징조라고 말한 바 있었다.



"세상이 가장 어두울 때, 어김없이 태양은 뜨는 법이다. 그리고 나는 그 태양을 카르셀이라 생각한다."


"사려 깊으신 생각입니다···."



이제야 그 이유를 헤아릴 수 있었다.


프레델은 카르셀을 누구보다 강하게 만들고 싶은 것이다.



"그러므로 아드레이, 너의 역할이 중요한 거란다."


"예, 물론입니다. 성심성의껏 보필하도록 하겠습니다."



북부인이라면 누구나가 역사를 존중한다.


그 마음은 분명 프레델 역시 지지 않을 터였다.



프레델은 그런 사심을 접어두고 제국의 안위를 우선했다.


섬기는 군주가 그런 희생까지 한 마당이니 신하인 자신 역시 몸 사리지 않을 계획이다.



"아니, 그거 말고."


"예?"


"그 아이의 바뀐 성격을 한 번 생각해 보거라. 자기 마음에 안 드는 건 안 하려 들 게야."


"···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카르셀은 변해버린 이후로 고집스럽게 좋아하는 것만 하려고 든다.



"그러니 네가 잘 달래보거라. 그 아이가, 기분 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강해지도록."


"물론입니다, 가주님."



급변한 카르셀과 누구보다 오랜 시간을 지냈다.


설득하는 것은 물론 쉽지 않겠지만 비장의 책략이 한 가지 존재했다.



카르셀을 움직이는 그 마법의 단어이다.



* * *



"···유령한테도 검술이 통할 거라고?"


"그렇습니다."



따로 불러낸 집사 놈이 불쑥 헛소리를 건네왔다.


아, 그래. 마차의 소음이 너무 심해 정신이 나갔나 보다.


아니면 무언가를 잘못 먹었던가.



"그래, 그런 거군. 자네 무언가를 잘못 먹은 거야."



순간적으로 여관의 모습과 만찬이 떠올랐다.


어쩐지 자신까지 배가 아픈 기분이다.



"이런, 그럴 줄 알았지. 그 더러운 위생 상태를 보고 의심했어야 했어."


"아니요, 잘못 먹은 건 아닙니다. 저는 지극히 정상이에요, 도련님."


"정상이 아닌 놈들은 모두 그런 소리를 한다네."


"아니, 그게···."



집사 놈은 요리조리 눈알을 굴렸다.


이런, 증세가 심해졌나?



"마르비다르의 가주가 말해 주었습니다."


"뭘?"


"카르셀 님의 능력은 마법만이 아니라 모든 것을 베는 능력이라고요."



아하,


그러고 보면 알케스는 떠나기 직전 무언가를 소곤댔다.


간악한 집사 놈.


그때는 한사코 말해주지 않더니 그런 비밀을 이제 와서 털어 놓는다.



"참 빨리도 말하는구만."


"···죄송합니다, 도련님. 가장 먼저 가주님에게 전달해 드려야 할 정보였거든요."



뭐, 인정한다.


집사 놈 입장에서 지금의 나는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카르셀일 것이다.



"어쨌거나, 그 노인네가 모든 것을 벨 수 있다 하던가?"


"예, 그렇지만 그 능력조차 본질에서 뻗어 나온 가지 같은 능력이라 하셨습니다."



본질, 본질이라.


그제야 대강의 전말을 알 거 같았다.


가주 양반이 갑작스레 제도에 보내려 했던 이유도 말이다.



"그랬구만. 자네하고 가주 양반은 나를 강하게 만들려고 작당 모의를 한 거였어."


"네? 그, 그게···."



핵심을 짚었는지 집사 놈 표정이 가관이었다.


눈치 못 채리라 생각했겠지.


한국에서는 오십 평생을 능구렁이처럼 살던 나였다.


사람의 속을 들여다 보는 것쯤이야 간단히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들 나를 오해하고 있구만."



길었던 악연과의 종지부를 찍었다.


이제 나에게 남은 것은 소싯적부터 꿈꿔왔던 염원뿐이다.



나는 검으로 최고가 되고 싶었다.


유치한 꿈이지만 그것만은 여전히 박동하는 심장 속에서 꿈틀거리며 숨을 쉰다.



강하게 만들어 주겠다고? 바라던 바다.


벨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유령까지 벤다는데 다 무너져 가는 유적 산책쯤이야 쉬운 일이었다.



"앞장서게. 그 봉인인지 뭔지를 베러 가줄 테니."


"예, 예에···."



집사 놈은 개운치 못 한 얼굴로 앞장섰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자네, 마법은 쓸 수 있나?"


"물론입니다, 도련님. 귀족만큼 대단한 건 아니지만, 마도구도 있으니 적당한 도움은 될 겁니다."


"속성은?"


"바위입니다."



바위···.


방어에는 제법 도움이 되겠지만 유령이 나도는 이곳에서는 쓸 모 없는 능력이다.



"뭐, 우직한 자네한테는 딱이로구만. 그래도 유령들이 나타나면 바로 뒤로 물러서게."


"···예, 도련님."



우리는 여관 옆의 무너진 유적을 걸었다.


파편에 발 디딜 때마다 허리춤의 검이 달그락거렸다.



제 알아서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는 무언가 위험한 존재가 기다리고 있다.



"저곳입니다, 도련님."



집사 놈이 가리킨 곳은 그을음이 가득한 곳이었다.


보자마자 마법사들이 무슨 수를 썼는지 알 거 같았다.


폭탄과 비슷한 마법으로 유적을 폭발시킨 것이다.



나는 마법사들의 실패의 증거를 눈에 담았다.


빛나는 글자가 새겨진 거대한 비석.


주변에는 온통 그을음이 가득했지만 그것에는 한치의 떼조차 묻어 있지 않았다.



"···뒤로 물러서게."



비석에 다가가자 연푸른 형체들이 땅에서 솟았다.


세상에, 진짜였던 것이다.


형체들은 모두 인간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유령···.


그 얼토당토않은 존재들은 기이할 정도로 체계적으로 움직였다.


보자마자 무언가가 연상됐지만 무엇인지는 콕 막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유령 한 명이 무리의 앞으로 한발 나섰다.



"떠나라."


떠나라. 떠나라. 떠나라.


"너희들은."


너희들은. 너희들은. 너희들은.


"허락되지 않았다."


않았다. 않았다. 않았다.



앞에 선 놈이 선창하자 남은 놈들이 복창했다.


아, 그래, 그거군.


유령놈들의 모습은 꼭 시위대를 연상시켰다.



"미안하지만 그건 안 되겠네. 나는 어디든 내 마음대로 갈 거거든."



스릉.



허리춤에 잠들어 있던 새로운 검을 꺼내 들었다.


전에 쓰던 그것보다 예리하고 단단한 것이다.


새 친구의 검끝을 놈들에게 겨냥하고는 뒤꿈치에 느긋하게 마력을 집중했다.



"떠나―"


촤아아악!



순식간에 달려 나가 시위 대장의 목을 그었다.


목이 사라진 유령 놈은 절단면부터 빛 조각으로 흩어졌다.


과연, 나의 검은 정말로 마법뿐 아니라 유령조차 벨 수 있는 것이다.



"도련님, 비석을 노리십시오! 봉인이 사라지면 모두 사라질 것입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비석으로 튀어 나갔다.


다섯 놈이 달려와 막아세웠지만 잠시도 나를 멈춰 세울 수는 없었다.


검날은 일순간에 놈들을 끝장내고 물 흐르듯 비석에 파고들었다.



서걱!



좌측으로 들어간 날은 우측으로 빠져나왔다.


쿠구구궁.


비석은 한 발 늦게 절단면을 따라 무너져 내렸다.



쿠웅!



육중한 소리가 뒤따르자 주변의 유령들이 빛으로 흩어졌다.


집사 놈의 말대로 봉인이 사라지니 모두가 사라진 것이다.



"요란하게 등장한 것치고는 어렵지 않았구만."


"대, 대단하십니다, 도련님···."


"내가 좀 대단하네."



척 검을 납검하고 무너진 비석을 바라봤다.


봉인인지 뭔지는 없어졌는데 입구랄 것은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안으로 들어가야 하나?"


"입구는 아마 이 비석 밑에 있을 겁니다."


"···설마 나보고 치우라고?"


집사 놈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도련님."



* * *



집사 놈은 호위병들을 불러 비석을 치우도록 시켰다.


도장의 사형들이 곧잘 말하던 군대의 작업이 연상되는 모습이었다.


장벽에 가게 됐다면 나의 모습이 됐을 것이다.



호위병들이 비석을 치우자 밑으로 향하는 계단이 드러났다.


시간은 아직 이른 저녁이었지만 그 안은 이미 한밤중이었다.


안으로 들어가려면 등불 같은 것이 필요할 듯했다.



"응? 저 친구들은 왜 그냥 가나? 호위병이지 않나."



집사 놈은 무슨 이유인지 호위병들을 돌려보내고 있었다.


호위병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지는 상황이다.



"호위병이 아니라, 하인들입니다. 그저 힘이 없는, 도련님께서 지켜야 할 존재들이지요."


"귀족이 보호를 받는 게 아니라?"


"물론입니다. 귀족과 왕족은, 백성들을 지키는 존재이지, 보호 받는 존재는 아닙니다."



보하 받지 않는다라.


그래, 그 부분이 바로 나의 상식과 맞물리지 않는 점이다.


기사들이 성행하던 중세 시대에도 귀족들에 대한 의존도가 이곳만큼 높지는 않았다.



기이한 사회구조다.


짐작건대 그 이유는 마법 때문일 것이다.


단 한 명의 개인이 지닌 무력으로 수백 명을 죽일 수 있는 세상이니 말이다.



"어쨌거나, 안이 썩 어둡군. 탐험하려면 횃불이라도 필요할 거 같네만."


"아, 그 부분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집사 놈이 마력을 변환하자 돌덩어리 두 개가 튀어나왔다.


딱!


소리가 나게 돌을 두드리자 퍽 밝은 빛이 주위를 밝혔다.



"발광석입니다. 동쪽의 협곡 지대에서 드물게 발견되는 광석이죠."


"생각 이상으로 편리한 능력이구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방패쯤으로 생각했다.


그 마저도 질풍이 있으니 필요는 없었지만 말이다.



"안으로 들어가지."


"예, 도련님."



집사 놈은 어둠을 물리치며 유적 안으로 내려갔다.


길고 긴 계단이 반복됐다.


이전과 다르게 무릎 관절은 좋았지만 반복되는 풍경 탓에 지치는 듯한 기분이었다.



반복이 멈춘 것은 5분쯤이 흐르고 나서였다.



"···투기장이로군."



단언컨대 그 외에는 적절한 표현이 없었다.


그 공터···.


어둠이 드리운 그 널찍한 원형 공간은 무수한 좌석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로마의 명소 콜로세움처럼 말이다.



우리는 투기장 한 가운데 있었다.


지겹도록 걸었던 그 길고 긴 계단은 선수들이 사용하는 통로였던 것이다.



"선수는 아마도 우리일 테고."



쿠구구구구.



맞은편에 있던 쇠창살이 굵직한 소음을 내며 올라갔다.


뒤따라 들려온 묵직한 발소리는 인간의 그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착! 착! 날카로운 소음이 불규칙하게 뒤쫓았기 때문이다.



"자네는 뒤로 빠져있게."



검자루를 움켜쥐고 한 발자국 앞에 섰다.


발소리는 점차 커지며 지면까지 뒤흔들었다.



이윽고,


두터운 쇠창살이 완전히 사라지자 우리의 상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몸체보다도 큰 날개가 인상적인 존재였다.


불규칙하게 지면을 치는 꼬리가 헤르첼의 두 배쯤 될 생물이었다.


생물···.


그렇게 부르는 것은 옳지 않은 표현일 듯했다.


그것의 몸에는 생기라는 것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군. 그러고 보니 시그우드인지 뭔지는 용살자라 불렸댔지."



어둠을 헤치고 나온 것은 뼈투성이 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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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Episode 7. 황실 대학 (3) NEW 1시간 전 6 1 13쪽
19 Episode 7. 황실 대학 (2) 24.09.18 27 0 12쪽
18 Episode 7. 황실 대학 (1) 24.09.17 53 0 13쪽
17 Episode 6. 용살자의 유산 (完) 24.09.16 59 0 13쪽
» Episode 6. 용살자의 유산 (2) 24.09.15 62 1 13쪽
15 Episode 6. 용살자의 유산 (1) 24.09.14 75 1 12쪽
14 Episode 5. 나보고 대학을 가라고? 24.09.13 79 2 13쪽
13 Episode 4. 승계전 (完) 24.09.12 80 2 13쪽
12 Episode 4. 승계전 (2) 24.09.11 86 2 13쪽
11 Episode 4. 승계전 (1) 24.09.10 101 5 12쪽
10 Episode 3. 알케스 마르 뭐시기 (完) 24.09.09 100 2 13쪽
9 Episode 3. 알케스 마르 뭐시기 (4) 24.09.08 101 2 12쪽
8 Episode 3. 알케스 마르 뭐시기 (3) 24.09.07 111 2 12쪽
7 Episode 3. 알케스 마르 뭐시기 (2) 24.09.06 110 3 12쪽
6 Episode 3. 알케스 마르 뭐시기 (1) 24.09.05 127 3 12쪽
5 Episode 2. 북부는 최악이다. (完) 24.09.04 126 2 13쪽
4 Episode 2. 북부는 최악이다. (1) 24.09.03 140 2 15쪽
3 Episode 1. 나보고 입대를 하라고? (完) +1 24.09.02 160 3 12쪽
2 Episode 1. 나보고 입대를 하라고? (2) 24.09.02 170 3 13쪽
1 Episode 1. 나보고 입대를 하라고? (1) 24.09.02 216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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