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 대공가의 괴팍한 검술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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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밝은
작품등록일 :
2024.09.0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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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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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6. 용살자의 유산 (1)

DUMMY

마르비다르에 나타난 괴인은 세르디히에게 마족이 되기를 권했다.


마르텔에게도 같은 제안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똑같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터였다.



괴인은 결국 세르디히 때와 같이 강제로라도 마르텔을 마족화하려 했을 지 모른다.


지난번의 실패를 발판 삼아 이번에는 조용한 마굴 안에서 말이다.


마도구도 기력도 없는 어린 놈은 속절없이 마굴 안으로 끌려갔을 터였다.



그 뒤로 마르텔이 어떻게 됐을 지는 모른다.


한 가지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사악한 존재들이 드러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보내야 한다는 게 걱정이구나. 아니, 이런 상황이기에 더욱 보내야 하겠지만."



다음날 나는 집사 놈과 제도로 가는 마차에 올랐다.


지난번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요사스러운 호위병도 일행에 합류했다.



"나는 이런 상황에 너의 힘이 발현된 것이 무언가 징조가 아닐까 한다. 재앙의 시작과 영웅의 탄생 말이다."



말하고 있는 가주 양반의 눈이 말라비틀어진 수심으로 가득했다.


어젯밤,


가주 양반은 잠도 자지 않고 마르텔을 찾기 위해 온 주변을 돌아다녔다.


성내의 민가뿐만 아니라 북부의 추위가 이는 성 밖조차 말이다.



"제도에서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배우려무나. 필시 그것이 세계의 힘이 될 것이다."



나는 문득 가주 양반에게서 아버지의 모습을 겹쳐보았다.


아버지 당신께서는 언제나 무뚝뚝하셨지만 객지에 보낼 때만큼은 애정 어린 당부를 건네셨다.



"물론입니다. 너무 걱정하지는 마십시오···."


조금 머뭇거리다 말을 이었다.


"아버지."


"카, 카르셀!"



가주 양반은 호들갑스레 나의 몸을 껴안았다.


그래, 이것만큼은 나의 아버지와 전혀 다르다.


한동안 끌어안던 가주 양반은 헛기침을 잠시 하고 집사 놈을 바라봤다.



"···그리고 아드레이, 집사인 자네에게 자꾸 바깥일만 시키는구나."


"아닙니다, 가주님. 무르미르로서 소가주님을 모시는 일은 영광된 일이니까요."



소가주.


근래 들어 집사 놈은 소가주와 도련님을 섞어 쓰고 있었다.


나를 부를 때는 도련님이지만 누군가에게 말할 때는 소가주를 쓴다.



"무슨 일이 생기면 꼭 돌아오거라. 북부식이 그리워지더라도 말이야."


"북부식이 그리워질 일은 없겠지만, 그리 하겠습니다."



가주 양반은 껄걸 웃었다.


농담인 줄 아는 거 같은데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진실이다.



"그보다도, 카르셀. 지난번에 못다 한 이야기를 해야 될 거 같구나."


"못 다한 이야기요?"


"검 말이다. 새로운 검은 이미 쥐여주었지만, 이왕이면 좋은 검을 갖고 싶을 것 아니냐."



검!


무엇보다 나의 흥미를 돋구는 단어였다.



"제도에서 조금 남쪽으로 이동하면, 야장들이 모인 길드가 있다. 그 위치가 분명···."


가주 양반이 머리를 긁적이자 집사 놈이 귀띔했다.


"니벨르 화산입니다."


"그래, 그곳. 듣기로는 그곳에 실력이 아주 뛰어난 명장이 있다는 듯하더구나."



과연, 명장의 검이라.


검사라면 누구나가 꿈꾸는 것이었다.



"본질의 연구는 오래 걸릴 것이다. 시간이 꼭 날 테니 들러보도록 하거라."


"아주 좋습니다. 마침 이런 정보를 원했지요."


"마음에 들 줄 알았다. 그리고···."



가주 양반은 그 뒤로도 몇 가지 당부를 건넸다.


소개 시켜줄 교수는 심약한 사람이니 조심해라,


괴인을 마주친다면 뒤도 보지 말고 도망쳐라,


건강에는 유념하고 밥 잘 챙겨 먹어라,


자잘자잘한 걱정들을 늘여 놓고서야 가주 양반은 우리를 보내주었다.



그리 정들지는 않았지만 며칠을 묵었던 이곳과도 잠시 이별이었다.


그리고···.



끼리익 삐거억. 끼리끼리 삐걱.



그 지긋지긋한 마차의 소음과는 반갑지 않은 재회였다.



* * *



우리의 마차는 추위를 뚫고 남하했다.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따뜻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첫날에는 마차의 문을 한사코 열지 못 하도록 했으나 둘째 날부터는 집사 놈보다 내가 먼저 열었다.



풍경의 변화는 놀랄 만큼 없었다.


우리가 지나쳤던 북부의 풍경들은 판으로 찍어낸 듯이 같은 모습을 유지했다.


오로지 하늘만이 시간의 경과를 나타냈다.



밤이면 우리는 누군가의 성에 머물렀다.


첫 날은 나델 뭐시기,


둘째 날은 헤리 뭐시기였을 것이다.



셋째 날이 되고 나니 날씨가 제법 따스한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삐걱 소리!


날씨가 더 이상은 신경 쓸 존재가 아니게 되자 흉악한 마차의 소음이 한층 더 거슬렸다.



귓가를 굳게 막아봐도 소음은 끈질기게 나를 괴롭혔다.


더 이상은 그 소음이 견딜 수가 없던 지라 나는 결국 마차를 어느 여관 앞에 멈추게 했다.



"후우···."



발끝이 드디어 땅에 맞닿으니 안정이 되는 기분이었다.


이런, 그 망할 놈의 삐걱 소리는 여전히 들려오는 듯했다.



"도련님, 괜찮으십니까?"


"안 괜찮네. 안 괜찮으니 이런 곳에 내렸지."



멈춘 곳은 허름한 여관이다.


21세기를 살다 온 나에게는 원래의 방도 성에 안 찼지만 이곳은 단언컨대 그곳조차 나아 보일 지경이었다.


심지어는 이름도 눈먼지 대피소다!



여관 자체도 볼품 없었지만 주변의 풍경이 무엇보다 삭막했다.


폐허···.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건축물이 여관의 바로 옆에 떡하니 존재했다.


이런 곳에다 여관을 세울 생각을 한 여관 주인의 정신머리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끼이익.



별 수는 없었으니 안으로 들어갔다.


아, 역시나.


오늘의 손님은 우리가 처음인 듯했다.



짐작건대 올해의 손님도 우리가 처음일 것이다.


문을 열자마자 바닥에 쌓여 있던 먼지가 폴폴 날려댔다.



"어이구 이런 드문 일이군요. 어서 오세, 헉!"



어서 오세 헉이라니,


오랜만에 손님을 맞아 인사조차 잊어버린 모양이다.



"대, 대공자님을 뵙습니다!"



여관의 주인, 60줄 정도로 추정되는 그 노인은 호들갑스레 몸을 떨다 넙죽 엎드렸다.


그래, 그러셨군.


인사법을 잊은 것이 아니라 높은 사람의 방문에 당황한 모양이다.



뒤따라 온 집사 놈에게 물었다.


"내 얼굴이 제법 유명한가 보구만?"


"그것도 그렇지만, 도련님은 가주님 젊을 적과 쏙 닮으셨으니까요. 북부인이라면 누구든 알아볼 겁니다."


"그것 참 피곤하겠구만."



어쨌거나 나는 자리에 앉았다.


방문한 성의 가주들이 곰고기만 내온 통에 내리 이틀을 굶주리며 보내야 했다.


무엇이든 먹을 것이 간절한 참이다.


물론 곰고기는 빼고.



"식사를 할 수 있습니까?"


"예, 물론입니다. 여관이니까요."



여관 주인은 썩 기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이 반가운 듯했다.



"그렇다면 무엇이든 북부식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내주십시오. 아, 꼭 바싹 익혀서 말입니다."


"북부식이 아니라요?"


"그걸 더 먹었다가는 장담하건대 미쳐버릴 겁니다."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진심이었다.


여관 주인은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주문을 받아들고 주방으로 향했다.


그러는 사이 집사 놈과 호위병들은 멀뚱멀뚱 뒤에 서 있었다.



"아, 자네도 앉게. 자네들도. 먼 거리를 달려왔는데 피곤할 거 아닌가."



그들에게 손짓하며 자리에 앉게 했다.


잠시 눈치를 보던 호위병들은 웃음 지어 보이며 그 말에 따랐다.


집사 놈은 맞은편에 앉았다.



"훌륭한 선택이십니다. 아랫사람에게 자비를 보이는 것은, 소가주로서 중요한 일이니까요."


"응? 아아, 응. 그렇네."



서 있는 모습이 걸리적거려 그런 거지만 능청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늘 느끼지만 요놈은 상당히 긍정적인 구석이 있다.



"음식 나왔습니다."



예상보다 긴 시간이 지나자 여관 주인이 돌아왔다.


그리고 세상에, 입이 떡 벌어질 만큼의 만찬이 펼쳐졌다.


나를 환대하던 타성의 가주들도 이 정도의 만찬을 내주지는 않았다.



"이게 다 뭡니까?"


"남아있던 재료들을 몽땅 내온 겁니다. 전부 다 중부식으로 요리를 했으니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집사 놈도 갑작스러운 만찬에 놀란 눈치였다.


이곳의 기준으로도 상당한 양이라는 뜻이다.



"내가 걱정할 바는 아닙니다만, 다른 손님들이 먹을 게 없는 거 아닙니까?"


"그것도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실은 조만간 여관 일을 접을 생각이었으니까요."


"그러시구만···."



충분히 이해가 가는 상황이다.


이런 곳에 묵으러 찾아올 괴짜 방문객은 없을 터였다.



"그런데 무슨 이유로 여기에 여관을 지은 겁니까? 으슬으슬한 폐허가 떡 하니 옆에 있는데."


"폐허라. 실은 그 폐허 때문입니다."


"폐허 때문이다?"


"몇 달 전만 해도 그 폐허는, 마법사들이 활발하게 찾아오던 유적이었거든요."


"···유적?"



* * *



마검사 시그우드.


용살자로도 알려진 그 북부의 영웅은 노쇠하여 죽기 전에 유언을 하나 남겼다.



"나의 진수가 그곳에 있다."



당대 최강의 마법사,


역대 최고의 마검사,


시그우드가 지닌 칭호는 호사가들을 들뜨게 했고 얼마 안 가 사람들은 영웅의 보물을 찾아 헤맸다.



안타깝게도 한여름 밤의 꿈이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영웅의 보물은 발견되지 않았고 사람들의 관심 역시 차츰차츰 줄어갔다.


그렇게 서서히 잊혀질 줄로만 알았던 그것은 단 한 장의 책에 의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시그우드의 마법서.


그 일기장에 가까운 책 안에는 시그우드의 마법 운용법과 더불어 진수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책에 적혀 있던 유적이 바로 방금 전에 내가 봤던 그것인 듯했다.



"설명 참 길구만."



실례되는 건 알았지만 할 말은 했다.


집사 놈 얼굴이 툭하고 붉어졌지만 나하고는 상관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 유적이 있는데 왜 사람이 안 오는 겁니까? 보물이 발견됐답니까?"


"반대입니다."


"반대?"


"보물은 여전히 유적 안에 묻혀 있습니다. 누구도 들어갈 방법을 찾지 못 했거든요."



그 부분은 의아했다.


여관을 봐서는 지어진지 오래된 듯한데 그 오랜 시간을 찾지 못 했다니 말이다.



"왜 못 들어간 겁니까?"


"봉인과 유령 때문입니다."


"···뭬요?"


"보, 봉인과 유령 때문입니다."



봉인, 그 알지 못 할 것은 일단 제쳐두었다.


그보다 유령이라니!


이놈의 판타지 세계에는 진절머리가 날 지경이었다.



"···어쨌거나, 그 봉인이 결코 풀어지지 않는 통에 사람들은 과격한 수단을 동원했습니다."


"과격한 수단?"


"그 유적, 본래에는 그런 폐허가 아니었습니다."


나는 무슨 말인지 대번에 이해했다.


"부순 거로군요."



여관 주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유적을 부순다라,


내가 살던 21세기에는 생각지도 못 할 결례였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 벌어졌습니다. 유적에 있던 유령들이, 밤거리를 배회하기 시작한 겁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유령이라 해봤자 대단할 게 있습니까?"



매체에서 곧잘 나오는 그런 유령을 상상해 보았다.


생긴 것만 흉측하지 두려울만한 존재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마법이 있지 않은가.



"마법이 안 통합니다."


"예?"


"정확하게는 몇 개의 마법을 제외하고는 통하지 않습니다. 특히나 물리적인 마법은 더더욱요."



마법조차 통하지 않는 존재···.


과연 유령 답게 비합리적인 존재였다.



"결국 그 때문에 지나가는 손님도 뚝 끊긴 실정입니다. 지난 몇 주간 찾아온 손님은 대공자님 뿐이고요."


"몇 주? 몇 달이 아니라 말입니까?"


"어, 예···."



그렇군.


여관이 더러운 것은 주인 양반의 게으름 탓이었다.


그 말을 들으니 눈 앞에 있는 만찬조차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어찌 됐든 그런 이유로 여관을 닫을 생각입니다. 최후의 손님이 대공자님이니, 영광스러운 마무리군요."


입 닫고 있던 집사 놈이 불쑥 끼어들었다.


"닫으실 필요 없습니다."


"예?"


"봉인도 유령도, 전부 해결할 수 있으신 분이 눈 앞에 계시니까요."



···뭐?



집사 놈은 나를 보며 한쪽 눈을 찡긋했다.


미처 그 사인을 다 파악하기도 전에 가시 같은 기시감이 머릿속에 콕 박혔다.



"바로 카르셀 아르프레이아 소가주님이십니다. 북부의 차기 수호자로서, 민생을 살펴주실 것입니다."



간악한 집사 놈.


헤르첼의 성에서도 그러더니 나를 또 걸고 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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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Episode 7. 황실 대학 (2) NEW 4시간 전 15 0 12쪽
18 Episode 7. 황실 대학 (1) 24.09.17 42 0 13쪽
17 Episode 6. 용살자의 유산 (完) 24.09.16 49 0 13쪽
16 Episode 6. 용살자의 유산 (2) 24.09.15 53 1 13쪽
» Episode 6. 용살자의 유산 (1) 24.09.14 66 1 12쪽
14 Episode 5. 나보고 대학을 가라고? 24.09.13 68 2 13쪽
13 Episode 4. 승계전 (完) 24.09.12 71 2 13쪽
12 Episode 4. 승계전 (2) 24.09.11 75 2 13쪽
11 Episode 4. 승계전 (1) 24.09.10 91 5 12쪽
10 Episode 3. 알케스 마르 뭐시기 (完) 24.09.09 90 2 13쪽
9 Episode 3. 알케스 마르 뭐시기 (4) 24.09.08 91 2 12쪽
8 Episode 3. 알케스 마르 뭐시기 (3) 24.09.07 100 2 12쪽
7 Episode 3. 알케스 마르 뭐시기 (2) 24.09.06 100 3 12쪽
6 Episode 3. 알케스 마르 뭐시기 (1) 24.09.05 112 3 12쪽
5 Episode 2. 북부는 최악이다. (完) 24.09.04 113 2 13쪽
4 Episode 2. 북부는 최악이다. (1) 24.09.03 124 2 15쪽
3 Episode 1. 나보고 입대를 하라고? (完) +1 24.09.02 145 3 12쪽
2 Episode 1. 나보고 입대를 하라고? (2) 24.09.02 155 3 13쪽
1 Episode 1. 나보고 입대를 하라고? (1) 24.09.02 194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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