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 대공가의 괴팍한 검술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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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밝은
작품등록일 :
2024.09.0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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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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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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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7. 황실 대학 (1)

DUMMY

고백하건대 나는 대학 생활을 즐기지 못 했다.


끌려가듯이 들어간 펜싱 국가대표 팀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훈련만 했기 때문이다.



물론 나로서는 만족스러웠다.


선배들은 이따금 감독의 눈을 피해 놀러 나갔지만 나에게는 그것보다 검술 훈련이 매력적이었다.


먼저 간 마누라가 벌떡 일어날 소리겠지만 검술과 결혼했대도 과언은 아니었다.



그래, 인정한다.


나의 청춘은 그다지 재미있지는 않았다.



그런 이유로 대학에 가라 들었을 때는 당황스러운 한편 기대도 내심 되었다.


주책 맞게 낄 생각은 없었지만 젊음을 상기시켜 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 판타지 세계 속 대학은,


내가 상상한 그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조금 심하게 좋지 않나?"



단언컨대 이곳의 시설은 지구상의 어떤 대학보다 사치스러웠다.


강의실, 복도, 심지어는 화장실에마저 샹들리에가 달려 있었다.


제도에 오고 난 뒤로 사치스러운 건물은 많이 보았지만 이곳은 맹세코 그 곱절은 사치스럽다.



"황실 대학은 배움의 장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귀족들의 교류장이기도 하니까요."


"교류장?"


"각지의 수많은 귀족들이 이곳에 모입니다. 제국내 뿐만 아니라 국외의 왕족들도 이곳에서 볼 수 있죠."



교류장, 그렇군.


이곳은 어린 놈들의 사회 생활 전쟁터였던 것이다.



사회생활···.


부끄럽지만 내가 가장 못 하는 것 중에 하나다.



"일단은 교수한테나 가지. 어디인가?"


"저쪽 건물입니다."


"···뭐?"



집사 놈이 가리킨 것은 유달리 허름한 장소였다.


말해주지 않았다면 사용인들의 거주처쯤으로 착각했을 것이다.



우리는 그 안으로 들어갔다.


안쪽에는 대학 답게 학생들이 있었는데 바깥의 학생들보다는 옷차림이 비루했다.


의문이 들었지만 발걸음은 멈추지 않고 교수실로 이어졌다.



에이베릴.


그 조그마한 글씨를 간신히 읽어내고 주저 없이 문을 열어 젖혔다.



"실례합니―"


"께엑!"



껙?



그 요상한 신음성과 함께 넘어진 것은 체구가 제법 작은 갈색 머리의 여인이었다.


문을 열 때 부딪힌 모양인데 내 잘못은 일단 아니었다.



"반갑습니다. 나는 카르셀 아르프, 프···."


"아르프레이아."


"아르프레이아입니다."



참견쟁이 집사 놈.


거의 다 떠올렸는데 내 공을 가로챘다.



"오, 오신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대공자님."



넘어졌던 여인은 어떻게든 몸을 일으켰다.


다 일어나고도 겨우 가슴께에 올 정도였는데 키가 작아 그런 것만은 결코 아니었다.



여인은 모든 것이 지나치게 둥글었다.


살집이 많지 않고 마른 자였지만 척추를 새우처럼 둥글게 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둥근 단발이 얼굴도 가린 통에 나는 심지어 그 얼굴조차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그나저나 에이베릴 교수는 어디 있습니까? 이곳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그, 그게, 제가 에이베릴 교수인데요···."


"당신이 교수라고요?"


"예, 예에. 저 같은 게 어떻게 교수가 됐는지는 모르지만, 교수입니다···."



실례되는 말이었지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에이베릴은 언뜻 보기에 20대 중후반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어, 어쨌거나 프레델 대공님으로부터 대강의 사정은 전해 들었습니다."


"어디까지 들었습니까?"


"그, 대공자님이 가지고 계신, 놀라운 능력에 대해서, 그리고 본질을 찾고 계신다는 것까지요···."



그 정도라면 입 아프게 설명할 필요는 없을 듯했다.


설명하는 것은 솔직히 특기가 아니었다.



"잘 됐군요. 거두절미하고 본질부터 찾아봅시다."


"그, 그러려면 우선, 능력의 사실 여부부터 확인하고 싶은데 괜찮으신가요?"


"뭐든 상관 없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확인을―"



파지직!



에이베릴은 아무런 경고 없이 전격의 구체를 발사했다.


서걱.


반사적으로 검을 뽑지 않았다면 전기 찜질을 당했을 것이다.



"이런, 제길! 뭐하는 겁니까!"


"네? 지, 사실 여부를 확인하려고···."



사실 여부!


그 정신 나간 짓거리 때문에 목숨을 잃을 뻔했다!



"혹시 북부식 좋아합니까?"


"네, 네에, 어머니가 북부인이셨거든요."



그래, 내 그럴 줄 알았지.


정신 머리가 단단히 나간 거 같더라니 북부식을 많이 먹어 그런 거였다.


이것으로 나의 가설이 또 한 번 증명되는 셈이다.



"그러면 다, 다음으로는 견본을 채취하겠습니다."


"잠깐! 뭘 들이미는 겁니까?"


"네? 주사기인데요···."


"주사기라고!"



주사기, 주사기라니!


에이베릴이 들고 있는 것은 주사기라기보다는 쇳덩어리 같은 인상이었다.


게다가 바늘!


그것에 달린 바늘의 모습은 나무 젓가락마냥 두텁고 길쭉했다.



"설마하니 그걸로 채혈할 셈입니까?"


"네, 주사기니까요···."


"됐습니다. 피가 필요하다면 직접 내겠습니다."



검날로 손가락을 그어 핏물을 짜냈다.


따갑기는 했지만 그런 주사기를 내 몸 안에 들일 생각은 없었다.



"이 정도면 충분합니까?"


"네, 사실 한 방울 정도면 충분해요."



한 방울···.


고작 그것을 얻고자 그 큰 주사기를 쓸 셈이었나보다.


모르면 몰라도 상당히 많은 양의 북부식을 섭취했음이 틀림없었다.



"시, 실례하겠습니다, 대공자님···."



에이베릴은 나의 피 한 방울을 조심스레 긁어 모았다.


그동안 방안을 둘러봤다.


양피지와 시약, 그 외의 알 수 없을 장치들.


아마도 연금술사들의 실험실을 보게 된다면 이런 느낌이 아니었을까 한다.



"채, 채혈한 피는 이곳에 넣을 예정이에요."



알 수 없는 장치.


에이베릴이 가리킨 것은 마법적인 장치였다.



"그게 뭡니까?"


"그, 마력 변환기예요. 피에서 마력을 분리하여 개인이 가진 속성으로 변환해 주는―."


"아아, 복잡한 설명은 됐습니다."


"네, 네에···."



어쩐 일인지 어깨가 축 쳐졌다.


설명해주지 못 한 것이 못내 아쉬웠던 모양이다.



"그럼, 시, 시작할게요."



에이베릴은 피 한 방울을 안에 넣고 중앙의 보석에 손을 얹었다.


우우웅, 마법이 집적되는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손을 얹은 보석이 빛나더니,


난리가 시작됐다.



촤악! 촤악! 촤악!



날카로운 절단음이 쏟아지며 피를 담은 장치가 갈가리 찢겨 나갔다.


장치로부터 퍼진 난도질은 실험실 전체로 번졌다.


그 덕분에 양피지고 뭐고 싸그리 조각났다.



"무, 무슨 일입니까?"



난리 통도 그런 난리 통이 없었다.


한바탕 실험실을 휘젓던 난도질은 우리에게 다다르지 못 하고 사그라졌다.


다행히 누구도 다치지 않았지만 에이베릴의 마음만은 아닌 듯했다.



"내, 내 실험실이···."



에이베릴은 껙 소리를 내며 혼절했다.


가주 양반의 심약하다는 경고가 사무치는 순간이었다.


나는 집사 놈을 바라봤다.



"일단 내 잘못은 아니지?"


"도련님···."



* * *



에이베릴이 혼절한 관계로 실험은 그것으로 중단되었다.


무슨 이유인지는 불명이었지만 내 잘못은 분명 아니었다.



10분.


에이베릴은 그 시간이 지나도 깨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정도면 인내심 약한 나로서는 충분히 버틴 것이다.



"나갔다 오겠네."


"예? 또 어디를 가시려고―"



쾅.



집사 놈이 잔소리하기 전에 교수실을 빠져나왔다.


성큼 성큼 걷다 보니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뭐가 그리 재밌는지 재잘재잘 웃고 떠들고 있다.


역시, 제아무리 교류장이라도 학생들은 결국 학생인 법이다.



나는 당당하게 젊음의 한복판을 활보했다.


이끌리듯이 도착한 곳은 식당으로 추정되는 공간이다.



이런, 제길.


그러고 보면 돈이랄 것은 집사 놈이 가지고 있다.


돌아가야 하려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불현듯 남학생 한 명이 쭈뼛대며 다가왔다.



"카, 카르셀? 카르셀 맞지?"



기어가는 듯한 목소리다.


에이베릴도 그렇고 요 남학생도 그렇고 이곳의 인물들은 하나 같이 당당하지를 못 하다.



"나야 나, 안델, 혹시 기억해?"


"아, 물론 기억나네. 안델. 그 안델 아닌가?"



당연하게도 기억이 날 리가 없었다.


그저 좋은 생각이 번뜩였을 뿐이다.



"다, 다행이다. 아카데미 시절에 보고 못 봐서 당연히 잊었을 줄 알았어. 왜 나는 조용하고―"


"그래 그래, 나도 반갑네. 그보다 자네 돈은 좀 있나?"


"이, 있는데, 왜?"


"잘 됐군. 내가 마침 지갑을 두고 왔거든."



안델인지 뭔지를 이끌고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억지를 부려 화를 낼 줄 알았는데 안델은 오히려 기쁜 듯한 얼굴이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나한테는 잘 된 일이다.



"꽤 넓구만."



식당의 내부는 21세기의 그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우선은 그 복잡한 키오스크가 없었다.


키오스크···.


모습을 드러낸 지도 이제는 꽤 되었지만 카르셀이 될 때까지도 친해질 수 없던 친구다.



우리는 식당 한구석의 자리하고 음식을 주문했다.


상당히 많이 시켜버렸지만 돈이야 어차피 안델이 낼 것이다.



"그나저나 되게 반갑다, 카르셀. 합격하지 못 했다 들었는데, 특례로 들어온 거야?"


"응? 아, 그렇네."



엄밀히 말하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한국에 있었을 때는 특기생으로 대학에 입학했으니 말이다.



"그보다 아까 마법지원 학과 쪽 건물에서 나오던데, 역시 그쪽 학생이 되기로 결정한 거구나."


"마법지원 학과?"


"으, 으응. 네가 나오던 그 허름한 건물···."



그랬군, 마법지원 학과.


짐작해 보자면 비주류 학과인 모양이다.



"실은 나도 그 학과로 옮겨야 하나 고민 중이거든."


"자네는 무슨 학과인데?"


"저, 전투마법학과···."


"하, 확실히 자네한테는 안 어울리는구만."



생긴 것만 봐서는 벌레 하나 못 잡을 놈이다.


이런 놈이 전투에 나섰다가는 전우들도 불안할 터였다.



"그, 그렇지. 그래서 나도 마법지원 학과로 옮길까 하고. 다른 이유도 있고···."


"다른 이유?"


"어어, 그게 실은―"



그러던 순간이다.



"뭐야, 저거 안델 아니냐?"


"와, 진짜네."



한 무리의 학생들이 웃음기를 띠고 다가왔다.


반대로 안델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사라졌다.



무슨 이유인지 무슨 관계인지는 알지도 못 했고 관심도 없었다.


나의 관심은 오로지 함께 등장한 음식들이었다.



"아, 고기. 최소한 곰고기나 마족 고기는 아니로군."



양손에 식기를 잡고 고기를 썰었다.


콜록 콜록.


맛은 썩 있는데 향신료가 조금 강한 편이었다.



"웬일로 네가 이런 곳에 다 왔냐?"


"어, 그게, 친구가···."


"친구? 너 같은 평민이 친구도 있었어?"



학생들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비슷한 멸시가 쏟아지리라 생각했으나 학생들의 얼굴에는 선망이 떠올랐다.



"···신기하네. 안델 같은 평민이 어떻게 이런 사람이랑 친구가 됐대?"


"그런데 우리 학과에 이런 사람 있었던가?"



하, 그렇군.


몸뚱아리가 얼굴 하나만은 잘난 것도 사실이다.



"그, 그게, 카르셀은 마법지원 학과야."


"아아, 마법지원 학과? 뭐야, 지난번에는 싫다고 하더니 결국 거기로 옮겨가기로 결심한 거야?"


"으, 으응. 그럴까 하고···."


"하, 잘됐네. 솔직히 너랑 우리 학과가 어울리지는 않으니까."



옆에서는 자꾸 시끄럽게 굴었지만 나는 그저 고기 뜯기에 여념이 없었다.


콜록 콜록.


그나저나 먹을수록 향신료가 독하다는 느낌이다.



"지난번에도 마수를 잡는 시험에서 안델 혼자만 못 잡았잖아."


"아, 맞아. 결국 엉엉 울면서 교수님한테 매달리지 않았나?"


"애초에 전투랑 어울리지도 않는 속성인데 왜 전투마법 학과에 들어온 거야?"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던 학생들이 안델을 바라봤다.


예의 없게도 밥상 머리에 손을 올린 채 말이다.



"되도록 빨리 옮겨줄래, 안델? 솔직히 전통 있는 전투마법 학과에 평민이 있는 건 조금 불쾌하거든."


"으, 으응.



학생들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마침 마법지원 학과 친구분도 계셔서 다행이네. 네 친구가 도와주면―"


콜록 콜록!



뭉텅이진 향신료를 씹었는지 기침이 쏟아졌다.


콜록 콜록. 콜록 콜록.


쉴 틈 없이 기침을 쏟아낸 나는 물을 벌컥 들이켰다.



푸우우웁!



"제길, 냉수가 아니잖아!"



여러 차례 더 기침을 하고야 겨우 상태가 나아졌다.


나는 물컵을 내려놓으며 찔끔 흐른 눈물을 닦았다.



어이구, 이런.



시야가 훤해지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 깨달았다.


쏟아낸 기침과 뿜어낸 물이 학생들에게 달려들었던 듯했다.


씹고 남은 고기 조각이 학생들의 면면에 덕지덕지 붙어 있다.



"아아, 이거 미안하군. 고의는 아니었네."



물론 고의였다.


안델인지 뭔지 따위 신경조차 안 썼지만 먹는 도중에 시끄럽게 구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



"이게···."



학생들의 눈이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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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Episode 7. 황실 대학 (3) NEW 1시간 전 5 1 13쪽
19 Episode 7. 황실 대학 (2) 24.09.18 27 0 12쪽
» Episode 7. 황실 대학 (1) 24.09.17 53 0 13쪽
17 Episode 6. 용살자의 유산 (完) 24.09.16 58 0 13쪽
16 Episode 6. 용살자의 유산 (2) 24.09.15 61 1 13쪽
15 Episode 6. 용살자의 유산 (1) 24.09.14 75 1 12쪽
14 Episode 5. 나보고 대학을 가라고? 24.09.13 79 2 13쪽
13 Episode 4. 승계전 (完) 24.09.12 80 2 13쪽
12 Episode 4. 승계전 (2) 24.09.11 86 2 13쪽
11 Episode 4. 승계전 (1) 24.09.10 101 5 12쪽
10 Episode 3. 알케스 마르 뭐시기 (完) 24.09.09 100 2 13쪽
9 Episode 3. 알케스 마르 뭐시기 (4) 24.09.08 100 2 12쪽
8 Episode 3. 알케스 마르 뭐시기 (3) 24.09.07 111 2 12쪽
7 Episode 3. 알케스 마르 뭐시기 (2) 24.09.06 110 3 12쪽
6 Episode 3. 알케스 마르 뭐시기 (1) 24.09.05 126 3 12쪽
5 Episode 2. 북부는 최악이다. (完) 24.09.04 125 2 13쪽
4 Episode 2. 북부는 최악이다. (1) 24.09.03 140 2 15쪽
3 Episode 1. 나보고 입대를 하라고? (完) +1 24.09.02 160 3 12쪽
2 Episode 1. 나보고 입대를 하라고? (2) 24.09.02 170 3 13쪽
1 Episode 1. 나보고 입대를 하라고? (1) 24.09.02 216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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