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가문의 사생아는 역대급 천재 후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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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검은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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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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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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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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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장

DUMMY

에테르 대륙에는 기둥과 같은 세 가문이 존재한다.


정의와 균형의 ‘할시온’

진리를 추구하는 ‘이오니언’

그리고 영광의 ‘포 글로리아’


이 위대한 가문은 '술사'의 힘을 토대로 권력과 부를 양분하며 몇백년간 대륙을 지배했다.


젠은 할시온의 권역에 있는 한 빈민가에서 태어났다.

여느 아이들처럼 젠은 아버지가 누군지 모른채 태어나 어머니와 함께 자랐다.


“젠. 아직도 자니?”


어머니와 함께 살았던 어린 날의 기억은 흐릿하다.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 대부분의 기억이 마모되었다.

젠은 종종 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던 온기를 어렴풋이 떠올리곤 했다.


“오늘따라 어리광이 많네. 어디 아픈 건 아니지? 젠?”


깊은 곳에 잠겨있던 의식이 점점 수면 위로 떠올랐다.

뺨을 쓰다듬는 선명한 느낌에 눈을 뜬 젠은, 젊고 마른 여인을 발견했다.


“···엄마?”


젠은 본능적으로 손길에 저를 맡겼다. 나른한 느낌, 익숙한 온기와 까칠한 촉감.

아주 오래전에 죽은 이후로 꿈에도 와주지 않던 불쌍한 어머니.


“!”


이미 죽은 사람이 저의 앞에 있다는 걸 인지하자마자 젠은 눈을 번쩍 떴다.

정신이 확 돌아왔다. 기억 속의 어머니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채 그의 앞에 있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설마-?”


뒤이어 십년이 넘는 기억들도 돌아왔다. 마지막 기억은 저의 죽음이었다.

젠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주변을 살폈다. 그렇다면 여긴 죽음 이후의 세계인가?

죽어서 어머니와 재회한 거라고?


그러나 죽음 너머의 세계는 듣던 것보다 형편없었다.

죄를 많이 지었으니 거지같은 지옥으로 떨어지는 건 이상한 게 아니나, 딱히 고통스럽진 않았다.

그냥 그가 어렸을 때 살던 곳처럼 더럽고 비좁았을 뿐이다.


“어?”


젠은 멍청하게 아래를 내려다보며 저의 몸을 만졌다.

상당히 낮아진 시야, 짧고 볼품없이 메마른 팔다리.

꼬르르륵, 그리고 선명할정도로 끔찍한 배고픔.


그때였다.

어머니가 그에게 무언가를 들이밀었다.


“젠, 엄마가 먹을 걸 구해왔단다. 좀 먹으렴.”


뭔가 했더니 손바닥만한 감자였다.

고소한 냄새에 본능적으로 입에 침이 고였다.

허기가 통증으로 변한 위장에선 빨리 저것을 씹어넘기라고 명령했다.


“이건···.”


하지만 젠은 먹을 수 없었다.

이 생생한 감각, 어려진 몸뚱아리와 살아있는 어머니.

이 모든 것들이 꿈이 아니라면.


이 모든 것들이 현실이며, 그의 선명한 기억들이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예언이라면....


만약 신이 그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준 것이라면-.


“젠!”

“엄마, 나 잠깐 나갔다올게! 감자는 엄마가 먹고 있어!”


젠은 곧장 집밖으로 뛰쳐 나갔다.

탁탁탁, 바닥을 치는 발바닥의 감촉, 종아리를 스치는 서늘한 공기.

쿵쿵쿵, 점점 빨라지는 심장박동과 곧 턱하고 한계에 달한 체력까지.


“진짜, 꿈같은 게 아니네.”


젠은 헉헉헉 제 무릎을 잡은채 숨을 고르며 환하게 웃었다.

이 모든 날 것의 감각은 곧 그가 살아있음을 알려주었다.


이렇게 행복하고 기쁠 수가 없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정말로 그랬다.

마지막에 죽음을 선택했지만, 젠은 저의 죽음이 너무나 아쉽고 억울했다.


그가 뭘 잘 못했다고 죽어야하는가. 그보다 더 죽일 놈들이 많은데.


역시 살아있는 게 좋았다.

젠도, 그리고 엄마도.


“···!”


환하게 웃고 있던 젠의 얼굴에 그림같던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불현듯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의 어머니가 왜 죽었는지. 왜 죽었어야하는지.


“-좆같은 포 글로리아.”


죽기 전에도 했던 유언을 주문처럼 중얼거린 젠은 표정을 구겼다.

다시 살았다고 좋아할 때가 아니었다.


“그 새끼들이 언제, 아니, 그보다 나 몇살이지?”


그 새끼는 정확히 언제 왔는 지는 모른다.

빈민가에서 태어난 애새끼가 여유있는 귀족들이나 따질법한 시간개념을 알고 있을 리 없다. 시간개념만 모르는 게 아니라, 이때 젠은 글자도 숫자도 몰랐다.

하지만 딱 한가지 알고 있는 게 있다면, 그의 나이.


젠은 15살때까지 어머니와 함께 빈민가에서 살았다.

15살 어느날 포 글로리아에서 보낸 집행관이 어머니를 죽이고 그를 끌고 가기 전까지.


젠은 제 몸을 다시 내려다보았다.

190에 이르었던 장신은 작아지고 볼품없어졌다.

늘 배고프게 살았으니 젠은 또래 후계자들보다 체구가 작았다.


“지금이랑 비슷했던 거 같은데.”


젠은 그의 발 아래 길어지는 그림자를 보며 이를 악물었다.

눈으로 봐선 도저히 모르겠다.

그러나 막연히 그놈들이 오는 시점이 그리 멀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도망가야해.”


젠은 읊조렸다.

고개를 들어올린 그의 눈에는 의지가 서려있었다.

죽을 땐 포 글로리아의 몰락을 꿈꾸었고, 다시 살아난게 기꺼웠지만, 어머니의 존재가 그의 마음을 변화시켰다.


포 글로리아고 뭐고, 젠은 어머니와 함께 오래오래 살고 싶었다.

어머니와 아주 먼곳으로 떠나 아주 먼곳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포 글로리아를 용서한 건 아니다.

포 글로리아에서 원치 않은 후계자 시험을 치루며 고통스럽게 보냈던 날들이 생생하다. 그래서일까. 젠은 아주 오랜 시간 잊고 있다가 다시 접한 온기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설령 누군가 그가 현혹되었다고 비판해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어떻게···.”


젠은 심각한 얼굴로 고민했다.

대륙의 권력을 삼등분하여 나누어 갖고 있는 위대한 세 가문.

가문들은 몇백년간 대륙을 다스리며 보이지 않는 곳까지 손을 뻗고 있었다.


현실적으로 여인과 아이가 위대한 가문의 권역의 손길에서 벗어나는 건 불가능했다. 특히나 포 글로리아는 제 피에 대한 집착이 강한 가문이다. 그 새끼들이 얼마나 집요한 지 잘 아는 젠의 머리가 바쁘게 돌았다.


그날, 어머니를 죽이고 젠을 데리러왔던 집행관은 두 명···.

빈민가의 고아들을 청소하러 온 집행관은 높은 등급의 술사는 아닐테다.


‘잘 쳐줘도 하급··.’


젠은 주먹을 쥐었다.


‘그들을 죽이는 게 가능할까?’


그들의 손에 벗어나는 건 불가능하다. 차라리 죽여 시간을 버는 게 나을 것이다.

하지만 하급술사를 죽일 수 있을 것인가?


죽기 전의 몸이었다면, 하급술사따위를 신경쓰지 않았을 테지만, 지금 젠은 마력을 자각하지 못한 어린 아이의 몸이었다. 이 몸으로 집행관 두 명을 이기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그럼 한 명은 가능한가?


솔직히 젠은 자신할 수 없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어머니와 그가 무사히 살아나가는 그림은 잘 그려지지 않았다.


“일단··· 무기부터 찾자.”


아무리 고민해도 지금 당장은 풀리지 않은 문제다.

젠은 당장 할 수 있는 걸 하기로 했다.

없는 것보다는 나을 무기.


“그리고 오늘 날짜.”


과거의 젠과 달리,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로서 살았던 젠은 당연히 읽고 쓸 줄 알게 된지도 오래 되었다.


빈민가를 제 집처럼 돌아다니는 젠의 눈에 한 사람이 들어왔다.


“선생님, 제가 도와드릴까요?”


술에 취한 취객이었다.


빈민가에 사는 여자의 직업이 거의 정해져있듯, 빈민가에 자란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신문팔이 소년같은 건 아주 특별하고 운이 좋은 케이스일뿐, 대부분의 아이들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구걸하거나 소매치기를 하곤 했다.


특히나 불운한 젠도 절도에 익숙했다.


“네, 집이 저쪽이시라구요?”


이지가 완전히 없지는 않은지 버둥거리는 신사를 붙잡은 젠은 그를 한쪽으로 데려가며, 허리춤을 뒤졌다.


‘칼은 안 가지고 다니나?’


지갑은 있는데.

신사를 부축하며, 한 손으로 지갑을 연 젠의 표정이 구겨졌다.


“씨, 무슨, 이런 거지 새끼가 다있어.”


그도 현재는 거지새끼와 다름없으나, 젠은 뻔뻔한 얼굴로 빈 지갑을 다시 신사의 주머니에 넣어놓았다. 이딴 거 말고 무기가 될만한 걸 얻고 싶은데.


“잠깐···.”


젠은 신사를 어두운 골목에 기대어놓고, 가슴팍을 더듬었다.

안주머니에 무언가가 만져졌다.


“이건···.”


아쉽게도 그가 바라던 무기는 아니었다.

다만, 푝- 투껑을 열자, 만년필의 예리한 촉이 달빛에 반사되어 반짝였다.

만년필은 공부 꽤나 한 학자나, 허세헤 찬 놈들이 가지고 다니는 사치품이었다. 후계자들이 가지고 다니기도 했는데 당시 젠은 관심도 가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아니었다.

젠은 예리한 촉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금방 부러질 것같긴 했지만, 호신용품으로 한 번 정도는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립감도 꽤 마음에 들었다.


“어쩌면 쓸만할 지도?”

“집에···집에···.가야하는데···.”

“선생님, 조용히 계시면 잘 보내드릴게요.”

“지,집에···.”

“혹시 오늘 며칠인지 아세요?”


주정뱅이에게 답을 기대한 건 아니다.


“게에-”

“뭐라고요?”

“집에··· 집에···.”

“하, 기대한 내가 바보지.”


만년필을 만지작거린 젠은 그것을 가슴팍에 넣었다.

신사를 골목에 두고 나와 주변을 둘러본다.


새로운 표적을 찾기 위해.


어느새 노을이 지던 하늘은 사라지고 환한 달빛이 그를 도와주려는 듯 행인을 비추었다. 젠은 유난히 밝은 날이라 여겼다.


뒷골목을 이토록 밝게 빛나는 날은 흔치 않았다.


여유롭게 달을 구경하는 성격은 아닌지라, 죽을 때까지 젠이 만월을 본 건 딱 두번이었다.


한 번은 포 글로리아에서.

그리고 다른 한 번은···.


불현듯 등골을 스친 불안감에 젠은 고개를 퍼뜩 들었다.

그의 머리 위로 밝은 빛을 쏟아내는 달은-.


-만월이었다.


심장이 갑자기 두근 두근 뛰기 시작한다.


젠은 만년필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살아난 기적, 그리고 포 글로리아에 벗어날 희망이 생겼으니 어린 몸이 흥분한 걸거라고.


그러나 어느새 그의 발은 새로운 표적을 찾는 대신, 왔던 곳을 되돌아가고 있었다.


그래, 내일해도 늦지 않아.

오늘은 집에 그만 돌아가자. 엄마가 그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그러고보니 엄마와 제대로 인사도 하지 않았잖아?


젠은 답지 않게 어수선한 생각들을 떠올렸다.

불길한 기분을 떨쳐내기 위해서.


그런데 그는 왜 이렇게 불길한가?

죽기까지 했는데 뭐가 무섭다고.


과거의 기억을 가지고 다시 살아난 그에게 무서운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포 글로리아의 권역에서 가장 먼 곳으로 떠나 어머니와 행복하게 살 것이다.

그러니까 그날과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다.


그의 눈앞에서 번쩍 지나간 검날과 흩뿌려진 피.

깜깜한 암흑 속에 서있던 집행관.

그리고 그들의 뒤에 보였던-


보름달.


“아니야.”


젠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의 발은 미친듯이 바닥을 치고 있었다.


“안돼, 그럴 리가 없어.”


불길할 정도로 유난히 밝은 달이 그날을 연상케했다.


“···이러라고 기회를 준거잖아.”


어머니와 함께 있던 시절로 보내준 건, 그에게 새로운 시작을 하라는 의미가 아닌가.


방금 어머니를 만났는데.

아직 인사도 제대로 못했는데, 이럴 순 없었다.


턱.

젠은 마침내 집에 도착했다.

집에 다다른 걸음이 어느순간 멈췄다.


“···.”


더이상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집앞에 쓰러져있는 인영.

그 인영으로부터 흘러나온 액체.

어둠에 가려진 검은 액체에선 지독하게도 익숙한 향이 났다.


그리고 두 명의 집행관.


“네가 젠인가?”


집행관이 그날처럼 물었다.


그러자 잊고 있던 기억이 의식 너머로 떠올랐다.


그날, 문을 열어줬던 건 젠이었다.

젠은 집행관의 분위기에 겁을 먹고 그들의 질문에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어머니를 단칼에 베어버리고 젠을 포 글로리아의 지하실에 던져버렸다.


그때와 달리 어머니는 바깥에서 차갑게 식어있었다.

그때와 같은 모습으로.


그때처럼 젠의 머릿속이 하얗게 질렸다.

어둠에 가려진 인영이 어머니가 맞는 지 확인할 시도도 하지 못했다.


“왜···.”

“대답해라. 네가 이 계집의 소생이 맞느냐?”

“왜 죽였어?”

“네가 이 계집의 자식이 맞느냐 물었다.”


손이 덜덜덜 떨렸다.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려는 젠의 발앞에 무언가가 닿았다.

젠은 그것을 주워들었다.

흙덩어리인줄 알았는데,그것에서 고소한 냄새가 났다.

어머니가 그에게 먹어보라며 준 감자였다.


“-먼저 먹으라니까.”


배부르다고 안 먹겠다고 했는데, 어머니는 끝내 젠에게 주기 위해 기다린 모양이다. 심지어 춥고 깜깜한 바깥에서.


“아닌가? 먹을 시간도 안 준 건가?”


먹으려고 했는데, 마침 온 집행관에게 죽은 건가?

그렇다면 참 너무하다. 어차피 죽일 거 먹을 시간은 좀 주지.

얼마나 걸린다고.


“꼭 죽였어야 했어?”

“마지막으로 묻겠다. 죽고싶지 않다면 대답해라. 네가 이 계집의 소생인 젠이 맞느냐.”

“난, 후계자 싸움같은 거 관심없는데.”


젠의 대답에 집행관이 움찔했다.

아무것도 몰라야할 빈민가의 아이가 ‘포 글로리아’의 사정을 알고 있었다.

그들이 그를 찾아온 이유도.

서로를 바라본 집행관은, 곧 제 할 일만 하면 된다는 결론을 냈다.


“너는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다. 후계자가 되거나 되지 못하는 것 외에.”

“내가 후계자가 된다면 어쩌려고? 내가 너희를 가만 둘 거 같아?”


빈민가의 아이가 후계자 싸움에서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

집행관에겐 협박으로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집행관은 ‘너는 그냥 곧 죽을 것이다’라는 현실보다 명예를 알려주었다.


“오로지 우리는 영원한 영광만을 생각한다.”


0.01%확률로 네가 이기더라도 후회하지 않겠다는 소리였다.


“···끝까지 지긋지긋한 것들.”


마치 복수하는 것 같지 않은가.

자기들의 인장을 태워버렸다고, 이번 생까지 쫓아와 그의 희망을 짓밟아버렸다.


꿈이 달콤한 이유는 곧 깨어날 현실이 암담하기 때문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젠은 먼지를 툭툭 털고 감자를 한 입에 우겨넣었다.


“···달아.”


찰나였지만 너무 달았다.

그가 감당하지 못할만큼 달아서 다신 먹지 못할 것 같았다.


“이제 가도록 하지.”

“하나만, 하나만 해줘. 나한테 조금이라도 미안하다면, 아니 안 미안해도 해줘. 그럼 얌전히 따라갈게.”


젠은 감자를 꿀꺽 삼키고 집행관에게 부탁했다.


“엄마를 불태워줘.”


어머니는 추위에 약했다.

이대로 춥고 쓸쓸한 곳에 두고 가고 싶지 않았다.

심지어 이번엔 집안에서 죽은 게 아니라, 바깥에서 죽지 않았나.


“아무것도 남기지 말고 다 태워줘. 너희들에게 그런 것쯤은 쉽잖아.”


젠은 제 가슴팍에 넣어둔 만년필의 무게를 느꼈다.

그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만년필을 꺼내 그대로 찌를 생각이었다.


다행히도 집행관들은 그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마력을 일으켰다.

한명이 <불>속성 친화력을 가진 듯 불길을 일으켰고, 잔불이 탐욕스럽게 몸집을 키워 모든 것을 잡아먹었다.

지난 삶에 그를 잡아먹었던 것처럼.


“엄마, 다음에 봐.”


젠은 어머니에게 인사했다.

울지 않은 15살 아이를 기이하게 바라본 집행관들은 곧 젠을 재촉했다.


“이제 가도록 하지.”


어머니가 다 태워질때까지 기다릴 마음은 없는 듯 했다.

그러나 이번에 젠은 집행관의 손길을 얌전히 받아들였다.


말에 태워진 이후, 젠의 뒤에 집행관이 올라탄다

젠은 몸에 힘을 풀고, 어머니를 죽인 집행관의 가슴에 기대었다.

말이 또각또각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만족했나?”


집행관이 묻자, 젠은 대답했다.


“충분히.”


살인자가 유족에게 할 질문도, 그리고 원수에게 할 답도 아니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이상한 상황 속에서 이러한 대화는 평범한 걸지도 모른다.


그리고 젠은 진심이었다.

그는 만족하고 있었다.


그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날.

모든 곳을 밝게 비춘 만월은 빈민가의 어둠까지 밝히진 못했고, 그리하여 젠은 그의 어머니를 죽인 집행관의 얼굴을 끝내 알지 못했다.


이번엔 달랐다.

어머니를 잡아먹은 탐욕스러운 불이 어둠을 살라먹고 진실을 알려주었다.


‘이번엔 봤거든.’


젠은 어머니의 마지막을 보는 대신, 그 너머 집행관의 얼굴을 보고 또 보았다.

턱에 있는 흉터, 진한 눈썹, 얼핏 평범해보이는 얼굴을 잊지 않기 위해.


‘내가 말했잖아. 가만 두지 않을 거라고.’


달빛은 세상을 찬란하게 밝혔지만, 가장 낮은 곳의 어둠까지 닿기엔 연약하다.

그리하여 집행관은 제 가슴팍에 기댄 아이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 지 보지 못했다.


젠은 그의 마지막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도 포 글로리아를 저주하며 죽었던가.


이번에는 다른 꿈을 꾸었으나, 결국 그는 또다시 포 글로리아를 저주하고 있었다.


젠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그가 왜 다시 살아났는지.


그는 포 글로리아를 저주할 운명이었던 거다.


‘가만두지 않을 거야.’


젠은 운명을 거부하지 않았다.

포 글로리아가 너무나 미워 견딜 수 없었으니까.

그를 죽이고, 그의 어머니를 또 한 번 죽이며 그의 단꿈을 부숴버린 그들을.


너희만 누리던 그 영원한 영광을, 내 손으로 직접 해방해주겠노라.


젠은 가슴속에 칼을 깊이 박았다.

또각또각 울리는 말굽소리가 영원한 영광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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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 (3) 24.09.10 68 1 10쪽
10 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 (2) 24.09.09 69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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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2장. 씨앗 고르기(3) 24.09.04 110 1 10쪽
4 2장. 씨앗 고르기(2) 24.09.04 115 1 11쪽
3 2장. 씨앗 고르기(1) 24.09.04 120 1 12쪽
» 1장 24.09.04 147 1 17쪽
1 프롤로그 24.09.04 170 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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