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가문의 사생아는 역대급 천재 후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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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검은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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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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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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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 (4)

DUMMY

“다린 님, 그 후계자가 지금 도착했다고 합니다.”

“누구?”

“감독관을 죽였다는 사생아 말입니다.”

“아, 걔? 안 오는 줄 알았더니, 어떻게 왔냬?”


이영의 말에 다린이 아, 탄성을 뱉으며 웃었다.


“사, 살려 주세요···.”


그녀의 발밑에는 무릎을 꿇은 방계 후계자가 있었다.

기분 나쁘게도 그녀와 이름이 비슷한 방계였다.

이름이 뭐라고 했더라. 다이소? 뭐, 그런 비슷한 이름이었는데.


뭐가 됐든 상관없는 그녀는 개미를 재미로 죽이는 아이처럼 해맑게 웃었다.


“내가 널 죽일 것 같아?”

“그···.”

“난 널 모르는데 넌 여전히 아는 척을 하는구나.”


그녀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녀의 마력을 따라 호수의 물이 방계의 팔다리를 잡아끈다. 방계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방계는 반항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물과 가까이 있는 <물> 술사와 싸워 이기는 건 불가능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저항했다가 후환이 생길까 무서웠다.


다린이 물방울을 통통 튀긴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어떻게 하긴, 내가 제일 궁금했던 얜데. 스승님을 한참 졸라서 어렵게 알아냈단 말이야. 어느 쪽이 감독관을 죽였는지.”


정확히는 그녀가 스승이라고 칭한 집행관이 아닌, 병사가 알려주었지만 그게 그거긴 하다. 다린은 여자아이 쪽이 감독관을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관심을 가졌다.


본성에 굴러다니는 하수인을 죽였다는 것에 새삼스러운 건 아니지만.


“마침 심심했는데 잘됐다!”


술사라는 감독관을 마력을 막 자각한 아이가 죽였다는 건 흥미로웠다.

괜히 본성이 떠들썩했던 게 아니다.

다린은 그 아이가 궁금했다.


정확히 그 아이가 얼마나 훌륭한 재능을 가졌는지 보고 싶었다.


“나한테 데려와.”


큰 기대는 안 한다만, 그 재능이 감히 정통 후계자를 능가할 정도라면 다린은 조처를 할 것이다.


“이곳, 호수로.”


물이 근처에 있는 한 <물> 술사보다 강한 이는 없다.

심지어 헬레나나 알포스도 호수에 있는 다린과 싸울 생각은 못 할 거다.

다린은 제 마력을 자신하며 순수한 아이처럼 웃었다.



* * *


“진짜 더럽게 만들어놨네.”


젠은 인상을 찌푸린 채 함정에서 빠져나왔다.

침입자를 막기 위해 만들어놓았는지 몰라도, 포 글로리아의 미로 정원은 아이들이 아무 생각 없이 뛰어놀 만한 곳은 아니었다. 강력한 마석으로 작동하는 미로 정원은 보이는 것과 달리 위험한 함정들이 숨겨져 있었다.


다행히도 정말 위험한 기능은 멈춰놓은 모양이지만, 그런데도 위험한 건 마찬가지였다.


예를 들자면 갑자기 바닥이 움푹 패거나, 창을 찌른다거나, 머리 위로 바늘이 박힌 판이 떨어지는 함정들이 그대로 작용하고 있었다.


물론, 젠은 함정은 잘 피해 다니며 미로를 통과하고 있었다.

대략 그는 이 미로 정원에 대해 알고 있었고, 그리하여 어떤 함정이 작동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후-.”


몸을 굴려 독화살 세례를 피한 젠은 유유히 미로 안쪽으로 들어갔다.


젠이 이곳을 알고 있는 건, 다린의 다과회 때문만은 아니다.

사실 그때는 숨어있었으니, 미로 정원을 경험하지 못했고, 제대로 경험한 건 이곳에서 후계자 시험이 열린 이후.


그때, 미로 정원은 지금과 달랐다.

모든 함정이 작동하는 미로 정원은 살아 움직이는 악몽 같았다.

규칙적인 시간마다 지형이 바뀌고, 환각 진이 작동하며, 감정 없는 조각상들이 움직이는 미로는 끔찍했다. 게다가 퍼즐과 수수께끼 요소 때문에 정신이 나가버리는 줄 알았다.


미로의 구조를 그대로 암기하는 미친놈이 없었다면 아마 그는 미로를 평생 떠돌았을지도 모른다.


그때와 달리 미로 정원은 멈춰져 있었지만, 젠은 그런 미친놈이 아니기에 미로 정원의 구조에 대해 외우진 못했다. 다만, 제대로 가고 있다는 건 확신할 수 있었다. 함정이 위험해질수록 미로 정원의 중심부와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였기 때문이다.


“끄아아악!”


가까운 곳에 들려오는 비명에 젠은 고개를 들었다.

누가 함정에 당했나 했을 찰나 화끈한 열기와 함께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저건···.”


저건 함정이 아니었다.

마력의 파동에 의해 일어난 불기둥, 술사의 능력이다.


다과회에 참여한 후계자 중 저만큼의 능력을 쓸 수 있는 자.

헬레나 포 글로리아밖에 없었다.

계속해서 들려오는 비명이 어느 순간 멎는다.

불로 지지며 고통을 주는 방식이 딱 그 악마 같은 여자의 것이었다.


젠은 고민했다.

딱히 저 불쌍한 후계자를 살려주려는 건 아니다.

그는 포 글로리아의 씨를 불쌍히 여기지 않았다.


그가 잠시 주저한 것은, 가야 할 길이 비명이 들려온 길이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면 헬레나와 마주하게 될 텐데.

지금 헬레나와 붙어도 괜찮을까?


젠은 제 마력을 살폈다.

먼지보다 커져 이제 막 형체가 생기는 그의 작은 마력 별.


자연의 힘을 저렇게 쓰는 걸 보면 헬레나의 마력은 그보다 더 클 것이다.

술사의 재능은 마력의 양과 제어력에 근거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약한 술사가 강한 술사를 이기는 건 불가능했다.


그러면 그는 포기하고, 이곳에 남아있어야 하는가.


“아니.”


그는 발걸음을 뗐다.

이론적으로 약한 술사가 강한 술사를 이기는 건 불가능하나, 그건 모든 변수가 통제되어 1대 1로 붙을 때의 상황이다.


그리고 젠의 경험상 ‘강한’ 술사와 ‘노련한’ 술사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어린 헬레나는 그가 아는 헬레나보다 약하며, 노련하지도 않다.


‘그렇다면-.’


“충분하지.”


젠은 씨익 웃으며 비명이 들려온 곳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바스락바스락.

언젠가부터 그의 뒤를 쫓아오는 기척을 모른척하며.

파삭.

기척을 숨길 생각이 없는 건지 더럽게 소리를 낸다.

이 정도면 알아달라고 시위를 하는 게 아닌가.


당장 공격할 의사가 없어 보여 젠은 그것을 그대로 두었다.

그가 아는 얘가 맞다면, 갑자기 뒤에서 기습하진 않을 거다.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 자신을 노출할 만큼 멍청한 애가 아니다.


미로의 구조를 이미 정확히 알고 있는 머리 좋은 놈이, 왜 미로를 탈출하지 않고 그의 뒤를 쫓아오는지는 모르겠으나.


젠은 지능 파가 아닌지라 옛날부터 머리 좋은 놈들을 이해하길 포기했다.

이해하려고 할수록 그놈들은 제대로 설명하긴커녕, 어떻게 이런 것도 모르냐는 환멸 어린 시선으로 그를 쳐다봤다. 한 주먹도 안되는 것들이.


젠은 마력의 파동과 가까워졌다.


저 코너에서 꺾으면, 헬레나가 있을 것이었다.

그때였다.


미친 듯이 수풀에서 파스락거리던 것이 튀어나온 건.


“안 가는 게 좋을걸.”


점잖은 척, 똑똑한 척, 어른스러운 척 다하지만 늘 어딘가 허술했던 놈.

곱슬머리에 낙엽이 붙은 줄도 모르는 듯 니콜라스가 수풀에서 튀어나와 그에게 말했다.


“죽고 싶지 않다면.”


빛에 반사되어 빛나는 안경, 그리고 기억보다 작고 앳된 니콜라스 포 글로리아.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똑똑해서 악연인 놈이었다.


“나 보고 하는 말이야?”

“여기 너 말고 누가 있지?”


젠의 말에, 니콜라스가 어떻게 그런 멍청한 질문을 하냐는 듯 재수 없게 답했다.

몸은 달라졌을지언정 성격은 참 변함이 없었다.


“음···.”


근데 궁금한 건, 자기의 안위가 가장 중요한 똑똑한 놈이 왜 갑자기 오지랖을 부리냐는 거다.


“왜 날 도와주지?”

“이게 도와주는 걸로 보여? 네가 나가서 나까지 들키는 게 싫어서 하는 말이야.”

“그래?”


니콜라스가 헬레나를 싫어하고 무서워하긴 한 건 틀림없지만, 그를 쫓아온 주제에 변명을 붙이는 모양새에 젠은 고개를 기울였다.


“하지만 난 가야겠는데.”

“혹시 장래 희망이 재가 되는 거야?”


죽고 싶냐는 말을 하면 될 것을 니콜라스는 꼭 한 번 돌려 말하는 나쁜 버릇이 있었다. 옛날에는 그게 꼭 그를 돌려 까는 것 같아 화가 났는데, 어린 니콜라스라 그런가 생각보다 화가 나지 않았다.


“아니. 1등 하는 건데.”


헬레나도 그의 기억보다 어리듯, 니콜라스도 마찬가지였다.

아직 영글지 못한 니콜라스는 감정을 완전히 숨길 줄 몰랐고, 당황한 게 젠의 눈에 역력히 보였다. 젠은 늘 어렵고 아주 멀리 있는 존재 같아 보였던 후계자들이 처음으로 저와 그리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마침내 그는 미로 정원의 정중앙, 분수대에 앉아있는 헬레나를 발견했다.


“안녕?”


헬레나는 부드러운 흑발에 비녀를 꽂아 올리고 있었는데, 그 사이로 몇 가닥의 머리카락이 목덜미에 흘러내렸다. 모두가 미로에서 생존 물을 찍고 있는데, 분수대에 앉아 신발을 벗은 채 나른하게 다리를 꼬고 있는 헬레나는 혼자 한가로운 오후를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가 붉은 꽃이 그려진 부채를 팔락팔락 부친다.

그에 따라 머리카락이 팔랑팔랑 나비처럼 나부꼈다.


미성년자만 허락하는 후계자 시험에서 그녀는, 벌써 성숙한 여인의 모습을 풍기었다. 그녀의 발아래 끙끙 앓는 시체, 아니, 사람만 없었다면 미인도라고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수문장 노릇을 하고 있었나 보네.’


“흐으윽.”


불에 탄 머리카락과 전신화상, 정상인 곳이 없었기에 처음에 젠은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바닥에 떨어진 패를 본 후에야 그가 이때 죽은 방계자 후계자였음을 상기했다.


“어딜 그렇게 바쁘게 가니?”


무시하고 가려는 젠을, 나른한 목소리가 붙잡았다.

역시 조용히 보내줄 리 없지.


“둘이 좋은 시간 보내라고 빠져주려고 했는데.”


젠은 양손을 들어 보이며 뒤를 보았다.

헬레나의 붉은 시선이 그에게 닿았다.

그녀는 지루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흥미로워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말이 짧네?”

“존댓말 쓰면 그냥 보내줄 거야- 요?”

“아니. 살려줄 생각 없으니 그 우스꽝스러운 말투는 집어치우렴.”


나지막한 목소리에서 젠은 헬레나가 지루해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저 악마 같은 여자의 흥미를 끄는 것보다 훨씬 낫다.


“하나로는 영 성에 안 차나 봐?”


젠은 살려달라고 꿈틀거리는 반 시체를 흘끗 보았다.

헬레나가 부채를 팔랑거리며, 반 시체를 발로 툭 밀었다.


“이런 부실한 것들로는 마차째로 가져와도 이 몸을 만족시킬 수 없단다.”

“이런, 안타깝네.”

“너는 어떨까.”


피와 살육에 미친년.

젠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의 중얼거림을 들은 헬레나가 깔깔깔 웃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의 발 앞에 불길이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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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 (5) 24.09.12 5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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