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가문의 사생아는 역대급 천재 후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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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검은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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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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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 (3)

DUMMY

“안녕, 애들아! 나는 다린이고, 15살이야! 만나서 반가워! 참, 난 존댓말 잘 못하니까 말 편하게 할게!”


본성 후원에 있는 미로 정원. 다린의 별관 앞에서 다과회가 열렸다.

남색 긴 머리를 양갈래로 땋아올려 동그랗게 말고 나타난 다린은, 기억보다 키와 체격이 작았다. 늘 자기는 덜 컸다고 말했는데, 젠의 기억속에서 다린은 최단신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유독 주변에 키가 크고 성숙한 외형의 후계자가 많아서인지 다린은 눈에 잘 띄는 편이었다. 작은 키에 젖살이 덜빠진 동글동글한 귀여운 외형, 그리고 활기차고 사교적인 성격의 그녀는 후계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편이었다. 다린을 보면 젠은 두 속담이 생각나곤 했다.


작은 고추가 맵다. 그리고 빈 수레가 요란하다.

이유는 생략하기로 하겠다.


“다들 내 파티에 와줘서 고마워! 앞으로 의식때 만나게되겠지만, 그때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잖아. 너무 딱딱하고 재미없기도 하고! 그래서 파티를 연거야! 본성에 처음 온 애들아, 재밌게 놀다가.”


통통튀는 목소리에 방계 출신 후계자들의 긴장이 조금 풀렸다.

후계자 시험이 시작되며, 막 본성으로 상경한 그들은 본성의 후계자들에게 미리 겁을 먹고 있었는데 막상 보니 그리 무서운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이곳에 있는 게 다는 아니지만.


본성의 후계자들 중 다과회에 참여한 건, 무뚝뚝한 인상의 후계자와 붉은 머리의 여인과 다린, 그리고 안경을 쓴 소년이 다였다.

아마도 저 둘은 그 유명한 알포스 포 글로리아와 헬레나 포 글로리아겠지. 후계자시험에서 가장 유력한 세 후계자 중의 둘이다.


“와, 저 둘을 데려오다니 다린이라는 애 가문도 대단한가봐.”

“야, 너 몰라? 쟤 외할아버지가 유명한 장로-”

“쟤도 벌써 하급술사에 올랐다고-”

“별로 안 세 보이는데-”


젠은 가장 끝자리에 앉아, 방계 후계자들의 수근거림을 흘려들었다.


‘다린이 다 듣고 있을텐데.’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다린의 눈이 데구르르 굴러 방계 후계자들을 향한다.

역시나 다 듣고 있었다.


다린은 다른 후계자와 달리 성격이 유쾌하고 밝은 편이지만, 저에 대해 뒤에서 떠드는 건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욕하는 걸 싫어한다기보다는, 뒤에서 떠들다가도 면전에선 한마디도 못할 나약하고 찌질한 겁쟁이들을 싫어했다. 포 글로리아의 정통 후계자답게.


젠은 그의 앞에 놓인 고기를 먹으며 눈을 굴렸다.

분명 초대는 받았을 텐데, 엘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설마 지각할리는 없을 테고.


다린의 친목회까지 사흘동안 조용히 교육을 받은 젠은, 엘에 대한 소식을 전혀 들을 수 없었다. 마력을 자각하긴 했을까? 마지막에 보았던 의지가 담긴 눈이 떠올랐다.


‘뭐, 내가 알 바는 아니지.’


젠은 곧 관심을 버리고 스테이크를 쓸어 입에 넣었다.

말만 다과회인 이 환영인사에서 분위기는 예상했던 대로였다.


유력한 본성 후계자들은 저희들끼리 떠들며 방계엔 시선도 주지 않았고, 방계들은 본성 후계자의 눈치를 보면서 또 저희들만의 그룹을 만들었다. 서로가 서로를 의식하면서 급을 나누는 이곳에서 유일하게 만찬을 즐기는 건 젠밖에 없었다.


그게 다린의 눈에 띄었던 모양이다.


“어때, 맛있어?”


폴짝 폴짝- 혼자서 중력에 벗어났는지, 아니면 키가 작아 중력의 영향을 덜 받아서 그런지 가벼운 걸음으로 다가온 다린이 그의 맞은편에 섰다. 테이블에 고개를 괜 채로 바라보는 다린에 옆에 있던 방계 후계자들이 눈치를 보며 다린의 의도를 살폈지만, 다린은 젠만을 바라보았다.


“나쁘진 않네.”


그는 다린이 아무생각없이 행동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다린의 기행에 대해 별로 놀라지 않았다.


“헉!”


그러나 젠의 답이 다른 후계자들을 놀래킨건 분명하다.

시골에서 상경한 방계 후계자 조나단이 그렇게 건방지게 말해도 되냐는 듯 젠을 쳐다보곤 다린의 눈치를 보았다. 그러나 다린은 기분나빠하지 않았다. 해맑게 웃으며


“좋다는 말이구나! 이영, 이리와봐. 얘가 맛있대!”


제 수행인을 불렀다.

이영(20). 다린의 수행인은 과거와 같았다.

통통튀는 다린과 달리 이영은 차분하고 점잖았다. 갑작스러운 부름에도 당황하지 않고 온 그가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다린님의 수행인인 이영입니다. 다린님을 위해 준비한 음식이 입에 맞으시다니, 영광입니다.”


충성스럽고 우직한 모습이, 젠의 수행인들과 달랐다.


“어떤 게 제일 입에 맞아?”

“이거?”


젠이 멧돼지 스테이크를 가리키자 다린이 해맑게 웃었다.

그때였다. 옆에 있던 방계 후계자가 갑자기 대화에 끼어들었다.


“이 자식이 감히 다린님께 반말을 해?!”

“···.”

“죄송합니다, 다린님! 누가 빈민가 더러운 피가 아니랄까봐, 못 배워먹어선-.”


다린에게 잘 보여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는 지 몰라도, 그는 젠을 비난하며 눈을 부라렸다.


갑작스러운 소란에 나름 다과회 흉내를 내던 분위기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저희들끼리 떠들던 본성 후계자들, 그리고 맞은편에서 저희들끼리 친못하던 방계 후계자의 목소리가 사라지자, 잔잔한 평화가 완전히 지워졌다.


젠은 이 차갑고 얼어붙은 분위기야 말로, 후계자 시험의 진면목이라고 여겼으나, 평화를 상정하던 이들은 평화를 방해받은 듯 불쾌해보였다.


“야.”


그리고 가장 불쾌하는 건, 바로 앞에서 생글생글 웃고 있던 다린이다.


“네?”

“너 나 알아?”

“···네? 그야 디아린 포 글로리···”

“난 널 모르는데 날 아주 잘 아나보다?”

“그···.”

“넌 이름이 뭐니?”

“저,전 다이호 포 글로리아라고 합니다. 다,다린님.”


사람들은 다린의 귀여운 외모와 해맑은 성격에 흔히 오해하곤 한다.

다린은 포 글로리아의 정통 후계자중 하나다.

어느정도 차이가 있을 뿐이지, 그녀는 다른 정통 후계자처럼 오만했고, 사람의 가치를 제 기준으로 판단했으며, 뭣 모르고 기어오르는 것들을 싫어했다.


“나랑 이름이 비슷하네?”

“그 영광···.”

“기분 나빠.”

“!”


뒤늦게 그는 제가 다린의 기분을 상하게 했음을 깨달은 모양이다.

방계 후계자의 얼굴이 창백해졌다가 하애졌다.


“다린아.”


그쯤, 부드러운 목소리가 다린을 불렀다.

그만하라는 목소리였다. 사람들의 시선이 다린에게서 그녀를 부른 헬레나에게로 향한다. 헬레나가 살풋 웃으며 손으로 다린에게 이리오라고 불렀다.


“너, 기억했어.”


다린은 한마디를 하고 불만어린 얼굴로 통통 튀어 제 자리로 돌아갔다.

그녀의 뒷모습을 보던 다이호 포 글로리아가 안도의 한숨을 흘린다.


‘벌써 안도하긴 너무 이른 것 같은데.’


젠은 이 당시 죽은 후계자들의 이름을 떠올리려고 했지만, 포기했다.

너무 오래되어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누구든 이번에 죽을 후계자의 이름 하나는 알 것 같다.


만찬의 시간이 다시 주워졌지만, 아까와 같은 평화는 없었다.

한번 부서진 평화는 다시 붙인다 하더라도 언제 깨질지 모르는 유리와 같았으니까.


다들 정신을 차린듯 긴장감이 다과회를 감돌았다.

마침내 만찬의 시간이 끝나자, 다린이 박수를 쳤다. 다린은 상한 기분은 회복했는지 처음과 같이 활기차게 말했다.


“다들 맛있게 먹었지? 그럼 이제 놀자! 내가 다들 친해지라고 재밌는 놀이를 준비했어! 엄마한테 정원 빌리려고 엄청 쫄랐다니까? 놀이는 우리 이영이가 소개해줄거야! 자, 다들 박수!”


얼어붙은 후계자들이 억지로 박수를 친다.

다린의 부름과 후계자들의 어색한 박수를 들으며 이영이 앞에 섰다.


“다린님께서 준비한 놀이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바로 그 시간이다.


“놀이 방법은 간단합니다. 바로 옆에 보이는 정원은 포 글로리아의 자랑인 미로 정원입니다. 여러분은 미로 정원를 탈출하여 그 끝에 있는 보물에 가장 먼저 도달하시면 됩니다. 가장 먼저 보물을 잡으신 분의 승리입니다.”

“그리고 상품도 있어! 어서 말해줘, 이영아.”

“네, 다린님께서는 이번 놀이를 위해 소정의 상금과 상품을 준비하셨습니다. 바로 이것입니다.”


이영이 준비한 상자를 열었다.

그 안에 있는 것을 보고 젠은 깜짝 놀랐다.

사람 죽은 놀이의 상품이 어땠는 지 하나도 기억하지 못했다.

뭐, 옛날엔 원소석이 뭔지도 몰랐는데 기억에 남을 리 없다.


놀이의 상품은 다름 아닌 원소석이었다.

그것도 보기 드문 중급 <물> 원소석.


감독관이 가지고 있던 최하급 원소석과 차원이 다른 것이다.

저런 귀한 것을 겨우 놀이 상품따위에 쓰다니.

호화로웠다.


젠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분노와 동시에 욕심을 냈다.

그는 <무>속성으로서 자연의 힘을 빌리려면 원소석이 필수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이다. 중급 원소석이면 쉽게 소모되지도 않을 테라··· 정말 가지고 싶었다.


나름 흥미가 생긴듯한 본성 후계자와 와- 입을 턱 멀리는 방계 후계자들.

다린은 뿌듯하게 웃으며 말했다.


“진짜진짜 어렵게 구한거니까 다들 열심히 해야해! 아, 참고로 공평한··· 뭐였지, 암튼 공평하기 위해 나는 심판을 하기로 했어!”


젠은 이 놀이가 정말 놀이가 아님을 안다.

놀이의 목적은 서열 정리이자, 미리 씨앗을 밟아놓는 것.

눈에 띄는 행동은 아직 좋지 않으나, 원소석은 꼭 갖고 싶었다.


‘어차피 나는 후계자들의 관심밖이야.’


후계자들은 그가 감독관을 죽였다는 걸 모른다.

감독관을 죽였어도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사람이 죽으면 그걸로 시끄러워질테니 놀이에서 누가 1등을 했는 지는 신경쓰지 않을 지도 몰라.’


생각해보면 그렇다. 정통 후계자들이 중급 원소석따위를 탐낼리 없고, 후계자 시험도 아닌 놀이에서 1등을 하려고 이를 악물지 않을 것이다.


모두의 시선이 다른 후계자들을 향할때, 젠은 어부지리로 중급 원소석을 가지면 된다.


“그럼 게임을 시작하겠습니다.”


‘보물찾기’ 참 좋아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젠은 다른 후계자들이 출발하기를 기다렸다. 다린이 그 이름이 비슷하던 방계 후계자를 쫓아가는 걸 확인한 젠은 마음을 놓고 미로에 발을 들였다.


그래서 젠은 보지 못했다.

뒤늦게 도착하여 그를 찾는 희뿌연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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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8) 24.09.16 39 1 11쪽
15 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7) 24.09.14 51 1 14쪽
14 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6) 24.09.13 49 1 15쪽
13 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 (5) 24.09.12 50 2 12쪽
12 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 (4) 24.09.11 63 1 11쪽
» 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 (3) 24.09.10 69 1 10쪽
10 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 (2) 24.09.09 69 1 13쪽
9 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 (1) 24.09.08 86 1 10쪽
8 2장. 씨앗 고르기(6) 24.09.07 97 1 16쪽
7 2장. 씨앗 고르기(5) 24.09.06 96 1 19쪽
6 2장. 씨앗 고르기(4) 24.09.05 97 1 12쪽
5 2장. 씨앗 고르기(3) 24.09.04 110 1 10쪽
4 2장. 씨앗 고르기(2) 24.09.04 11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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