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가문의 사생아는 역대급 천재 후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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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검은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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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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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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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계승식(2)

DUMMY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 의식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가주와 대부인을 포함하여 포 글로리아의 구성원이 모두 집합한 곳에서 후계자들이 인사를 올린다.


포 글로리아의 가주, 그리고 모든 후계자들의 어머니라 할 수 있는 대부인들께 허리를 숙여 인사한 후, 뒤를 돌아 모든 이들에게 인사하며 저를 인식시키고, 피의 맹세를 하는 게 첫번째 의식이었다.


뭐, 이미 알사람은 다 아는 형식적인 의식이긴 하다만.


“이번대 후계자는 32명이나 되는군요.”

“이번엔 많이 줄었군. 지난 대에는 56명이나 됐는데.”

“가주님의 적통이 하나도 없는 게 크죠.”


젠이 마지막 예를 다하여 첫번째 의식이 끝났을 때, 이미 예식장의 분위기는 형성되어 있었다. 당연하지만 누가 32명의 인사를 집중해서 듣겠는가. 가장 앞열에 나온 아는 얼굴들만 보고, 방계 몇명만 인지했으면 다행일테다.


보통 몇백년동안 치뤄진 후계자 다툼에서 방계가 가주가 된 경우는 존재는 하나 많지는 않으니, 대개 직계 혈통만 신경썼을 거다. 다시 말하면, 방계도 아닌 사생아 출신인 젠에게 관심을 보일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영원한 영광을 위하여.”


-원래는 없어야했다.


젠은 자신에게 닿은 시선을 눈치챘다.


‘저 사람은···.’


족제비처럼 생긴 마른 성인 남자가 부채로 입가를 가린채 그를 흘겨보고 있다. 부채만 봐도 <불>술사라는 건 한 눈에 보였다. 보통 <불>술사들이 부채나 장갑 등 능력의 매개체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힘 조절을 조금만 못해도 화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는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헬레나한테 들었나보네.’


그래,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제 스승한테 숨길 이유가 없을 거다.

그들의 전투를 알고 있지 않는 한 중급 술사인 저 자가 그를 예의주시할 리 없으니 젠은 확신했다.


그리고 또 다른 한 사람.


젠은 뚫릴 것 같은 시선을 모른척하며 고개를 숙였다.


“후계자님들께서는 앞으로의 시험에 있어서 충실히 임해야할 것이며, 스승을 아버지대하듯 예를 다하셔야합니다. 또한 과한 다툼은 지양하며, 개인의 능력을 발전하게 노력해야하고-.”


32명의 모든 후계자가 선 자리, 서기관이 후계자들의 111가지 자세를 읊고 있다. 여기서 대놓고 딴짓하는 건, 아무리 관심 밖에 있는 젠이라고 하나 지양하는 게 좋았다. 서기관의 잔소리가 끝나면 자리에 앉을 수 있으니 조금만 참으면 됐다.


젠이 무표정으로 꿋꿋이 서있는 가운데, 후계자들 몇몇의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나이가 어리거나 어린 후계자들이 그런 경우였다.


32명이나 소개하고 다같이 잔소리를 받으니, 슬슬 긴장이 풀릴 때긴 했다.


어머니한테 제발 얌전히 있으라고 한 소리 들은 다린은 “심심해···.” 옆에 선 니콜라스를 쿡쿡 찔렀으며, 나이 어린 방계 후계자 하나는 제 신발만 멍하게 바라보고 있다. 아마도 신발 안쪽에 있는 발가락이 엄청나게 꼼지락거리고 있을 거다.


이런 자리야 말로 후계자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걸 그들은 몰랐다.


가장 유력한 후계자인 블레이크 포 글로리아는 미동도 하지 않은 자세로 꿋꿋이 서있다. 그의 얼굴엔 후계자다운 결의와 굳건함이 비쳤다.

반면, 헤레이스 포 글로리아, 은은한 미소와 눈깜빡임, 호흡까지 계산하며 모두에게 매력을 살 모습을 만들어냈다. 지난 삶엔 저걸 여유롭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저것은 극한의 나르시시즘이었다.


반면 헬레나 포 글로리아는 자신감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모든 면면에는 <불>술사답게 화끈한 모습이 보였고, 자신이 후계자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넘쳐 흘렀다.


그들을 보면서 젠은, 자신은 어떻게 보일까 생각해보았다.


‘체격도 작아 보이지도 않겠지만.’


아마도 젠을 본 이들은 코웃음을 치며 이렇게 생각할테다.


‘곧 죽어자빠지겠군.’ 내지는 ‘저런 게 후계자? 포 글로리아의 권위가 바닥에 떨어졌어.’


다른 후계자와 비교하면 아직 외적으로나 능력으로나 부족한 면모가 있을 테다. 특히 저 유력한 후계자들과 비교하면 그렇다. 그가 과거보다 유리한 이점에 있다고 하나, 저들과의 격차는 한 번 인생을 살아봤다고 쉽게 좁힐 수 있는 간격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포기할 생각은 없다.


젠은 포 글로리아를 몰락시킬거고, 그러기 위해선 후계자 시험에서 살아남아야했다. 살아남는 것만으론 사실 부족하다. 사실상 모든 경쟁자를 지우고 후계자 시험에서 승리하여 모든 걸 독식해야했다.


“마지막으로 후계자님께서는-.”


서기관의 잔소리가 100절에서 101절로 되었을때 드디어 끝이 났다.


다시 음악이 들려온다.


“얏호!”


예식장이 어수선해지고, 하인들이 들어와 테이블을 날랐다.

가주와 대부인의 양옆으로 날개처럼 뻗어져 앉은 후계자들의 앞에 만찬이 놓여졌다. 어떻게 보면 자유시간, 다르게 보면-.


“고생많으셨습니다. 역시 후계자는···.”


세력이 나누어지는 시간이다.


* * *


다시 말하지만 후계자 시험은 기본적으로 공평한 조건을 전제로 하고 있다. 포 글로리아의 영광을 유지하기 위해선, 가장 강하고 위대한 후계자가 가주가 되어야하기 때문에 모두에게 적절한 기회를 주려고 노력했다.


후계자들에게 주워지는 예산과 수행인이 그 공평한 조건 중의 하나고, 식사도 그 안에 포함된다. 이 위대한 가문은 치사하게 음식가지고 사람을 차별하지 않았다. 모두에게 신선한 야채와 과일, 그리고 훌륭한 만찬이 주워졌다.


그러나 여기서는 제대로된 식사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더 좋은 상황이었다.


“블레이크님, 저는-.”

“다린님, 아주 훌륭히 참으셨어요.”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헬레나님.”


수백년동안 거대한 영토를 다스려온 포 글로리아의 가문에는 포 글로리아에 충성하는 여러 세력들이 존재한다. 그들중에는 피가 이어진 가문이 많았지만, 혹은 아주 오래전에 포 글로리아의 충성을 바치고 영토를 얻은 봉신 가문도 있었다.


오랜 역사를 가질수록, 그리고 강한 술사를 가질수록 그들의 힘은 생각보다 강한 편이었다. 가장 강한 후계자라는 것엔 포 글로리아의 세력을 통합시키는 카리스마도 포함하는 편이므로, 그들을 거느리는 것만으로 충분한 힘이 되었다.


“와··· 역시 우리는 자리를 장식하는 용도네.”


옆에서 방계 후계자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유력한 후계자의 앞에 그들을 지지하는 세력이 몰려갔고, 아직 지지선언은 하지 않았더라도 간을 볼 뿐, 끝자리에 앉은 후계자에게 얼굴을 비추러 오는 인간들은 하나도 없었다.


“넌, 지금 밥이 넘어가?”


이 자리에서 만찬을 즐기는 젠을 보며, 방계 후계자가 물었다.

진심으로 궁금해하기 보다는 상황파악 못하냐는 비난에 가까웠다.


“안 들어갈 건 뭔데.”


젠의 말에 방계 후계자는 뒤늦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긴 한데···.”


홀대가 좀 부족했다고 음식에 손도 뻗지 못하는 걸 봐서 배 부른 놈이 분명하다.


“우린 다 죽게 되겠지?”


캄캄한 앞날에 밥 한숟갈 뜨지 못한 겁쟁이거나.


“인간은 다 죽지.”

“지, 지금 내가 그걸 말하는 게 아니잖아.”

“그럼 내일 죽을거라고 예언이라도 해줄까?”

“이···.”


젠의 무심한 말에 후계자는 열이 오른 모양이지만, 시선이 모인 자리에서 버럭 소리를 지를만큼 대담하지는 못했다.


“넌 살아남을 거라고 자신감이 넘치나 보다?”


후계자가 목소리를 죽이고 그에게 말했다. 대답이 없자 이죽이며 한 마디 더 덧붙인다.


“내가 보기엔 네가 가장 먼저 죽을 것 같은데.”


어린애가 화가 나서 하는 말에 젠이 코웃음치며 대답하려고 할 때였다.


“젠!”

“!”


그들의 앞에 다린이 불쑥 고개를 들이밀었다.

테이블에 가만히 앉아있어야할 후계자가···

고개를 돌리니, 니콜라스가 이마를 쥐고 하- 한숨을 쉬고 있다.

다린의 돌발행동이었다.


“아니면 제라이온!”

“···.”

“어떤 게 좋아?”


이건 회귀자인 젠도 예상하지 못한 전개라 젠은 잠깐 말문을 잃었다.

지금 겨우 그거 묻자고, 저 뒤에 사람들을 거느리고 여기에 왔단 말인가.

그럴 리는 없지만, 다른 속셈이···.


“그거 물으려고 온거야?”

“응, 고민돼서.”


그럴 리가 없지.

새로운 이름과 이전 이름 중에 어느 걸로 불러야할지 고민하다가 바로 뛰쳐나온 게 분명했다. 젠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 대답했다.


“젠. 젠이라고 불러.”

“좋아! 나도 젠 발음이 더 귀여워서 좋아! 다린은 별로 안 귀여운 거 같은데 나도 음, 린이라고 바꿀까?”


답도 하고 싶지 않은 헛소리를 젠은 못 들은척 흘려넘겼다.


“이제 제자리로 가는 게 어때? 네 파트너가 널 찾고 있는데.”

“니콜라스가 날 찾는다고?”


젠의 말에 따라 고개를 돌린 다린이 손을 들었다.

서기관이 한시간동안 읊은 항상 기품있어야한다는 후계자의 자세와 정반대되는 행동을 한 다린은 정말로 하나도 듣지 않은 모양이다.


흔히 말하는 평민들처럼 점잖지 못하게 손을 마구 흔든 다린이 큰 목소리로-


“니콜라스! 내가 찾았어?”


물었다. 니콜라스는 다린과 모르는 사이가 되고 싶은 얼굴이었다.

그러나 시선이 몰린 탓에 무시하지 못한 니콜라스는 새빨개진 귀와 달리 무표정한 얼굴로 “아직 후계자 의식이 안 끝났어. 앉아, 다린.”하고 답했다.


의도치 않게 니콜라스에게 수치심을 주게된 젠은 이따보자는 다린에게 고개만 살짝 까딱였다. 다린이 돌아간 자리.

남은 것은, 젠을 향한 수많은 의구심.


‘쟨 뭐지?’

‘왜 다린님이 쟤를-.’

‘사생아따위가 다린님하고 친하다고?’


다린과 친한 후계자들이야 그녀가 어떤 성격인지 알지만,한 걸음 떨어져서 후계자들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그저 다린이 젠에게 친근하게 군다고 생각할 것이다. 다린이 모든 후계자와 인사한 것도 아니고, 젠 바로 옆에 있는 후계자한텐 시선 한 번 보내지 않았으니 더 그렇게 착각하겠지.


그에게 묻고 싶은 말이 많아보이지만 아무 말 못하는 옆자리 후계자처럼.


바람처럼 지나간 다린에 의해 피곤해지긴했지만 사실 나쁠 건 없다.


다른 방계 후계자들한테 견제 좀 받긴 하겠지만, 그들의 견제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 중요한 건 힘이 있는 직계 후계자인데, 이미 헬레나한텐 찍혔으니 할 말이 없다. 다행히도 헬레나는 자존심때문이라도 어딘가에 떠벌리고 다니지는 않을 테다.


‘다린과 같은 부류로 취급되는 건 별로지만-.’


눈도장이 찍히긴 했지만 젠이 손해본 건 없다.


젠은 가장 먼저 식사를 여유롭게 즐긴만큼 가장 먼저 끝냈다.

사람들의 시선만 간혹 붙고 누구도 그에게 접근하지 않은 식사자리. 젠은 제 무릎을 툭툭 두드렸다.


‘식사 후엔 역대 조상님들께 참배. 다같이 골동품 구경하고, 그 다음이 행진인가.’


기대되었다.

젠의 두번째 후계자 행진식.


그때와 달리 젠은 말을 탈 줄 알고, 능력을 쓸 줄도 알았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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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4장. 계승식(1) 24.09.17 49 1 12쪽
16 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8) 24.09.16 50 1 11쪽
15 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7) 24.09.14 61 1 14쪽
14 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6) 24.09.13 59 1 15쪽
13 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 (5) 24.09.12 59 2 12쪽
12 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 (4) 24.09.11 72 1 11쪽
11 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 (3) 24.09.10 78 1 10쪽
10 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 (2) 24.09.09 81 1 13쪽
9 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 (1) 24.09.08 96 1 10쪽
8 2장. 씨앗 고르기(6) 24.09.07 106 1 16쪽
7 2장. 씨앗 고르기(5) 24.09.06 104 1 19쪽
6 2장. 씨앗 고르기(4) 24.09.05 107 1 12쪽
5 2장. 씨앗 고르기(3) 24.09.04 119 1 10쪽
4 2장. 씨앗 고르기(2) 24.09.04 127 1 11쪽
3 2장. 씨앗 고르기(1) 24.09.04 132 1 12쪽
2 1장 24.09.04 159 1 17쪽
1 프롤로그 24.09.04 190 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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