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가문의 사생아는 역대급 천재 후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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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검은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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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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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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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8)

DUMMY

잔잔해진 호수 위로 세 사람이 떠오르기 전.


미로 정원에서 작동한 장치에 의해 술사들이 긴급 파견되어 있었다.


미로 정원의 화재 방지 장치는 웬만한 마력의 파동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었다. 정원을 망가트릴 만큼 비이상적인 화력을 감지하였을 때만 발동하였기에, 후계자들의 일에 한 발짝 물러나 있던 술사들이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후계자들의 일에 휩쓸리고 싶지 않은 술사들의 발걸음이 미적지근할 수밖에 없다. 대충 다과회가 끝난 분위기라, 술사들은 미로 정원 속에서 후계자들을 수습했다.


대부분은 길을 잃거나 미로 정원의 함정에 빠진 상태였다.

그리고-.


“이쪽은···.”


유력한 후계자 중 하나인 헬레나와 그 발치에 쓰러진 검은 재 덩어리.


“숨은 붙어있단다.”


아니, 후계자.


“데려가렴.”


헬레나의 허락에 술사가 달려와 후계자를 수습했다.

헬레나의 말처럼 숨은 붙어있었다. 정말 ‘숨’만. 치료해도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후계자의 신체 반이 불에 녹아있었다.


“감독은 어디 있니? 감독이 가만히 있을 린 없는데.”


술사 사이에서 시험을 관리하는 감독을 찾던 헬레나가 고개를 기울이자 하나가 말했다.


“호수로 가셨습니다.”

“아, 마력 폭주 때문에?”


납득한 헬레나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저, 감독관님께서 친목회는 끝났다고···.”

“누가 뭐라니? 알았다, 나도 이만 처소로 가마.”


헬레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녀의 손짓에 수행인이 달려와 그녀를 안아 들었다.


“그러고 보니 다린이는 어떻게 되었니?”


헬레나의 시선이 호수로 향한다.

<물>이 가득한 곳엔 당연히 다린이가 있을 텐데.


“저희도 파악하고 있습니다.”


암묵적으로 말하지 않겠다는 뜻에 헬레나가 샐쭉 날카롭게 술사들을 흘겨보았다. 그러나 술사들은 끝내 말하지 않았고, 헬레나는 듣는 걸 포기했다. 말해주지 않아도 대충 알긴 하다.


다린이 폭주할 리는 없으니, 다린이 건든 후계자가 폭주했을 테고, 이 정도 폭주면···.


“필히 죽었겠지.”


그러니 굳이 듣지 않아도 된다.

헬레나의 손짓에 수행인이 돌아선다.

그녀에게 허리 숙여 인사한 술사들이 호수로 모여들었다.


그쯤, 세 사람이 호수 위로 떠 올랐다.


“너 쟤랑 친해 보인다?”

“?”

“난 쟤 마음에 안 들어.”

“그래서?”

“쟤가 날 죽이려고 했어!”

“그건, 네가 먼저 죽이려고 해서고.”

“너 누구 편이야!”


두 사람이 티격태격했고, 한 명은 얼굴이 창백했다.

마력 폭주에 의한 대가가 찾아온 탓이다.


젠은 아픈 애에게 시비를 거는 다린을 어처구니없게 쳐다보다가 뭍에 있는 감독관을 발견했다.


감독관이 무표정한 얼굴로 세 사람을 보았다.

그러나 젠은 그가 당황했을 거란 걸 알았다.

이 정도 마력 폭주라면 셋 다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으니까.


“···상황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감독관은 다린과 아픈 여자아이를 한 번씩 보고 나서 젠에게 말했다.

엘은 둘째치고 다린에게 설명을 듣기를 포기한 걸 보면, 그녀를 잘 아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지금 이 시점에 나올 감독관이면, 후계자 시험 첫 번째 과제를 관리할 테니.


“그보다 <물> 술사는?”


감독관의 시선이 술사 중 <물> 술사에 닿는다.

허겁지겁 나온 술사에 젠이 엘을 넘겨줬다.


“마력 폭주 때문에 마력이 고갈된 상태야. 마력을 불어넣어 줘.”

“마력 폭주라면··· 이분이···.”

“어서.”


젠의 재촉에 술사가 일단 마력을 불어넣었다.

한참을 불어넣은 뒤에 비로소 엘의 얼굴에 생기가 생겼다.


“···마력 폭주자가 어떻게 살아있습니까? 그리고 두 분은···.”

“지금 그게 중요한가?”


젠의 말에 감독관이 입을 달싹였다.

의문이 가득하지만 젠의 말처럼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눈앞에 있는 세 명의 후계자. 그리고 담당자인 감독관.


“주최자인 다린님께 죄송하지만, 다과회는 종료하였습니다.”


감독관이 무표정하게 고했다.

다린은 다과회 따위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가 신경을 써야 할 것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다린의 머릿속에 어머니가 떠오르기 무섭게 감독관이 말했다.


“본성에서 일어난 사고에 의해 장로회가 소집되었습니다. 문제를 일으킨 다린님과 ···폭주하신 후계자님께서 저를 따라오시기를 바랍니다.”


사고를 과하게 쳤다.

미로 정원의 장치는 둘째치고, 마력 폭주로 후원을 날려버릴 뻔했으니 아무리 후계자들의 일이라고 하나 가문에서 참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이 일을 책임지게 생긴 다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꼬, 꼭 가야 해?”

“안 가셔도 되겠습니까?”


감독관의 말에 다린이 이번엔 창백하다 못해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녀는 간절한 얼굴로 책임에서 벗어난 젠을 쳐다보았다. 장로회가 열린 이상 젠도 뭐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뭐 어쩌라는 건지.


“아, 맞다.”


젠이 다린을 부르자, 다린이 밝아진 얼굴로 그를 돌아보았다.


“원소석 잊지 말고 보내.”

“!”


가장 중요한 걸 잊어선 안 되지.


* * *


처소에 돌아온 젠은 수행인 중 하나인 구팔이 마주했다.

구팔은 그가 돌아오길 기다리며 처소의 앞을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본성 후계자의 수행인은 미로 정원에 들어와 직접 후계자를 보필했던 걸 고려하면, 미로 정원에 접근도 하지 못한 구팔의 위치가 어느쯤인지 느낄 수 있었다.


어쨌든, 그를 발견한 구팔이 반색하며 달려왔다.


“후계자님! 괘, 괜찮으세요, 후계자님?”

“언제까지 후계자님, 후계자님 할 거야. 그냥 젠이라고 불러.”

“제, 제가 감히 어떻게···.”

“그럼 뒤에서 하듯 더러운 사생아라고 부르던가.”

“-젠님! 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이렇게까지 말해야 좀 알아듣네.

젠은 허례허식을 줄인 것에 만족하며 구팔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후계자님들끼리 일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모르셨군요. 아마 젠님께서 멀리 있었나 봅니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지금 본성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거든요”

“무슨 일이 있었는데?”


젠은 모른척했다.

머지않아 그 일에 젠도 휘말렸다는 걸 알게 되겠지만, 지금 당장은 모르니 모른척하며 구팔에게 본성의 소식을 들을 생각이었다.


“많은 후계자님이 다치셨습니다. 듣기로는 정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다고 하는데, 특히 두 분께서 후계자 자리를 지키지 못할 정도로 중상을 입으셨다고 합니다. 한 분은 몸이 녹아버렸고, 다른 한 분은 혼수상태라고.”


한 명은 헬레나인데, 다른 사람은 누구일까 생각한 젠은-


“다,다이··· 무슨 방계 후계자님인데, 호수에 빠졌다고 해요.”


뒤이어진 말에 다린이 또 무언가를 했다는 걸 깨달았다. 이름을 들으니 생각이 났다. 자기랑 이름 비슷하다며 마음에 들어 하지 않던 방계 후계자인 것 같다.


“그런 일이 있었으니, 친목회 주최자인 다린님과 다른 한 후계자님께서 책임지기 위해 위에 불려갔다고···.”

“생각보다 소식이 빠르네.”


정원에서 나와 처소로 돌아온 젠은, 가문의 귀가 생각보다 많다고 생각했다.

정원에 접근도 하지 않았던 구팔이 알 정도면···.


“저흰 수행인이니까요.”


수행인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졌다는 거다.

젠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구팔이 반색했다.

후계자님께 도움이 되어 기쁜 기색이었다.


“가문에선 후계자들에게 직접적으로 간섭하지 않지만, 이 정도로 어수선한 일이면 아마 책임지러 가신 두 후계자님은···.”

“그리 큰 벌을 주진 않을 거야.”

“하지만 두 후계자분이 중상을 입으셨는데요.”


젠의 말에 구팔이 의아해했다.

그러나 젠은 확신할 수 있었다.

그냥 처소에서 며칠 동안 나오지 말라는 게 다일 거다.

가문에서 후계자를 어떻게 대하는지 많이 보아왔던 젠은, 이번에도 가문의 처우는 약할 거라 여겼다.


본성 후계자인 다린에게 그보다 더한 벌을 내릴 리 없다.


그리고 보다 궁금한 것은 다린이 아닌 엘이다.

엘은 마력 폭주의 당사자지만 엄연히 따지면 피해자다.

그녀에게 이 사태를 책임지라고 할 리는 없었다. 그러나 굳이 마력 폭주 당사자를 위에 데려간 것은, 다른 뜻이 있는 게 분명했다.


마력을 자각하지 못했을 땐 남이지만, 이제 마력을 자각했겠다. 심지어 귀한 <물> 술사 아닌가. 피는 물보다 진한데다, 이곳의 피는 더 푸르다.


젠의 예상이 맞다면, 엘이 불려간 이유는 나쁜 이유가 아닐지도 모른다···.


“어떻게 되었는지 결과가 들려오면 알려줘.”

“네? 아, 넵. 최대한 빨리 알아보겠습니다.”


젠은 열정적인 구팔에 대강 고개를 끄덕였다.


“다린의 선물도 바로 나한테 가져오도록 하고.”

“네, 다린의 선물도··· 네?”

“아, 내가 말을 안 했나? 다린이 주최한 놀이에서 내가 1등을 했거든. 곧 상금이랑 상품을 같이 보낼 거야.”

“놀이에서 1등을···. 네? 그리고 다린 님의 이름을···”

“교육은 내일부터 하기로 하자.”


놀이에서 1등 하여 선물을 받는 것에 놀라야 할지, 아니면 본성 후계자 중 하나인 다린의 이름을 막 부르는 것에 놀라야 할지 선택하지 못한 구팔의 어깨를 툭툭 친 젠이 그를 스쳐 지나 처소로 들어갔다.


“교육은 내일부터, 네, 근데, 아니···.”

“그나저나 칠오는?”

“아, 칠오님은 후계자 의례 후 후계자 교육 일정을 조정해보겠다며 자리를 비웠습니다.”

“그래?”


교육 일정 조정은 무슨 조정.

후계자에게 그런 권한은 없다는 걸 아는 젠은 속으로 비웃었다.


이 자식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며, 그는 당분간 조용히 교육을 받기로 했다.

이미 아는 거지만, 어떻게 아는지 설명할 자신이 없으니 그냥 똘똘한 후계자가 되어 몸을 웅크리고 마력을 성장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처소 뒤에 있는 공터는 내가 마음대로 써도 되겠지?”

“네, 물론이죠. 이곳은 후계자님, 아니 젠님의 처소입니다.”


젠은 처소로 들어갔다.

그리고 조용히 시간을 보낸 젠에게 며칠 후 구팔이 충격적인 소식이라며 무언가를 전해줬다. 젠이 예상했던 대로 다린은 간단한 벌을 받았고, 부상당한 후계자들은 후계자 자격을 박탈당한 채 집으로 돌려보내졌다.


그리고 엘은···.


처소가 바뀌었다고 한다.

유례없는 일이라며 한참을 떠든 구팔은 묘한 소문 하나도 알려주었다.

그 후계자가 어쩌면 빈민가 사생아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소식이었다.


이미 다 아는 사실이기에 젠은, 그러냐 하며 다린이 보낸 중급 원소석을 챙겨 방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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