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가문의 사생아는 역대급 천재 후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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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검은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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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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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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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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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씨앗 고르기(3)

DUMMY

파지직-.


‘눈’ 한두 개 정도는 우연이라고 생각할 테다.

숲에 사는 동물이 건드렸거나, 오래되어 고장 날 때가 되었을 거라 여기겠지.


젠은 그들의 방심을 노려 숲을 누비기 시작했다.


마력은 자각하지 못했을지언정, 옛날부터 예민했던 기감이 ‘시선’의 방향을 알려주었다.


그동안 그는 아이들을 보았다.

무리를 이루는 아이들이 몇 명 있었고, 그들은 골목대장처럼 돌아다니며 다른 아이들 것을 빼앗았다.

‘보물’로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의 옷과 먹을 것.


“아, 안돼···!”


숲의 밤이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깨달은 탓이다.


빼앗긴 아이들은 잔뜩 얻어맞으면서도 그것을 지키려고 했다. 그들도 알기 때문이다. 지금 다 빼앗기면 곧 죽을 거라는 걸.


누군가 돌을 들어 아이의 머리를 내리친다.

눈을 잘못 얻어맞은 아이가 비명을 지르고, 그에 흥분한 아이가 올라타 돌로 마구 찍었다.


이 광경을 감독들은 땅콩을 까먹으며 구경하고 있을 거다.

어쩌면 높으신 분들도 보고 있을지도 모르지.


젠은 그들의 기척이 사라지고, 눈이 꺼지기를 기다렸다.

깜빡. ‘시선’이 사라지자마자 젠은 나뭇잎 사이에 숨어있는 눈을 떨어트려 밟아 부쉈다.


파자작.


“이제- 여덟 개.”


겨우 여덟 개다. 최대한 보조 감독들을 지하실에서 빼내려면 더 많은 눈을 망가트려야 한다. 젠은 이를 악물고 나무 위에 올라갔다. 형편없는 줄로만 알았던 연약한 몸뚱이는 이 생활에 적응해나가고 있었다. 어떻게 마력도 자각도 해주면 좋으련만 그건 너무 욕심이겠지.


2일 차의 낮.


젠은 내일 감독들의 반응이 어떨지 기대되었다.


* * *


“씨발!”


보조 감독들이 이변을 눈치챈 건, 이른 점심시간이다.

보조식량을 먹으며 눈을 돌리던 감독은 누군가의 손바닥을 보았고 그 순간, ‘눈’이 부서졌다.

보조 감독들이 바보가 아니고서야 누군가 ‘눈’을 부시고 다닌다는 걸 모를 수가 없었다.


“방금 봤어? 어떤 고아 새끼가 눈을···!”

“눈이 있는지 어떻게 알았지?”

“-시선이 느껴졌나 보지. 간혹 있는 일이잖아. 진짜 눈을 발견한 사람은 없었지만.”


마력을 자각한 사람도 아니고, 단련하지도 않은 평범한 사람이 ‘눈’을 쉽게 발견할 수 없다. 그래서 감독들은 당황을 금치 못했다.


“설마 보물을 찾았나?”

“그럴 리가. 그러면 여기로 왔겠지.”

“고아 새끼가 어떻게 그걸 자각하겠어.”


여기 있는 보조 감독도 ‘마력’을 자각하지 못해 그저 그런 사람으로 남은 이들이었다. 그들의 열등감이 눈을 가렸다. 빈민가 아이가 마력을 자각하기는커녕 존재도 모를 거라 여겼다.


“-씨발, 제기랄.”


그때였다.

감독에게 상황을 보러 갔던 보조 감독하나가 욕을 하며 들어왔다. 머리 쪽에서 피가 흐르는 게. 감독에게 얻어맞은 모양새였다. 흉흉한 표정에 다들 말을 못 붙였다.


“내일 우리 다 나가야겠다.”

“눈을 교체하래?”

“씨발, 눈만 교체하라고 했으면 다행이지, 그 예쁘장한 애새끼 데리고 오란다.”

“그게 누구···.”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하나가 주변의 눈치를 보며 입을 다물었다.


“와, 돌았나.”

“눈이 중요한 게 아니네. 그래, 방계출신이라고 노래를 부르고 다니던 새끼가 이 일이 중요할 리 없지.”

“본인 취미생활을 위해 우리보고 희생하란다.”

“개 같네, 방계면 다인가. 마력만 자각했지, 사실 술사도 아니라며. 그럼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새끼 아냐.”


보조 감독들은 불평의 소리를 냈지만, 누구도 감독관에게 직접 따질 생각은 하지 못했다. 마력을 자각했다는 것보다 포 글로리아의 피를 이었다는 것으로 감독관의 뜻은 절대적이었다.


“늑대는 어떡하고?”


그때 보조 감독하나가 그럴듯한 우려를 내놓았다.

감독관한테 맞고 들어온 보조 감독이 답했다.


“내가 남아서 늑대 위치 보고할게. 일단 다들 서식지는 피하고, 알았지?”


싸울 줄은 알지만, 상대는 굶주린 짐승이다.

마력을 자각하지 못한 이들은, 늑대의 밥이 되거나 물려 손발 하나를 잃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단단히 준비할 생각을 하며 이를 갈았다.


감독에게 끽 소리도 내지 못한 이들이 분노할 상대는 하나밖에 없었다. 이 사태를 일으킨 애새끼.


“잡히면 가만 안 두겠어.”



* * *



있으나 마나 한 마력이었지만 없으니 아니꼽다.

<무> 속성 마력이라고 해도 마력만 있었다면 절대로 놓칠 리 없던 토끼를 놓친 젠은 흉흉한 눈으로 토끼가 사라진 곳을 노려보았다.


“···미친.”


허약한 육신은 끔찍했다.

조금만 달려도 금방 숨이 찼고,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배는 시도 때도 없이 왜 그리 고픈지.


젊은(?) 나이에서 나오는 회복력과 정신력으로 어떻게 버티고는 있다.


땅속에서 운 좋게 찾은 애벌레와 과일을 들고, 젠은 숨어있을 두 아이를 찾았다.

빈민가 애들이 제 자취를 지우는 법을 알 리가 없으니, 그들을 찾는 건 식량을 찾는 것보다 어렵지 않았다.


그들의 흔적을 쫓은 젠은 예상외의 장소에 놀랐다.


이런데 짐승 굴이 있다니.

여우 가족이 묵었을 거라 보이는 굴은 성인 남자가 들어가긴 힘들어도 어린아이들은 허용해주었다. 생각보다 안이 깊자, 젠은 좋은 은신처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히익! 누, 누구야!”

“나야.”


그런데 잘 숨으면 뭐 하나, 놀랄 때마다 나 여기 있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데.

인상을 찌푸린 젠은 그들의 앞에 애벌레를 내려놓았다.


“잘 찾았네, 동굴은 누가 찾은 거야?”


얼굴이 환해졌던 꼬맹이가 꿈틀거리는 애벌레를 보고 순식간에 죽은 얼굴이 되었다.

젠은 아랑곳하지 않고 쓴맛이 나는 열매를 입에 넣었다.


“엘이···.”


엘이라는 이름이 누구 이름인지 묻지 않았다. 문맥상 충분히 유추할 수 있었다. 그래서 더 이해가 가지 않긴 하다. 너는 뭐하고? 젠의 눈에 의문이 서리자, 지레 찔린 꼬맹이가 외쳤다.


“나, 나는 다른 사람이 오지 않게 경계를··· 아니, 근데 왜 너만 맛있는 걸 먹어!”

“난 비위가 약해서.”


어렸을 때 애벌레가 든 빵을 먹었던 것 같은데, 그 이후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였던 젠은 음식답지 않은 음식을 먹은 적은 없었다. 그 새끼들이 다른 건 차별해도, 그래도 후계자라고 먹는 건 차별 안하더라.


“나···나는···.”

“먹기 싫으면 먹지마. 여긴 어떻게 찾은 거야.”


소리가 들릴 때마다 기겁하는 꼬맹이가 경계를 섰다는 헛소리는 흘려들은 젠은, 직접 대답하라며 엘을 바라보았다.


“···어쩐지 여기 있을 것 같아서.”

“그게 뭔 헛소리야?”

“그, 그리고 동굴 소리가 들렸어···.”

“동굴 소리가 들렸다고?”


젠도 굴에 와서야 들은 우웅-소리를 그냥 들었다고 한다.

낮이라 다른 짐승 소리가 더 많았을 텐데.

젠은 묘하게 시선을 피하는 엘에 믿을 수 없었지만,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어쨌든 엘은 젠이 존재도 몰랐던 동굴을 찾아냈다.

우는 것만 잘하는 겁많은 꼬맹이가 찾은 것보다 더 그럴듯했다.


‘설마 마력을···.’


곧 젠은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는 없었다.

마력을 자각한 애가 왜 여기 있는단 말인가.


‘설마 이 숲의 지리를 알고 있을 리는 없고.’


생각할수록 엘은 이상한 부분이 있었다.

그래, 외모부터가 이상했다. 외모가 특출난 사생아가 없는 건 아니지만, 엘은 젠이 싫어하는 귀족들의 느낌이 있었다. 부드러운 머릿결과 굳은살이 없는 손. 빈민가 아이가 입고 있기엔 꽤 비싼 옷가지.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는 찾지 못한 젠은 그저 ‘느낌’만 주장할 수밖에 없었다.


젠은 그녀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려다가, 옆에서 눈을 멀뚱히 뜨고 있는 꼬맹이를 보곤 포기했다.

출신지가 뭐가 중요할까.


어차피 이 애들은 죽을 운명이었다.

그리고 만에 하나 원소석이 그들의 손에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마력 자각은 재능과 운의 영역이다. 높은 확률로 자각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젠은 생각했던 것보다 엘이 도움이 된다고 여기며 의문을 흘렸다.


“나, 나도 알래. 둘이 무슨 얘기를 한 거야?”


어쩐지 끼어들을 수 없는 분위기에 꼬맹이, 척이 소외감을 느끼다 뒤늦게 끼어들었다.


“알 것 없어. 이거 안 먹을 거야? 그럼 버린다?”

“자···. 잠깐···.”


꼬맹이가 진지한 얼굴로 애벌레를 내려다보았다.

배는 고픈데, 구역질이 나고, 근데 이거라도 먹어야지 기운을 낼 텐데.

아, 또 움직였어.


“우욱!”


결국 비위 약한 척이 헛구역질하자 젠은 애벌레를 가져다 버렸다.


“맞다. 당분간 눈에 띄지 않게 조심해.”


해가 완전히 저물기 전 미리 잠을 비축하려던 젠이 입을 열었다.

눈을 부시고 다녔으니 감독들의 독이 단단히 올랐을 거다.


“그, 그럴 거야.”

“애들 말고 감독들, 그러니까 어른들도.”

“그 무서운 어른들?”

“그 사람들이 그냥 무서운 어른이 아니라 존나 나쁜 어른이거든. 맛있는 거 준다고 해도 절대 따라가지 마.”


젠의 경고를 들은 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꼬맹이는 아니었다.


“따···. 따라가면 먹을 걸 준대?”


말귀를 못 알아먹자, 젠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나 생각한다. 어린애다. 모르는 건 당연하다.


“어, 그리고 아주 무서운 일을 당하겠지.”

“무···무서운 거?”


그는 보모가 아니다.

‘왜?’ 연쇄 질문마의 질문에 계속 대답할 의무가 없다.

젠은 대답 대신 한쪽 벽에 기대 누웠다.


앞으로 바빠질 테니 체력을 미리 비축해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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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장. 씨앗 고르기(1) 24.09.04 12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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