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가문의 사생아는 역대급 천재 후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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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검은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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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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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 (5)

DUMMY

“저건 미친 짓이야.”


니콜라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도망가기는커녕 헬레나에게 맞서 싸우려는 젠을 보며 중얼거렸다. 막 마력을 자각한 사생아가 가문에서 훈련받은 후계자와 싸우려고 하다니.


그것도 다른 이도 아니고, 헬레나 포 글로리아와.

니콜라스는 헬레나가 저 겁 없는 사생아를 가만두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다.


“멍청했어.”


니콜라스는 어쩔 줄 모르는 어린 후계자들과 달리 맨 끝자리에서 몸을 웅크린 채 주변을 살피는 젠을 보며 그와 비슷한 아이일지도 모른다고 여겼다. 미로 정원에, 아니 본성에 처음 온 것일 텐데도 어리바리한 다른 아이들과 달리 신중히 함정을 파악하고 해체하는 모습을 본 니콜라스는 그가 마음에 들었다.


니콜라스가 젠에게 경고하며 호의를 베푼 건 그런 이유였다.


그러나 니콜라스는 머지않아 제 착각이었음을 깨달았다.

저 사생아는 니콜라스와 같지 않다.

겁도 없고, 오만하며 주제를 파악하지 못하는 혈기 왕성한 멍청이.

니콜라스가 딱 싫어하는 류였다.


-혹시 장래 희망이 재가 되는 거야?

-아니, 1등 하는 건데.


제 주제에 무슨 1등을 하겠다고.

이 놀이 같지도 않은 놀이에서.


주최자마저 다른 목적을 하고 있는데, 저 애는 혼자서 이 놀이를 충실히 응하고 있었다.


젠의 발 앞에서 불길이 피어올랐다.

뜨거운 열기가 숨어있는 니콜라스한테까지 왔다.

아니, 어쩌면 헬레나는 이미 니콜라스가 숨어있는 걸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헬레나 포 글로리아는, 17살이란 어린 나이에 하급 술사로 인정받은 천재이며, 가장 강한 후계자 중 하나였다. 심지어 속성도 가장 강력하다는, <불>.

니콜라스는 본성에 있는 많은 <불> 속성 술사를 보았지만, 헬레나의 <불>은 그들과 다르다고 느꼈다.


발밑에서 피어난 커다란 불이 젠을 잡아 삼키려 이글거린다.

술사들은 헬레나가 마력을 섬세하게 제어하지 못한다. 지적했지만, 니콜라스는 반대로 생각했다. 못하는 게 아니라 섬세하게 제어할 필요가 없는 게 아닐까 하고.


그녀의 불은 어떤 것도 남기지 않고 태워버리는, 화재(火災)니까.


그 순간이었다.

잡아먹을 듯 젠을 뒤덮은 불이 양분된 것은.

불은 젠을 스쳐 주변의 풀들을 불태웠다.

반드시 젠이 타죽을 거라 여긴 니콜라스의 눈이 커졌다.


‘방금 뭘 한 거지?’


“재밌는 재주를 가지고 있구나.”


헬레나가 의도한 건 아닌 모양인지, 그녀가 불만족스럽게 눈썹을 까딱였다.

그녀의 부채질이 멈췄다. 결코 좋은 신호가 아니었다.

제대로 해보겠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다만-”

“···.”

“이것도 막을 수 있나 보자.”


그녀가 젠을 향해 부채를 휘둘렀다.

부채의 끝에 피어오른 불꽃이 젠에게 쏘아졌다.



* * *


젠은 입을 다물고, 그에게 날아오는 불꽃을 피했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불꽃 세례에 헬레나와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다.


‘진짜 불공평하네.’


누군 막 마력을 자각했는데, 누군 저렇게 자유자재로 자연의 힘을 빌리다니.

그의 기억보다는 약했지만, 그런데도 헬레나는 강했다.


‘벌써 별이 두 개쯤 있는 모양이지?’


아까 불기둥 때 느꼈지만, 별 하나로는 불가능한 화력이었다.

<불> 술사들이 다른 술사보다 강하다고는 하나, 그들도 약점이 있었다.

<불> 속성은 마력 효율이 높지 않아, 어마어마한 마력을 소모했고, 그들의 전투는 보통 짧고 굵게 이루어졌다.


“큿-.”


젠은 그의 뺨을 스쳐 지나가는 화력에 인상을 찌푸렸다.

제대로 맞지 않았건만, 열기에 익어버릴 것 같았다.


유효한 공격은 하나도 하지 못하고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젠을 두 시선이 쫓아왔다. 하나는 놀람, 그리고 헬레나는 꽤 불쾌해 보였다.


분명 그녀는 이 전투에서 우세했지만, 아마 제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기분을 느끼고 있을 거다. 원래대로라면 그녀는 이미 젠을 또 하나의 시체로 만들었어야 했다. 그러나 젠은 아슬아슬하게 피하거나, 그 예의 잔재주로 위기를 넘겼고, 헬레나는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아마 성격상 미친 듯이 답답해하고 있지 않을까.


젠이 가망 있다고 여긴 건 이런 이유다.


그의 기억 속에 있는 헬레나와 달리, 여기 있는 헬레나는 젠에 대한 상대법을 전혀 모른다. 술사들이 가득한 포 글로리아에서 그녀는 수많은 술사와 대련했을 테지만, 그중에 <무> 속성은 없을 것이었다.


젠은 죽을 때까지 스스로 자연의 힘을 빌리지 못했고, 자신을 반쪽짜리로 여겼지만, 그럼에도 젠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무> 속성 마력의 덕도 있을지도 모른다.


<무> 속성은 다른 속성들의 장점을 전혀 가지지 못했지만, 반대로 말하면 단점도 없었다.

불은 바람에 강하지만, 물에 약하고, 물은 불에 강하지만 대지와 상성이 맞지 않는다. 서로가 서로의 약점이고 강점인 와중, 젠은 상성도, 역상성도 잡히지 않았다.


‘사실 정신승리이긴 하지만-.’


젠은 눈을 빛냈다.

헬레나가 불꽃을 소모했을 때, 젠은 앞으로 뛰어나갔다.

헬레나가 당황하여 부채를 휘두른다. 그의 앞에 불길이 자라지만, 젠은 <무> 속성 마력으로 불의 마력을 갈랐다.


‘어쨌든 어떤 속성도, 역상성도 없다는 건, 다시 말하면 모든 속성을 이용할 수 있다는 뜻.’


그걸 스스로 못해 반쪽짜리이긴 하나, 남들은 할 수 없다는 걸 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


젠은 헬레나의 머리 위로 뛰어들었다.

그녀가 본능적으로 불꽃으로 반격하려고 한다.

아마 젠이 또다시 ‘잔재주’를 부릴 거라 여기는 모양이지만, 젠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젠은 이번에 불의 마력을 가르기보다 오히려 마력을 흘러 넣어 불꽃을 키웠다. 두 사람분의 마력이 들어가자 헬레나가 제어할 수 없을 만큼 폭주한 불꽃이 넘실거리며 부피를 키우더니 이내 미로 정원을 잡아먹을 만큼 커졌다.


“!”


불꽃이 넘실거리는 적색의 동공,

마주 보는 거리에서 젠은 마력을 계속 흘려보냈다. 마력을 정도 이상 먹은 거대한 불꽃이 두 사람 사이에서 터지려는 직전,


위이이잉-!


미로 정원에 존재하는 화재경보가 울림과 동시에 마력으로 작동하는 장치가 켜지며 <물> 속성의 마력이 젠과 헬레나, 그리고 숨어있는 니콜라스를 뒤덮었다.


상성이 잡힌 <불>은 <물>에 잡아먹혀 꺼져버린다.


헬레나가 무력해진 시점에 젠은 그대로 헬레나를 돌려찼다.

당연히 막히긴 했지만.


그가 노린 건 헬레나가 아니니 괜찮다.

파작- 부채.


헬레나가 마력을 제어하는 도구인 부채가 부러졌다.

기사로 따지면 검이 부러진 격이다.


“···네 놈.”


젠은 뒤로 물러났다.


헬레나는 부러진 부채를 억지로 휘두르며 불을 다시 키우려고 했지만, 아까처럼 불꽃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당연했다. <불>의 마력이 <물>에 의해 상성이 잡혔으니. 지금 <물> 속성 마력을 맞고 있는 것만으로 지칠 거다. 게다가-.


부채가 완전히 뚝 부러지자, 헬레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따위··· 술수를···.”


그녀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굉장히 분노한 것 같았다.


아무래도 이 모든 것이 그의 의도였음을 인지한 모양이다.

하긴, 그녀의 불꽃에 마력을 고의로 집어넣어 폭주를 일으켰으니 모를 수가 없겠다만.


이 정원을 보호하기 위한 마력이 작동한다는 것도, 마력 폭주에 따를 정도의 이상이 발생하면 보호 장치가 작동한다는 것도 젠은 이미 알고 있었다.


몰랐다면, 그보다 강한 <불> 속성 술사에게 덤볐겠는가.


젠은 물에 젖은 머리를 쓸어올렸다. 그는 상성의 영향을 받지 않지만, 아마 헬레나는 꽤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어쩌면 내상을 입었을지도 모른다.


<물> 속성 마력이 작동하며 그녀의 불이 강제로 꺼졌고, 그것은 곧 시전자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헬레나는 힘들거나 아픈 티를 내지 않았다.


“···내가 졌어.”


젠은 굳이 그녀의 성질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바로 양손을 들어 항복했다.


“더 싸울 힘도 없어. 누가 정통 후계자 아니랄까 봐, 진짜 쎄다. 이번에는 운이 좋아 살아남았지만, 다음에는···자신이 없다.”


이 정도 했으면 헬레나도 옳다구나 하고 넘어가 줄 거다.

본성에서 귀하게 길러진 귀족이 물에 쫄딱 젖은 채로 덜덜 떨고 싶지는 않을 테다. 젠은 전투를 더 바라지 않았고, 헬레나는 자존심을 지킬 테니 일거양득 아닌가.


그러나 젠이 한가지 놓친 게 있었다.


서로 이리를 챙기는 건, 우선 이성적인 사고가 가능할 때다.

젠은 17살의 헬레나가 27살의 헬레나와 무력만 다른 게 아니라는 걸 착각했다.


헬레나가 분수대에 비친 자신을 살폈다.

물에 젖어 축 내려앉은 머리카락과 딱 달라붙어 몸에 윤곽을 드러내는 의복.

물에 젖어 망가진 부채까지. 어디 하나 성한 게 없었다.


가만히 제 초라한 모습을 보던 헬레나의 입술이 비틀렸다.


‘감히 뭐라고? 졌다고?’


그녀는 젠의 항복을 순순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가 겨우 상체를 일으킨 반해, 젠은 서 있지 않은가.

엄연히 따지면 이 승부는 젠이 이긴 것이었다.


헬레나는 제가 사생아 따위에게 진 것도 분이 차는데, 저 사생아가 하는 말 꼬락서니가 더 화가 났다.


자기보다 작은 주제에, 어른스러운 척 관대한 척하며 그녀를 놀리고 있었다.

뭐? 정통 후계자라 세다고? 이번엔 운이 좋아? 다음엔 자신이 없어?


정통 후계자라 센 줄 알았더니 그 정돈 아니네- 라고 지금 돌려 말하고 있지 않은가.


‘운이 좋았을 뿐인 것을!’


헬레나는 그녀의 불을 흐트러트리고, 증폭시킨 힘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장치의 작동 자체는 우연이라고 여겼다.


그래, 생각해보면 사생아가 그녀도 모르는 정원의 장치에 대해 어떻게 알았겠는가. 그리고 마력을 또 얼마나 잘 알면 잘 알겠냐고. 평생 술사 사이에서 교육받은 그녀보다.


모든 건 우연이었다.


하지만 인정하는 것도 있었다.

마력을 자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주제에 마력을 능숙하게 쓰는 꼴, 그리고 그를 따라다니는 행운. 어느 쪽이든 헬레나에게 반가운 소식은 아니었다.


젠이 몸을 돌린다.

그녀는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빈민가 사생아 따위가 이미 전투가 끝났다 상정하고 있었다. 그녀의 눈이 핏빛으로 번뜩인다.


한 사람이 모든 걸 독식하는 후계자가 되기 위해 키워진 그녀의 본능이 켜졌다.


-저것을 지금 살려두어선 안 돼.


미리 싹을 밟아두지 않으면, 후에 귀찮아질지도 모른다.


헬레나는 머리에 꽂은 비녀를 뽑았다.

미로 정원에서 나가 1등을 차지할 생각인 젠은 그것을 보지 못했고, 반면 그들을 주시하던 니콜라스의 눈이 커졌다.


죽어.


사방에서 <물> 속성 마력이 그녀의 마력을 억눌렀지만, 상관없었다.

불꽃으로 태워죽이려는 게 아니다. 마력을 쓰지 않아도 저 방심한 놈의 뒤통수 정도는 뚫을 수 있다.


저것의 머리, 혹은 목.

그것을 꿰뚫어버릴 생각으로 헬레나는 비녀를 던졌고, 날카로운 촉이 젠의 뒤통수를 향해 날아간다.


뒤늦게 젠은 살기를 느끼고 뒤를 돌아보지만 이미 늦었다.


비녀가 그의 이마를 향해 정확히 날아오고 있었다.


마력을 모두 소모한 젠은 피하지 못한 채 헬레나를 쳐다보았다.

헬레나가 그가 죽으리라 여기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때였다.

젠의 뒤, 그러니까 미로 정원 너머에 있는 호수에서 거대한 마력 소용돌이가 일어난 것은. 그것과 함께 불어온 미약한 바람이 비녀의 방향을 밀어냈다.


쉬 이익-


비녀가 젠의 뺨을 스쳐 지나간다.

찢어진 뺨에서 피 한 방울이 흙으로 툭- 떨어졌다.


동시에 호수에서 일어난 거대한 마력이 해일처럼 밀려와 그들을 덮쳤다.


마력에 밀려 모두가 넘어진 사이, 젠의 고개가 미로 정원 너머로 향했다.


진짜 마력 폭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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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4장. 계승식(1) 24.09.17 35 1 12쪽
16 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8) 24.09.16 39 1 11쪽
15 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7) 24.09.14 50 1 14쪽
14 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6) 24.09.13 48 1 15쪽
» 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 (5) 24.09.12 50 2 12쪽
12 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 (4) 24.09.11 63 1 11쪽
11 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 (3) 24.09.10 68 1 10쪽
10 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 (2) 24.09.09 69 1 13쪽
9 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 (1) 24.09.08 86 1 10쪽
8 2장. 씨앗 고르기(6) 24.09.07 97 1 16쪽
7 2장. 씨앗 고르기(5) 24.09.06 96 1 19쪽
6 2장. 씨앗 고르기(4) 24.09.05 97 1 12쪽
5 2장. 씨앗 고르기(3) 24.09.04 110 1 10쪽
4 2장. 씨앗 고르기(2) 24.09.04 115 1 11쪽
3 2장. 씨앗 고르기(1) 24.09.04 120 1 12쪽
2 1장 24.09.04 147 1 17쪽
1 프롤로그 24.09.04 170 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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