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가문의 사생아는 역대급 천재 후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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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검은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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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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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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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씨앗 고르기(1)

DUMMY



“집에 가고 싶어요, 보내주세요.”

“흐윽흐윽··· 엄마아···”


으아앙- 지잉 울리는 울음소리에 젠은 의식을 차렸다.


분명 집행관과 함께 말을 타고 가고 있었는데 정신을 차리니 그는 좁은 공간에 갇혀있었다.

그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지하실과 똑 닮은 공간이었다.

그때도 그렇듯 이곳엔 젠 혼자만 있지 않았다.

그와 또래인 아이들이 울거나 혹은 눈치를 보며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젠은 그들을 보며 과거의 자신을 떠올렸다.


과거에 젠도 이들과 다르지 않았다.

이곳이 어디인지, 왜 잡혀 왔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 어머니를 찾았다.

그때는 어머니가 죽었다는 것도 받아들이지 못한 때다.


어린 젠은 구석에 무릎에 고개를 박고 웅크린 채 숨을 죽이고 있었다면, 이번에 젠은 침착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각형으로 이루어진 지하공간엔 스무 명 정도의 아이들이 있었다.


모두 포 글로리아의 사생아들이다.

일명 더러운 피.

포 글로리아는 자기들의 푸른 피에 집착하여 족보 끝자락에 있는 방계의 씨앗 찾아내 20년마다 대청소를 했다. 그럴 거면 대륙 곳곳에 씨를 뿌리지를 말던가. 책임없는 쾌락을 누리는 것들을 향해 젠은 실소를 내뱉었다.


사실 젠을 포함한 이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포 글로리아의 결벽에 의해 제거되었어야 할 운명이다.

그러나 이번 대에 후계자 시험이 열리면서 그들에게 기회가 열렸다.

아주 관대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조용. 조용히 해!”


마침내 감독관을 필두로 보조 감독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중년으로 보이는 갈색 머리의 감독관과 보조 감독들은 당연하게도 포 글로리아에 충성하는 하수인이었다.


“지금부터 조금이라도 소리를 낸다면 죽는다. 죽고 싶다면 울든 소리 지르든 마음대로 하도록.”


다수의 성인 남자들이 몽둥이를 들고 나타나자, 아이들이 입을 다물었다.

대부분이 빈민가 출신인 아이들인 만큼 눈치가 빨랐다.

물론 나이가 어린 대여섯 살 아이들은 여전히 어머니를 찾았는데, 옆에 있는 아이들이 그들의 입을 틀어막았다. 이곳에서 마지막으로 보여줄 이타적인 모습이다.


젠은 이 아이들이 곧, 자기보다 약한 아이들을 짓밟을 거라는 걸 알았다.

머지않아 이곳의 룰이 약육강식, 살아남기 위해선 남을 밟아야 한다는 걸 배울 테니.


훌쩍임 정도는 관대하게 넘어가 준 감독관이 입을 열었다.


“너희는 운이 아주 좋았다. 원래라면 더러운 곳에서 죽었어야 할 너희는 포 글로리아의 은혜 아래 영원한 영광을 좇을 기회를 얻게 되었다.”


포 글로리아? 영광? 무슨 소리야?

당연하게도 못 배워먹은 아이들이 알아먹을 리 없다.

수군거림이 한쪽에서 시작되자, 심기가 불편해진 감독관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방금 누가 소리를 내었지?”


누구도 답하지 못했으나, 보조 감독들이 몽둥이를 내리쳐 아이를 징벌했다.

파악! 커다란 몽둥이가 작은 정수리를 강타한다.

꺄아악! 아아악!

어린 몸뚱이가 충격을 견디지 못해 옆으로 쓰러졌고, 끔찍한 비명이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몽둥이에 맞은 아이가 움직이지 못한 것을 본 이래로, 아이들은 조금이라도 보조 감독들에게서 벗어나려고 했다.


살려주세요! 라고 갑자기 벌떡 일어나 달린 아이를 향해 또 다른 징벌이 내려진다.


“닥치라고 했잖아!”


퍽퍽! 아이는 보조 감독들에게 얻어맞고 발에 치여 구석에 박혔다.

피와 신음, 살점이 튀자 아이들은 깨닫게 되었다.


눈앞의 어른들이 장난치는 게 아니라는 걸.

그들의 말을 따르지 않는다면 정말 죽을 수도 있었다.


지하실이 공포로 얼어붙자 감독관이 만족스러워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말이다. 아직 너희는 영광을 좇기엔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지금부터 너희들이 ‘자격’을 가졌는지 시험을 칠 것이다. 시험에 합격한 이만 영광을 좇을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정말 악질 새끼들이다.

젠은 새삼스럽게 생각했다.


어차피 제대로 된 시험도 아닌데 조금 더 친절하고 자세히 설명해주면 좋으련만.

이 새끼들은 그럴 생각이 없다.

말만 ‘후계자 시험의 후보’인 거지, 실상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거다.


진짜 후계자들에게 이들은 지금처럼 굴지 못한다.

뻗대는 걸 넘어 죽여도 아무 말 하지 못하는 걸 보았다.

그걸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젠은 감독관들이 그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 건지 모를 수가 없었다.


명분은 후계자 후보로 쓸만한 씨앗을 골라내는 시험이라지만, 실제론 청소해야 할 사생아들에게 ‘관대한 처사’랍시고 주어진 감독들의 오락거리였다.


“시험은 간단하다. 곧 문을 열어줄 거다. 너희는 밖으로 나가 보물을 찾아 감독들에게 가져오면 된다. 그러면 즉시 통과다.”


보물찾기.

얼핏 들으면 쉬어 보이는 내용에 몇몇 아이들의 얼굴이 개었다.

그러나 이 시험을 한 번 경험해본 젠은 좋아할 수 없었다.

그가 이 시험을 ‘오락거리’라고 둔 이유.


“보···보물이 어떻게 생겼습니까?”


누군가가 눈치를 보며 손을 들어 질문했다.

10대 후반의 소년으로 몸놀림에 자신이 있어 보였다.


“으음 좋은 질문이군.”


감독의 대답에 소년의 얼굴이 개었다.

그러나 그건 착각이었다.


“···그런데 누가 질문해도 좋다고 했지?”

“!”


옆에 있던 보조 감독이 소년의 정수리를 잡아 올렸다.

그리고 그대로 벽에- 퍼억!


“-!”


무자비한 행태에 소리 없는 비명이 울려 퍼진다.

아이들의 겁먹은 표정을 보며 감독관은 누런 이를 드러냈다.

저 새끼는 저런 식으로 제 권위를 드러내곤 했다.

힘없는 아이들보다 자기가 우위에 있다는 게 썩 만족스러운 모양이다.


“시험을 시작하겠다. 나가서 보물을 가져와라.”


철컥. 자물쇠가 돌아가며 문이 열렸다.

그 너머에 들어온 빛에 아이들 대부분이 눈을 제대로 뜨지 못했다.


“···수···숲?”


하나둘 빛에 적응하는 사이, 일찍 눈을 뜬 아이가 얼떨결에 목소리를 냈다가 제 입을 막았다.

다행히도 이번에 감독들은 가만히 있었다.

시험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아이들 대부분이 너머에 펼쳐진 숲을 가만히 바라본다.

이 숲에서 무슨 보물을 찾아오라는 건지.

딱 보아도 험준해 보이는 산에는 위험한 짐승들이 살 것 같았다.


아이들은 나가야 할지 망설이며 서로의 눈치를 보았다.

그때, 타다닥! 한 아이가 달려 나가기 시작한다.


시험의 내용은 보물찾기.

빨리 찾은 사람이 유리한 구조였다.


“비, 비켜!”

“내가 먼저 갈 거야!”


눈치를 보던 아이들도 후다닥 뛰어나가기 시작한다.


“넌 안 나가냐?”


지하실에 가장 마지막까지 남은 아이는 젠이었다.

젠은 느긋하게 발목을 돌리며 근육을 풀었다.

호기심을 느낀 보조 감독의 질문을 젠은 무시했다.


이 시험은 빨리 나가봤자 유리한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 탓이다.


나무를 타고, 땅을 파봤자 보물은 나오지 않는다.

아무리 노력해도 일반인은 보물을 찾을 수 없다.


이 시험의 실체가 어떻든 명분은 ‘씨앗 고르기’다.

농부들이 원하는 ‘쓸만한 씨앗’은, 술사의 재능, 곧 마력을 뜻한다.


마력을 자각한 자가 곧 보물이다.

그러니 여기 있는 누구도 ‘아직은’ 보물을 찾을 수 없다.


‘마력’을 자각하지 않는 한.


* * *


젠이 마력을 자각한 건, 당연히 이 시험을 치를 때다.

이 시험의 목적이 술사의 재능을 찾는 것인 만큼, 마력을 자각하지 못했다면 그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죽었을 것이다.


사실 운이 좋았다.


시험이 끝나기 직전, 젠은 다른 아이들과 함께 죽을 뻔했다.

감독관이 문제가 아니었다. 이 산에 사는 짐승 때문이었다.

이 산에는 굶주린 늑대가 돌아다니고 있었고, 아이들은 훌륭한 먹이가 되어주었다.

결국 서로를 견제하던 아이들은 살기 위해 힘을 합쳤다.


늑대를 죽이자고.


물론, 그래 봤자였다.

힘없는 아이들이 늑대를 이길 수 있을 리 없다.

함정에 떨어진 늑대는 상처를 입었지만 뛰어올라 애들을 잡아먹었고, 젠은 마지막 먹잇감이 되었다. 늑대의 입에 통째로 들어가는 순간 마력을 자각하지 않았더라면.


친화력에 재능이 없어서 평생 반쪽짜리에 불과한 마력이었지만, 어쨌든 덕분에 젠은 살아남을 수 있었다.


“내놔!”

“시, 싫어, 이건 내 거야. 니 보물은 니가 찾아!”

“좋은 말할 때 내놓으라고!”


이 시험의 목적을 모르는 아이들은 저마다의 보물을 찾으며 난리가 났다.

조금 이쁘게 생긴 돌멩이를 들고 가봤자, 감독관한테 바로 죽을 텐데.

새로운 걸 찾지 못할망정 어떻게든 빼앗으려고 난리다.


‘하긴- 뺏는 게 제일 쉽지.’


술 취한 신사에게서 동화 몇 푼과 만년필을 갈취한 젠은 뭐라고 할 자격이 없다.

젠은 나무 위에 올라 아이들을 바라보며 머리를 굴렸다.


숲 곳곳에는 ‘눈’이 있다.

감독관들은 ‘눈’으로 아이들의 쓸데없는 싸움을 보며 즐기곤 했다.

젠의 바로 옆에도 ‘눈’이 있다. 시선이 느껴지는 걸 보면, 누군가 ‘눈’으로 그를 보고 있는 게 분명하다. 아마, 이렇게 생각하고 있겠지.


‘마지막에 뺏으려고 기회를 보고 있구나.’


안타깝게도 젠은 저 개싸움에 끼어들 생각이 없다.

그저 머리를 굴리며 마력을 자각할 방법을 고민하는 중이다.


결국 늑대와 싸우다가 자각하기는 하겠지만 그건 너무 위험하지 않은가?

만약 자각하지 못한다면 -물론, 마력을 반평생 운용했던 젠이 자각을 못 한다는 것도 웃기지만- 비명횡사하는 수가 있다.


그리고 위험성만 문제가 아니다.


‘너무 늦어.’


시험은 일주일 동안 지속된다.

젠은 일주일간 무방비하게 있고 싶지 않았다.


‘···사실 방법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지.’


모두가 젠처럼 죽기 직전에 마력을 자각하는 건 아니다.

포 글로리아의 적합한 씨앗들, 그러니까 정통 후계자들은 그들과 달리 안전하고 정통적인 방법으로 마력을 자각하곤 한다.


마력을 자각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위험에 처한 순간 스스로 자각하는 방법.

둘째, 술사로부터의 세례.


이 두 가지는 위험성이 크기에 정통 후계자들은 마지막 방법을 선택한다.

바로 마석을 통해 마력에 대한 기감과 친화력을 기르는 것이다.


참고로, 그가 죽기 직전 가지고 있던 ‘화염석’이 바로 ‘마석’, 마력을 품은 돌이었다.

<불> 속성 마력을 품은 ‘원소 석’이라고도 할 수 있다.


흑토에서 채굴해야 하는 자연산 마석과 달리 ‘원소석’은, 술사들이 만들 수 있는 마석이었다.

포 글로리아의 주요 인사들은 다 술사일 테니, 정통 후계자들은 그들의 부모나 지인을 통해 안전하고 자연스럽게 마력을 자각하게 되는 거다.


‘존나 치사한 새끼들이지.’


마력이 뭔지도 모를 빈민가 아이들에게 기회랍시고 주는 시험이라니. 참 공평하지 않은가.

이들에게 그 돌멩이 하나만 던져주면 분명 더 많은 아이가 자각할 수 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는 걸 보면 위대한 영광을 부르짖는 포 글로리아가 얼마나 이중적인 녀석들인지 알 수 있다.


어쨌든 젠은, 할 수 있으면 세 번째 방법으로 자각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마석을 찾아야 하는데.’


당연하지만 마석이 아무 곳에나 굴러다닐 리 없다.

딱 봐도 일반인으로 보였던 감독들이 원소석을 가지고 다녔을 리는 없다.

술사에게 흔한 것이라도 원소석은 본디 천문학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혀 없는 것도 아니지. 보조 감독들은 몰라도 감독은 원소석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분명히 보았다. 감독의 가슴팍에 있는 원소석을.

그 말은 다시 말하면 감독이 적어도 마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감독의 연봉으로는 원소석을 구하지 못했을 테니까.


‘술사···였다면 여기서 한가하게 감독관을 하고 있을 린 없고.’


하급 술사만 돼도 집행관이나 조사관에 들어가려고 했을 테다.

그렇다면 감독은 마력을 보유했되, 자연의 힘을 빌리지는 못하는 준-술사라고 볼 수 있다.


‘하급도 되지 못한 술사라면 할만하지···.’


젠의 눈동자가 남의 것을 빼앗기 바쁜 아이들에게 향한다.


‘원소석을 빼앗자.’


이 세계에서는 빼앗는 게 가장 쉬우니 어쩌겠는가.

그의 눈이 데구루루 굴러 ‘눈’과 마주한다.


‘감독관을 죽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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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6) 24.09.13 49 1 15쪽
13 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 (5) 24.09.12 50 2 12쪽
12 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 (4) 24.09.11 63 1 11쪽
11 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 (3) 24.09.10 68 1 10쪽
10 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 (2) 24.09.09 69 1 13쪽
9 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 (1) 24.09.08 86 1 10쪽
8 2장. 씨앗 고르기(6) 24.09.07 97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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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2장. 씨앗 고르기(4) 24.09.05 9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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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장. 씨앗 고르기(1) 24.09.04 121 1 12쪽
2 1장 24.09.04 147 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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