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가문의 사생아는 역대급 천재 후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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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검은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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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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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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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 (1)

DUMMY

덜컹덜컹

마차가 흔들린다. 그에 따라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처분’을 맡은 집행관은 말을 타고 내려왔고, 후계자를 태울 마차는 당연히 없었다. 그렇다고 짐처럼 태워 가기는 그랬는지, 병사들이 부랴부랴 근처 마을에 들려 마차를 가져왔다.


시골에서 구한 마차의 승차감은 당연히 거지 같았다. 그래도 집행관과 오붓(?)하게 말을 타는 것보다야 훨씬 마음도 몸도 편했다.


창가 너머로 변함없는 시골 풍경을 보던 젠은 입을 열고 말았다.


“왜?”


계속 시선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고개를 돌리자, 곧게 앉은 엘이 입술을 달싹였다.

예전부터 생각한 거지만 떠오르는 걸 곧바로 말하는 젠과 달리 그녀는 신중하게 생각하고 말하는 성격이었다. 마치 태어날 때부터 고귀하게 태어난 귀족들처럼.


“왜 그렇게 날 도와주는 거야?”


젠은 그녀가 이 질문을 할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세상에 이유 없는 선의는 없다. 한 번은 오지랖이나 호의라고 하더라도 계속되기는 쉽지 않다. 심지어 이런 생존이 위급한 상황에서는 말이다.


엘이 젠을 살려줬던 과거는 이제 없는 일이고, 말해봤자 미친놈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포 글로리아에 대한 반감을 타인에게 함부로 드러내기도 그렇다. 어느 정도 호의적인 건 인정하나, 그녀를 신뢰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서워서.”

“?”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한 거야.”

“그런 말도 안 되는···.”


젠은 엘을 처음 마주했을 때 들었던 대답을 그대로 돌려주었다.

엘이 ‘네가?’ 말도 안 된다는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지만 뻔뻔하게 표정을 관리했다.


“혹시 날···.”

“?”

“나를···.”

“나를 뭐?”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입을 달싹이던 엘의 얼굴이 갑자기 붉으스름하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대답을 재촉하자 엘이 혼자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다.


“?”


갑자기 흑역사라도 생각났나.

절대 말하지 않을 분위기라 젠은 금방 포기했다.

말하고 싶을 때 말하겠지. 뭐.

덜컹! 마차가 또 한 번 흔들리며 그들은 넘어지지 않기 위해 중심을 잡아야 했다. 의도치 않게 분위기가 환기된다.


“곧 포 글로리아에 도착할 거야. 그곳에 가면 더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너에게 남은 시간도 많지 않겠지. 수업이 시작하기 전에 너 스스로 마력을 자각해야 해.”


젠의 말에 엘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손에 쥐고 있는 원소석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질 테다.


“나, 꼭 자각할게.”


마력 자각이 노력으로 되는 건 아닐 텐데.


“꼭 자각해서 살아남을게. ···그래서 꼭 네 편이 될게.”


굳이 초를 칠 필요는 없겠지. 젠은 고개를 대강 끄덕이며 격려했다.


‘ ‘편’이라.’


엘이 뭘 알고 말하는 건 아니겠지만, 여러 생각이 들게 하는 단어다.

과거에 젠은 후계자 자리를 포기하고 헤레이스의 편에 서서 그에게 영광의 자리를 주기 위해 힘썼다.


이제는 그럴 생각이 없다.

헤레이스가 보기보다 찐따같은 놈이라는 걸 알았거니와, 이번에는 누구의 편에 설 생각 자체가 없다.


그가 바라는 건 포 글로리아의 몰락이다.

좆같은 포 글로리아가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길 바랐다.


후계자들의 목표가 다른 후계자를 무너트리고 포 글로리아의 왕이 되는 거라면. 그는 모든 후계자를 무너트리고 포 글로리아도 무너트릴 것이다.


그때까지 젠은 포 글로리아의 원한을 삼키고 삼킬 것이다.


어차피, 뭐 한동안은 후계자로서 교육받으랴, 과제를 치르랴 바쁜 시간을 보내게 될 테니 그의 감정을 드러낼 일은 없을 거다.


‘물론 그게 끝이 아니지.’


당연하게도 살아남는 게 최우선의 과제다.

마력을 자각했다고 해서 다 끝난 게 아니다.

이제 막 출발선에 섰을 뿐이다. 이미 다른 후계자들은 출발한 시점이기도 하다. 포 글로리아에 세력도 이미 후계자를 선택하여 열을 올리고 있을 테다.


‘그런 점에서 저 자식이랑 있는 게 도움이 되긴 하네.’


누가 가문의 처형자와 싸우려고 할까.

저 자식이 없었다면 본가로 올라가는 길부터 쉽지 않았을 거다.

이기는 가장 쉬운 방법은 상대가 크기 전에 제거하는 것이니 말이다.


후계자를 선택한 세력들은 저의 후계자를 위해 다른 후계자들을 암살하거나 함정에 빠트리곤 했다. 젠은 그런 위기에서 혼자 살아남아야 했다. 사생아 애새끼를 밀어줄 세력은 없을 테니.


마침내 그들은 포 글로리아의 본가가 자리 잡은 도시 ‘숨’에 도착했다.


신이 축복을 내린 도시.

포 글로리아의 드높은 성을 중심으로 흘러내리는 물줄기와 윤기 나는 대지. 구역으로 나뉘어 정돈된 도시는 대륙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손꼽혔다.


단 한 번도 가뭄이나 홍수가 든 적이 없고, 매해 풍년을 이루는 ‘숨’은 젖과 꿀이 흐르는 도시로, 두 위대한 가문도 침을 흘리곤 했다.


그들이 ‘숨’의 성문을 막 넘었을 때, 그들의 소식은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에게도 전해졌다.



* * *



“들었어?”


포 글로리아의 본가는 아주 떠들썩했다.

거대한 성은 수많은 가솔을 거느리고 있었고, 그들은 모두 같은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후계자 시험’이 열린 만큼 그들의 모든 관심사는 후계자들을 향했다.


이제까지 그들이 가망이 높은 후계자나, 뒤늦게 본가에 올라오고 있는 방계 후계자들의 소식에 대해 떠들었다면, 지금은 달랐다. 사생아들, 일명 더러운 피 중에 후계자 자격을 얻은 이들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술사인 감독관을 죽였대.”

“그건 말이 안 돼.”


소문을 전해주러 왔던 여자아이의 말을 끊으며 얇은 테의 안경을 쓴 남자아이가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운 좋게 마력을 자각했다고 해도 술사를 죽이는 건 불가능해.”

“왜? 사생아라서? 알고 보니 천재일 수도 있잖아. 막 엄청 키가 크거나. 너 정도는 한방에 퍽! 하고 날려버릴 수도 있지. 아님, 떠돌이 용병일지도 몰라. 한 50년 동안 무술을 갈고닦은 고···”

“그럼 50살이라는 건데, 후계자 자리 박탈이야. 물론, 그 전에 살아있지도 못했겠지. 다린, 네 말은 맞는 말이 하나도 없어. 상식적으로 생각이란 걸 해봐.”

“너야말로 처맞는 말! 죽어! 죽어!”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며, 혀를 차는 남자아이를 향해 남색 머리의 여자아이가 발차기를 날린다. 통할 것 같냐며 피한 남자아이가 재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니콜라스 포 글로리아로 이번 후계자 시험에 참여하게 된 방계였다.


“진짜 짜증 나!”

“니키, 다린이 좀 그만 놀려. 제대로 된 말은 못 하지만, 그래도 귀엽잖아.”

“역시 내 편은 레나 언니뿐이야!”

“넌 저게 편들어주는 걸로 보이냐?”


그리고 맞은편에 앉은 키가 큰 붉은 머리의 여자, 헬레나 포 글로리아는 유력한 후계자 중의 하나다.


“그리고 완전히 잘못된 건 아냐. 내 정보통이 맞다면, 감독관이 사생아의 손에 죽은 건 맞대.”

“···어떻게?”

“글쎄, 아마 술사는 아니지 않았을까?”

“그럼 그럴 순 있겠네.”

“어머, 니키 네가 걱정하는 건 처음 보는데. 네 순위가 떨어질까 걱정돼?”

“그럴 리가.”


니콜라스가 어깨를 으쓱이며 흘러내린 안경을 올렸다. 헬레나는 그의 대답이 미묘하다고 생각했다. 사생아가 그리 위협적이지 않다는 건지, 아니면 순위가 떨어져도 상관없다는 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뭐 상관없겠지.

헬레나는 고혹적으로 웃었다.


“뭐야, 결국 내 말이 맞다는 거잖아! 이 바보멍청아!”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여자아이가 뒤늦게 끼어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키가 작은 남색 머리의 여자아이는 디아린 포 글로리아. ‘다린’이라 불린 그녀는 니콜라스보다 더 유력한 후계자로 여겨지고 있었다.


후계자 순위의 기준이 타고난 재능과 속성, 마력의 양 그리고 세력 등을 따진다는 게 안타까운 점이다. 지능을 좀 더 따졌다면 당연히 내가 더 높았을 텐데.


-다린이 들었다면 발작했을 생각을 한 니콜라스는 그녀를 무시했다. 헛소리는 들을 가치도 없다. 대신 그는 헬레나를 쳐다보았다.


“감독관을 죽였다라···.”


의미심장한 얼굴로 중얼거리는 여자아이를.

소녀보다는 성숙한 여자에 가까운 헬레나는 알 수 없는 고혹적인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는 저 여자가 아름다운 외모 아래 얼마나 잔혹한 성정을 가졌는지 알고 있다.


“니키, 우리의 첫 번째 과제가 뭐였지?”


후계자 시험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몇 주 후, 해가 바뀌면 시작될 예정이다. 그러나 후계자들 대부분, 정확히 말해서 유력한 후보들은 과제가 무엇일지 이미 알고 있었다. 자기들의 세력을 가진 이들인 만큼 자체적인 정보통으로 파악했을 것이다. 혹은 시험을 주관하는 감독들로부터 직접 들었거나.


“마력 장을 통과하는 것이지.”


니콜라스는 높낮이 변화 없이 일관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리고 헬레나를 티 나지 않게 본다. 저 여자가 원하는 게 무엇일지.


“그렇구나.”


헬레나의 붉은 입술이 호선을 이루었다.

무서운 것은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적당한 환영 인사가 되겠어.”


그녀가 뿌린 장미 향에 가시가 달려있는 것 같다.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가 도달할 때마다 피부가 따끔거렸다.


“뭘 하려고?”


니콜라스는 관심 없다는 듯 질문했다.

헬레나가 그의 물음에 고개를 기울였다.


“니콜라스, 재미있는 물음이구나. 내가 뭘 할 거로 생각하니?”

“그냥 물어본 거야.”

“그래?”


헬레나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떨지 말고 물어야지.”


니콜라스의 얼굴이 굳어버린다.

테이블 아래 티 나지 않게 주먹을 꽉 쥐었다.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한, 다린은 다른 테이블에도 같은 소식을 전하곤 밝은 얼굴로 돌아와 외쳤다.


“좋아, 새로 올 애들을 위해 환영파티를 하기로 했어! 걔들 건들지 마! 내꺼니까!”

“새로 올 애들?”

“응, 하나가 아니라 둘이래. 언니도 즐길래?”


아무것도 모르는 해맑은 얼굴을 본 헬레나는 고개를 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동생의 즐거움을 뺐을 순 없지.”

“역시 레나 언니야, 기대해! 내가 재밌게 해줄게!”


다린이 신난 얼굴로 외쳤다.

꽤나 시끄러운 일이 벌어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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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7) 24.09.14 51 1 14쪽
14 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6) 24.09.13 49 1 15쪽
13 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 (5) 24.09.12 50 2 12쪽
12 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 (4) 24.09.11 64 1 11쪽
11 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 (3) 24.09.10 69 1 10쪽
10 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 (2) 24.09.09 70 1 13쪽
» 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 (1) 24.09.08 87 1 10쪽
8 2장. 씨앗 고르기(6) 24.09.07 98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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