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가문의 사생아는 역대급 천재 후계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흰검은매
작품등록일 :
2024.09.03 15:57
최근연재일 :
2024.09.18 13:20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1,493
추천수 :
20
글자수 :
100,320

작성
24.09.05 18:20
조회
97
추천
1
글자
12쪽

2장. 씨앗 고르기(4)

DUMMY


씨발씨발.

지하실 입구가 부산하다.

보조 감독들은 화가 난 얼굴로 각자 무기를 쥔 채 지하실에서 나왔다.


하나, 둘···


그 수가 여섯에 이르자, 나무 위에서 그들을 지켜보던 젠의 입술이 곡선을 이루었다.


‘월척이다.’


겨우 몇 명만 보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수가 나왔다.

무리에 감독관은 없었으나 결과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보조 감독들이 지하실 문을 대충 닫고 나온다.

어차피 돌아올 곳이니 문단속을 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아이들이 들어올 거란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 것 같다.

아니면 들어와도 상관없거나.


뭐가 되었든, 젠에겐 좋았다.

보조 감독들이 완전히 떠날 때까지 기다린 젠은 나무에서 툭- 떨어져 내렸다.


때는 3일 차 오전.


“흠-.”


끼익.

나들이 온 사람처럼 입구로 다가간 젠은 어떤 기척도 느껴지지 않자 문을 툭 밀어 열었다.

부드럽게 열리는 문. 무서울 법도 한데 젠은 아랑곳하지 않고 호랑이의 입에 발을 들였다.


마침내 젠은 지하실 공간에 돌아왔다.

아이들이 가득했던 첫날과 달리 지하실은 그때보다 밝았고 그래서 많은 것들이 보였다.


지하실에 나가는 입구 말고 다른 문은 하나밖에 없었다.

그 문을 열자 한 방향 복도가 펼쳐진다.

가정집 같은 편안한 분위기에 속이 뒤틀렸다.


복도 양쪽에는 휴게실과 관리실이 있었다.

사람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자, 젠은 이번에도 문을 열고 들어갔다.

15살 빼빼 마른 등 너머로 펼쳐진 화면.


그 안에서 사투를 벌이는 아이들.


“재밌게 즐기셨나 보네.”


젠은 화면 앞에 늘어진 땅콩 부스러기들에 허! 하고 실소했다.

마침내 그는 감독들이 즐긴 광경을 직접 보게 되었다.


짐승에게 잡아먹힌 시체, 늑대에게 쫓기는 아이, 무리와 함께 다니며 다른 아이들을 갈취하는 아이들과 ‘눈’을 교체하는 중인 보조 감독들.


건조하게 그들을 지켜보던 젠은 그들이 돌아오기 전에 숨을 곳을 찾으려다, 한 화면에 멈췄다.


“저기에도 눈이 있었나?”


엘과 척이 있는 은신처 근처에도 ‘눈’이 있었다.

새로 부착한 것인지 원래 있었던 건지 모르겠다.

이제까지 시선을 느끼지 못한 걸 보면 원래 없었거나 혹은 저 눈이 켜진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어쨌든 ‘눈’의 존재 자체만으로 찝찝해진 젠은, 돌아가면 저 ‘눈’은 꼭 부셔야겠다고 생각했다.


구경은 여기까지다.

젠은 감독관실을 찾기 전, 혹시 모를 사태를 위해 이곳의 전경을 모두 머릿속에 담았다.


‘저건-.’


평범한 관리실의 전경에서 젠은 무언가를 발견했다.

새집처럼 생긴 것이 벽에 박혀 있었다.

통풍구인가 싶다가도, 젠은 테이블을 밟아 새집의 문을 열었다.


“이건···.”


정체를 알 수 없는 선이 있었다. 무엇인지 몰라도 함부로 건들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젠은 우선 잘 기억해두기로 하고 일단 자리를 옮겼다.

발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그는 휴게실에 마구잡이로 놓인 박스 속에 숨었다.


“어디 다들 일 잘하고 있나 볼까?”


묵직한 발걸음 소리가 그를 지나쳐 관리실로 들어간다.

첫날 들었던 감독관의 목소리는 아닌 걸로 보아, 보조 감독하나가 상주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보조 감독이 의자에 털썩 앉는 소리, 뿌드득 펴지는 팔. 아무래도 감독들의 머릿속에 문단속이란 개념은 없나 보다. 그래서 젠은 그의 혼잣말을 듣게 되었다.


“아, 저기가 그 예쁘장한 애가 있는 곳인가?”


이를테면-.


“아니, 빵으로 유혹한다고 애들이 진짜 나오겠어?”

“킥킥 이게 먹히네?”

“감독이 아주 좋아하겠어.”


별 쓸데없는 헛소리를.


“어디 우리 애기들 목소리 좀 들어볼까?”


시발, 소리도 들리는 거였어?

젠의 표정이 구겨진 사이, 보조 감독이 소리를 키웠다.

문이 열린 덕에 아주 잘 들렸다.


[에,엘-. 나,나, 나와봐.]


기계음이 다소 섞인 터라 젠은 처음엔 목소리의 주인을 알아보지 못했다.

다만, 말 더듬는 버릇이 누군가를 연상시켰을 뿐이다.


[걔, 걔가, 젠이 나오래. 가, 갈 데가 있다나 봐.]


젠은 제 이름을 들은 다음에야 비로소 알았다.

감독이 보고 있는 아이들이 누구이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심지어 설마설마했지만-.


[읍!]

[잡았다!]

[잘했다, 꼬맹아. 아주 훌륭한 연기였어.]


보조 감독들의 역겨운 킬킬거림과


[야, 약속대로 빵을 줘. 준다고 했잖아.]


배신감.


젠은 지하실에서 깨어난 첫날, 뭣 모르는 아이들의 입을 막는 선행을 보고 그게 마지막일 거라 여긴 자신을 떠올렸다.


그의 판단대로였다.

꼬맹이는 밤새 저를 살려주었던 엘을 배신했다.

겨우 빵 한 쪼가리에.


[그래, 줘야지.]

[···근데 꼬맹아. 조금 기분이 나쁘네, 우리한테 빵 맡겨 놨냐?]

[!]


멍청하게도 보조 감독들을 믿고.

끄윽! 비명이 요란하게 울린다.

젠은 더 듣지 않아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지 이해했다.


[이래서 고아 새끼들은 상대하면 안 돼] [퍽!] [분수를 모르잖아]

[커억!][퍼억!]


‘가만히 있었으면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어쩌면 엘도, 저 꼬맹이도 원소석으로 마력을 자각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꼬맹이는 기회를 스스로 버렸고, 엘은 강제로 잃어버렸다.


엘도 엘이다. 그녀도 젠처럼 더럽게 운이 없었다.

누가 빈민가 태생 아니랄까 봐 모든 걸 빼앗기고 죽을 운명을 가졌다.

마치 어머니처럼.


아마도 옛날에도 엘은 비슷한 상황에 부닥쳤을 테다.

감독들의 말로 추론해볼 때, 엘은 그 눈에 띄는 외모 때문에 감독관의 관심을 끌었고, 저렇게 비슷한 양상으로 잡혀 왔을 테다.


아닌가?


젠이 잠들어 있을 때 잡혔던 걸지도 모른다.

멍청한 젠은 현실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르고 단잠을 잤겠지.


좆같았다.


기분이 이렇게까지 좆같을 수가 없어서 젠은, 가슴속에 넣어둔 만년필을 만지작거렸다. 그나마 이거라도 있어서 답답함이 좀 해소되었다. 마력을 자각하면 더는 이런 무력함도 답답함도 없을 것이다.


최대한 빨리 마력을 자각하자.


젠은 이미 제 손을 떠나버린 아이들을 떨쳐내고 상황에 집중했다.


감시실에 자리 잡은 보조 감독.

툭툭 눈을 돌리고 있는 감독의 의자가 삐그덕 소리를 낸다.

위치는 감시실 안쪽.

‘눈’에 정신 팔린 감독은 복도를 돌아볼 생각도 하지 못한 채 탁-! 술을 따랐다.


그때를 노려 젠은 조용히 휴게실에서 빠져나와 복도 안쪽 열린 문을 향해 재빨리 들어갔다.


그곳은 식당이었다.

마음 같아선 식자재에 독을 풀고 싶은데, 안타깝게도 그의 손엔 독이 없다.


그래도 마음에 드는 식칼을 발견한 젠은 그것을 챙겼다.


젠은 소리를 죽이며 식당 입구에서 복도 끝에 보이는 방으로 시선을 던졌다.

감독관이 바보가 아니고서야 방문이 열리면 모를 수가 없는데.

그렇다고 여기서 가만히 서 있을 순 없고.


그때 젠의 눈에 환풍구가 들어왔다.

식칼과 환풍구를 번갈아 본 젠이 식칼을 들었다.


잘하면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 * *


3일 차 정오.

환풍구에 갇힌 젠은 숨을 죽였다.


환풍구 안으로 들어오긴 했지만, 예상보다 빨리 보조 감독들이 돌아왔다. 다행히도 작업을 끝마친 건 아닌 것 같다. 배를 채우기 위해 들어왔을 뿐, 다시 나가야 한다고 투덜거렸다.


환풍구에서 오도 갈데없이 갇힌 젠은 꼼짝없이 그들의 헛소리를 들어줘야 했다.


“맞아 그 여자애 잡았다며.”

“감독 새끼 신나서 목욕하러 들어가던데.”

“아무것도 모르는 애들을 고문하는 건 도대체 무슨 성벽이래.”

“조용히 해, 감독이 들으면 너도 어디 하나 잃을 수도 있어.”

“으으, 진짜 싫다.”


자기들은 깨끗하다고 생각하는지 감독관을 욕하는 모양새다.

애들 잡아다 두고 늑대 밥이 되는 걸 구경하는 보조 감독이나, 애를 잡아 고문시키는 감독이나 그 나물에 그 밥인데.


젠은 식칼을 만지작거리며 그들이 잡담을 멈추고 빨리 지하실을 나가주길 바랐다.

다행히도 그들의 만찬은 오래가지 못했다.


“야, 작작 떠들고 나가서 눈 교체하고 오란다.”

“미친놈, 첫날 이후로 눈은 본 적도 없으면서 일하는 척은.”

“일하는 척이겠냐, 우리보고 자리 비우라는 거지.”

“우웩, 더럽다, 진짜.”

.

보조 감독들은 투덜거리면서도 감독의 명에 응했고 하나둘 자리를 비우기 시작했다. 이번엔 감시실을 지켰던 보조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감독을 제외하고, 정확히 말해서 감독과 엘 말고 지하실이 완전히 비워졌다.


젠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환풍구로의 잠입을 포기한 젠은, 환풍구에서 나와 복도로 빠져나왔다.


보조 감독들은 알게 모르게 그에게 많은 정보를 주었다.

이를테면, 감독이 목욕 중이라는 것.


젠은 물소리가 들려오는 가장 안쪽 방의 문을 열었다.

기름칠이 제대로 되어 부드럽게 열린 안은 그렇게 호화로울 수가 없었다.


포 글로리아가 감독 따위에게 이 정도 보수를 줄 것 같지 않으니, 중간에 빼돌린 게 아닐까.


보조 감독들이 받아야 했을 무언가, 그리고 곧 죽어 없어질 사생아들의 마지막 만찬 같은.


커다란 침상과 사치스러운 휘장.

신선한 과일 그릇이 놓인 테이블. 짐승의 털을 높아 푹신할 것 같은 소파와 깨끗한 카펫. 무의식적으로 ‘엘’을 찾은 젠은 고개를 저었다.

콧노래가 들려오는 욕실을 흘끗 본 젠은 침대 밑으로 들어갔다.


감독을 당장 죽일 생각은 없다.

준 술사라고 해도 어쨌든 마력을 자각한 자다. 전면 전투를 하는 건 너무 위험성이 컸다.

원소석의 위치를 확인하고, 마력을 자각하는 게 우선이다.


그 뒤에 방심하고 있을 때 헐을 찔러버리면 된다.

예를 들자면, 감독이 제 취미생활을 하며 정신을 빼놓고 있을 때.


“으잇챠, 얼씨구나.”


무슨 노래일지 모를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감독관이 가운을 입은 상태로 나왔다.

주변을 둘러보며 코를 씰룩인 감독관은 향수를 골라 뿌리려다가 무슨 변덕인지 몰라도 그냥 내려놓았다.


감독은 여유롭게 과실을 입에 넣었고 술을 따라 마셨다.

덜 익은 과실이 감독의 입에서 으깨졌다.

머지않아 바깥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다가오는 걸음은 하나.


“감독관님, 데려왔습니다.”


침대 밑에 있는 젠이 볼 수 있는 건 보조 감독이 엘을 땅에 던지듯 내려놓는 모습이었다.


“그래, 두고 나가봐.”


배부른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이윽고 보조 감독의 걸음이 멀어짐과 동시에 감독관이 엘에게 다가갔다.


“어여쁜 아이로구나. 내 생에 이렇게 이쁜 아이는 처음이야.”


감독관은 처음엔 예술품을 구경하듯 엘을 쳐다보며 감평했다.

그러고는 히죽 웃는다.


“마음에 들어. 나는 버르장머리 없는 것들이 싫거든. 얌전한 게 마음에 드니 너는 내 특별히 아껴주마.”


젠은 헛소리라 여기며, 원소석을 찾았다.

감독이 원소석을 도대체 어디에다 뒀을까 하는 찰나.

감독의 가운 한쪽이 유난히 불룩한 게 보였다.


‘저거 설마···.’


그의 생각이 맞는다면 독한 새끼다.

원소석을 몸에서 떼놓을 생각이 없는 감독은 그사이 힘없이 늘어진 엘을 당겨 침대로 데려왔다.


“흐흐흐-.”


음흉한 목소리, 침대 밑에서 보이는 다리털.

젠은 식칼을 움켜잡았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감독을 찌르고 원소석을 갈취하고 있었다.


“근데 이건 무슨 더러운 냄새지?”


감독이 킁킁거렸다.

숲에서 굴러다녔는데 좋은 냄새가 날까 싶었다.


“어디서 쥐새끼가 기어들어 왔나.”


그 한마디에 등골이 서늘해진 순간이었다. 감독이 침대 밑으로 허리를 숙였다.


“이 더럽고 불결한 쥐새끼 같으니라고!”

“악!”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엘에게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 감독관이 젠의 발목을 잡아 바깥으로 내동댕이쳤다.

쾅-! 와그작! 젠은 테이블에 부딪혀 바닥으로 엎어졌고 그의 머리 위로 접시와 과일들이 요란하게 떨어졌다.


“그렇게 악취를 풍기고 들어왔는데 내가 모를 거라 생각했나?!”


그가 놓친 것은 냄새였다.

목욕하고 돌아온 감독은, 엘이 들어오기 전 숲을 굴러다니며 이것저것 묻혔을 젠의 냄새를 맡은 것이었다. 감독은 악귀 같은 얼굴로 콧김을 뿜고 있었다.


“잘 걸렸다, 내 친히 너에게 예의라는 걸 가르쳐주마.”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위대한 가문의 사생아는 역대급 천재 후계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작품 제목을 '위대한 가문의 사생아는 역대급 천재 후계자'으로 변경합니다. (9/10) 24.09.06 44 0 -
18 4장. 계승식(2) NEW 15시간 전 23 1 11쪽
17 4장. 계승식(1) 24.09.17 35 1 12쪽
16 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8) 24.09.16 39 1 11쪽
15 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7) 24.09.14 51 1 14쪽
14 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6) 24.09.13 49 1 15쪽
13 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 (5) 24.09.12 50 2 12쪽
12 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 (4) 24.09.11 64 1 11쪽
11 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 (3) 24.09.10 69 1 10쪽
10 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 (2) 24.09.09 70 1 13쪽
9 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 (1) 24.09.08 86 1 10쪽
8 2장. 씨앗 고르기(6) 24.09.07 98 1 16쪽
7 2장. 씨앗 고르기(5) 24.09.06 96 1 19쪽
» 2장. 씨앗 고르기(4) 24.09.05 98 1 12쪽
5 2장. 씨앗 고르기(3) 24.09.04 110 1 10쪽
4 2장. 씨앗 고르기(2) 24.09.04 116 1 11쪽
3 2장. 씨앗 고르기(1) 24.09.04 121 1 12쪽
2 1장 24.09.04 147 1 17쪽
1 프롤로그 24.09.04 172 2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