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가문의 사생아는 역대급 천재 후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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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검은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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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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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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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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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씨앗 고르기(2)

DUMMY

“깜짝이야. 쟤 혹시 ‘눈’을 본 거야?”

“그럴 리가, 우연이겠지.”


관리실에서 보조 감독하나가 깜짝 놀라는 사이, 감독관은 눈을 돌리며 아이들을 관찰하고 있었다.

사실 관찰한다고 말하기도 어려웠다.

딱딱 감독이 껌을 씹는 소리보다 ‘눈’을 돌리는 속도가 더 빨랐으니까.


“씨발, 또 그 짓 하려고 하네.”

“저러려고 감독한 게 분명해.”


감독관은 예쁜 아이들을 고통스럽게 고문하고 죽이는 걸 좋아했다.

실수로 그의 방에 갔다가 끔찍한 꼴을 보고 말았던 보조 감독 몇몇이 혀를 차고 관심을 껐다.

어차피 이러나저러나 죽을 아이들이니 말이다.


빈민가 출신 중에 제대로 된 씨앗이 하나라도 있으면 기적이다.

대개 발아하지 못한 썩은 씨앗이다.

그 씨앗을 볶든 빻든 아무도 상관하지 않을 테다.


물론 하필 괴롭히던 아이가 ‘보물’이 된다면 엿되겠지만, 감독이 그걸 두겠는가?

그 아이가 후계자 후보가 되면 가장 먼저 감독을 가만두지 않을 텐데.

감독은 후환을 남기지 않을 것이다.


딸칵-.


마음에 든 아이를 찾기라도 했는지 버튼을 누르는 소리가 느려진다.

시선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빈민가 출신을 의심하게 될 정도로 보기 드문 순백의 어여쁜 이목구비.

귀족처럼 보일 흔치 않은 은발과 몽롱한 시선도 어딘가 특별해 보였다.


“아니, 근데 입고 있는 옷도 다른 애들이랑 다른 게 진짜 귀족처럼 생겼는데.”


보조 감독은 리스트에 저런 아이도 있었나 하며 고개를 기울였다가 정통 핏줄이었으면 이곳에 올 이유도 없다는 걸 상기하곤 의문을 털어버렸다.


* * *


“감독관이 나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젠은 밤이 찾아오기 전에 썩은 나무 기둥으로 들어갔다.

불을 피워 관심을 끌 생각이 없는 그는 일찍이 포기하고 밤이 오기 전 마른 흙과 낙엽을 긁어모았다. 따뜻하진 않지만 얼어 죽지는 않을 테다.


그는 머릿속으로 지하실의 위치를 그렸다.

지하실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으나, 그 안이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있을지는 잘 모른다.

지금쯤 잠겨있을 지하실 안으로 어떻게 들어갈지도 강구 해야 했다.


“웬만해선 안 나올 테니 문제가 생겨야겠지.”


책무를 행하지 못할 정도의 말썽.

아이들이 죽는 건 시험의 일부이니 문제라고 할 수 없다.

감독들의 관점에서 그들이 문제라고 여길 일이 무엇일지 생각해야 했다.


식량이 떨어지면 나오겠지만, 애초에 식량을 비워뒀을 리는 없고.

짐승들이 지하실에 습격하는 건?

말 못 할 짐승들을 어떻게 지하실에 유인하고, 잠긴 문을 딸 수 있겠나.

자문자답한 젠은, 그들이 직접 나와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


“만약 ‘눈’이 다 꺼진다면?”


이 시험의 명분은 괜찮은 씨앗을 발견하는 것이다.

당연히 감독들은 씨앗을 관찰하고 보고할 의무가 있다.

그런 와중 ‘눈’이 다 꺼지면 당연히 지하실에서 나와 ‘눈’을 고치려고 할 것이다.


문제는 감독관이 직접 나올지인데.

그가 감독관이라면 아래 보조 감독들을 써먹을 것 같다.


“···그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보조 감독들이 밖으로 나온다면 어쨌든 지하실의 문이 열린 거다.

그곳에 남아있을 감독관을 처리하는 게 더 쉬울 수도 있었다.


더 생각나는 방법이 없으니, 젠은 ‘눈’을 망가트리기로 했다.


한두 개 정도로는 어림없을 테니, 날이 밝으면 보이는 족족 망가트릴 거다.

열받은 보조 감독들이 쫓아와도 상관없다.

형편없는 몸뚱이지만 그들에게 쉽게 붙잡힌다면 과거 젠한테 졌던 후계자들이 억울해할지도 모른다.


그때였다.

파사삭- 낙엽이 부서지는 소리가 여러 차례 울렸다.

젠의 눈이 뜨였다. 귀를 기울여 소리의 방향을 쫓는다.

사람인지 짐승인지, 그것이 자신을 발견했는지 알아야 했다.


“-추···추워··· 불을··· 불을 켜야 하는데.”


때마침 들려온 건 덜덜 추위에 떠는 아이의 목소리였다.

미리 대비하지 않은 아이는 뒤늦게 온기를 찾았지만, 불은 그리 쉽게 켜지는 것이 아니었다.


어느덧 아이의 목소리가 잦아든다.

아마 밤사이에 얼어 죽을 것이다.


젠은 과거의 자신을 떠올렸다.


과거의 젠은 저 아이처럼 힘이 없고, 혼자 살아갈 능력이 없었다.

밤이 찾아온 숲이 몹시 춥다는 것도 몰라 무방비하게 나무에 기대어 잤던 적도 있다.

그대로 얼어 죽을 뻔했다.


누군가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말이다.


누가 도와줬는지는 잘 모른다.

오래돼서 생각나지 않는 게 아니라, 진짜 몰랐다.

깨어났을 때 그의 옆에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막연히 떠오르는 건-.


“-여기서 잠들면 안 돼.”


밤새 그를 깨웠던 목소리.


“!”


젠은 눈을 번쩍 떴다.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근처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렸다.

아까와 달리 흘려보낼 수 없는 목소리였다.


젠은 나무 기둥 속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슬슬 ‘작업’을 시작하기 위해 일어나려던 차다.


덮고 있던 흙과 나뭇잎을 밀어내니 기척을 아무리 죽이려고 해도 소리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근처에 있는 인영이 들었을 테지만 상관없다.


“누, 누구.”


타닥 타다닥.

기어이 모닥불을 켰는지 빛이 새어 나왔다.

근처에서 다 죽어가던 남자아이가 다가오는 젠을 경계한다.


오늘은 안 죽겠군.


태연하게 생각한 젠은 모닥불 앞에 앉은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를 발견했다.

젠과 체구가 비슷한 남자아이는 잔뜩 겁에 질린 얼굴이었던 반면, 새하얀 인상의 여자아이는 차분한 얼굴로 얌전히 있었다.


“뭐, 뭐야, 애잖아.”


소년은 젠을 발견하자마자 빠르게 안도했다.

자기와 비슷한 체격이라 위협이라고 여기지 않은 듯하다.


“너, 너도 혼자야?”


두 아이는 모두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그건 곧 그들이 이곳에서 죽었다는 의미다.

특히 쓸데없이 하얗고 특이한 외모의 소녀는 잊기 힘든 인상이라, 젠은 그녀가 이곳에 붙잡혀 오지 않았어도 고달픈 인생을 살았을 거라 여겼다.


“-너였구나.”


젠은 여자아이를 보며 말했다.

그녀는 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상관없다.

알아들으라고 말한 건 아니었으니까.


젠은 확신했다.

지난날 이 숲에서 첫날 밤 그를 살려줬던 것이 저 여자아이였음을.

모닥불의 생김새, 목소리, 분위기 모든 게 그때와 같았다.

다만 저 여자아이가 살려준 대상이 바뀌었을 뿐.


이제 와서 과거의 은혜를 갚고자 하는 마음은 없다.

어머니를 죽인 집행관의 얼굴을 확인했을 때처럼 지금의 감상도 비슷했다.


곧 관심을 잃은 젠은 ‘눈’을 치울 작업에 들어가 몸을 돌렸다.


“어, 어디 가게?”


젠은 소년의 관심을 흘려버렸다.

그러나 그건 소년을 다른 방향으로 자극한 게 분명하다.

갑자기 소년이 벌떡 일어났기 때문이다.

연약한 모닥불이 소년이 일으킨 바람에 꺼질 듯 약해진다.

그러나 소년은 아랑곳하지 않고 젠을 주시하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호, 혹시 너 보물을 찾았어? 너한테 보물이 있는 거야?”

“···.”

“지금 그곳으로 돌아가려는 거지? 너만 살아남으려고?”


대답할 가치도 없어 젠은 무시를 일관했다.

그건 소년의 착각에 확신을 가한 듯했다.


“나, 나도 갈래, 같이 가.”


소년이 그에게 오기 시작했다.

젠의 시선이 소년과 같이 있던 여자아이에게로 향했다.


“쟤는?”

“어, 어차피 모르는 애야.”


그 모르는 애가 밤새 깨워주며, 살려주지 않았나.

보아하니 모닥불도 저 여자아이가 킨 게 분명하다.

어떻게 켰는지는 모르겠지만.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다.

‘동맹’은 임시일 뿐, 몇 개 있을지 모를 ‘보물’찾기에서 서로가 적이 되기 마련이다.

혹은 낙오되거나. 당연한 말로이긴 하지만, 여자애는 특유의 유령 같은 창백한 얼굴로 가만히 있었다.


“가, 같이 가자고!”


젠의 반응을 뭐라고 생각했는지 소년이 집착 어린 얼굴로 그에게 손을 뻗었다가, 혼자 제 발에 걸려 풀썩 넘어졌다. 손을 피하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아무 짓도 안 한 젠은, 소년이 서럽게 울자 어처구니가 없었다. 숲속에 소년의 울음소리가 앵앵 울린다.


그때였다. 인형처럼 앉아있던 여자아이가 일어나 천천히 다가온 것은.

그녀는 어린 동생을 대하는 게 익숙한 지 자기보다 체구가 작은 소년을 조심스레 위로했다.


“아까 쟤가 너보고 모르는 애라던데, 위로해줄 마음이 생겨?”

“···응. 어쩌겠어. 무서워서 그런 건데.”

“넌 안 무섭고?”


그 물음에 소년의 등을 토닥여주던 여자애가 처음으로 인간다운 얼굴을 했다.


“무섭지.”


처연히 떨어진 속눈썹이 무언가를 무서워한다기보다는 퍽 슬퍼 보였다.


“하지만 어쩌겠어.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는데.”

“저런 걸 살려주는 거?”


엄마를 찾으며 우는 힘없는 꼬맹이.

그의 표정을 볼 수 없을 텐데도 본 것처럼 여자아이가 옅게 웃었다.


“덕분에 이 애는 잠들지 않고 하루를 더 살게 되었잖아.”


그래봤자 하루다. 다음날 뒈질 놈이다.


“그리고 나도.”


하루 더 산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오히려 고통과 공포를 가중할 뿐이지.

여기서 가장 운이 좋은 놈은 바로 뒤진 놈이 아닐까?


수많은 부정적인 생각과 반박이 떠올랐다.

그러나 젠은 한마디도 꺼낼 수 없었다.


그 덕분에 과거의 자신이 하루를 더 살았음을 알게 된 덕이다.

과거의 자신은 하루를 벌었고, 그 하루는 십 년 하고 몇 년이 되어 그를 살렸다.


결국 후계싸움에 져서 죽었지만, 이 여자애 덕분에 그가 스물여섯까지 살고 갔음을 부정할 수 없었다.


“···바보 같긴.”


젠은 안다. 그의 하루는 몇 배로 늘어났지만, 이 여자아이의 하루는 그 하루뿐이었음을.

이 여자아이는 그날 이후로 본 적 없었으니 무조건 죽었을 것이다. 그건 곧 마력을 자각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마력을 자각한 후에 남을 원소석.

원소석의 힘을 빌릴 일이 없다면, 누군가에게 줘도 상관없을 테다.


“하.”


젠은 탄식했다.

정말 바보같은 생각인 거 안다.

어머니를 죽인 집행관을 죽이고, 포 글로리아를 죽인다는 원대한 목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 쓸데없는 생각. 그에게 남아있는 줄 몰랐던 인간성, 혹은 뭉툭해진 양심이 속삭인다.


이 여자아이가 너의 하루를 구했으니, 너도 이 여자아이의 하루를 구해주는 게 맞지 않느냐고.


“야.”


죽어도 도와주겠다는 소리는 못 하겠고. 젠은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구석에 잘 숨어있어.”

“?”

“어차피 여기에 보물 같은 건 없으니까.”

“!”


도와주는 건 아니다. 그냥 아는 걸 말해줄 뿐이다.


“나, 나도 데려가아···!”


그에게 다시 손을 뻗던 꼬맹이가 멈칫했다.

달빛에 비치는 예리한 시선.

젠의 얼굴을 본 소년은 침을 꿀꺽 삼켰다.

소년은 생각했다. 부모님을 죽인 사람들의 것과 똑같다고.


“내 말대로 해.”

“으, 응···”


소녀는 여전히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얼굴로 물었다.


“네가 보물이 없는지 어떻게 알···.”

“가. 해뜨기 전에.”

“응응, 자, 자, 잘 숨어있을게.”


자기보다 머리 하나 더 큰 소녀를 잡고 나아가는 꼬맹이를 뒤로하고 젠은 나아갔다.

진짜 일해야 할 시간이다.


‘우선 망가져도 이상하지 않을 곳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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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6) 24.09.13 49 1 15쪽
13 3장. 포 글로리아의 후계자들 (5) 24.09.12 5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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