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숫자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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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9.04.0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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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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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9# 누군가에겐(1)

DUMMY

122

**

누군가에겐

**


2018.12.26. XX대학병원.

박수호는 이낭자를 데리고 나왔다.

그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는데, 그런 그를 향해 이낭자가 환하게 웃었다.

“얼굴 좀 펴.”

“왜 지금까지 말씀 안 하셨어요.”

“다, 내 잘못인데 뭘 말해. 예전에 건강검진 좀 가라는 수호 말 안 들은 죄지.”

“흠... 제가 알아본 재단들은 전부 비리가 있었어요. 물론, 대부분은 이천만 원 내로 까먹은 거 같고, 두 군데는 사기로 들어갔다 나온 사람들이 이사장이나, 사장 또는 과장을 역임하고 있어서 신고한 상황입니다.”

박수호의 말에 그녀는 쓴웃음을 짓는다.

“내가 조사 한대로구나.”

“이미 조사해보신 거예요?”

“그놈들이 날 속이나 싶어서. 내가 너는 믿잖니.”

“희망 잃지 마세요. 수술하면 살 가능성이 조금은 있다고 하니까, 절대 포기하면 안 돼요.”

“알았어. 일단 택시 타고 돌아가자. 쉬고 싶구나.”

“예.”

박수호는 자신의 손짓에 곧바로 택시가 앞에서 서자, 그녀를 태우고 자신도 타려고 했다.

그때.

우우웅.

스마트폰을 바라본 박수호는 이신후에게서 온 문자를 보게 된다.


-서울지청장님이 우리 전원 호출하셨다. 긴급이다.-


“가 봐.”

그녀의 말에 박수호가 머뭇거리자,

“수고해라.”

그녀는 문을 닫아 버렸고, 택시가 그에게서 멀어졌다.

물끄러미 그녀가 탄 택시를 바라보던 박수호가 시야에서 사라지자마자 스마트폰을 귀에 가져다 댔다.

“네. 아저씨. 문자 봤어요. 네. 아주머니는... 괜찮아요. 네. 네네.”

그가 손을 휘젓자, 택시 한 대가 그의 앞에 섰고, 박수호가 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갔다.

“아저씨 서울지청...”


**

2017.12.25.

강남구 사랑 아파트 자살 사건.

- 이지안(23)이 사는 집에 연기가 새어 나온다는 제보를 받고(2017.12.25.PM11.11), 오 분 뒤, 소방대원들이 출동해 집안에 들어가 보니, 짙은 연탄 연기 속에 집주인인 이지안씨가 사망해 있는 것을 발견한다.

- 평소 우울 증상을 보였고, 자살, 죽음 등을 자주 말했다는 남자친구 및 가족들의 증언과 주변 동네 주민들과 왕래가 거의 없고, 만나더라도 작은 목소리와 소심한 태도를 보였다는 말에 자살 사건으로 마무리한다.

**


서울 수사지원팀 사무실.

“그냥 흔한 자살 사건이 맞는 거 같은데요.”

김선애의 말에 이명환이 사진을 가리킨다.

“여기 창문을 막은 흔적이나, 입구에 있는 막힌 자국, 그리고 연탄 봉지에 자기 지문이 있는 걸 보면 확실해.”

“그런데 왜 청장님이 이 사건을 다시 수사하라고 하신 겁니까?”

박수호의 질문에 이신후는 머리를 긁적이며 세 개의 서류첩을 그들에게 내밀었다.


**

2017.12.25.

의정부 미소 아파트 자살 사건.

- 김안희(25)이 사는 집에 연기가 새어 나온다는 제보를 받고(2017.12.25.PM11.12)...

**

**

2017.12.25.

인천 부평구 자랑 아파트 자살 사건.

- 장나리(24)가 사는 집에 연기가 새어 나온다는 제보를 받고(2017.12.25.PM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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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5.

수원 팔달구 기쁨 아파트 자살 사건.

- 김희미(26)가 사는...(2017.12.25.PM11.14)...

**


김선애는 굳은 얼굴로 서류첩을 이명환에게 넘기며 말했다.

“같은 날에 자살을 같은 수법으로 시도했네요. 그리고 제보 시간도 똑같고요.”

“그래. 문제는 그때 당시 전화한 제보자의 전화가 모두 같은 공중전화에서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명환이 자신의 팔을 쓸어내린다.

“으으. 소름이 돋아. 누가 죽였다는 거잖아.”

“아니, 그러기엔 죽은 시점이 같아. 단순히 인터넷을 통해서 만나서 같이 공모했고, 남성이 신고 한 거 같은데.”

박수호의 말에 이신후는 쓴웃음을 지었다.

“붙잡힌 남성의 말도 똑같이 했고, 별다른 증거가 없어서, 사건을 그렇게 마무리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한 명의 부모가 절대 자살할 얘가 아니라면서 부검을 신청했고, 그곳에서 약물이 발견되었다.”

“하지만 보고서에는-”

“새로 수사가 시작되려는 찰나, 붙잡힌 남성이 자살한 채 발견되었다.”

이신후의 말에 세 사람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신후가 자신이 들고 있는 서류첩을 읽기 시작한다.

“이명훈, 나이 29세. 공무원시험 준비생. 평소에 조용하고 말을 잘 들어주는 성격이었음. 우울증 진단을 받은 기록이 있으며, 컴퓨터에는 다른 여자들과 대화한 내용이 남아 있었고, 그 여성들을 취조한 결과 자살을 도와주겠다고 한 것으로 드러남. 여자들과 똑같이 수면 성분이 들어간 약물을 먹고 연탄 자살을 시도함.”

박수호는 검지로 책상을 두드리며 말했다.

“결국 그가 죽였는지, 아니면 그가 말한 방법대로 여자들이 죽은 건지 모르는 상태가 되었군요.”

“그렇지. 만약 이대로 사건이 끝났으면 모르는데, 여기서 사건이 추가로 발생한다.”


**

2017.12.30.

경기도 광주시 소망 아파트 자살 사건.

- 김나나(24)...

**

**

2017.12.31.

경기도 남양주시 희망 아파트 자살 사건.

- 박지희(23)..

**


두 사건을 제일 먼저 본 이명환이 박수호에게 서류첩을 넘기며 말한다.

“두 사건이나 더 있군요. 설마 계속 발생하고 있는 겁니까?”

“아니, 그것으로 끝났다. 그리고 두 사건은 전 사건과 다르게 한곳에서 전화한 것이 아니라,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신고한 거였어.”

“앞의 사건 때문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한 거 아닌가요?”

“나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우리 청장님이 내가 놀라는 모습을 보고 싶으셨나봐. 이게 실제로 우리에게 배정된 사건이다.”


**

2018.12.25.

강남구 사랑 아파트 자살 시도 사건.

- 이지연(24)이 사는 곳에 연기가 난다는 옆집 거주민(김목련45)의 신고로(PM11.11) 소방대원이 출동했으며, 안에서 연탄을 들이마신 채 의식 불명 상태로 누워 있었다.

- 다행히 목숨은 구했지만, 현재 많은 연기를 흡입했고, 다량의 수면제까지 복용한 상태라 의식이 언제 회복될지는 모르는 상황이라고 의사가 진단을 내린 상황이다.

**


박수호를 제외하고 두 사람이 서류를 같이 보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이름도 비슷하고, 짧은 단발에 자그마한 체구, 연령대랑 몸매 그리고 몸무게까지 전 피해자랑 너무 비슷한데요?”

“그리고 부산에서 올라온 여자라는 것도 똑같아. 혹시, 다른 곳에서 사건은-”

“경찰청에서도 다른 곳에 협조를 요청한 상황이지만, 아직 새로운 신고는 접수되지 않았다.”

이신후의 말이 끝나자마자, 박수호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오전 열한 시. 앞으로 열두 시간 남았군요.”

“뭐가?”

이신후가 물었을 땐, 이미 박수호는 자리에서 일어난 상황이었다.

“뭐가 열두 시간 남았냐고!”

박수호는 차키를 집고는 말했다.

“다음 피해자가 생길 때까지 남은 시간요. 두 사람은 강남 아파트로 가고 아저씨는 다른 지역에도 경찰서 불러서, 그곳 지역에 비슷한 이름이나 비슷한 연령대 그리고 비슷한 외모를 지닌 사람들이 있는지 좀 파악해 달라고 해주세요.”

“나는?”

“협조 안 해주는 곳은 아저씨가 가야 할 거 아니에요.”

“청장님은 이 사건을 수사... 나갔네.”

이신후가 난처한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봤을 때, 이미 두 사람도 자리에서 일어나 외투를 챙기더니,

“팀장님 저 가봅니다.”

“가보겠습니다. 수고하세요.”

바깥으로 빠르게 뛰어나갔다.

덩그러니 혼자 남은 이신후는 책상 위에 흩어진 서류첩들을 정리한다.

“내가 팀장이 아니라 막내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착각이겠지?”


**

**


의정부 미소 아파트.

세 개 동으로 이루어진 작은 아파트 단지에 들어선 박수호의 검은 승용차가, 경비 및 아파트 사무실이 위치한 입구 앞에 멈춘다.

차에서 나온 박수호가 차가운 겨울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문으로 들어갔고, 안에는 따뜻한 차를 마시고 있는 세 명의 경비복을 입은 남성들이 있었다.

박수호가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그들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조금 전에 연락드렸던, 서울지청 소속의 박수호 경사라고 합니다.”

그의 말에 세 사람 중 유일하게 다리를 꼬고 앉아 있던 칠십 대 남성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갔다.

“목소리보다 훨씬 더 젊은이였군. 나는 여기 미소 아파트 경비대 소장이오. 여기 주변 지리나 사람들 전부 꿰고 있는 사람이지. 반가워요.”

박수호는 ‘이경천’이라고 적힌 그의 이름을 슬쩍 본 다음 웃으며 그의 오른손을 맞잡았다.

“예. 감사합니다. 이경천 소장님. 주민들 기록 좀 볼 수 있을까요?”

“영장은 가져왔나?”

“여기 있습니다.”

박수호가 영장 서류를 내밀자, 가슴 주머니에서 안경을 꺼낸 그가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서울지방...”

“죄송하지만, 기록지를-”

“다 읽고 보여줘야지. 위조한 거면 나만 손해 보는 거잖아?”

그의 단호한 말에 박수호의 얼굴이 굳어진다.

“지구대 분들에게도 확인 전화까지 하셨다고 들었습니다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가만 기다려봐.”

오 분 정도 흐르자, 박수호는 결국 지구대 사람들을 부르게 된다.

이 분 만에 온 두 경찰이 박수호를 보자마자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이강욱’이라는 명찰을 단 사십 대 경찰관이 그에게 말한다.

“이분들이 깐깐해서, 저희가 확답을 해줘야 믿습니다.”

“알고 계셨으면 이 경사님이 여기로 오셨어야죠.”

박수호의 딱딱한 말투에 두 사람의 얼굴이 굳어졌고, 느긋한 표정으로 서류를 보고 있던 이경천이 헛기침을 하며 그에게 내밀었다.

“내가 읽는 게 느려서 그러는 걸 굳이 지구대 사람들까지 불러서 고생시키나.”

“사람 목숨까지 걸린 일이라고 분명히 말했을 텐데요.”

“사람 목숨? 다른 일이 아니라?”

“명부 보여주시죠.”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앉아 있던 경비원 중 지난웅이라고 명찰이 달린 경비복을 입은 남성이 책상으로 뛰어가 서류첩 하나를 들고 왔다.

“목숨이 걸린 거면 진즉에 말씀하지, 그냥 난방비 비리신고 때문에 오신 줄 알았어. 여기 이 소장도 청렴하게 비용을 청구해오고 있는데, 난방비로 신고한다는 주민 반응에 예민해서 그러거니, 너그럽게 봐주쇼.”

그의 말을 들으며 박수호는 서류첩을 펼쳐서 명단을 넘기다가, 자리에 앉아서 서류첩에 이름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1동 김안미(101) 2동 김영미(202) 3동 김영희(301)...


“제가 적고 있는 분 중에 나이가 이십 대 혹은 삼십 대 여성분이 있습니까?”

그의 말에 경비대원들이 살펴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 죄다 우리랑 비슷한 아주머니들이여.”

“그렇지.”

계속해서 써 내려가던 박수호는 고개를 들어보았고, 세 경비원 모두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많은 분들입니까?”

“이 중 제일 젊은 분이 삼 동 부녀회장인 김오미님이지?”

“그렇지. 오십 살 살짝 넘었으니께.”

그들의 말에 박수호는 검지로 탁상 위를 두드리기 시작한다. 일 분 정도 생각에 잠겼던 그가 입을 열었다.

“그러면 김씨 성을 가진 젊은 여성들이 누군지는 아십니까?”

“김씨 성을 가진 처자들이라면... 기억이 안 나는데... 다른 사람들은 기억나는 게 있어?”

이경천의 질문에 두 사람 중 지난웅이 입을 벌렸다.

“삼 동에 사십 살 먹은 김씨 가족이 있는데, 딸내미 하나 데리고 있구먼, 그 딸내미가 고등학생이지 아마?”

“다른 분들은 진짜 없으신 거죠?”

박수호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고, 자리에서 일어난 박수호가 지구대 경찰들을 바라보았다.

“혹시 모르니, 이곳 주민들에게 김씨 성을 가진 젊은 여성들이 사는 집 좀 알아봐 주세요. 중요한 일이니 꼭 좀 부탁드립니다.”

굳은 얼굴로 말하는 박수호의 모습에 두 사람도 굳은 얼굴로 크게 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나가려던 박수호가 갑자기 멈춰서더니 경비대원들을 바라보았다.

“혹시, 연탄이나 번개탄, 부탄가스 같은 걸 들고 들어가는 여성분이 있으면 꼭 좀 연락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삼 동 근무하시는 경비원분은 저 좀 따라 오세요.”

말을 마치고 책상 위에 자신의 명함을 내려놓은 박수호가 바깥으로 걸어 나왔다.

휘이잉.

매서운 겨울바람 위로 차가운 회색빛 하늘을 바라보는 박수호 뒤로, 삼 동을 담당하는 경비원인 지난웅이 따라 나왔다.

“아따. 춥구먼.”

“가시죠.”

“그려. 어여 가야지.”

팔자걸음으로 걸어가는 그의 곁에서 박수호는 눈동자를 이리저리 움직여서 아파트를 훑어 내려갔다. 추운 겨울이라 바깥을 내다보는 사람들은 없었고, 모든 창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이곳은 베란다가 작군요.”

“원래는 가난한 사람들 임대를 목적으로 지은 건물이라서 그려. 그러다가 갑자기 이곳 근처에 역이 들어서는 것으로 결정되니까, 임대 사업이 취소되고, 방들을 합쳐 한 집으로 만들어서 평수 올린 다음 비싼 가격에 팔았지.”

“그러면 보통 날림 공사가 심할 텐데, 주민들끼리 층간 소음으로 싸우지는 않습니까?”

“아니, 중소 건설사가 지었는데, 튼튼하게 지어서 그런가, 그런 거 하나도 없고, 자잘한 금도 잘 안 간 곳이라 집값이 오히려 더 뛴 곳이 여기여.”

“다행이군요.”

“그렇지. 베란다가 작은 게 흠이지, 건물도 튼튼하고 산 옆이라 공기도 좋고, 산책하러 가기에도 좋지. 정류장에 역도 근처니까, 아주 좋은 곳이라니까. 나도 돈 좀 조금 더 모아서 이리로 올 생각이니까 말 다 했지.”

“주민들이 잘 대하나요?”

그의 질문에 경비대원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암. 에어컨도 달아주고, 다들 친절하지. 전 곳은 오래된 건물이라서 에어컨도 없었고, 철거 직전이라 주민들도 별로 없어서 최악이었는데, 여기는 천국이야. 천국.”

“언제쯤 이곳으로 오셨습니까?”

“음... 한 이 년은 됐지 아마?”

그의 말에 눈빛을 빛낸 박수호가 삼 동 입구에 있는 계단을 오르며 말했다.

“작년에 돌아가신 젊은 여성분은 아시나요?”

“작년이라면... 아! 꽃집 처녀!”

엘리베이터 앞에 멈춰선 그들은 내려오는 걸 기다리며 대화를 계속했다.

“꽃집을 하셨습니까? 나이가 젊다고 들었는데요?”

“아... 그 꽃집이 아니라, 베란다에 꽃을 가득 키워서 꽃집 처녀라 불렀어. 작은 체구로 힘도 좋아서, 노인 분들 짐도 자주 들어다 주고, 꽃도 나눠주던 밝은 처녀였는데... 자살이라니. 사람 맘 모른다는 게 딱 그짝이었지.”

“몇 동에 사셨습니까?”

“일 동이었어. 경천이 그자가 그 일로 많이 울었어. 자기가 먼저 연기를 발견했으면, 살았을 거라고, 한탄을 어찌나 하던지. 한 일주일은 근무도 나오지 못하고 병원에 있었다니까.”

“그래요...”

“소장이 자네에게 불퉁스럽게 대한 건 대신 사과할게. 그 사람이 젊은 시절부터 경호나 경비 일로 반평생을 살아서 그런지 몰라도 워낙 자기 일에 자부심이 있는 사람이라서, 주민이랑 관리비 문제로 싸운 이후로 사납게 변한 거지, 평소에는 저러지 않아.”

“알겠습니다.”

-문이 열립니다.-

문이 열리면서 나이 든 여성들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쏟아져 나왔다.

“어머! 혹시 경비님 아들?”

“아니여~! 잠시 조사 좀 하려고 오신 경찰관님이셔.”

경찰관이라는 말에 제일 먼저 말을 걸었던 오십 대 여성의 얼굴이 굳어진다.

“조사요? 혹시 일 동 관리비 문제 때문에 오신 건가요?”

“그게 아니라, 다른 일로 오셨데.”

“아. 그래요?”

“죄송하지만, 주변에 김씨 성을 가진 젊은 여성분들이 어디에 사시는지 알고 계십니까?”

박수호의 질문에 아주머니들이 잠시 멈칫하다가 서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김씨 성을 가진 여자면 오백육 호 김씨네 딸내미밖에 없지 않아?”

“아니, 일 동에 삼십 먹은 김지영이라는 강사도 있잖아.”

“이 동에는 외국 유학 간 김희애도 있지? 한국에 왔나?”

“아직 안 왔을걸?”

“생각보다 많네.”

“원래 김씨가 제일 많잖아.”

“그런데, 왜 경찰이 김씨 성을 가진 여자를 묻는 거예요. 혹시 성폭행 사건?”

그가 대답하기도 전에 이미 다른 아주머니들이 한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그것밖에 더 있어? 요즘 허구한 날 성폭행에 성희롱으로 야단법석이잖아.”

“어이구. 안 됐네.”

“아니, 그게 아니라.”

그가 입을 여는 순간,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아주머니들을 보며 박수호의 이마에 굵은 땀이 맺혔다.


작가의말

생각보다 증상이 오래 가네요.

그럼 내일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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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파일12# 48시간 (1) +2 19.09.09 322 11 20쪽
144 파일11# 개미 2 (8) +3 19.09.06 329 12 17쪽
143 파일11# 개미 2 (7) +3 19.09.05 218 10 14쪽
142 파일11# 개미 2 (6) +1 19.09.04 244 9 17쪽
141 파일11# 개미 2 (5) +1 19.09.03 261 8 14쪽
140 파일11# 개미 2 (4) +2 19.09.02 263 13 15쪽
139 파일11# 개미 2 (3) +3 19.08.29 274 10 11쪽
138 파일11# 개미 2 (2) +1 19.08.28 269 12 11쪽
137 파일11# 개미 2 (1) +1 19.08.27 273 8 18쪽
136 파일10# 개미(5) +2 19.08.25 267 7 17쪽
135 파일10# 개미(4) +1 19.08.24 296 9 20쪽
134 파일10# 개미(3) +1 19.08.23 277 1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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