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숫자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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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9.04.0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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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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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2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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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파일10# 개미(1)

DUMMY

128

**

개미.

**


서울수사지원팀의 활약과 동시에 같은 지역 경찰들까지 공이 전가되고, 언론들에까지 회자하면서 서울판 FBI라는 별명까지 얻게 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원래는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전국수사팀이 있었다는 사실도 알려지게 되고, 그 과정에서 지역 유지와 결탁한 경찰들을 처벌했지만, 그로 인해 주변에 압력이 거세지면서 팀이 잠정 해체되었다는 사실까지 국민들에게 알려지자, 자그마한 바람이 뭉쳐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바람의 근원지인 서울수사지원팀의 팀원들은 새해 첫눈을 맞으며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 분리수거장에서 쓰레기를 뒤지고 있었다.

“아니 눈은 왜 또 내리는 거야.”

짜증이 섞인 이명환의 말에 피식 웃은 박수호가 양손에 들린 플라스틱을 분리수거함에 넣으면서 말했다.

“한동안 눈이 안 내려서 대기 질도 안 좋았는데, 내려주면 좋지.”

“어차피 그래봤자 한 시간만 지나도, 중국에서 먼지들이 몰려오잖아.”

“그래도 그게 어디야. 좋게좋게 생각하고 빨리 정리나 하자.”

“이런 건 그냥 경비아저씨에게 웃돈 주고-”

박수호가 자신을 노려보자, 이명환이 입을 다물고 다시 움직였고,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경비원 옆에 같이 선 이신후가 몇 가지 질문을 하고 있었다.

“그때 주운 플라스틱 통을 분명히 저곳에다 넣은 거 확실합니까?”

“예. 정말로 넣었다니까요. 그런데 보이지 않으니. 거참. 저도 답답할 따름입니다.”

“이곳을 비추는 카메라도 갑자기 안 된다고 그러시고. 이곳에 넣었다는 플라스틱병도 없고. 자꾸 이렇게 어긋나면 저희도 곤란합니다.”

“저도 이러다가 제가 범인 되게 생겼다는 거 잘 압니다. 제가 얼마나 답답하면 이렇게 서서 지켜보고 있겠습니까. 주민들끼리 관리비 때문에 서로 매일같이 싸우는 통에 힘들어 죽겠는데. 이런 일까지... 하아...”

눈가에 맺힌 물기를 닦으며 그가 말을 이었다.

“오 년 넘게 이곳에서 일했지만, 지금처럼 힘든 건 처음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뭔 줄 아십니까. 난방비 관리 맡으면 소장 자리 준다는 말에 현혹되지 않고 경비원에 만족한 겁니다. 만약 맡았으면...”

말을 흐리면서 자신이 맡읕 아파트 동의 건물 위를 올려다보는 그였다.

“누가... 저기서 던졌는지 모르겠지만... 그 놈 머리에도 떨어졌으면 좋겠네요.”

경비원을 따라서 강한 바람에 거의 구십 도로 꺾여 흩날리는 눈발을 바라보던 이신후의 곁으로 박수호가 다가왔다.

“정리 끝났습니다.”

“그래 고생했다. 죄송하지만, 이간식씨.”

“예.”

“저와 함께 서로 가주셔야겠습니다.”

“예...”

이간식은 축 처진 어깨를 이끌고 이신후와 함께 이동했고, 박수호는 스트레칭 중인 이명환에게 손짓했다.

“왜.”

이명환이 다가오자, 그가 주차장 자리가 부족해 가로로 주차된 차들을 박수호가 하나하나 가리키면서 말했다.

“저기 있는 블랙박스들 영상 다 받아야 하니까 잘 보고 있다가 누가 내려오면 바로 달려가서 영상 협조 부탁드린다고 해줘.”

“내가? 네가 아니라?”

“나는 옥상에 올라가 봐야 하잖아. 네가 올라갈래?”

그의 말에 이명환은 고개를 크게 좌우로 흔든다.

“아니. 절대 못 해. 안 가. 무조건 안 가. 내가 밑에서 열심히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 잘 갔다 와.”

배웅하고서는 바로 자신에게서 떨어지는 그의 모습에,

“귀여운 녀석.”

박수호는 웃으며 아파트 내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현장 감식 때문에 열려 있는 옥상 문을 통해 옥상에 들어온 그는 담배꽁초가 발견되어 투척 의심 장소로 여겨지는 곳으로 걸어간다.

아래를 내려다보려고 상체를 내민 박수호.

“음?”

좀 더 내밀어 보지만 발이 살짝 들리는 것을 느낀 그는 미간을 좁히며 팔을 이용해 상체를 다시 바로 세웠다.

“나도 보이지 않는데? 그냥 단순히 던진 건가? 아니면...”

말을 흐리며 그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왼쪽으로 돌렸고, 그곳에는 같은 방향으로 가로로 길게 늘어진 건물을 바라보았다.

휘이잉.

거센 맞바람에 잠시 눈을 감았다 뜬, 박수호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맺혀 있었다.

“강한 바람까지. 이거. 재밌게 돌아가네.”


**

2019.01.17. XX매거진.

XX 아파트 투척물 사건.

오늘 새벽. 피해자 이마리아(4)는 내용물(200mL) 들어간 페트병에 맞아 의식 불명 상태가 되었다.

페트병이 날아온 경로는 바람에 심했거나, 누군가 힘을 실어 던지는 등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결과 보고서를 국과수에서 보내왔고, 1동 2동 3동 주민 전부 용의 선상에 올라가게 된다.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한 범행이 아닌 무차별을 한 게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주민들은 공포에 떨고 있으며, 중국에서 자주 벌어지는 몰상식한 쓰레기 투척 행위를 비교하며, 단순 투척이 살인 미수까지 번진 건 아닌지 의심하는 주민도 있었다.

다행히 주변에서 조사 중이던 서울수사지원팀이 사건을 조기에 인지할 수 있었고, 그 뒤에 이어진 노원경찰서의 적극적인 수사로, 페트병이 떨어진 각도와 위치, 그리고 페트병을 가져간 것으로 의심되는 용의자들을 추릴 수 있었으며, 그들을 불러 노원구가...

**


노원구 경찰서 주차장.

차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던 이명환이 신경질적으로 엄지를 움직여 화면을 끈다.

“에잇. 기껏 범인 윤곽까지 잡았더니, 지들이 공을 쏙 빼먹다니. 이 녀석들이 하이에나지, 우리들이 하이에나냐? 안 그래? 욕하며 수사에서 비협조적으로 굴 때는 언제고, 공 될 거 건지니까. 아우! 답답해.”

그의 말에도 다른 세 사람의 표정은 무덤덤했고, 그런 그들을 본 이명환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아니, 세 사람은 분하지도 않아요?”

“뭐가?”

“왜?”

“아닌데?”

동시에 무덤덤하게 답하는 세 사람을 본 이명환이 다시 한 번 더 가슴을 두드린다.

“아우. 이러니, 저놈들이 공을 날름 잡아먹는 거 아닙니까. 좀 더 강하게 우리들이 주도하고, 요구까지 해야 이런 일 다시는 안 벌어집니다. 네?”

그의 말에 김선애가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다.

“언제는 사건 안 터지면 좋겠다면서요. 그리고 제일 고생한 건 우리 팀장님과 박수호 경사님이 아닌가요? 검사님은 높은 곳은커녕, 작은 계단도 올라가는 것도 힘들어하고, 쓰레기 뒤지는 것도 투덜거리면서 시간 다 잡아먹는 분이잖아요.”

“그거는 내가 살짝 정신적인 문제가 있잖아. 쓰레기야 노원구 형사들도 뒤져야 하는데, 안 뒤지고 너희들 사건이라는 식으로 말하면서 내빼서 그런 거고. 무엇보다 사건이 애초 안 터져서 고생 안 했으면 모를까. 이번 건 우리가 생고생한 사건이잖아.”

“한두번 이런 것도 아닌데, 유독 이번 사건에 예민하게 구는 건 뭐야? 혹시 부장 검사가 압력이라도 줘?”

박수호의 질문에 순간 말을 못 한 이명환이 버럭 소리 지른다.

“무리하게 수사 진행해서 맨날 부장에게 혼나는 거 잘 알면서 그러냐! 그리고 이번 사건은 우리가 다 잡은 사건이잖아! 다른 사건은 그동안 다른 이들이 수사를 해왔거나, 했던 것을 기반으로 우리가 추가 조사를 벌여서 그랬다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는데, 이건 그게 아니라 우리가 처음부터 수사한 거라고!”

차 안이 살짝 울릴 정도로 큰 고함에, 박수호는 눈살을 찌푸리며 귀를 후볐다.

“재판장에서 말할 때는 몰랐는데, 너 목소리 되게 크다.”

“야! 지금 내 말 진지하게-”

“누군 억울하지 않은 줄 알아? 우리도 화가 나. 하지만 어쩌겠어. 우리는 수사 지원이 주된 목표고 궁극적으로 전국수사팀이 다시 창설될 수 있는 좋은 이미지를 쌓아서 재창설될 수 있도록 하는 거잖아.”

박수호의 말이 끝나자마자 김선애도 입을 열었다.

“박경사님 말대로 잘해오고 있었잖아요. 왜 이렇게 화를 내는 거예요. 혹시 아는 사람이라도 있어요?”

그녀의 질문에 뒤에서 묵묵히 서류를 바라보고 있던 이신후까지 그를 바라보았고, 잠시 머뭇거리던 이명환이 입을 열었다.

“그게... 피해자를 내가 알아.”

“피해자를 안다고요?”

“어... 내가 부산에서 근무할 때, 가정폭력에 신음하던 피해자 어머니인 김사라님 사건을 맡았거든. 내가 남편이 찾기 힘든 서울로 이사하는 건 어떻겠냐고 추천했고, 노원구에 있는 아는 분 사업장까지 소개해줬어.”

박수호는 눈살을 크게 찌푸렸다.

“그러면 바로 말했어야지.”

“말하려고 했는데, 워낙 세 사람이 바쁘게 움직이고, 증거 찾아 돌아다니니까, 오히려 방해될까 봐 말 못했지.”

“그게 아니라, 그녀 남편 말이야.”

“어?”

“그녀 남편이 앙심을 품고 던질 걸 수도 있잖아. 그자 위치도 파악하는 게-”

“죽었는데?”

그의 말에 박수호의 얼굴이 굳어진다.

“죽었다고?”

“응. 판결 나오고 나서, 얼마 뒤, 연탄으로 자살을 시도했어. 구급차에 실려 갔지만, 뇌사 판정을 받고 화장까지 했지.”

“자살 이유는?”

“유서는 없었지만, 아무래도 자기 도박 빚을 갚을 마지막 수단이 아내마저 도망쳐서 절망감에 자살한 거로 추정했는데... 혹시 너도 아는 사람이야?”

그의 말에 박수호는 입을 벌렸다가, 자신들을 향해 뛰어오는 사십 대 남성을 보고 굳게 다물었다.

툭툭.

창문을 열자, 달려온 남성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한다.

“용의자 중 한 명이 누군가 던진 투척 물에 머리를 다쳤습니다. 그 일로 입구에서 사진 찍기로 약속한 건은 취소되었다고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용의자 중 누가 머리를 다쳤는데요?”

“제일 처음 의심받았던 경비원 이간식님입니다.”

“던진 사람은 누군지 모릅니까?”

“바로 그 자리에서 자수했습니다.”

“자수요? 누군데요?”

“피해자 어머니인 김사라님입니다. 그자가 던졌다는 또 다른 용의자의 말을 듣고, 던졌다고 합니다.”

그의 말에 이명환의 얼굴까지 굳어졌고, 뒷좌석에 있던 이신후가 창문을 열었다.

“그럼 나중에 다시 하는 겁니까?”

“예. 나중에 사건 해결하고 나서 간단한 인터뷰로 언론에 알리는 방식으로 하자고 서장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알겠습니다. 수고하세요.”

“수고하셨습니다.”

말을 마치고 그는 다시 경찰서 안으로 뛰어갔고, 창문을 닫은 이신후가 박수호를 바라보았다.

“너 감이... 아. 맞다. 이낭자 아주머니 때문에 사건 넘겨주고 바로 병원에 갔었지? 용의자들 진술은 다른 이들이 맡고.”

“네.”

“이낭자씨 병세는.”

“악화 중입니다.”

그의 말에 심각한 얼굴로 변한 이신후가 그에게 부드럽게 말한다.

“어차피 이번 사건도 마무리되었는데, 잠시 휴가를 내고 곁에서 돌보는 건 어떠냐. 너 순경 시절부터 어머니처럼 보살펴 주신 분이잖아.”

“마침 수영이가 휴가를 내서 돌보고 있습니다.”

“수영이가?”

“네.”

“한창 승진하고 돈 욕심이 날 나이인데. 그 애가 보기엔 촐랑거려도 속도 깊고 인성이 좋아.”

“예. 덕분에 저도 요 몇 주 사건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그는 하늘 짙은 회색 구름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제가 지켜봐 드려야죠. 누군가 다치더라도 말이죠.”


**

**


박수호가 휴가로 빠지면서, 세 명만 업무 중인 수사지원팀 사무실로 두 사람이 찾아왔다.

“노원구에서 다시 한 번 더 그 사건을 맡아주길 바라고 있어. 그리고.”

한 사람은 강명길 지청장이었고, 다른 한 명은...

“우리 서울 최고 에이스인 박수호의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찾아온 우희진 경정이네. 정말 감사하게도, 에이스 대신 이곳 업무를 도와주기로 했어.”

그의 말이 끝나자, 검은 정장에 검은 테 안경을 쓴 우희진이 한 걸음 앞으로 나와 미소를 띤 얼굴로 말했다.

“반가워요. 팀장은 아니고, 고문으로서 같이 행동하기로 했으니까, 예전에 전국수사팀에서 일했던 것보다 더 편하게 대해주셨으면 좋겠네요.”

그녀의 말에 세 사람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맺혔다.


작가의말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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