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숫자를 본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9.04.01 10:01
최근연재일 :
2019.11.19 21:00
연재수 :
183 회
조회수 :
152,591
추천수 :
3,311
글자수 :
1,250,240

작성
19.08.29 21:00
조회
273
추천
10
글자
11쪽

파일11# 개미 2 (3)

DUMMY

135

순간 움찔한 박수호를 보며, 그녀가 피식 웃더니 부드럽게 말했다.

“당신이 녹음해서 진실을 밝혀낸 걸 뉴스에서 듣고 따라 한 거예요. 놀라는 모습 보니까. 당신도 사람 같네요.”

자기 앞에 놓인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박수호가 옅은 미소를 띤 얼굴로 말했다.

“제가 이중인격이라도 되어서 지시라도 내린 줄 알았습니다.”

“호호. 덕분에 아버지도 미몽에서 깨어났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살인을 하셨지 않습니까?”

“제 인생의 절반을 죽인 존재잖아요. 죽어도 싸다고 생각해요.”

그녀의 단호한 대답에 박수호의 얼굴이 굳어지자, 그녀는 서글픈 미소를 지었다.

“왜요? 잔인한 여자라고 생각하나요?”

“아닙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박수호의 말에 그녀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린다.

“아... 그러고 보니, 저보다 더 심하게 당한 분이 눈앞에 있었네요. 그런데... 어째서 살려주신 거예요?”

“김명호 말입니까?”

“네. 그대로 죽게 둬도 누구도 뭐라 하지 않았을 거예요. 정확히는 아무도 모르잖아요.”

“아무도 모르지 않습니다.”

“혹시 목격자라도-”

“자기 자신이 있지 않습니까. 저는 자신을 속이고 살 사람이 아닙니다. 물론, 제 결정 때문에 당신 아버지가 살인자가 되었다고 생각하시면 할 말-”

“아니에요. 저는 오히려 안심되었어요.”

“안심이요?”

“네. 왜냐하면...”

잠시 말을 흐리던 그녀가 바깥에 눈이 내리는 광경을 보며 말을 이었다.

“당신 같은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으로 제가 사니까요. 사실 당신이라는 존재를 알기 전까지 사람들이 너무 무서웠어요. 남자들은... 저를 덮칠까 봐, 여자들은... 저를 돈을 노린 꽃뱀이라 욕할까 봐...... 온 세상 사람들이 저를 죽이려 달려드는 세상이라고 느꼈어요. 하지만, 뉴스를 보고 당신같이 진실을 밝히려고 죽음을 걸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 진실에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니까. 뭔가 숨통이 트이더라고요.”

“그래서 편지를 보내시게 된 겁니까?”

그의 질문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 생각에 제가 갇혀 지낸 것처럼, 그도 자기 생각에 갇혀 지내고 있는 거 같아서, 그 안에서 꺼내주고 싶었어요. 그러면 정신 좀 차리고 진심으로 반성하는 한 사람이 될 거 같아서요. 물론, 그는 복수를 선택했지만 말이죠...”

“두 번 보내셔서 저는 화가 나신 줄-”

“두 번이요?”

그녀의 반문에 박수호의 얼굴이 굳어진다.

“두 번이 아닙니까?”

“아니요. 저는 한 번 보냈는데요?”

“언제 보내셨습니까?”

“뉴스로 접한 그날이요.”

그녀의 대답을 들은 박수호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

**


세 시간 뒤.

저녁노을로 사무실이 붉게 물들었을 때, 세 사람은 짜장면을 먹으며 대화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세 개의 편지 모두 보낸 건 맞지만, 일주일에서 이주일 뒤에 그에게 전달되었다는 말이지?”

이신후의 질문에 박수호는 입안에 있는 짜장면을 삼키고는 답했다.

“예. 가족들에게 물어본 결과 비는 시간이 제법 되었습니다.”

김선애는 마지막 남은 단무지를 집어 입에 쏙 넣고는 입을 열었다.

“그러면 그걸 관리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일단 개미이거나 개미가 뿌린 페로몬에 조종당하고 있다는 거네요.”

그녀의 말에 이신후는 눈살을 찌푸린다.

“생각만 해도 정말 끔찍한 놈이다. 사람들의 맘을 이용해서 제 욕심을 채우는 녀석이라니. 자기 제일 먼저 사라져야 할 놈이라는 건 아는지 모르겠구나.”

“모르니까 그런 거겠죠. 그래서 이제는 우리가 뭘 해야 하는 거죠?”

그녀의 질문에 짜장면을 다 비운 박수호가 그릇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너라면 누구일 거 같아?”

“누구요? 당연히 교도관이 유력하지 않나요? 직접 편지를 검수하고 전달하는 자들이니 그들밖에 없잖아요.”

“아니 더 있어.”

“더 있다고요?”

탁탁.

박수호가 짜장면 그릇을 두드리자, 그의 행동을 본 김선애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배달부! 맞죠!”

“그래. 정확히는 배달하는 사람들이 그 대상이다. 그곳으로 소포와 우편을 배달하는 사람들과, 그들에게 직접 전달한 전직 교도관 강우원, 그리고 그의 상관이었던 이영운까지 전부 다 훑어봐야지.”

“우편배달부야 우리가 만나면 바로 만날 수 있지만, 강우원이랑 이영운은 벌금형만 받고는 바깥에 있잖아요. 그들이 영장 없이 만나 줄까요?”

그녀의 말에 이신후와 박수호가 동시에 싱긋 웃자, 그런 두 사람을 본 그녀가 입을 열었다.

“만날 방법이 있군요.”

“그래. 그것도 지금 당장.”

“지금 당장이요?”

그녀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 이신후가 박수호를 바라보았다.

“우리 탕수육 하나 더 시킬까?”

“예. 대자로 하나 먹고 싶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에 미간을 좁힌 김선애.

“지금 수사 이야기하다 말고 탕수육 이야기는 왜 나오는 거예요.”

그녀의 뾰족한 목소리에 이신후가 달래듯이 말했다.

“삼십 분만 기다려라. 그러면 두 사람이 알아서 올 거다. 그럼 대자로 시킨다. 김선애 너는?”

그의 질문에 김선애는 새초롬한 목소리로 답했다.

“저는 깐풍기 소자요.”

그녀의 대답에 사무실에선 큰 웃음소리로 가득 찬다.


**

**


정확히 이십칠 분이 지났을 때, 양손으로 깐풍기와 탕수육을 든 삼십 대 후반의 남성이 그들 앞으로 다가왔다.

한눈에 봐도 보호대를 착용한 배달부의 모습이었는데, 그를 본 박수호가 환한 얼굴로 말한다.

“강우원님 오래간만입니다. 성실하게 배달부로 일하면서 돈 갚고 있다는 소식 잘 듣고 있습니다.”

탁.

탁자 위에 탕수육을 내려놓은 그가 불안에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벌금도 다 지불했고, 죄도 짓지 않고 있는데, 왜 나를 부를 거요.”

“그런데, 짜장면집 주인인 이영운님이 안 보이십니다.”

박수호의 말에 강우원이 이신후를 바라보았다.

“저자 목소리 듣고 심장이 놀랐는지 잠시 병원에 가셨습니다. 검사 마치고 바로 온다고 했으니, 먼저 나를 부른 이유부터 말해주시죠.”

“흠... 죄수들에게 온 편지들은 보통 어떻게 배달되지?”

이신후가 내뱉은 죄수라는 단어에 움찔했던 그가 작은 목소리로 답한다.

“그거야... 보통은 감수하지만, 조사한 대로 돈을 받으면 내가 직접 그들에게 전해줬습니다.”

“뜯어보지는 않았습니까?”

“어후... 그런 거 뜯어다가 걸리면 돈 뱉어내라고 하니, 절대 그런 짓 못합니다.”

박수호는 그의 머리 위 숫자에 노란색을 보고는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돈을 주지 않은 이남수씨 편지는 봤겠군요.”

그의 질문에 강우원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인다.

“예. 그자는 돈도 없기도 했고, 원래 그 동을 관리하는 총 책임자가 검수하는 게 동부구치소만의 룰입니다.”

“그러면 그의 딸이 김명호에 관한 이야기를 적은 편지 내용도 보셨겠습니다.”

박수호의 말에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던 그가 화들짝 놀라 손을 휘젓는다.

“아닙니다. 저는-”

그의 머리 위에 있는 노란색 숫자를 보며 박수호가 단호하게 말했다.

“거짓말하면 김명호 살인방조죄로 바로 감방에 넣어드릴 수 있습니다.”

“네?! 그게 무슨-”

“봤습니까. 못 봤습니까?”

그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물고 고심하던 조심스럽게 답한다.

“봤습니다.”

“그래서 김명호에게 알려줬습니까?”

“예.”

“그가 뭐라고 그러던가요.”

“그냥 주라고 그랬습니다. 아시잖아요. 그 오만한 성격. 알면 뭐하겠냐면서 주라고 그랬습니다. 결국 그 결정 때문에 죽게 되었지만...”

“음... 그거 말고는 다른 편지는 없었습니까?”

“다른 편지요?”

“예.”

잠시 생각하던 그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딸 편지 말고는 그에게 간 편지는 없었습니다.”


초록색.


머리 위 숫자를 본 박수호는 팔짱을 낀다.

그의 행동에 강우원이 움찔하더니 다급하게 말하기 시작한다.

“정말로 없었습니다. 만약 다른 편지가 그에게 갔다면, 저 말고 그곳을 출입할 수 있는 이영운 소장님밖에 없습니다.”

박수호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습니다. 여기 계산비는-”

“아닙니다. 소장님이 이곳에 돈은 안 받아도 된다고-”

덥석.

그에게 지폐를 꺼내 쥐여준 박수호가 그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

“소장에게는 이런 질문 했다는 말 절대 해서는 안 될 겁니다. 그에게서 당신에게 내가 한 질문을 단 하나라도 했다는 느낌을 받으면 아시죠?”

꿀꺽.

“네! 알겠습니다.”

“돈 확인하시고 맞으면 가세요.”

“네! 마. 맞습니다.”

대답을 마치고 허겁지겁 문으로 걸어간 그가 사라지자, 그에게 질문하는 사이 깐풍기를 먹고 있었던 김선애가 입을 오른손으로 가리며 말한다.

“이영운 그자가 개미일까요?”

그녀의 질문에 이신후가 탕수육을 먹다 말고 답한다.

“이렇게 맛있는 탕수육을 만든 사람이 개미 같지는 않은데.”

“이걸 그자가 만들었다고요?”

“교도관 내에서 죄수들에게 대한 두 가지 부류가 있다. 죄수들을 강하게 대해야 한다는 강경파, 죄수들을 강하게 하기보다는 교화를 위해 인간적으로 대해야 한다는 온건파. 그는 온건파였고, 교화를 위해 자신이 직접 요리사 자격증을 따서 가르치기도 했다. 실제로 그의 지도를 받고 식당 내서 장사로 성공한 이들도 많아.”

“비리를 저질렀다는 생각에 무조건 나쁘게만 봤는데, 꼭 그렇지는 않나 보네요.”

그녀의 말에 이신후는 탕수육을 한입 베어 물고는 씹으며 말했다.

“초범들의 경우 우발적으로 한 경우가 있어서, 그의 말대로 제대로만 인도하면 정직하게 사는 사례가 제법 있어. 그래서 소년법이 계속 살아 있는 이유가 어른보다 교정하기가 더 수월하기 때문이야. 그나저나 이거 진짜 맛있네.”

“그냥 우리들이 시켜서 그런 거 아닐까요?”

그녀의 말에 박수호는 탕수육을 먹으며 말했다.

“아니, 이곳 유명 맛집이야. 사람들이 자주 찾아오는 곳 중 하나이지, 방송이야, 자신 얼굴 팔리면 장사 못할 거 아니까 거부해서 안 나오는 거 같은데... 진짜 맛있네. 물론... 이제는 못 먹겠지만.”

“네? 왜요?”

그녀의 반문에 박수호는 문 앞에서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이영운을 보며 말했다.

“주방장이 꼼짝없이 감옥에 들어가게 생겼거든.”


푸른색.


짙다 못해 어두운 숫자 아래엔 이영운이 바들바들 떨며 박수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작가의말

후... 어쩌면 일요일도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상황봐서 공지에 올리겠습니다.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 정말 감사드립니다.

댓글 남겨주신 분들 항상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는 숫자를 본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4 파일13# 1/2 (5) +2 19.09.24 227 12 16쪽
153 파일13# 1/2 (4) +1 19.09.23 226 11 17쪽
152 파일13# 1/2 (3) +1 19.09.22 222 10 14쪽
151 파일13# 1/2 (2) +1 19.09.19 255 10 14쪽
150 파일13# 1/2 (1) +1 19.09.18 217 10 13쪽
149 파일12# 48시간 (5) +3 19.09.17 219 12 15쪽
148 파일12# 48시간 (4) +1 19.09.16 213 10 16쪽
147 파일12# 48시간 (3) +1 19.09.11 211 9 16쪽
146 파일12# 48시간 (2) +2 19.09.10 217 12 11쪽
145 파일12# 48시간 (1) +2 19.09.09 320 11 20쪽
144 파일11# 개미 2 (8) +3 19.09.06 327 12 17쪽
143 파일11# 개미 2 (7) +3 19.09.05 216 10 14쪽
142 파일11# 개미 2 (6) +1 19.09.04 242 9 17쪽
141 파일11# 개미 2 (5) +1 19.09.03 260 8 14쪽
140 파일11# 개미 2 (4) +2 19.09.02 262 13 15쪽
» 파일11# 개미 2 (3) +3 19.08.29 274 10 11쪽
138 파일11# 개미 2 (2) +1 19.08.28 268 12 11쪽
137 파일11# 개미 2 (1) +1 19.08.27 273 8 18쪽
136 파일10# 개미(5) +2 19.08.25 267 7 17쪽
135 파일10# 개미(4) +1 19.08.24 295 9 20쪽
134 파일10# 개미(3) +1 19.08.23 275 12 13쪽
133 파일10# 개미(2) +1 19.08.22 306 11 16쪽
132 파일10# 개미(1) +2 19.08.21 310 9 12쪽
131 파일9# 누군가에겐(6) +2 19.08.17 309 13 22쪽
130 파일9# 누군가에겐(5) +3 19.08.16 294 10 21쪽
129 파일9# 누군가에겐(4) +1 19.08.15 292 11 15쪽
128 파일9# 누군가에겐(3) +2 19.08.14 321 8 14쪽
127 파일9# 누군가에겐(2) +2 19.08.13 316 10 16쪽
126 파일9# 누군가에겐(1) +1 19.08.12 344 10 17쪽
125 파일8# 살아있는 이유(5) +2 19.08.09 330 14 2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