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숫자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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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9.04.0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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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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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24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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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10# 개미(4)

DUMMY

131

양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움켜잡은 그가 괴로움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전날 제게 페트병을 떨어뜨린 놈을 잡았으면 아이는 괜찮았을 텐데... 크흐흑.]

[전날에도 똑같은 사건이 있었다고요?]

김선애의 질문에 김한구는 제일 처음 진술했던 권현아를 위해 가져다 뒀던 휴지 두루마리를 가져와 코를 풀고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전날에 제 바로 옆에 페트병이 떨어졌습니다. 그거 때문에 위를 올려다봤지만, 아무도 없어서 누가 실수로 던졌다고 짐작하고 분리수거장에 가져다 놓고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사건이 터진 겁니다. 페트병에 맞았다는 사건에 설마 싶어서, 제가 범인으로 몰릴까 두려워 수거하러 분리수거장에 가서 가져왔습니다.]

[그렇군요. 피해자가 누군지는 알고 계십니까?]

이명환의 질문에 그는 고개를 끄덕인다.

[당연히 알고 있죠. 제가 피해자 어머님인 이혜자님에게 차를 팔았으니까요.]

[어떤 차를-]

[SUV 쪽 차를 원하셔서, 그 차량을 보유한 딜러에게 연결해 드렸습니다.]

그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이명환이 그에게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여기 보시면 그 딜러와 소개한 이에게 사기당했다는 이혜자님이 제출한 고소장이 있습니다. 여기 적힌 김구한님이 본인 맞으십니까.]

그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더니, 푹 숙이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제가 소개한 딜러가 침수되었던 차량을 팔 줄은 몰랐습니다. 개인 사업자도 아니고, 대기업에 속한 중개업자가 그랬다가는 오히려 대기업에도 고소를 당해서 절대 그런 짓은 힘들거든요. 예전이야 폰팔이랑 묶여서 사기꾼 취급당해도 싼 놈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사는 사람들의 지식도 늘고, 대기업이 관리하는 곳에선 나름 엄격하게 바꾸고-]

[처벌은 받지 않으셨지만, 그 일로 최근까지도 싸우셨다고 들었습니다.]

[소개한 제 탓도 있긴 하지만, 엄연히 그 딜러가 잘못한 거지 않습니까.]

잠시 코를 푼 그가 말을 이었다.

[제가 판 것도 아니고, 그 딜러와 그자와 짜고 문서를 조작한 놈들이 문제잖아요. 그런데 어떻게든 저까지 걸고넘어져서 제 돈까지 받아먹으려고 하더라고요. 평소엔 연구원에서 근무한다면서 고상하게 굴더니, 어린아이도 안 하는 생떼를 부리면서 억지 주장을 하니, 제가 얼마나 답답하고 화가 나겠습니까.]

[아무래도 피해자는 당신을 믿고 소개를 받은-]

[애초에 저는 그런 종류의 차량이 없다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적극적으로 추천한 것도 아니고, 주변 사람 중 그런 차량을 보유한 사람 한 명 소개해 달라고 해서, 바로 옆에서 근무하고 있던 딜러 이름 부른 것뿐입니다.]

그의 하소연에 김선애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그런데 고소당하셔서 억울하시겠네요.]

[당연히 억울하죠. 더 황당한 건, 나중에 찾아와서 같은 사무실 근무하는 동료들에게도 고함을 질러가며 모두를 싸잡아 욕했다는 겁니다. 재판 과정도 빨리 끝나야 무고죄로 고소해서 입이라도 막고 싶은 게 지금 제 심정입니다.]

이명환은 쓴웃음을 짓고는 서류를 뒤적이며 말했다.

[억울한 사정은 잘 알겠습니다. 며칠 전에 작성하신 진술서를 보니 같은 사건을 겪었다는 내용이 없는데, 말씀하시지 않은 이유는 뭐죠?]

[그거야... 제가 그런 일을 겪었는데, 신고하지 않았다고 하면 그것 때문에 자기 딸이 크게 다쳤다고 고소할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지긋지긋한데, 더 겹치면... 미쳐버릴 거 같았습니다.]

[페트병을 보셨을 때, 상태가 어땠는지 들을 수 있을까요?]

김선애의 질문에 그가 살짝 멍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무슨 말인지 몰라서 그런데...]

[아. 페트병이 찌그러졌는지, 혹은 안에 부유물이 있었는지, 포장지는 벗겨져 있었는지 궁금해서요. 그리고 가져간 페트병은 가지고 있었는지도 듣고 싶습니다.]

[이럴까봐 지문도 안 지우고 보관 중이었습니다. 페트병 안엔 음료수 냄새만 있었지 아무것도 없었고... 음... 긁힌 건 부분도 많고, 밑 부분이 많이 구겨졌습니다.]

우희진이 팔짱을 낀 채 대화를 지켜보고 있다가 중얼거리듯 말한다.

“용의자가 처음보다 침착하게 잘 대처하네요.”

“하지만, 그때 떨어졌다는 걸 증명하지 못하면, 제일 허술한 진술을 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동기도 제일 확실한 자 중 한 명입니다.”

“연락해서 알아보라고 해야겠어요. 잠시만 나갔다 올게요.”

“예.”

우희진은 바깥으로 나갔고, 문이 닫히자, 이신후는 스마트폰을 꺼냈다.

-낭자 아주머니는-

-괜찮지만, 오늘이 고비라고 합니다.-

-고생이 많다.-

그 뒤에 ‘ㅎ’을 쓰고는 다시 지운 그가 스마트폰을 다시 입력했다.

-여긴 잘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라.-

-예.-

스마트폰을 넣은 그는 다시 화면을 바라보았다.

마침 진술이 끝났는지, 두 사람만 남아 있었고, 이신후가 버튼을 눌렀다.

“경비원 언급은 위험했지만, 잘했다. 하지만, 다음부터는 좀 더 확실한 경우에만 그래라.”

[네.]

“검사님은 지금처럼 잘 좀 부탁드립니다.”

[하하. 네. 걱정하지 마시죠. 우희진 경정님은 나가셨나 봅니다.]

“역시 귀신같으십니다.”

[원래 새로운 사실 밝혀지면 바로 수사하라고 말하러 가시는 분이지 않습니까. 제가 그런 쪽으로는 비상합니다.]

[그렇게 비상하면 범인도 잘 좀 잡아봐요.]

[에이... 그런 놈들은 표정도 잘 숨긴다고. 그런 녀석들은 우리 형사님들이 전문이니 저는 그저 영장이라도 제때 발부될 수 있게 샤바샤바라도 하는 것만으로도 힘드니 봐주십쇼.]

[말이나 못하면...]

“귀엽게도 노는군. 좋을 때다...”

두 사람의 대화를 미소 지으며 지켜보고 있던, 이신후는 우희진이 안으로 들어오자, 살짝 상체를 바로 세우고는 버튼을 누른다.

“두 사람 다 제가 지적한 내용 곱씹으면서 수사하세요.”

그의 말에 잠시 경직되었던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던 자세에서 다시 서류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잔소리하신 거예요?”

“하하. 팀장이 할 일이 그거밖에는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용의자들은 아직이랍니까?”

“흠... 두 용의자는 잠깐 다툼 때문에 늦어지고 있다고 들었어요.”

“다툼이라면, 경찰과 싸우고 있습니까?”

고개를 가로저은 우희진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그게 아니라, 이혜자와 다퉜답니다.”

“피해자 어머니가 그들이 다니는 대학교는 어떻게 안 답니까?”

“알고 보니, 두 사람이 그녀가 다니는 연구소에 인턴으로 들어가 근무 중이라고 해요.”

“학생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겨울방학이잖아요. 방학 연구소 단기 인턴에 신청해서 두 사람이 그곳에서 연구지원을 하고 있었다네요.”

“거참. 사람 인연이라는 게, 서로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말이 틀리지 않는군요.”

그의 말에 우희진은 쓴 미소를 지었다.

시간이 흘러, 김장희가 취조실에 들어와서 제일 먼저 한 건 화장 고치기였다.

[김장희씨. 죄송하지만 화장은 나중에 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이명환의 정중한 말에도 그녀는 화장 고치기를 멈추지 않았다.

[아이라인만 다시 그리면 돼요.]

말하면서도 계속 화장하는 그녀였고, 이명환이 난처한 미소를 짓는 가운데, 김선애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거울을 빼앗는다.

탁.

[이봐요! 깨지면...]

거칠게 손거울을 책상 위에 내려다 놓은 그녀가 사나운 눈빛으로 김장희를 바라보자, 김장희의 눈동자가 잘게 흔들린다.

[안 되는데, 안 깨졌으니까 봐줄게요.]

그 뒤로 이어진 조사에도 중간마다 툴툴거리던 그녀의 모습에 두 사람의 얼굴이 굳어졌고, 말에는 날카로움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서류를 거칠게 뒤적거리던 김선애의 눈동자가 반짝인다.

[과거에도 비슷한 전력이 있었네요. 고등학교 때 삼 층에서 일 층에 있는 친구에게 돌멩이를 던지셨다고요. 그때도 장난삼아 던지셨다는 말이 있는데, 이번에도 장난삼아 던지신 겁니까.]

김장희는 움찔하더니 목을 움츠린다.

[아니에요, 그때 친구가 자기가 아끼던 돌로 된 조각을 가져다 달라고 해서 그런 거예요. 그때 순간 장난을 치고 싶어서 조금 세게 던진다는 게 그렇게 되었어요. 저 그날 이후로, 던지기는커녕, 베란다에도 제대로 못 가고 있어요.]

[정신과에 찾아간 기록도 없는데, 트라우마로 인해 못 던진다는 말을 하시면 누가 믿어 줍니까.]

[정말이에요. 그리고 그곳까지 페트병을 던진다고 어떻게 날아가요.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고 그곳까지 날아가는 게 어디 가당키나.]

[컴퓨터가 가능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기계는 거짓말을 안 한다는 건 당신이 더 잘 알지 않습니까. 안 그래요?]

[기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죠. 하지만, 그걸 다루는 인간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는 달라지거든요.]

그녀의 변명에 이명환도 김선애처럼 날 선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오늘 연구 결과를 조작하다가 피해자에게 걸려서 싸우고 있었습니까?]

[그건.... 당장 성과를 내놓지 않으면 퇴근을 시켜주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분명 어제, 제가 오늘은 일찍 퇴근해야 한다고 말했는데도, 그건 다 잊고 오늘까지 다 해치우라니. 제가 소개팅한다고 하니까, 그게 질투 나서 훼방이나 놓은 거라니까요. 그 여자 가만 보면 연구원답지 않게 그냥 순간적인 생각에만 움직여서 주변 사람들이 모두 그녀 원망하고 있다는 건-]

[그래서 이혜자씨 딸에게 페트병을 던지셨나요?]

김선애의 질문을 들은 그녀가 몸을 들썩이며 고함을 질렀다.

[아니라니까요!]

[그럼 어째서 전날 분리수거장에서 페트병을 가지고 돌아가셨죠?]

[제가 실수로 다 먹지도 않은 페트병을 같이 버려서 그랬어요.]

[월급도 받는 분이 그 돈이 아까워서 자정에 내려가셨다고요?]

[인턴 월급은 쥐꼬리만큼 적거든요. 소개팅 때문에 가방에 옷까지 사서 돈도 없고, 다이어트 때문에 밥도 안 먹어서 엄청 배고팠다고요.]

때마침 그녀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자, 그녀가 살짝 혀를 내밀며 웃었다.

[하루를 안 먹었더니... 배가 고파서... 혹시 남은 음식이라도 있나요?]

그녀의 말에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네 사람의 얼굴이 동시에 일그러졌다.

우희진이 상체를 숙여 버튼을 누르더니,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마침 우리도 식사해야 하니, 원하는 음식 시켜드려!”

[예. 알겠습니다. 저기 드시고 싶은-]

[짜장면~! 짜장면이 제일 먹고 싶어요~]

활달한 목소리가 우희진과 이신후가 있는 녹취실까지 울리게 했고,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우희진은 굳은 얼굴로 중얼거린다.

“요즘 문화가 외모지상주의라서... 저렇게 자존감이 낮은 아이가 많아지고 있으니...”

“자존감이 높은 게 아니라 낮은 겁니까?”

“외모를 위해서 생존 욕구까지 억누르는 건, 그만큼 자신의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고, 그런 외모 말고도 다른 자신의 장점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는 걸 의미하거든요. 그래서 자신보다는 여유 있어 보이는 상대에게 쉽게 부탁하는 거고요. 상대방을 아래로 보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사람 치고 주변 신경 쓰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렇군요... 제 친구 자식도 저런다고 하던데... 방법이 없습니까?”

“상황에 따라 달라서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부모나 현재 친구들에게 그녀의 또 다른 장점을 말해줘서 자존감을 올려주는 방법이 있어요. 하지만, 그녀가 어떤 이유로 저렇게 된 건지 알 수 없으면 오히려 원인이 되는 사람에게 그런 말을 듣고 역효과가 날 수 있어서...”

“수호처럼 말씀하십니다.”

“수호요? 수호도 심리학을 공부하나요?”

“어릴 때부터 트라우마라던지, 심리적으로 불안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 많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유명하거나, 널리 인정받은 서적들을 사서 자주 읽고 있습니다.”

“그래요?...”

“왜 그러십니까?”

“사실, 박수호군에게 미국 유학을 가보지 않겠냐고 할 생각이었어요.”

“유학이요? 하지만 그러려면 대학교를-”

“경위 달면 경찰 대학교 가잖아요. 그곳에서 범죄 심리학 쪽으로 전공하고 가면 됩니다. 그것도 아니면 법이나 경영 쪽으로 공부해도 되고요. 저도 그 일 끝나고 바로 미국 유학 모집 신청해서 합격해서 미국 간 다음 이렇게 되었으니까요.”

“음... 유학이라. 갔다 오면 확실히 경정님처럼 자리 잡기도 좋으니까...”

중얼거리며 고민하는 이신후였고, 말 상대가 없어진 그녀는 자기 앞에 놓인 서류 속 사진들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다들 맨손으로 페트병을 만졌네요.”

“예. 그래서 그걸 수거해서 지문 감식까지 요청할 예정입니다.”

“그런다고 혈흔 반응 같은 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늦은 만큼 지푸라기라도 건져야 해서...”

“그렇죠. 뭐든 찾아봐야죠. 그래야 실마리를 건질 확률이 높아지는 거니까요.”

잠시 뒤, 짜장면이 왔다는 소식에 김장희가 함박웃음과 함께 바깥으로 나갔고, 이십 분이 흐르고 나간 문이 열리면서 훈훈하게 생긴 정민기가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저기 앉으면 됩니까?]

[예. 저기 앉으시면 됩니다.]

이명환의 말에 싱긋 웃은 그가 느긋하게 걸어가 의자에 앉았고, 어느 정도 진술이 진행되었을 땐, 취조실엔 훈훈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저도 음식이라도 남으면 김장희님이 담아달라고 플라스틱 통까지는 주는 바람에 난처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오늘도 다툰 두 사람이 다투는 바람에 저만 가운데 껴서 얼마나 곤란했는데요.]

[페트병들을 들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신 이유를 들을 수 있을까요?]

그는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답했다.

[전에도 말했지만, 제가 재활용을 통한 작품을 만들고 있거든요.]

[작품이요?]

[예. 고가를 철거하고 만든 곳에서 슈즈 트리를 보고 저도 영감을 받아서요. 실험도 해보고 싶은 것도 있기도 했고요.]

[그건 지금 가지고 있습니까?]

[예. 일부는 작품을 만드는 데 소비했지만, 나머지는 집구석에 있습니다.]

모든 취조가 끝나자, 우희진의 눈동자에 이신후가 비친다.

“전과 다를 바 없는 내용이네요.”

이신후도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여 동의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에게서 허락을 받아 수거한 플라스틱 통을 통해서 윤곽이라도 잡혔으면 좋겠습니다. 그나저나, 아이는 지금 어떻습니까?”

“아이는 다행히 깨어났어요. 충격 때문에 그때 당시 기억이 없긴 하지만, 일단 검사에는 정상 판정을 받았어요.”

정상이라는 단어에서 얼굴이 활짝 편 이신후가 문으로 걸어갔다.

“천만다행입니다. 저는 그럼 이곳 형사들에게 가서 추가로 얻은 증거는 없는지 물어보겠습니다. 그리고 병원에도 좀 가볼까 합니다.”

병원이라는 단어에 그녀의 미간이 좁혀졌다.

“그러고 보니, 박수호군을 생각하지 못했네요. 가기 전에 연락하세요.”

“예.”

이신후는 바깥으로 나왔고, 김선애와 이명환에게 걸어간다.

“고생했어.”

“별다른 이야기는 못 끌어낸 거 같아서...”

말을 흐리는 김선애에게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그래도 신간문씨가 경비원에게 고기를 던진 건 밝혀냈잖아.”

“그거야 시간만 지나도-”

“자백이라도 받아내서 얻은 시간이 얼마나 큰데, 안 그렇습니까. 이팀장님?”

이명환의 말에 이신후가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연하죠. 수호가 없어서 살짝 걱정하긴 했는데, 역시 수호 말대로 믿고 맡겨도 될 한 형사로 성장한 거 같아서, 이제는 맘이 놓입니다.”

그의 말을 들은 김선애의 눈가에 물기가 생겨났다가, 하얀 손등에 의해 사라진다.

“아직 더 배울 게 있다는 거 알고 있어요. 열심히 배워서 짐이 아닌 동료로서 성장할게요.”

그녀의 말에 흐뭇한 미소를 지은 이신후가,

“그래 평생 배운다는 자세 잊지 말고.”

“예.”

격려의 의미로 그녀의 어깨를 두 번 쳐 준 그가 이명환을 바라보았다.

“일단 수거한 페트병의 감식 결과가 나오면 검사님에게도 연락이 갈 겁니다.”

“제게도요?”

“저나 김선애는 잠시 병원에 들러야 할 거 같아서 그렇습니다. 우희진 경정님도 잠깐 들르기로 해서, 아무래도...”

“엥. 저만 나중에 가라고요?”

“모두 한꺼번에 갈 수 없지 않습니까.”

그의 말에 어깨를 축 늘어뜨린 이명환이 풀죽은 목소리를 낸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선애야, 가자.”

“네. 검사님 빨리 갔다 올게요.”

“응...”

그렇게 그를 남겨두고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

혼자 남은 이명환은 쓴웃음과 함께 작게 중얼거린다.

“아직, 그들이 아니라는 건가... 하긴. 몇 년이라는 시간이 있는데-”

“저기, 검사님?”

뒤에서 들려온 부드러운 남자 목소리에 돌아보니, 정민기와 김장희가 서 있었다.

“무슨 일이시죠.”

“연구소로 돌아가야 하는데, 바래다주기로 한 경찰분들이 출동하셨다고 해서요.”

“저는... 집에...”

두 사람의 말에 이명환은 한숨을 내쉬고는 손을 엘리베이터로 뻗었다.

“제가 바래다 드리겠습니다. 가시죠.”

그의 말에 두 사람의 얼굴이 환해진다.

“감사합니다!”


**

**


XX대학병원 VIP병실 안에서 이신후와 김선애는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박수호와 소파에 앉아 마주 보고 있었다.

“안정되었다니 한숨 돌렸구나.”

“정말 다행이야.”

두 사람의 말에 박수호는 옅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그런 그를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두 사람 중, 김선애가 입을 열었다.

“정말 이분에게 친척도 없는 거야?”

“응. 한 명도 없어.”

“그래... 그럼 아주머니 재산은 어떻게 되는 거야?”

“선애야. 지금 그걸 따질 때냐.”

이신후의 말에 김선애는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그거 때문에 아픈 사람에게 여러 재단에서 사람들을 보내서 시끄럽게 하고 있잖아요. 수호는 제일 친했으니까, 알 거 같아서-”

“나도 몰라.”

“모른다고? 대부분 투자나 기부 같은 건 네게 말하지 않았어?”

그녀의 질문에 박수호는 눈살을 찌푸린다.

“정말 큰돈이 아니면 아주머니는 내게 말씀도 안 하고 혼자서 하셨어. 그것도 일 년에 한두 번이지, 내 일 방해된다고 아무 말씀도 안 하셨다고.”

그의 말에 섞인 사나운 기운에 김선애는 고개를 살짝 숙인다.

“나는 너를 아들처럼 여기시던 분이라서... 혹시 네게 말씀하셨나 싶어서... 미안.”

“나도 잠깐 화내서 미안하다.”

이신후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두 사람도 따라 일어났다.

“옆에 환자 두고 우리끼리 소곤거리는 것도 좋지 않은 거 같다. 있다가 저녁 식사할 때 올 테니, 같이 식사하자.”

“예. 저 때문에 다들 고생이 많네요.”

그의 말에 이신후가 그의 팔을 툭 친다.

“너 때문에 다들 편했던 걸 기억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아주머니가 나을 때까지는 계속 있어.”

“맞아. 우리가 잘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두 사람의 말에 그는 미소를 지었다.

“그럼 가자.”

이신후가 몸을 돌렸고, 세 사람은 문으로 걸어갔다.

문이 열려고 손을 뻗은 이신후는 스마트폰을 꺼냈다.

“페트병 감식 결과가 나왔구나.”

“저한테도 왔어요.”

“저도 봐도 되겠습니까?”

뒤에 다가온 박수호의 말에 이신후가 그에게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자.”

“감사합니다.”

받아들고 내용을 보던 박수호의 눈동자가 반짝인다.

“이자가 제일 의심스럽네요.”

“그자가?”

“네. 아니, 확신합니다. 이자가 범인입니다.”

그의 말에 두 사람의 눈동자가 커졌다.


**

감식 결과.

1. 권현아 – 페트병 12개, 2명의 지문 발견(권현아 12, 권현아 남편 8)

2. 신간문 – 페트병 1개, 두 개의 지문 발견 (권현아 1, 신간문 1)

3. 김구한 - 페트병 1개, 3명의 지문 발견(권현아 1, 신간문 1 김구한 1)

4. 김장희 - 페트병 2개, 2명의 지문 발견(김구한 2, 김장희 2)

5. 정민기 - 페트병 5개, 4명의 지문 발견(권현아 1, 신간문 1, 김구한 4, 김장희 2)

**


작가의말

수정이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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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파일10# 개미(3) +1 19.08.23 275 12 13쪽
133 파일10# 개미(2) +1 19.08.22 306 11 16쪽
132 파일10# 개미(1) +2 19.08.21 310 9 12쪽
131 파일9# 누군가에겐(6) +2 19.08.17 309 13 22쪽
130 파일9# 누군가에겐(5) +3 19.08.16 294 10 21쪽
129 파일9# 누군가에겐(4) +1 19.08.15 292 11 15쪽
128 파일9# 누군가에겐(3) +2 19.08.14 321 8 14쪽
127 파일9# 누군가에겐(2) +2 19.08.13 316 10 16쪽
126 파일9# 누군가에겐(1) +1 19.08.12 344 10 17쪽
125 파일8# 살아있는 이유(5) +2 19.08.09 330 14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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