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숫자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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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9.04.0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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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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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10# 개미(3)

DUMMY

130

화면 속 이명환이 살짝 그녀를 향해 상체를 기울였다.

[유치원 교사이신 분이 과학고를 나오셨네요.]

[예. 아버지가 그 학교 과학 교사셨거든요. 물론 제 꿈은 유치원 교사였고, 결국 갈라져 산 이후로 이렇게 유치원 교사로 살고 있어요.]

[힘드셨겠습니다.]

그의 말에 권현아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맺힌다.

[집에 칠 년째 못 들어가고 있어요.]

[칠 년이나요?]

[예. 나름 오랜 경력을 바탕으로 책도 쓰고, 유아용 교재도 집필해서 돈도 잘 모으고, 이제 곧 남자친구랑 결혼도 하는데... 아버지는 여전히 저를 그냥 돌보미 정도로만 취급하시더라고요.]

말을 들으며 서류를 뒤적이던 이명환이 한 부분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그녀를 바라본다.

[피해자 어머니와 싸우신 이유가 정확히 뭡니까?]

그의 질문에 움찔한 그녀가 고개를 푹 숙인다.

[그건... 거기에 적힌 대로-]

[여기는 상대가 비하했다는 말만 적혀 있습니다. 자세하게 말씀해 주시죠. 피해자 어머니 입에서 나와서 다시 불려오는 것보다는 이게 낫지 않겠습니까.]

이명환의 부드러운 말에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연다.

[아이 어머님이 근처 대학원의 연구원이시거든요. 일 동 부녀회에서 만나서 대화를 하다가, 제가 유치원 교사라는 말을 듣고는 월급 똑같이 줄 테니까, 근무 이후에 자기 아이 좀 돌봐달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수락을 안 하셨군요.]

[예... 제가 힘들어서 낮에 있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신경 못 쓴다고 거절했는데... 그 말을 듣고선 표정이 싹 바꾸고는 어차피 기억도 못하는 아이들 잘해준다고 나아지는 것도 아니고, 그런다고 선생 대접도 받지도 못하는 거 왜 하냐고...]

눈물을 글썽거리다가 끝내 울음이 터진 그녀였다.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김선애가 가져다준 휴지를 받은 그녀였고, 난처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던 이명환은 다시 서류에 시선을 옮겼다.

이분 정도 흐르자 그녀의 울음소리가 줄어들었고, 그사이 서류를 지켜보던 이명환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진정되셨습니까?]

[예...]

[급하셨는지 잠옷 차림으로 분리수거장에 가셔서, 무언가를 들고 돌아가는 모습이 있던데, 이건 어떻게 된 겁니까?]

[제가 사일 뒤에, 아이들에게 만들어주기로 한 물건 재료로 패트병이 필요한데, 남자친구가 다 버렸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놀라서 그때 입은 옷차림 그대로 내려가서 가져온 거예요.]

[혹이 안에 내용물이 든 병을-]

[제가 쓰려고 닦아놓은 페트병만 골라 들고 올라갔는데요?]

[그게 쉽게 구분이 됩니까?]

[제가 사이다를 좋아해서 한 종류만 있거든요. 그래서 찾기 쉬웠어요.]

[그렇군요...]

내용을 듣고 있던 우희진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검사님도 잘하시네요. 김선애가 겉도는 모습이 좀 아쉽지만, 그거야 서로의 호흡 문제니, 어쩔 수 없겠죠.”

“아마 급작스럽게 일이 진행되어서-”

“형사에게 그런 상황이 흔치는 않지만, 그렇다고 저렇게 서류만 뒤적거리고 넋 놓고 있을 정도는 아니지 않나요.”

그녀의 지적대로 김선애는 서류만 뒤적거리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고, 이신후는 어색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제가 지도 제대로 못해서 그런 겁니다.”

“흠... 다음 용의자는 누구죠?”

“이름은 신간문, 나이는 오십육 세로 근처 편의점 점장으로 있습니다. 지금 대기 중입니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우희진이 앞에 있는 버튼을 눌렀다.

“그만하시고 다음 분 불러주세요.”

그녀의 말을 들었으니, 두 사람은 살짝 귀에 손을 가져다 댔고.

[고생하셨습니다.]

[저와 함께 나가요.]

권현아는 김선애와 함께 바깥으로 나갔다.

그러자 다시 한 번 더 버튼을 누른 우희진.

“이명환 검사님, 다음엔 김선애 경장이 해도 될까요?”

그녀의 말에 이명환은 웃으며 말했다.

[안 그래도 목이 살짝 아팠는데, 이참에 쭉 마껴도 되겠습니까?]

그의 말에 피식 웃은 우희진이 버튼을 눌렀다.

“그래 주시면 더 감사하고요. 틈이 생기면 봉합 좀 부탁드려요.”

[걱정하지 마십쇼.]

그의 말이 끝날 무렵에 문이 열리더니, 김선애와 함께 평범한 체구와 외모를 지닌 신간문이 들어온다.

[저기 앉으세요.]

[예.]

그가 자리에 앉자마자, 이명환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번엔 김경장이 하시죠.]

[네?]

[원래 이런 건 형사가 하는 거 아닙니까. 검사인 저보다는 형사님이 하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의 말에 김선애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인다.

[네. 그러죠.]

자리에 앉은 그녀가 신간문에게 본격적인 질문을 했을 때는, 그가 들어온 지 오 분 정도 흐른 뒤였다.

[경비원 말로는 층간 소음 때문에 피해자와 다투었다고 하던데요.]

그녀의 질문에 신간문의 얼굴이 굳어졌고, 덩달아 우희진의 얼굴도 굳어졌다.

“절대 진술받은 사람이 누군지 말하면 안 되지 않나요? 저러다 경비원과 싸움 나게 되면, 자칫 저희 책임 되잖아요. 혹시 전에도 저랬나요?”

“평소엔 안 그러는데... 죄송합니다.”

그의 말로도 그녀 표정이 풀리지 않은 가운데,

[저기요 신간문씨?]

김선애의 연이은 질문에 굳게 닫혀 있던 신간문의 입이 열렸다.

[죄송합니다. 그건... 위에 사는 아이가 밤중에도 뛰어노는 바람에 제 아내가 몸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간신히 잠이 들었다가 깼기 때문에 순간 욱한 겁니다.]

[몸싸움이 심해서 경찰도 출동한 기록까지 있었는데요.]

[그건 경비원이 예민해서 반응해서 그런 겁니다. 터치는 서로 손으로 상대 어깨를 민 것밖에는 없었고, 그 뒤로 아무 문제 없이 헤어졌습니다.]

가만히 대화를 듣고 있던 이명환이 딱딱한 목소리로 말한다.

[경비원이 용의자라는 소문이 당신의 입에서 흘러나왔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이건 어찌 된 겁니까.]

[그거야 입구에 제일 가까이서 던질 수 있는 사람이 그자 아닙니까. 그래서 경찰도 데려가려고 한 거고. 그래서 그런 말을 한 겁니다.]

[주민들 이야기로는 경비원과도 많이 싸우셨다고 하시던데요.]

김선애의 질문에 신간문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당연히 일 처리를 개떡같이 하는데 싸우지 호구처럼 가만히 있습니까?]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맘이 들지 않으셨죠?]

[저희가 돈 주고 분리수거를 시키면, 지들이 알아서 해야지, 잘못 버리기라도 하면 득달같이 달려와서 잔소리나 해대고 말이야. 그리고 우리 위에 사는 여자가 연구원이라는 말에 굽신거리고, 나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오만하게 대하는 게, 정상입니까? 우리 돈으로 일을 하면, 우리 모두에게 고개를 숙이고 가게에 온 손님처럼 대하는 게 정상 아니요. 검사 양반, 제 말이 틀렸습니까?]

그의 질문에 이명환의 입가에 어색한 미소가 맺혔다.

[제가 그곳 경비원이 작성한 계약서를 보지 못해서 정확히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만, 그랬으면 진즉에 잘리지 않았을까요.]

[에이, 요즘 사람 누가 쉽게 자를 수 있습니까. 대기업들이나 자르고 변호사 불러서 보내면 되지만, 우리들은 신고받으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습니다. 그러니 함부로 자를 수 없고, 계약 끝날 때까지는 꾹 참을 수밖에 없다니까요.]

[그렇군요. 그런데 밤중에 분리수거장은 왜 가신 겁니까?]

[네?]

[밤중에 분리수거장 가셨지 않습니까. 그곳에서 무언가를 들고 돌아오셨는데요.]

[그거야, 경비원이 쓰레기 버린 거 당신 거 아니냐고 제대로 버리라고 연락이 와서 그런 겁니다.]

[연락이 왔다고요? 보통은 쓰레기봉투에 있으니, 옆에 있는 쓰레기 넣는 곳에 던져 넣으면 되지 않습니까?]

[검사님 도 그렇죠? 누군가 잘못 버렸으면, 경비원인 자신이 가져다 놓고 나중에 주의를 주면 되지, 굳이 나보고 가져다가 버리라고 하는 거 아니요. 그래서 쓰레기로 던졌더니, 아니 나보고 같이 버린 오디오는 그곳이 아니라 구청에 신고해서 버려야 한다고 따지지 않소. 그래서 오디오 들고 올라갔습니다.]

[경비원이 그냥 부른 게 아니라, 쓰레기뿐만 아니라 오디오까지 같이 버리셔서 불렀군요. 그건 옆에 치워봤자 소용없으니까요.]

김선애의 말에 순간 크게 입을 벌렸던 신간문이 긴 한숨을 내뱉고는 말했다.

[그것도, 따로 빼놨다가 내일 내가 근무하러 내려올 때 말하면 되는 거 아니요. 굳이 자정이 다 된 시간에, 인터폰으로 연락해서 따져야 하겠소?]

[그래서 다음날 얼어붙은 고기를 던지신 건가요? 그것도 계단 창문을 통해서?]

그녀의 질문에 신간문의 얼굴이 굳어진다.

그가 말이 없자, 그녀는 말을 이어서 했다.

[뉴스에 날아오는 동영상 찍힌 건 알고 계시죠? 날아오는 각도를 계산했을 때, 딱 당신이 사는 층 높이와 비슷한 곳에서 던져야 하더라고요. 그리고 여기 서류를 보니, 그곳에 던질 때만 장갑 끼고 던지면 된다고 생각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던진 얼음 봉지에 붙은 가격표만 조사해도 누가 샀는지 알 수 있고, 무엇보다 그 전에 단 한번이라도 맨손으로 만졌다면 그 지문이 남아 있어요. 참고로, 여기에 가격표뿐만 아니라 다수의 쪽지문이 남아있다고 하네요. 가실 때 지문 남기세요. 아니면.]

그녀가 그를 바라보며 씩 웃더니, 부드럽고 고운 목소리로 내었다.

[자수하세요. 그래야 그나마 선처를 받을 수 있어요. 설마 아픈 아내 오래 혼자 놔두시려는 건 아니죠?]

[으음...]

고민하는 그에게 이명환이 은근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러다가 집행유예가 아닌 징역 사십니다. 그러면 부인이-]

[그에게 언 고기를 던진 건 내가 맞소.]

[던진 이유는요?]

[인터폰 소리에 아내가 깨고 나서 병세가 갑자기 좋지 않아졌고, 결국 새벽에 구급차에 실려 갔습니다. 그런데 경비원이 뭐라고 그랬는지 아쇼? 구급차 소리에 잠도 못 자서 피곤하다고 중얼거리더군. 누구 때문에 저리됐는지 알면서 그딴소리를 내뱉는...]

점점 화가 끓어오르는지, 나중에는 다시 불같이 화를 내는 그였고, 그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소리를 줄인 이신후가 우희진을 바라보았다.

“서류만 보고 있던 것도, 이자 때문에 그런 거 같습니다. 그리고 일부러 경비원을 딱 집어 말해서 화를 유도한 것도 이런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그런 거 같고요.”

“음... 만약 유도한 거라면 칭찬해야겠죠. 하지만 그래도 저 방법은 위험해요. 만약 그자가 아니었다면 경비원만 위험해지는 거였다고요.”

“저도 그건 동의합니다만, 원래 형사란 게, 알아낸 시간이나 방법이 없으면 저렇게 추측만으로 압박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박수호처럼-”

“박수호같이 확실한 감과 증거를 가지고 하는 건 거의 드뭅니다. 저렇게 상황을 유도해서 상대가 실토하게 하는 게 대부분 아닙니까. 그건 초반에 수사하실 때 우희진님도 똑같지 않았습니까.”

이신후의 말에 우희진의 눈동자가 커졌다가 줄어들었다.

“제 사건 파일을 보셨군요.”

“예전 인천 마약 조직 검거 작전을 기억나십니까. 프로파일러로 참석해서 저와 비슷하게 추론하시는 모습에 인상 깊었습니다. 물론, 취조할 때 큰 실수를 하면서 놓치는 모습은...”

“실망스러웠나요?”

그녀의 말에 이신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타까웠습니다. 이제야 막 대학교 졸업한 신입을 사건 은폐하려는 사람들에게 이용했으니까요.”

“저는 그 사건에 이신후님 이름은 듣지 못했는데요?”

“제가 범인들 다 추적하고 증거까지 다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증거는 제거하고 놔주려는 사람들이 제 이름을 언급하겠습니까. 당연히 모두 다 침묵하게 만드는 게 정상 아닙니까.”

“그런데 어째서 지금까지 아무런 말도 없으셨습니까? 차라리 처음 만났을 때 제게 말했다면-”

“이미 그때 비리가 밝혀졌고, 그 아픈 이야기 꺼내서 달라지는 것도 없지 않습니까.”

“수호도 이 사실을 알고-”

“저는 당사자가 아니면 말하지 않습니다.”

그의 말에 우희진의 얼굴이 붉어진다.

“예...”

“일단, 내부는 정리가 된 거 같습니다.”

그의 말에 우희진은 화면을 바라보았고, 화면 안에서 신간문이 나간 다음 왜소한 체격의 남성이 들어오는 걸 보게 된다.

“김구한씨군요.”

“예. 자동차중개업을 하고 있는 사람이고,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중개업소에 들어가 근무 중입니다.”

그자는 들어와서 앉자마자 한마디를 툭 내뱉었다.

[제가 던졌습니다.]

그의 말에 화면 속 김선애와 이명환처럼, 이신후와 우희진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신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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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일10# 개미(3) +1 19.08.23 277 1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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