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숫자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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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9.04.0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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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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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2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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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파일11# 개미 2 (2)

DUMMY

134

**

인간은 개미다.

개미처럼 자기 태어난 대로 살다 죽는다.

일개미, 수개미, 병정개미, 여왕개미, 왕개미.

개미처럼 자기 능력대로 자기 태어난 대로 살다 죽는다.

인간도 그렇다.

착하면 착한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미쳤으면 미친 대로.

그거대로 사니 괜찮다고?

아니, 그걸 아니 고쳐야 한다.

어떻게?

간단하다.

죽이면 된다.

**


서울지방경찰청. 서울수사지원팀 사무실.

박수호는 사무실 벽 한쪽에 붙어 있는 내용을 눈으로 읽어내리고는 몸을 돌린다.

“이게 벽에 붙어 있었다는 겁니까?”

이신후가 종이 한 장을 그에게 내밀었다.

“거기에 그 녀석 방에는 이것도 쓰여 있었다.”


-그들의 아이들도 조짐을 보이면 죽여야 한다.-

-제 일 목표 김씨 일가 클리어 완료.-


붉은 피로 적은 글자가 찍힌 사진을 보고 박수호의 얼굴이 굳어진다.

“이자가 김씨 일가까지 죽였다는 겁니까?”

“단순히 김씨 관련된 가족들이 자살을 시도하거나 지병으로 급사한 걸 보고 쓴 건지, 아니면 전부 관여한 건지, 어느 것 하나 확실하지 않아. 지금 관할 지역 경찰들에게 연락해서 수사한 사람들에게 재조사를 부탁한 상황이다.”

말하는 사이 그의 옆자리에 앉은 박수호가 어두운 얼굴로 중얼거린다.

“하지만 일주일 넘도록 소식이 없다는 건...”

“별다른 점을 찾지 못했거나, 우리를 무시했다는 뜻이겠지.”

“흠...”

“저기...”

입을 뗀 김선애에게 두 사람의 시선이 옮겨갔고, 그녀가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명환 검사님 복귀는 언제 되는 건지...”

“정신적 충격도 있지만, 무엇보다 용의자에게 당한 사유를 위원회에서 검토 중이어서, 지금은 복귀 불가능할 거다.”

“그래요...”

“낙천적인 녀석이니 금방 돌아올 거니, 크게 걱정하지는 마.”

박수호의 말에 김선애가 작게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

“그래... 그래서 검사배정이 안 된 바람에 우리 업무는 당분간 정지라는 겁니까?”

“정확히는 인원이 나와 선애밖에 없었으니, 기본적인 활동도 힘들었지. 덕분에 돈 받아먹으면서 푹 쉬었다.”

“앞으로는요?”

“재조사로 이상한 점이 있으면 그곳부터 찾아가기로 한 상황이다.”

“저희가 직접 찾아가죠.”

“직접? 어디를 말이냐? 설마 정민기를 말하는 건 아니겠지?”

박수호가 답이 없는 가운데, 이신후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안 돼. 우리는 재조사가 벌어지면 그자를 찾아내고 잡은 공로로 참여할 수 있는 거지, 지금은 아니다.”

“저는 그자를 찾아가자는 말이 아닙니다. 제가 해결한 사건이 하나 있지 않습니까?”

“어떤 사건을 말하는 거냐?”

그의 말에 박수호는 반짝이는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며 답했다.

“김명호 살인 사건. 그 범인들을 찾아갈 생각입니다.”


**

김명호 살인 사건.

그와 같은 구역에 있던 김창수, 모중석가 약속했던 돈을 주지 않는 김명호를 홧김에 구타했고, 거의 숨이 끊어지기 직전, 자는척하고 있던 이남수가 김명호가 죽은 줄 알고 허겁지겁 두 사람이 돌아간 틈을 이용해, 딸이 자신에게 김명호에게 겁탈당했던 적이 있다는 편지를 보고 분노한 그가 김명호의 목에 칼을 찔러 살인한 사건이다.

두 사람의 구타로 이미 죽은 목숨이었으니, 이남수도 마지막 숨을 끊은 건 사실이기 때문에 세 사람 모두 살인범이 되어 무기징역을 받은 상황이며, 현재 청주 교도소 독방에 수감 중이다.

**


세 시간 뒤.

청주 교도소에 있는 면회실 중, 경찰이나 변호인들이 쓰는 면회실은 보안을 위해 창문도 없는 공간에 탁자와 의자만 놓여 있는 곳이 있었다.

회색 콘크리트 벽면에 놓인 회색 탁자와 의자는 묘한 두려움을 가져다준 이곳은 과거 군부정권 시절에는 정치범들을 고문하는 고문실이기도 했다.

그곳에서 박수호는 세 명의 범인을 마주 보고 있었다.

“무슨 일로 부른 거요.”

전보다 근육 양이 많이 죽어서 비쩍 마른 멸치를 연상케 하는 몸으로 변한 모중석의 질문에 그는 답하지 않고 검지만 두드렸다.

톡.

톡.

톡.

“우리가 한 나쁜 짓 전부 다 말했지 않습니까. 특히 김명인까지 죽고 가족들까지 죽은 뒤로는 하나도 빼놓지 않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걸 다 확인한 다음 약속대로 저희가 죽지 않도록 수호님이 직접 청주교도소로 옮겨 주신 거 아닙니까.”

김창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남수가 입을 열었다.

“혹시 제 딸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겁니까?”

가족을 언급하자, 다른 이들도 눈을 번쩍 뜨며 그에게 말하려는 순간, 그들의 머리 위에 뜬 푸른색 숫자 세 개를 보며 박수호가 말했다.

“개미.”

그의 말에 김창수와 모중석 두 사람은 고개를 갸웃거리는 가운데, 박수호의 시선은 노란색으로 변한 숫자 아래에 앉아 있는 이남수에게로 향했다.

“말하시죠. 관련된 거 전부.”

그의 말에 이남수는 눈을 질끈 감는다.

“정말... 귀신같군요.”

“그래서 답은?”

“어차피 물어보면 답하라고 그랬습니다.”

“그와 언제 만나게 된 겁니까?”

“만나지는 못하고 그가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그때 저는 평생을 충성한 집안의 자식에게 내 자식이 겁탈당하고 협박까지 당해왔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과 절망 속에 살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때 그가 제가 사실은 병정개미라는 사실을 말해주더니, 그를 처리할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처리할 방법?”

“간단합니다. 제가 바깥에서 나가서 돌아다닐 수 있다고 알려주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용기가 부족했고, 계속해서 시간을 끌었습니다.”

“딸에게서 다시 편지가 왔겠군요.”

그의 중얼거림에 이남수의 눈동자가 커졌다 줄어든다.

“그걸 어떻게 아신 겁니까?”

질문의 답은 박수호가 아닌 모중석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딸의 고백이 담긴 편지 다음에 타이밍 좋게 편지가 왔다는 것부터 꾸몄다는 거겠지. 내가 예전에 부하들을 충성하게 만들려고 상황을 꾸민 것과 비슷하게 말이야.”

“그게 무슨 말...”

당황한 얼굴의 이남수에게 김창수가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어르신이 그 개미라는 놈에게 이용당했다는 말이잖아요.”

“이용? 하지만, 딸이 겁탈당한 건 사실이었습니다. 그건 형사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하지만, 원래라면 방조 혐의만 받고 나올 수 있었던 당신을 이용해 그자를 죽인 게 한 건 사실입니다. 그 결과 당신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당신 따님을 영영 못 보게 되지 않았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그 뒤에 그에게서 다시 편지가 왔겠군요.”

박수호의 말에 그는 흠칫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때, 다른 이들에게도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라고 그랬습니다. 그들도 그에게 원한이 있으니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 어떤 행동을 할 거고, 그 이후에 제가 가서 죽인다면 그들이 범인이 될 거라-”

이남수 옆에 앉아 있던 두 사람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럼 어르신이 우리에게 그때 나갈 수 있다고 한 게-”

“이 노인네가 아니었으면-”

“그만. 다시 자리에 앉으세요. 안 그럼 두 분 다 일반 감방으로 보내버립니다.”

박수호의 말에 두 사람은 이를 갈며 자리에 앉았지만, 이남수를 노려보는 시선은 거두지 않았다.

그들의 시선에 바들바들 떠는 이남수를 보며 박수호가 말했다.

“그때 받은 편지들은 어떻게 했습니까?”

“그곳에 적힌 대로 변기에 녹여 없앴습니다.”

“음...”

잠시 고민하던, 박수호가 옆에서 씩씩대고 있는 두 사람에게 말했다.

“두 사람은 김명호에게서 돈을 못 받았다는 편지를 언제 받았습니까?”

그의 질문에 두 사람이 동시에 입을 연다.

“사건 당일-”

“그날-”

말을 멈추고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이었다.

“결국 세 사람 모두 그자에게 이용당한 거군요.”

“젠장! 나를 이용해!”

“그 빌어먹을 새끼가 나중에 걸리면-”

박수호는 분노하는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하지만 그 수에 넘어간 건 당신들이 맞습니다. 고작 편지에 적힌 내용에 분노해 당신들은 사람을 죽였습니다. 두 사람은 돈, 다른 한 사람은 분노. 이남수씨 그자에 대해 아는 건 없습니까?”

“네... 모릅니다.”

그의 대답을 듣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난 박수호는,

“지금 한 대화. 교도관이나 다른 이들에게 말하지 마세요. 죽기 싫으면.”

그의 말에 세 사람은 모두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끼이익.

철문이 열리고,

“수고하십쇼.”

교도관에게 인사한 박수호는 중얼거렸다.

“왜 두 사람에겐 개미가 편지를 보내지 않은 걸까... 두 사람은 개미 취급도 하지 못한 것들이라는 건가.”

스마트폰을 꺼내든 박수호가 초록색 버튼을 누른다.

“아저씨. 동부구치소에 사건 당시 편지들을 관리한 교도관과 검수한 내용을 볼 수 있는 자들 명단 좀 알아봐 주세요. 저는 이 사람들 가족들에게 갈 생각입니다. 예. 부탁드립니다.”

통화를 마친 박수호는 스마트폰을 넣고는 철창이 양쪽으로 난 길을 따라 쭉 걸어갔다.


**

**


한 시간 뒤.

세종시.

아름 고등학교 근처 카페.

원래는 이혜민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이름을 버리고 최안미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는 이남수씨의 딸은 긴 머리에 고운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푸른 원피스 차림을 한 채 박수호와 마주 보고 있었다.

“어르신과 생각보다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살고 계시는군요.”

“그가 온 거고, 저는 여기서 살고 있었어요. 그런데 여긴 웬일로 오신 거죠? 예전에 말씀하신 대로 그가 김씨들에게 원한을 품은 이에게 죽은 건가요?”

“아닙니다.”

그의 대답에 그녀는 미간을 좁힌다.

“그게 아니라면 제게 찾아오지 않는다고 하셨잖아요.”

“제가 찾아올 이유가 하나 더 있지 않습니까.”

“다른 사건이 또 하나 터진 건가요?”

“예.”

그의 대답에 잠시 골몰히 생각하던 그녀였지만, 고개를 갸웃하더니 입을 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 주변엔 심각한 사건이 없었는데요.”

“아무리 아버지라도 고백하기 힘든 내용이었을 텐데, 그 계기를 듣고 싶습니다.”

“변호사를 통해서 아버지가 끝까지 그 개자식을 도와준다는 말을 듣고 쓰게 됐어요. 평생 김씨 일가가 하는 일이나 말은 철석같이 믿고, 제 말은 자신이 키우던 개의 외침보다도 못하게 취급해왔지만,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제가 고백한 거예요.”

“그가 믿을 수 있게 통화내용까지 녹음하셨던데, 그런 생각은 누구 조언이었습니까?”

박수호의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가 입을 열었다.

“바로 당신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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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파일11# 개미 2 (4) +2 19.09.02 263 13 15쪽
139 파일11# 개미 2 (3) +3 19.08.29 274 10 11쪽
» 파일11# 개미 2 (2) +1 19.08.28 270 12 11쪽
137 파일11# 개미 2 (1) +1 19.08.27 273 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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